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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572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5
    조회수 : 2408
    IP : 178.62.***.135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6/06/15 23:42:25
    http://todayhumor.com/?panic_88572 모바일
    [오컬트학] 가족끼리 간 스키 여행
    가족끼리 간 스키 여행

    어릴 때 겪은 이야기를 아버지한테 말했더니 재밌는 소릴 들어서.

    최근 가족끼리 스키 여행을 갔는데,
    스키장에 가던 중에 내가 태어나서 처음 스키장에 갔던 때 이야기를 했다.
    그 당시 나는 세 살(한국나이 4~5살)이었고, 처음 타는 거라서
    사람이 드문 경사면에서 아버지와 형과 같이 스키 타는 연습을 했다.
    한참 연습하다가 갑자기 형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아버지가 같이 화장실을 찾으러 가버려서
    나는 혼자서 야트막한 경사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연습했다.

    화장실을 못 찾았는지, 아버지와 형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아서
    재미도 없고 피곤하기도 해서 스키를 벗고
    스노모빌이 옆에 있는 창고 같은 건물의 지붕 아래에 앉아 쉬기로 했다.
    잠시 멍하니 앉아서 스키타던 다른 손님들을 보고 있었는데
    자박 자박하고 눈을 밟으며 천천히 걷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참고로 이 창고 뒷편은 스키장 입구와 반대쪽의 산)
    두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서, 아버지와 형이 날 놀래키려고 몰래 뒤에서 온다고 생각해서
    내가 놀래켜주려고 숨 죽이며 기다렸다.

    발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왁!"하고 뛰쳐나갔더니
    거기엔 아버지와 형이 아니라, 엄청나게 크고 짙은 고동색의 털복숭이가 있었다.
    얼마나 컸냐 하면, 옆에 있던 스노모빌의 세 배는 되는 크기에
    창고 지붕 꼭대기에 닿을 정도로 컸다.
    당시에는 어려서 그랬는지 무섭진 않았는데
    그냥 이렇게 큰 생물이 있었나? 아무리 떨어져 있긴 해도 왜 다들 이 동물을 못 보고 있지?
    라는 게 신기했는데
    그 거대한 털복숭이가 천천히 한 발 다가와서
    내 머리에 코를 가까이 대더니 킁킁하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때 '아 이거 멧돼지구나'하고 깨닫고 멧돼지가 이렇게나 덩치가 크구나!하고 어린 마음에 놀랐다.
    한참 냄새를 맡더니 만족했는지 "흠"하고 말하더니 뒤돌아서 산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어려도 동물이 말할 리가 없다는 건 알던 때라
    깜짝 놀라 넋을 잃고 산으로 가는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멧돼지 뒷모습이 안 보이게 되자 아버지와 형이 돌아왔고
    나는 딱히 뭘 보았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그대로 스키 여행은 끝났고 평범하게 지냈다.

    그리고 이번 스키 여행을 가면서
    못 믿을 이야기지만 아버지에게 말씀 드렸더니
    아버지가 "그러게 어쩐지~ 넌 기억 안 날 수도 있지만 그때 간 게 큐슈에 있던 스키장이었거든"라고 하셨다.
    뭐가 '어쩐지'인진 모르겠지만
    어쩌면 내가 본 건 멧돼지 신일지도 모르겠다.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돼지띠입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6540121.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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