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마지막으로 나눈 대화</b></div> <div><br></div> <div>중학교 2학년 마지막 쯤에 이사를 가게 되었다.</div> <div>이사하기 전 날, 집 앞에 같은 학년의 M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게 보였다.</div> <div>M과는 유치원 시절부터 중 2까지 쭉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집도 가까웠지만</div> <div>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거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div> <div>M은 약간 통통하고, 운동 신경이 둔한데다 소심하고 친구가 적은 타입이라 대하기 껄끄러웠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왜 그때 M에게 말을 걸었는지, 지금까지도 모르겠다.</div> <div>하지만 그때 나눈 대화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div> <div><br></div> <div>"뭘 그렇게 중얼거리니?"</div> <div>"이상한 약속을 해버렸어.. 이상한 약속을 해버렸어"</div> <div>"누구랑, 무슨 약속을 했는데?"</div> <div>"약속한 거라 말 못 해... 그런데 너 전학간댔지? 그럼 괜찮으려나...</div> <div> 내가 내가 아니게 될 거야... 아.. 역시 말 못 하겠어. 약속이니까 말하면 안 돼"</div> <div><br></div> <div>그렇게 말하더니 M은 가버렸다.</div> <div><br></div> <div>지난 달, 그 중학교의 동창 모임이 있었다. 중간에 전학 갔지만, 나도 참석했다.</div> <div>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완전 얼짱.</div> <div>친구에게 "쟤 누구야?"하고 물었다.</div> <div>친구가 "M이야"라고 답했다.</div> <div>나는 깜짝 놀라서 "M 완전 변했구나. 완전 딴 사람 같아. 예전엔 촌빨 날렸는데"하고 말했다.</div> <div>그러자 친구가 "옛날부터 M 인기 많았잖아. 지금이랑 똑같은데?" 하고 말했다.</div> <div>다른 친구 몇 명도 M은 스포츠 만능에, 리더쉽이 있어서 인기 폭발...</div> <div>내 기억과는 완전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div> <div>그 날은 M과 이야기 나눌 일은 없었다.</div> <div><br></div> <div>집에 돌아와서 M이 찍힌 반 사진이나,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div> <div>겨우 찾아낸 한 장의 사진은 유치원 때 찍은 사진인데 통통한 M이었다.</div> <div>엄마와 누나에게 M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인상착의를 물어보니 내 기억과 똑같았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중학교 친구에게 중학교 졸업 앨범을 빌려왔다.</div> <div>거기엔 동창 모임에서 만난 M과 닮은 멋진 M이 찍혀 있었다.</div> <div>내가 마지막으로 만나고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던 사진인데.</div> <div>엄마와 누나 둘 다 "이건 M이 아니잖아"하고 깜짝 놀랐다.</div> <div>그리고 앨범에 써 있던 M이 남긴 한 마디는</div> <div>"나는 나야. 약속이니까"라고 적혀 있었다.</div> <div><br></div> <div>다른 친구에게 말했더니</div> <div>"좀 안 보이던 사이에 확 바뀌어서 멋있어지는 거 있잖아. 그런 거 아냐?"라고 했다.</div> <div>하지만 중학교 친구들과의 다른 기억이나, M과 마지막에 나눈 대화가 신경 쓰이기도 하고</div> <div>저도 모르게 오컬트 쪽으로 생각이 기웁니다.</div> <div><br></div> <div>그래서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려 하는데 뭐라고 물어야할 지 모르겠어.</div> <div>갑자기 "너 진짜 M이니?"하고 물으면 이상하잖아.</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