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같은 꿈 꾼 적 없어?</b></div> <div><br></div> <div>이건 네 살 어린 남동생 이야기야.</div> <div>당시에 우리 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나는 중학교 2학년, 형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div> <div>형은 기숙사에 들어간 후 거의 집에 오질 않았다.</div> <div>나는 육상부에 들어가 있어서 매일 아침에 달리기를 했다.</div> <div><br></div> <div>어느 여름,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는데 아래 침대에서 자는 동생이 보이지 않았다.</div> <div>화장실에 갔나보다 하고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div> <div>나와보니 동생이 밖에서 자고 있었다.</div> <div>나는 동생을 깨우고, 달리기를 하러 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현관이 잠겨있었다.</div> <div><br></div> <div>그후 몇 번이나 동생이 없었고, 그때마다 집 안에서 발견되었다.</div> <div>책상 아래나 테이블 아래, 옷장 구석 같은 곳에 숨어서 자듯이.</div> <div><br></div> <div>그런 일이 있었던 걸 거의 잊어가던 올해 새해 첫날,</div> <div>가족들 모두 각자 추억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말했다.</div> <div>너희 형제는 몽유병 증세가 있었다고.</div> <div>내가 몽유병이었던 기억은 있지도 않고, 형이 몽유병이었던 것도 몰랐다.</div> <div>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난 일이 있었다.</div> <div>그래서 형에게만 몰래 물어봤다.</div> <div>나 : 혹시 같은 꿈 꾼 적 없어? 숨바꼭질하는 꿈</div> <div>형 : 그러고보니 초등학생 때 몇 번 꿨지</div> <div>나 : 같이 숨바꼭질하던 애가 어디 가자고 하지 않았어?</div> <div>형 : 같이 강가에 가자는 거? 가진 않았는데</div> <div>나 : 나랑 같아. 나도 거절했어. 마지막에 걔가 뭐라고 안 했어?</div> <div>동시에 : 그럼 됐어. 네 동생이랑 갈 거야</div> <div><br></div> <div>그 꿈을 꾸지 않은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div> <div>다음 달엔 동생이 죽은지 13주기이다.</div> <div>12월 아침, 내가 아침 조깅을 하고 집에 왔더니 구급차가 집에 와 있었다.</div> <div>이불 안에서 싸늘하게 식어 죽어 있던 걸 엄마가 발견했다고 한다.</div> <div>동생이 우리와 같은 꿈을 꾼 건지는 모르겠다.</div> <div>강가에 따라갔는지, 막내였기 때문이었는지, 그저 심장이 안 좋았던 건지.</div> <div>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을, 형과 나 둘만의 비밀이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