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저금통</b></div> <div><br></div> <div>초등학생 시절, 맞벌이 가정이었기 때문에</div> <div>하교하면 이웃 할머니 댁에 처들어갔었다.</div> <div>친할머니는 아니지만, 혼자 사시던 할머니는 나에게 매우 잘해주셨다.</div> <div><br></div> <div>"할매 이거 봐라! 새 오토바이다!"</div> <div>당시 가면 라이더를 좋아했던 나는 인형이나 책을 가지고 가서 얼마나 멋진지를 할머니에게 알려주곤 했다.</div> <div>"요시 너는 정말 오토바이를 좋아하는구나"</div> <div><br></div> <div>"나도 크면 가면 라이더처럼 오토바이 탈 거다!"</div> <div>"어머, 멋져라. 그러면 할머니도 뒤에 꼭 태워주렴"</div> <div>"태워줄 순 있는데, 가면 라이더 오토바이는 억수로 비싼데?</div> <div> 우리 아빠도 못 산다 캤으니까 내가 살 때 할매 없을 지도 모른다"</div> <div>지금 생각해보면 참 심한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할머니는 상냥하게 나에게 이렇게 제안하셨다.</div> <div>"그럼 요시가 빨리 오토바이 살 수 있도록 저금통에 저금하자꾸나</div> <div> 할머니도 같이 타고 싶으니까 같이 저금해줄게"</div> <div>할머니는 그렇게 말하시더니, 굉장히 오래된 십이지의 "축(丑)"이라 써진 소 저금통을 꺼내오셨다.</div> <div><br></div> <div>그 후 할머니와 나는 조금씩 동전을 저금했다.</div> <div>그런데 그 후 한동안 할머니는 아들 부부와 같이 사신다고</div> <div>내가 살던 마을에서 이사가셨다.</div> <div><br></div> <div>할머니가 주신 소 저금통도, 어렸던 나는 계속 돈을 꺼내썼고</div> <div>점차 할머니 자체를 잊어갔다.</div> <div>몇 년 정도 흘러서 엄마로부터 양로원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을 때도 아무 생각 없었다.</div> <div><br></div> <div>시간이 지나 내가 17살일 때.</div> <div>당시 여러 사건이 있어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div> <div>비행청소년이 되어 질나쁜 선배와 어울리는 전형적인 양아치가 되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여차저차해서 선배 오토바이를 잠시 맡게 되었다.</div> <div>일상에 짜증이 났던 나는 그 오토바이를 마구잡이로 운전하다가 넘어졌다.</div> <div>나는 상처가 가벼웠는데, 오토바이는 곤죽이 되었다.</div> <div>우리 동네에서 이름을 날리던 무서운 선배였기 때문에</div> <div>나는 새파랗게 질려서 진지하게 딴 동네로 나를까 고민했다.</div> <div><br></div> <div>수리비를 계산해보니 아무리해도 수십만 원이 들 거다.</div> <div>나는 부모님 지갑이나 남동생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서</div> <div>다음 날 친구 집에도 돈을 빌리러 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던 그 날 밤.</div> <div>내 꿈에 할머니가 나오셨다.</div> <div>"그게 있잖니. 그걸 쓰렴"하고 나에게 말하셨다.</div> <div>나는 그게 "소" 저금통이란 걸 바로 눈치챘지만</div> <div>"그건 진작에 내가 다 썼어"라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기만 하셨다.</div> <div>그런 꿈을 꾸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꿈 내용이 신경 쓰여 저금통을 찾아보았다.</div> <div>이상하게 나는 10년이나 더 지난 저금통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div> <div>내가 치워놓은 기억은 전혀 없는데도</div> <div>망설임 없이 창고 선반 두 번째 칸에 있는 박스 안에서 저금통을 찾았다.</div> <div>꺼내 보며 깜짝 놀랐다. 무거웠다.</div> <div>돈을 넣는 구멍으로 보일 정도로 돈이 꽉 차 있었다.</div> <div>이분명 내가 이 저금통 돈을 다 썼는데...</div> <div>이 저금통은 나와 할머니 밖에 모르는 비밀이다.</div> <div>저금통 바닥을 뚫어서 세어보니 겨우 4만엔이었다.</div> <div>"완전 부족하잖아…"</div> <div>꿈에까지 나와서 권하더니 턱없이 부족해서, 상황이 웃기면서도 눈물이 났다.</div> <div><br></div> <div>마음이 울컥해져서, 그길로 선배에게 사죄하러 갔다가</div> <div>엉망진창으로 얻어맞고 병원에 실려갔다.</div> <div>가족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퇴원하면 돈을 벌어서 수리비를 갚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입원하던 중에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div> <div>"...그래서 말이야, 4만엔 밖에 없는 거야. 부족하잖아. 진짜 웃겼어"</div> <div>감동스럽게 말하기에는 왠지 쑥쓰러웠다.</div> <div>"충분하잖니… 충분히… 쓸만큼 있었어"</div> <div>엄마가 하신 말이 또 가슴에 퍼져나갔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