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같은 사람</b></div> <div><br></div> <div>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졸업하고 바로 취직했던 첫 회사에서 다른 곳으로 이직했을 때 이야기이다.</div> <div><br></div> <div>새로 취직한 A사는 사장님 친척이 경영하는 B사와 사이가 좋았다.</div> <div>이벤트 같은 걸 벌이면 AB 회사가 합동으로 진행하고,</div> <div>그때 만난 게 B사에 최근 이직했다는 하나코(가명)였다.</div> <div>나와 하나코는 이직 시기가 같고, 이름도 거의 똑같았다.</div> <div>하나코가 스즈키 하나코(華子)라고 하면,</div> <div>나는 스즈키 하나코(花子) 이런 식으로 한자는 달라도 똑같은 발음이었다.</div> <div>그 외에도 깜짝 놀랄만큼 같은 게 많았다.</div> <div>・같은 혈액형, 같은 나이, 생일은 하루 차이</div> <div>・출신 도시, 태어나 자란 곳도 꽤 가까운 곳</div> <div>게다가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도 같았다.</div> <div>위치는 정반대지만,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는 게 같았다.</div> <div>서로 등지고 같은 거리를 걸어가는 그런 느낌.</div> <div><br></div> <div>이렇게까지 같은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바로 사이가 좋아졌다.</div> <div>덧붙이자면, 외모는 누가봐도 저쪽 하나코가 빼어납니다…</div> <div>같은 나이에, 출신지에 지금 사는 곳도 가깝고</div> <div>서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완전 허물이 없어졌다.</div> <div>서로 집 근처의 역에서 식사도 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너무 죽이 잘 맞아서 우리가 신기할 정도였다.</div> <div>어쨌든 하나코와 만나서 수다 떠는 게 너무 좋았다.</div> <div>하나코도 똑같았는지, 밥 먹자고 먼저 연락오기도 했다.</div> <div>정신차리고보니 알게 된 지 열흘 만에 세 번 정도는 따로 만난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세 번째 만나서 밥 먹던 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했던 이야기.</div> <div>하나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 C의 ××라는 과자가 맛있다고 나에게 말해줬다.</div> <div>정보를 받은 김에 나도 우리 집 근처 편의점 D의 ××라는 과자가 맛있다고 추천했다.</div> <div>서로 사는 곳을 생각해보면, 각자가 말하는 편의점도 멀지 않다.</div> <div>우연히 만나면 인사하자 뭐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 대화는 끝났다.</div> <div>덧붙여서 그때는 겨울이었다.</div> <div><br></div> <div>마지막으로 만나고 이틀 후 새벽 2시 정도였다.</div> <div>나는 하나코가 말해준 편의점 C의 과자가 너무 먹고 싶어졌다.</div> <div>엄청 추운 날이었기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안 갔을 거다.</div> <div>그런데 한파를 이길 정도로 먹고 싶었다.</div> <div>여기서 역까지 5분, 그리고 편의점 C까지 5분.</div> <div>이런 추운 날 10분이나 걸어야 하네</div> <div>하지만… 정말 먹고 싶어!! 하고 20분 정도는 갈등했던 것 같다.</div> <div>새벽 2시 반 정도 되었을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div> <div>깜짝 놀라서 현관 모니터를 보니 하나코가 보였다.</div> <div>하나코는 대충 걸친 잠옷 같은 옷을 입고 바닥을 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하나코가 왠일이지? 하고 생각했지만</div> <div>자세한 주소는 말한 적이 없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div> <div>대략적인 위치는 말했지만 맨션 이름이나 호수는 알려준 적이 없었다.</div> <div>우편함에 이름도 써놓지 않았다.</div> <div>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하나코가 왔는데 무시할 수도 없어서 문을 열기로 했다.</div> <div>현관 모니터로 말을 걸었는데, 하나코는 답이 없었다.</div> <div>그리고 문을 열었더니 하나코가 뛰어들어왔다.</div> <div>현관에서 내가 넘어졌다.</div> <div>추위에서 차갑게 식은 손으로 내 목을 꽉 조르면서</div> <div>"네가 이렇게 되었어야 했는데!"</div> <div>"용서할 수 없어!"</div> <div>"돌려줘! 빨리 돌려줘!!"</div> <div>하고 말하며 내 목을 조르던 떨리는 손에 힘을 주었다.</div> <div>잘 보니 하나코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한쪽 눈만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div> <div>괴로움과 놀라움이 겹치니 오히려 나는 냉정을 되찾았다.</div> <div>이대로 죽는구나 하고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div> <div>그러자 갑자기 목을 감싸던 하나코의 손이 떨어지고,</div> <div>날 깔고 앉을 때 느껴진 무게감도 없어지고 </div> <div>눈을 떠보니 하나코가 없었다.</div> <div>걱정되어서 엘리베이터와 비상 계단을 둘러봤지만 하나코가 없었다.</div> <div>인기척도 없었다.</div> <div>나는 방에 돌아와서 하나코에게 전화를 걸었다.</div> <div>착신음만 들리고, 받질 않았다.</div> <div><br></div> <div>일단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니? 잘못한 거 있으면 사과할게"하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div> <div>그날 밤은 하나코의 차가운 손의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서 잘 수가 없었다.</div> <div>이 날은 토요일 밤이었다.</div> <div>일요일, 연락해보니 서비스 지역이 아니라고 하고, 메세지 답신도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월요일에 출근했더니 아침 조례에서 사장님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다.</div> <div>"B사의 스즈키 하나코 씨가 토요일 새벽에 교통 사고로 사망했습니다"</div> <div>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허리에서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div> <div>이대로 기절했던 것 같다.</div> <div>의식을 되찾고 보니 회의실이었다.</div> <div>쓰러져서 기억이 몽롱했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장님에게 자세히 들었다.</div> <div>사고를 당한 건 토요일 새벽 2시 반쯤이었고</div> <div>장소는 어디라고 설명하시는 걸 들어보니 편의점 D 근처였다.</div> <div>내가 편의점 C의 과자를 먹고 싶어하던 그때,</div> <div>하나코도 편의점 D의 과자가 먹고 싶었던 게 아닐까.</div> <div>나는 꼬물거리다가 나올 타이밍을 놓쳤지만,</div> <div>하나코는 나보다 일찍 나오는 바람에 사고를 당한 게 아닐까...</div> <div>지나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정말은 내가 죽을 운명이었던 거다.</div> <div>하지만 하나코가 그 운명을 뺏았다.</div> <div>그래서 "(내 인생을) 돌려줘!"라고 임종 시기에 내 앞에 나타난 게 아닐까.</div> <div><br></div> <div>장례는 가족 친지들끼리 한다고 했다.</div> <div>기절한 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는지, 진정이 되면 조퇴하라고 하셔서</div> <div>꽃을 사서 사고 현장에 가 보았다.</div> <div>현장에는 꽃이 가득 놓여 있었다. 편의점 D 근방이었다.</div> <div>꽃을 두고 합장했다. 눈물이 흐르고, 머리가 어질거렸다.</div> <div>어쩌면 나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들어 오열했다.</div> <div>몇 번이나 "하나코, 미안해"라고 되뇌었다.</div> <div><br></div> <div>그 날 저녁, 전화가 왔다.</div> <div>발신자 표시 금지 전화였다.</div> <div>이런 전화는 처음이었던데다, 평소 같으면 무시하고 안 받았겠지만</div> <div>이날은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div> <div>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엄청 빠른 속도로 톤이 높은 아주머니가</div> <div>솔직히 뭐라고 했는지 제대로 못 들었지만, 일방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div> <div>·네가 신경쓸 필요는 없어</div> <div>·그 아이도 지금은 반성하고 있어. 그땐 당황했던 거야.</div> <div>·가끔 기억하고, 언제나 지켜보고 있어</div> <div>이런 비슷한 내용이었다.</div> <div>누구냐고 물어도 내 질문은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일방적으로 말하더니 끊었다.</div> <div>무섭다기 보다는, 하나코 이야기겠지하고 펑펑 울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div> <div>나는 남편과 알게 되고 열렬한 구애를 받아서 결혼했다.</div> <div>왜 날 좋아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을 사람이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남편 일 때문에 A사를 퇴사하고 임신하게 되었다.</div> <div>자극적인 일은 없지만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div> <div>그리고 지금도 이것은 하나코가 보낼 인생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div> <div>내 운명과 바뀐 게 아닌가 하고.</div> <div><br></div> <div>왜 이 일을 쓰게 되었느냐 하면</div> <div>뱃속의 아이가 여자애란 걸 알고 남편이 이름 후보라며 가져온 이름이</div> <div>"하나(가명)"가 들어가는 이름이라서.</div> <div>역시 내 인생과 하나코의 인생은 어딘가 이어진 걸지도 모르겠다.</div> <div>이름은 천천히 생각해서 잘 지어줄 생각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