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행방불명</b></div> <div>원제 : 카미카쿠시 - 범죄나 본인의 의지로 행방불명되는 것이 아닌, 무언가 신적인 힘으로 기묘하게 사라지는 것</div> <div><br></div> <div>어릴 때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 겪은 일입니다.</div> <div><br></div> <div>동년배 사촌 두 명과 언니랑 같이 숨바꼭질을 했습니다.</div> <div>술래는 한 살 어린 사촌동생이었습니다.</div> <div>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숨바꼭질만 해서인지</div> <div>숨을 수 있는 장소(옷장 위에 놓인 박스 안이라던가, 현관 신발장 아래 같은 곳)는 이미 예전에 다 숨었던 곳이라</div> <div>이제 거의 숨을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div> <div>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꽤 숨바꼭질을 잘해서</div> <div>마지막까지 안 들키고 숨어 있었던 적이 많았는데</div> <div>그 날도 최선을 다해 숨을 곳을 찾았습니다.</div> <div><br></div> <div>그러다 문득 제 눈에 띈 곳이 불단을 모신 벽장이었습니다.</div> <div>윗단에 올라가서 안쪽의 위를 보았더니 판이 정말 조금 어긋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밀어보니까 올라가기에 그쪽으로 기어 올라가 판을 원래대로 돌리고</div> <div>밖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니</div> <div>지붕 아래 다락이라고 하기보다 터널 같은 긴 통로가 이어져 있었습니다.</div> <div>할머니 집은 길고 좁은 집이었는데, 보아하니 끝에서 끝까지 이어진 것 같았습니다.</div> <div><br></div> <div>높이는 어른이 겨우 기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div> <div>벽장 근처에 있다가는 들킬 것 같아서 일단 통로 안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div> <div>낡은 집이라 칸막이도 많았고, 그렇게 어두운 것도 아니라서 무섭진 않았고</div> <div>엎드려서 계속 기어갔고, 곧 한쪽 끝에 닿겠다 생각할 쯤 갑자기 천장이라고 해야할 지</div> <div>기어가던 지붕 아래 판이 끊어져서 저는 머리부터 떨어지고 말았습니다.</div> <div><br></div> <div>떨어진 곳에 낡고 곰팡내 나는 이불이 가득 쌓여 있어서 다행히 다치진 않았는데</div> <div>아무리 봐도 이상했습니다.</div> <div>할머니 댁에 이런 방은 없었거든요.</div> <div>위를 올려다보니 제가 떨어진 곳이 보였는데 꽤 높은 곳에 있어서</div> <div>아무리 봐도 집 1층이라기보다는 지하로 보였습니다.</div> <div>주변에는 흙과 돌 뿐이었습니다.</div> <div>어떻게든 올라가려고 손을 휘휘 내둘러보니 스위치 같은 게 잡혀서 눌렀습니다.</div> <div>그랬더니 윗쪽에 달려 있던 코드에 붙은 전구에 불이 들어왔습니다.</div> <div>밝아진 김에 주변이 보였습니다.</div> <div><br></div> <div>벽에 난 구멍... 보아하니 기어 올라가는 건 안 될 것 같았고</div> <div>이 구멍을 통해서 가면 어딘가 방으로 이어질 것 같아서 또 기어서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갔습니다.</div> <div><br></div> <div>바닥에는 아까 떨어진 이불이 깔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div> <div>축축해서 기분 나빴지만 좀 무서워져서 계속해서 기어갔더니</div> <div>전기의 불도 닿지 않게 되었습니다.</div> <div>조금 오르막이어서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어갔더니</div> <div>갑자기 뭔가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div> <div>얇은 판자 같은 게 세워져 있었는데, 부딪히는 바람에 판자가 쓰러져서 구멍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나온 건 좋았는데 본 적도 없는 방이 있었습니다.</div> <div>나무틀이랄까, 격자 같은 것에 끼워진 출구 같아 보이는 곳에</div> <div>커다란 자물쇠가 걸려 있어서 나갈 수 없었습니다.</div> <div>공포가 극에 달해서 저는 큰 소리로 엉엉 울었습니다.</div> <div>그러자 나무틀? 너머의 너머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div> <div>"누구 있어요?"</div> <div>"어딘지 모르곘는데 여기 왔어요! 살려주세요!"</div> <div>"잠시만 기다리렴"</div> <div>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틀 밖의 문이 열렸습니다.</div> <div>창고 안의 작은 방 같은 곳에 있는 듯 했습니다.</div> <div>"이 자물쇠 열쇠가 없구나. 잠시만 기다리렴"</div> <div>조금 지나자 아저씨가 나타났습니다.</div> <div>신기한 얼굴을 한 사람이 자물쇠를 달그락 거리며 당기기도 하며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고,</div> <div>결국 도끼로 부숴서 저를 꺼내주었습니다.</div> <div>이름과 어디서 왔는지를 묻길래</div> <div>할머니 댁에서 구멍을 통해 기어왔더니 여기로 나왔다고 했더니</div> <div>아저씨가 할머니 집까지 업어서 데려가 주었습니다.</div> <div>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아저씨에게 업혀서 돌아온 저에게</div> <div>할아버지, 할머니 둘 다 깜짝 놀라셨습니다.</div> <div>제가 "이 분이 도와주셨다"고 했더니 이해는 못 하셨지만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셨습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이 아이가 어디에선가 구멍을 통해 우리 집 창고로 들어왔더라"는 이야기를 그 아저씨가 하는 순간</div> <div>두 분이 "꺼져!"라고 화내며 아저씨를 쫓아냈습니다.</div> <div>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저는 할아버지에게</div> <div>"불단이 있는 방의 벽장을 통해서 갔어요</div> <div> 그 구멍이 저 아저씨 집까지 이어져서 저도 모르게 창고에 들어간 거니까</div> <div> 저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설명해드렸습니다.</div> <div>그러자 할아버지는 "그런 곳이 남의 집까지 이어져 있을 리가 있니!"하고 소리치더니</div> <div>불단이 있는 방에 데려 가셨는데</div> <div>천장을 판과 못으로 가득하게 박아서 막아버리셨습니다.</div> <div>그 후 무서워서 그 터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div> <div>그래서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div> <div><br></div> <div>창고가 있던 집에는 몇 개월 전까지는 거의 사람들과 교류를 하지 않던 할머니가 혼자 사셨는데</div> <div>그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절 도와주신 부부가 살기 시작했고 창고에 대해선 둘 다 잘 몰랐다고 합니다.</div> <div>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고, 할머니도 몇 년 전에 돌아가셔서</div> <div>지금 그 집은 다른 사람에게 팔렸습니다.</div> <div>최근 부모님께 여쭤봤는데, 그런 건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div> <div>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요?</div> <div>가득한 이불, 전기, 터널.</div> <div>생각해보면 왠지 무서워서 그다지 떠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