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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929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8
    조회수 : 2856
    IP : 46.101.***.182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6/07/01 21:05:38
    http://todayhumor.com/?panic_88929 모바일
    [오컬트학] 인도네시아에서의 밤
    <div><b>인도네시아에서의 밤</b></div> <div><br></div> <div>여름 방학 때 단기 봉사 활동으로 동남 아시아에 갔을 때 일이다.</div> <div><br></div> <div>우리 그룹은 베트남, 캄보디아에 갔다가</div> <div>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에 갔다.</div> <div>체재 기간은 2주일 정도였고, 처음에는 시가지에서 활동했지만</div> <div>마지막 5일은 지방에서 학교 일을 돕게 되었다.</div> <div><br></div> <div>그곳은 정글의 울퉁불퉁한 길을 3시간 이상 차로 간 곳에 있는 촌락이었는데</div> <div>인구 수는 1000명 정도였다.</div> <div>하지만 의외로 학교는 괜찮았다.</div> <div>이웃 촌락에서도 애들이 다니는 학교라서 그랬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학교에 인접한 기숙사에서 잤는데, 유럽에서 온 봉사 단체도 머물고 있었다.</div> <div>2인 1실을 배정 받게 되었는데, 모처럼 만났으니 유럽 애들과 섞어서 자게 되었다.</div> <div>나와 같이 방을 쓴 애는 조지라는 네덜란드인이었다.</div> <div><br></div> <div>키도 크고 훤칠한 데다, 얼굴도 뭐랄까 우락부락해서 좀 무서워서</div> <div>사이좋아지긴 글렀다고 생각했지만</div> <div>이야기를 나눠보니 의외로 친화적인 성격이라 안심이 되었다.</div> <div>아키하바라 이야기로 완전 들떴다 ㅋㅋ</div> <div>덧붙여서 방은 침대가 두 개 있는 살풍경한 방이었다.</div> <div>그리고 이상한 일은 그 날 밤부터 일어났다.</div> <div><br></div> <div>첫날부터 힘 쓰는 일만 계속하는 바람에 파김치가 되어 침대에 뻗었다.</div> <div>자기 전 일과라며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조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잠든 것 같다.</div> <div>아마 9시 쯤 되었던 것 같다.</div> <div>그런데 갑자기 눈이 떠졌다. 주변은 어둑어둑했다.</div> <div>베갯맡에 둔 손목시계를 보려고 목을 움직이다가 두 가지를 깨달았다.</div> <div><br></div> <div>일단 온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가위에 눌린 것이다.</div> <div>그리고 침대 옆에 누가 있었다. 서서 날 내려다 보고 있었다.</div> <div>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반라 상태에 천 쪼가리를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div> <div>가슴이 납작했으니 남자라고 생각했다.</div> <div>어두워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div> <div>그러자 그 남자가 서서히 자세를 앞으로 숙였다.</div> <div>내 얼굴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그와 동시에 어두웠던 얼굴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돌렸다.</div> <div>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시야의 한 구석에 남자가 들어왔다.</div> <div>얼굴을 보고 말았다. 보랏빛이 감도는 생기가 없는 표정이었다.</div> <div>생김새는 현지인인 것 같았다.</div> <div>보고 싶지 않은데도 눈동자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그를 향했다.</div> <div>눈과 눈이 마주쳤다.</div> <div>그대로 꼼짝도 할 수 없었다.</div> <div>남자의 얼굴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div> <div>이대로 있다간 죽임 당할 것 같아.</div> <div>심장을 찌르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div> <div>나는 그대로 기절했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이튿 날, 눈을 뜨자마자 방 안을 둘러봤지만 이상한 점은 없었다.</div> <div>조지도 기분 좋게 자고 있었다.</div> <div>나는 조지를 깨워서 어젯밤에 무슨 일 없었냐고 물어봤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다.</div> <div>어제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꿈 꾼 거 아니냐며 웃었다.</div> <div>아침 식사를 할 때 다른 멤버들에게도 말했지만</div> <div>다들 엇비슷한 반응이었고, 쓸데없는 걸로 난리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div> <div><br></div> <div>그날도 첫날보다 훨 중노동을 하는 바람에 바로 잠들어버렸다.</div> <div>갑자기 눈이 떠졌다.</div> <div>시간을 보려고 했더니 목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가……</div> <div>양쪽에 있었다.</div> <div>왼쪽에 반라의 남자, 오른쪽에는 왜소한 실루엣이 보였다.</div> <div>오른쪽은 벽일 텐데 분명 누군가 서성이고 있었다.</div> <div>뿌연 느낌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노인인 것 같았다.</div> <div>그러자 노인이 몸을 굽히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것과 동시에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눈동자가 움직였다.</div> <div>싫어.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않은데..</div> <div>검붉은 주름진 얼굴에 눈, 코, 입이 제각각 구멍이 나 있다.</div> <div>입으로 생각되는 부분이 뭐라고 꿈틀거리고 있었다.</div> <div>날 보며 뭐라고 하는 걸까.</div> <div>뺨에 차가운 냉기가 닿았다. 얼굴 주변에만 온도가 다른 느낌이었다.</div> <div>오른쪽 사내도 어느 틈엔가 수구리고 있었다.</div> <div>노인의 얼굴이 더욱 다가오더니...</div> <div>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었다.</div> <div><br></div> <div>그날 아침도 조지에게 확인해봤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div> <div>아침 식사를 하며 이번에는 둘로 늘었다고 말해봤지만 역시나 비웃을 뿐이었다.</div> <div>같이 식사하던 현지 스탭은 걱정하는 듯 했지만,</div> <div>그녀도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div> <div>그때 조지는 웃으며 이런 말을 했다.</div> <div><br></div> <div>"너 일본인이라 원망 받는 거 아냐?</div> <div> 예전에 일본군이 인도네이아에서 얼마나 심한 짓을 했는지 모르지?"</div> <div>그 말을 듣고 나는 웃을 수 없었다.</div> <div>그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문득 인도네시아 아이 쪽을 보니 인상을 찌푸리며 나와 조지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날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육체 노동은 별로 하지 않아서</div> <div>밤 늦게까지 조지와 잡담을 했다.</div> <div>조지 네는 내일 돌아가게 되었고, 그는 드디어 문명 사회로 나간다고 좋아했다.</div> <div>나는 잠드는 게 무섭기도 했고, 그날은 새벽 1시 넘어까지 깨어 있었다.</div> <div>역시 눈이 떠졌다. 곧이어 공포가 날 덮쳤다.</div> <div>검은 실루엣들이 침대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키는 제각각 달랐지만 반라의 사람들이 언뜻 언뜻 보였다. 아이도 있었다.</div> <div>내가 눈을 뜨길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div> <div>시야를 뒤뎦는 얼굴, 얼굴, 얼굴.</div> <div>검푸른 얼굴, 보랏빛 얼굴, 하얀 얼굴. 하지만 모두들 무표정했다.</div> <div><br></div> <div>노려보는 건 아니었지만, 도무지 똑바로 볼 수 없었다.</div> <div>이제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얼굴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포가 온 몸을 흘렀다.</div> <div>게다가 지는 이틀과는 다르게 기절하지도 않았다.</div> <div>오늘 밤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입 안에서 사죄의 말을 끝없이 되풀이 했다.</div> <div>전쟁 때는 죄송했습니다. 일본군이 잘못했습니다.</div> <div>다가오는 얼굴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얼굴에 뭉클하는 감촉이 닿았다.</div> <div>그때 왠지 입이 열리며 숨이 하아아하고 새어나왔다.</div> <div>그대로 숨을 들이쉴 수 없어서 기절했다.</div> <div><br></div> <div>그날 아침은 공포가 너무 선명히 남아서 속이 좋지 않았다.</div> <div>조지가 너 얼굴이 새하랗게 질렸다고 했다.</div> <div>내 상태를 보고 다른 멤버들도 이제서야 걱정이 되었는지 오늘은 쉬라고 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방에 혼자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게 차라리 낫다고 거절하며</div> <div>그날은 인도네시아 여자애들과 같이 식사 준비 당번을 하게 되었다.</div> <div>조지 네 단체는 낮 정도에 출발했는데, 출발할 때 나에게</div> <div>"네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가 이 마을 사람을 학살한 거 아냐?</div> <div> 일본은 예전의 잘못을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으면 안 돼"</div> <div>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소리를 했다.</div> <div><br></div> <div>그 당시에는 그 말이 일리있다고 생각했다.</div> <div>다른 일본인들에게 아무 일도 없는데 나만 이렇다는 걸 달리 설명할 수 없으 니까.</div> <div>내 옆에 있다가 조지의 말을 같이 들은 인도네시아 아이는</div> <div>복잡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div> <div>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거기 있기 거북했다.</div> <div>그리고 나흘 째 되는 날 밤, 인도네시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div> <div>내일이면 일본에 돌아갈 수 있다.</div> <div>하지만 오늘 밤엔 그 방에 혼자서 자야 한다.</div> <div><br></div> <div>누가 같이 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div> <div>여자애도 아니고 괜한 자존심에 말을 꺼내지 못 했다.</div> <div>차라리 밤을 샐까 했다.</div> <div>돌아갈 때 차 안이나 비행기 안에서 자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div> <div>그런데 1시 반 정도 되자 피로가 덮쳐오더니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잠들고 말았다.</div> <div><br></div> <div>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꿈도 꾸지 않았다.</div> <div>나는 침대에 반쯤 일어나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다.</div> <div>딱히 속이 안 좋지도 않고 오랜만에 맞이한 상쾌한 아침이었다.</div> <div>아침 식사 후에는 현지 스탭과 작별식을 했는데</div> <div>그때 어제 같이 일하던 여자애가 어젯밤 일을 묻길래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더니</div> <div>묘하게 납득한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br></div> <div>내가 짚히는 구석이라도 있냐고 물었더니 여자애가 소근거리며</div> <div>"용서 받은 것 같아" 라고 했다.</div> <div>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div> <div>"너는 원망 받은 게 아니라, 반성하라고 한 거야"</div> <div>"반성?"</div> <div>"맞아. 너도 포함해서라고 해야 하나"</div> <div>"포함하다니?"</div> <div>"일본군이 인도네시아에서 심한 짓을 했다고 그 사람이 했지만</div> <div> 네덜란드인이 더 심한 짓을 했어"</div> <div>"아.. 뭐?!"</div> <div>"그 사람은 정해져 있었던 거야. 반설할 여지도 없었어"</div> <div>그제서야 등골이 서늘해졌다.</div> <div>마지막날 밤에 아무 일도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div> <div>따라서 간 거였다.</div> <div><br></div>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267234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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