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할머니께서 돌아오셨다!</b></div> <div><br></div> <div>내가 고등학생이던 때의 어느 깊은 밤,</div> <div>한 밤중에 엄마가 방에 오셔서 절 깨우셨습니다.</div> <div>이유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겁니다.</div> <div><br></div> <div>저희 집은 니가타이고, 할머니는 2년 전까지 같이 사셨지만</div> <div>건강이 악화되셔서 고모가 사시는 동네의 병원에서 요양하셨습니다.</div> <div>아버지는 멀기도 해서, 할머니 보살피는 걸 고모에게 맡겼고,</div> <div>고모는 머지 않아 할머니를 나고야의 병원으로 옮겼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옮기던 중 인공 투석하는 데 무슨 실수가 있었다며</div> <div>병원에 도착하시고 이틀 만에 사망하셨습니다.</div> <div>여담이지만, 아버지는 병원 측에 화내지 않으셨습니다.</div> <div>다만 고모에게는 격노하여 지금도 연을 끊은 상태입니다.</div> <div><br></div> <div>이야기를 다시 돌리지요.</div> <div>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근처에 사는 친척 몇 명이 모였습니다.</div> <div>조금 지나자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현관 문이 덜컹 거렸습니다.</div> <div><br></div> <div>엄마가 "할머니께서 돌아오셨어!"라며 반응하셨습니다.</div> <div>저는 말도 안 된다 생각하며 한밤중의 홈쇼핑을 보고 있었습니다.</div> <div>그러자 현관이 덜컹 거리는 소리가 멎었습니다.</div> <div>그런데 이번에는 현관 옆에 있는 창문만 덜컹거렸습니다.</div> <div>친척 중 한 명이 "어머 진짜네. 할머니가 돌아오셨어"라고 말하셨습니다.</div> <div>저는 그때 홈쇼핑에서 선전하는 부엌칼에 푹 빠져서 주문하려던 중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친척 중 한 분이 "할머니 들어오시라고 하자"라고 하니</div> <div>어머니는 "그러면 안 돼요. 돌아가시라고 해야해요"</div> <div>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은 기억이 난다.</div> <div>하지만 집 주변을 몇 번이나 도는 듯 여기저기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렸다가 그쳤다가 해서</div> <div>점차 가여워졌나 보다.</div> <div>엄마가 현관을 열었다.</div> <div>그때였다.</div> <div>엄마가 현관을 열고 1초 밖에 되지 않는 그때 통화중이던 내 귀에 분명히 들렸다.</div> <div>수화기 너머 접수하는 여자의 목소리와 겹치듯</div> <div>"하아... 나 왔다..."</div> <div>하고 할머니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나는 깜짝 놀라 순간 등골이 서늘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홈쇼핑에 칼을 주문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