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베이비맨</b></div> <div><br></div> <div>내 아들 이야기인데</div> <div>지금은 성인이 되었지만 올해 설날에 집에 왔을 때</div> <div>오랜만에 같이 한 잔 하면서 들은 이야기이다.</div> <div><br></div> <div>우리 아들은 어릴 때 호빵맨을 좋아해서 애니메이션을 본 건 물론이었고</div> <div>그 중에서도 베이비맨(赤ちゃんマン)을 좋아했던 것 같다.</div> <div>이렇게 말하는 건 입만 열었다 하면 베이비맨이 어쩌고 저쩌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는데</div> <div>유치원 졸업반 쯤에는 베이비맨보다 포켓몬을 좋아하게 되었고</div> <div>포켓몬 빵을 사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난다.</div> <div>그즈음해서 나와 아내가 "너는 전까진 베이비맨을 좋아했으면서~"라고 놀리면</div> <div>엄청나게 화를 내곤 했다.</div> <div>"그 이야기 이제 하지 마!"라고 소리치며 화를 냈다.</div> <div>어린 게 벌써부터 부끄러워하긴 하며 우리 부부는 웃곤 했다.</div> <div><br></div> <div>시간이 조금 흘러서 아들이 초등학교 3,4 학년쯤 되었을 때 일이다.</div> <div>이제 혼자 방을 쓰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했더니 필요없다고 했다.</div> <div>그때까진 나, 아내, 아들 이렇게 셋이서 같이 잤는데</div> <div>이제 자기 방을 만들어도 좋을 시기일 것 같아서 말한 건데 말이야.</div> <div>숙제도 거실에서 하고, 별로 집에 친구들을 데리고 오지도 않길래</div> <div>자기 방이 있으면 친구들 데리고 놀러 오기도 좋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div> <div>그런데 우리 아들이 필요없다 지금처럼 지낼 거다라고 계속 말하는 거야.</div> <div>아들 방으로 만들려고 했던 방은 그때 창고처럼 쓰고 있어서</div> <div>정리도 하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div> <div>뭐 어쨌건 몇 가지 이유로 제안한 건데, 극단적으로 거부당했거든.</div> <div>아들이 이렇게 나오니까 나도 괜히 고집이 생겨서 말이야</div> <div>이제 너도 초등학생이고 다 컸으니까 어쩌고 저쩌고 해서</div> <div>거의 반강제로 혼자서 방을 쓰게 했어.</div> <div><br></div> <div>그렇게 안방과 아들방이 나뉘게 되었는데 결국 아들은 그 방에선 자지 않았다.</div> <div>나와 아내가 잘 틈을 노려서 몰래 거실로 나와 소파에서 잔 것 같다.</div> <div>여름은 그래도 괜찮았지만 겨울이 되면 감기에 걸리니까</div> <div>소파에서 자는 걸 봤을 때 이건 안 된다 싶어서 잔소리를 했다.</div> <div>뭐라고 잔소리를 했는지까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div> <div>잔소리하던 중에 저 방이 싫다고 하길래</div> <div>그럼 딴 방으로 주면 혼자 잘 수 있겠네! 하고 신경질 내면서</div> <div>내가 서재 겸 쓰던 방에 이불을 깔아주고 여기서 자라고 화냈던 기억이 난다.</div> <div>덧붙여서 그때 살던 맨션은 거실을 합해서 4개 방이 있어서</div> <div>거실 외에는 안방, 창고로 쓰던 아들 방, 내 서재로 상상해주면 되겠다.</div> <div><br></div> <div>결국 내 서재와 아들 방을 교환하기로 하고 마무리 지어졌다.</div> <div>왜 그 방이 싫었는지 물어봐도 대답해주지도 않았고</div> <div>옆 방인데 뭐가 다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div> <div>더럽게 무거운 책상과 가구들을 옮겼다.</div> <div>그리고 몇 년 지나서 주택으로 이사가게 되었는데</div> <div>이사간 후로는 저 일을 까마득히 잊었는데</div> <div>올해 설날에 아들과 한잔할 때</div> <div>그러고보니 이런 일도 있지 않았냐고 물어봤고</div> <div>드디어 그때 싫어했던 이유를 들려주었다.</div> <div><br></div> <div>그 방에서 아이가 계속 보였다고 한다.</div> <div>그걸 어릴 때는 베이비맨이라고 불렀고</div> <div>그게 이상하다고 깨달았을 때는 그 방에 안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div> <div>계속 보인 게 언제까지냐고 물었더니</div> <div>"그러니까 계속. 이사할 때 짐싸는 거 도와야 하니까 싫지만 그 방에 들어갔지만 그때도 있었어"</div> <div>라고 해서 반신반의했지만 농담하는 애도 아니라서 괜히 오싹했다.</div> <div><br></div> <div>딱히 무슨 사연 있는 건물이나 땅도 아니었는데 대체 무엇이었을까.</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