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왜 하필 나야</b></div> <div><br></div> <div>최근 경험했던 일입니다.</div> <div>제 문체가 딱딱한 편이라 안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div> <div>저로서는 매우 무서웠던 경험입니다.</div> <div><br></div> <div>올해 2월 말, 출장으로 시내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에 묵었다.</div> <div>다음 날 동료와 같이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고 있었는데</div> <div>호텔 앞에 경찰차가 서더니, 경찰관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div> <div><br></div> <div>뭔가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점점 경찰차가 늘어나는데다 구급요원까지 오길래</div> <div>"좀만 보고 올게"라고 말하고 동료를 두고 호텔 앞 도로로 나가보았다.</div> <div>레스토랑 창문에서는 안 보였지만 밖에서 보니</div> <div>구급차와 잠복용 순찰차까지 쭉 늘어서 있고</div> <div>지나가던 사람들도 서서 호텔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div> <div>나도 그들을 따라 올려다봤더니, 호텔 옥상에 손을 얹은 사람이 흔들거리는 게 보였다.</div> <div>바깥 벽을 발로 차면서 기어올라가려고 하는 건지 파닥파닥 거렸다.</div> <div>참고로 호텔은 십수 층짜리 건물이었다.</div> <div>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한참 보고 있었는데,</div> <div>이대로 계속 보다가는 안 좋은 구경을 하게 될 것 같아서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div> <div>자리에 앉은 나에게 동료가 "무슨 일이래?"라고 묻길래</div> <div>"옥상에 사람이 매달려 있어"라고 짧게 대답해줬다.</div> <div><br></div> <div>동료는 깜짝 놀란 것 같았지만, 구경가려고는 하지 않았고</div> <div>왠지 둘 다 말수도 줄어, 별 대화없이 식사를 계속 했다.</div> <div>그대로 5분 정도 지나자 아무 움직임이 없길래 구조되었구나 생각한 그 순간</div> <div>쾅!!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div> <div>동료와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div> <div>"떨어졌구나..." 동료가 중얼거리듯 말하고, 나도 끄덕이며 그대로 아무 말 없이 식사를 계속 했다.</div> <div>조금 지나자 경찰관이 레스토랑 창문 밖에 파란 비닐 시트를 붙이기 시작했다.</div> <div>하지만 창문이 워낙 커서 시트로는 다 가리지 못 했고</div> <div>일부 틈으로 밖이 보였다.</div> <div>우리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되도록 바깥을 신경 쓰지 않고 커피를 마셨지만</div> <div>머지 않아 소방사가 옮길 것을 가지고 창 옆으로 지나가는 게 보였다.</div> <div>보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div> <div>옮길 것에 들려 흰 천을 뒤집어 쓴 사람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얼굴까지 다 덮여 있다는 건 죽었다는 거겠지?</div> <div>시간 상으로는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하얀 천이 눈에 잔상이 남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이틀 뒤, 출장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지만 주말과 겹치는 바람에</div> <div>월요일에 오랜만에 출근했더니, 동료가 몸이 좋지 않다며 휴가를 썼다.</div> <div>여자 동료에게 "도쿄에서 병 옮아온 거 아냐? 넌 괜찮아?"라고 놀림 받았지만</div> <div>출장 중에 딱히 몸 상태가 나쁜 모양새는 없었기 때문에 이상했다.</div> <div>업무를 마치고 병문안 겸해서 동료 집에 들러보았다.</div> <div>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가, 동료 집을 두드리니</div> <div>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선명하고 매우 지친 기색의 동료가 나왔다.</div> <div>"괜찮아? 밥은 먹었어?" 하고 물었더니, 동료는 가볍게 웃었다.</div> <div>"그래, 밖에 나갈 수 없어서 집에 있는 인스턴트 음식만 먹고 있어"</div> <div>"그렇게 몸이 안 좋아? 내가 뭐라도 사올게. 뭐 먹을래?"</div> <div>그렇게 묻는 저에게 동료가 우는 듯 웃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div> <div>정신적으로 상당히 코너까지 몰려 있다는 게 느껴졌다.</div> <div>"나갈 수가 없어.. 엘리베이터에도, 계단에도 그 녀석이 있어"</div> <div>"누구? 그 녀석이 누군데? 빚쟁이야?"</div> <div>"그런 게 아니야!! 왜 하필 나야.. 왜..."</div> <div>동료는 울음이 터졌다.</div> <div><br></div> <div>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아서, 일단 밥부터 먹자고 밖에 나가자고 했지만</div> <div>동료는 밖에 나가는 행위를 매우 싫어했다.</div> <div>냉장고 안은 거의 비었고, 뭔가를 사둔 것도 없는 것 같아서</div> <div>어쩔 수 없이 내가 사오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div> <div>회사에 전화해서 동료의 상태를 알릴까, 아니면 부모님께 알려드려야 하나</div> <div>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가 오길 기다리는데</div> <div>아래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가 내 눈 앞을 지나쳐 올라갔다.</div> <div>엘리베이터 문이 유리라서 밖에서도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div> <div>지나간 엘리베이터 안에 아이처럼 키 작은 무언가가 언뜻 보였다.</div> <div>엘리베이터는 가장 윗층에 선 채로 좀체 내려오지 않았다.</div> <div>5분 정도 기다렸지만 내려오지 않아서 짜증이 나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했다.</div> <div>7층이긴 했지만 내려가는 건 그리 힘들지 않다.</div> <div>계단 문을 여니, 평소엔 거의 쓰는 사람이 없어서인지</div> <div>공기가 답답하고 먼지가 쌓여 있었다.</div> <div>한참 내려가는데 밑에서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div> <div><br></div> <div>아, 계단으로 올라오는 사람도 있네 하고 조금 놀라며 내려갔더니</div> <div>밑에서 올라온 것과 지나쳤다.</div> <div>아이 정도 되는 키였다.</div> <div>얼굴은 중년 여성. 흔한 얼굴이었지만 위치가 달랐다.</div> <div>얼굴이 원래 있어야 하는 곳보다 한참 아래의 명치 부분에 있었다.</div> <div>뭔가 센 힘으로 눌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div> <div>팔은 약간 위로 벌어져 있었고, 한 걸음 뗄 때마다 흔들거렸다.</div> <div>나는 너무 놀라 숨을 삼켰다. 소리칠 수도 없었다.</div> <div>다리가 굳어서 이게 악몽인가 생각했다.</div> <div>여자는 굳어 있는 내 옆을 터벅터벅 올라갔고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div> <div>나는 가위가 풀린 것처럼 큰소리를 지르고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와 맨션에서 도망쳤다.</div> <div>편의점까지 달려가, 밝은 곳에서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나는 당황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는데 동료는 의외로 냉정했다.</div> <div>"뛰어내린 그 여자야. 그때 실려가는 걸 안 봤어야 했는데.</div> <div> 실려가는 그 여자랑 눈이 마주쳤거든.</div> <div> 뭉개지고 짓눌린 얼굴에서 눈이 크게 보여서...</div> <div> 그렇게 경찰과 소방관도 있었는데 왜 하필 나야"</div> <div>그렇게 말하더니 동료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div> <div><br></div> <div>며칠 뒤 동료는 회사를 관두고 귀촌했다.</div> <div>동료 네 집은 단층집이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div> <div>신기한 건, 동료는 실려가는 여자를 봤다고 했지만</div> <div>들 것 위에는 분명 흰 천이 덮여 있어서 사람은 보이지 않았을 텐데</div> <div>나는 그날 이후 되도록 계단은 이용하지 않는다.</div> <div>또 그 여자와 지나쳐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