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엄마의 유언</b></div> <div><br></div> <div>사흘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엄마가 이상한 이야기를 해주셨다.</div> <div>지금으로부터 3개월 정도 전에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div> <div>직장에서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었다.</div> <div>병명은 식도암, 남은 인생이 그리 길지 않다고 엄마와 이모(엄마의 언니)에게 선고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병명은 수험을 앞둔 나에게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div> <div>피로가 쌓여서 한동안 입원한다고만 말해줬다.</div> <div>딱히 중병은 아니라고 햇 나는 엄마를 냅두고 수험 공부만 해댔다.</div> <div>엄마는 내가 중1때 아버지랑 이혼했기 때문에 나 혼자 집에서 지냈다.</div> <div>밥은 알바비로 해결하거나, 가끔 이모가 와서 밥을 차려주곤 했다.</div> <div>덧붙여서 아버지는 2년 전에 같은 식도암으로 돌아가셨다.</div> <div><br></div> <div>엄마가 입원했던 3개월 동안 병문안은 딱 세 번 갔다.</div> <div>처음은 엄마가 입원한 첫 날.</div> <div>엄마는 항상 일 때문에 피곤해서 신경이 곤두서있어서</div> <div>나랑 거의 대화할 일이 없었던지라 약간 긴장했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엄마가 "공부 잘 되니?"하고 초등학교 때 종종 보던 상냥한 미소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div> <div>순간 긴장이 다 풀려서 내가 지망하는 학교의 모의 판정 결과가 낮았다는 점이나</div> <div>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div> <div>엄마는 "그럼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 "어릴 때부터 넌 마음 먹으면 하는 애니까"하고</div> <div>최근엔 거의 본 적 없는 상냥한 모습으로 격려해 주었ㄷ.</div> <div>오랜만에 엄마랑 나눈 대화가 즐거워서</div> <div>2시간 정도 지났을 때 밖이 어둑해져서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div> <div>엄마에게는 "조만간 또 올게"라고 했지만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느라 바빠서</div> <div>결국 거의 가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수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병원에 갔다.</div> <div>엄마가 이상하리만치 피부가 하얗고, 매우 말라 있었다.</div> <div>그걸 보고 머리가 새하얘져서</div> <div>"병이 악화된 거야?"하고 걱정스레 물어봤더니</div> <div>엄마는 울먹이며 본인이 암에 걸렸다고 말해주었다.</div> <div><br></div> <div>갑작스럽게 닥친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div> <div>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참았다.</div> <div>"안 낫는대?"하고 물었더니</div> <div>"미안하다"고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div> <div>"생활비는 아르바이트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div> <div> 대학 등록금 정도는 은행에 있으니 걱정말렴"라고 했다.</div> <div>그런 것보다 엄마가 괜찮은지만 걱정하느라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div> <div><br></div> <div>그러던 중에 엄마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했다.</div> <div>"엄마는 저주 받은 거야"라고 해서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div> <div>"아버지가 예전에 어떤 여자를 상처 입혀서, 그 여자가 죽었어"</div> <div>아버지와 엄마가 이혼한 이유는 아버지가 체포되어서였는데</div> <div>아직도 체포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그 죽은 여자랑 관계가 있는 것 같다.</div> <div>"그래서 엄마는 죽지만, 넌 괜찮을 거야"</div> <div><br></div> <div>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서 이것저것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았고</div> <div>"대학에서 힘내렴"이라는 말만 하더니 입을 닫았다.</div> <div>마지막으로 "할머니 무덤에 가서 인사해두렴"</div> <div>"병원에는 이제 오지 말거라. 엄마는 오늘 너와 만나서 정말 기뻤어"</div> <div>"전화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div> <div>정말 대체 무슨 소린지 이해하지 못 한 채</div> <div>이것저것 생각하며 그 날 병원을 나섰다.</div> <div><br></div> <div>다음 날 엄마에게서 매일 전화가 왔는데 병원에는 오지 말라고 하셨다.</div> <div>전화로 말하길, 점점 힘없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고 했는데..</div> <div><br></div> <div>그래서 사흘 전에 이모가 전화하더니 지금 위험한 상태니 병원에 오라고 하셔서</div> <div>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div> <div><br></div> <div>임종을 지키지 못 했으니, 적어도 눈 감은 모습이라도 보여달라고 했지만</div> <div>이모가 "네가 아는 엄마가 아니니까 관두렴"라며 보여주지 않았다.</div> <div><br></div> <div>병원에도 못 들어가게했다.</div> <div>이모에게서 엄마가 썼다는 편지를 받았다.</div> <div><br></div> <div>내용은 이런 느낌이다.</div> <div>"이 편지를 보면 바로 할머니 무덤에 가렴"</div> <div>"엄마 장례식에 나와선 안 돼"</div> <div>"아버지 무덤에는 가면 안 돼"</div> <div><br></div> <div>이게 대체 뭘까요.</div> <div>저주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는데,</div> <div>편지에 씌인 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div> <div>아직 할머니 무덤엔 가지 않았는데, 근시일 내에 갈 예정입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