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타카노스산의 안개</b></div> <div><br></div> <div>대학교 2학년 6월에 신기한 체험을 했습니다.</div> <div>긴 문장이라 읽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양해 부탁 드립니다.</div> <div>당시 저는 야생 생물 연구회에 가입했었습니다.</div> <div>연구회가 가는 곳은 오쿠다마의 타카노스산이었는데,</div> <div>산꼭대기 쪽에 피난 오두막을 거점으로 해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div> <div><br></div> <div>1학년 후배 셋을 데리고 점심 전에 산을 내려가던 중 일어난 일입니다.</div> <div>후배들에게 길을 외우게 하려고, 저만 가본 길인 일곱 바위산을 지나</div> <div>오쿠다마 호수로 내려가는 길을 한 줄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div> <div>날씨는 쾌청했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하늘에 산들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div> <div>유리새, 두견새, 딱다구리 같은 여름 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서</div> <div>상쾌하게 걷고 있었습니다.</div> <div>이 길의 산등성이 위의 널따란 장소에, 폐가와 우물 같은 1m 정도 되는 토관이 있는데</div> <div>산등성이라서 햇살도 잘 비치고, 경치도 좋기 때문에 </div> <div>이 길을 걸어갈 때는 이 장소를 휴식 장소로 삼고 있었습니다.</div> <div>앞서 가던 저는 그 폐가와 토관이 보이기에</div> <div>뒤에서 따라오는 셋에게 조금만 더 가서 쉬자고 했습니다.</div> <div>폐가에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한숨 돌리려던 그 때</div> <div>바로 제 뒤에 따라오던 A가</div> <div>"여기 여자 있지 않았어요?" 하고 물었습니다.</div> <div>"아무도 없어. 사람 사는 곳도 아니고, 난 못 봤는데. 어디에 있었는데?"</div> <div>"이 토관 안을 들여다보듯 서 있었어요"</div> <div>"어떤 차림새였는데?"</div> <div>"파란 옷을 입은 아줌마요"</div> <div>"혼자였어?"</div> <div>"한 사람만 보였는데 시끌벅적했으니까 단체로 누가 온 줄 알았어요"</div> <div>"나는 아무도 못 봤는데. B랑 C는 누구 봤니?"</div> <div>둘 다 "아니오, 아무도 못 봤어요"라고 답했습니다.</div> <div>A는 폐가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div> <div>"아무도 없었다니까. 헛 걸 본 거 아냐?"</div> <div>"분명 있었단 말이에요"</div> <div>"제일 앞서 걷던 내가 못 봤는데"</div> <div>"그치만 서 있었단 말이에요"</div> <div>"뭐 됐어. 일단 차 끓이자"라고 말하던 순간 짙은 안개가 우리 주변을 덮었습니다.</div> <div>그리고 안개가 짙어진 순간 A가 "으악!"하고 소리치며 달려서 산을 내려갔습니다.</div> <div>저는 B와 C에게 "가방 짊어. 따라가자"라고 말하고 가방을 메고 뒤따라갔습니다.</div> <div>안개가 너무 짙어 5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div> <div>"A 기다려! 뛰지 마! 거기 앉아 있어. B와 C 따라 와"하고 저는 소리치며 달려갔습니다.</div> <div>2~3분 정도 뛰었던 것 같습니다. 길 위에 주저앉은 A가 보였습니다.</div> <div><br></div> <div>A는 창백한 얼굴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div> <div>"왜 그래. 정신 차려"라며 A의 어깨를 잡고 몸을 흔들던 그 순간</div> <div>짙던 안개가 갑자기 개었습니다.</div> <div>우리는 폐가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 있는 산등성이 길에 있었습니다.</div> <div>주위 산맥을 봐도 안개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div> <div>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날씨에 여름 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div> <div>A를 보니 안색이 좋아졌고, 떨림도 멎었습니다.</div> <div>제가 "왜 그래?"라고 물었더니</div> <div>"너무 무서워서 도망쳤습니다. 이제 괜찮아요"라고 했습니다.</div> <div>A가 괜찮아진 것 같아서 우리는 그대로 오쿠다마 호수에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div> <div>그 후 A에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div> <div>도망친 이유는 안개에 잡히면 살해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div> <div>제 목소리가 들려서 마음을 굳게 먹고 앉았다고 합니다.</div> <div>그 후 저나 A 둘 다 타카노스산에는 몇 번 더 올라갔습니다.</div> <div>그때와 같은 루트를 따라 걸은 적도 있습니다.</div> <div>밤에 단독으로 올라간 적도 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div> <div>지금도 신기한 건, 왜 안개가 발생했는가 하는 점입니다.</div> <div>기분이 상쾌할 정도로 쾌청한 날에, 습도도 낮았고, 바람도 불었습니다.</div> <div>아무리 생각해도 안개가 발생할 조건이 아니었습니다.</div> <div>또 안개가 걷혔을 때, 주변 산에는 그 어디에도 안개가 없었습니다.</div> <div>그 안개가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