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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5614
    작성자 : 강지강이
    추천 : 0
    조회수 : 217
    IP : 58.230.***.9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7/02 19:14:52
    http://todayhumor.com/?readers_25614 모바일
    [장편 : 12] 그와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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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한줄 소개 내용 : 타인의 시선은 너무나 객관적이어서 가끔은 어느 당사자의 감정이나 사건에 대해 쉽게 자신의 저울대로 올려 가늠하는 실수를 즐겨할 때가 있다.

    23

    힘없이 잎이 추락한다. 길가에는 그간 젊음을 뽐내던 푸른 잎들이 노쇠하여 어두운 기색을 띠었다. 바닥을 긁으며 그러한 사실을 부정하는 듯 바람에 의해 떨어진 낙엽들은 성을 내면서 치워지기도 하고 청소부에 의해 찍소리 못하고 쓸리고 담겨 어느 비밀 봉투에 격리되기도 했다.

    정오가 되어가는 오전의 한산한 거리의 풍경은 키 작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듯이 자기도 모르게 사소한 것에도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무당에게 가는 중에 떠나간 것들, 혹은 떠나갈 것들이 보이는 거리의 풍경은 익숙한 거리의 모습을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여름에는 온통 찬란한 생으로 가득 찬 희열의 낭만이었다면, 지금 이 계절에는 옷깃을 여미기 바쁜 마음의 단절과 홀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보며 공감대를 얻는 고독의 낭만인 계절이다.

    덤으로 피었던 잎이 지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는 건 가을의 특혜일 것이다.

    그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이미 삶에서 떠난 그들의 행적을 조사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제대로 감을 찾을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누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을 통해서 삶이란 의미를 깨달을 기회가 있을 것이란 확신이었다.

    물론, 이러한 확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돌아오는 답장의 편지를 기다리는 것만큼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일 것이라고 속으로 되새겼다.

    발에 치이는 낙엽을 무시한 채 나는 차에 몸을 실었고 체중에 실린 차는 순간 갸우뚱거리며 늘어난 체중에 적응하고 있었다.

    차창 밖의 풍경은 고요한 새벽, 잠에 취해 미처 끄지 않은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왜곡이 꽉 찬 장면처럼 속도에 따라 그 굴곡은 점차 커졌다.

    목적지와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다. 그와 같이 창밖의 굴곡은 사라졌고 벌써 앙상한 나뭇가지가 보이는 가로수가 보이기도 했고 이제야 잎이 노랗게 물들여진 가로수도 보였다.

    여기서 좌회전.

    좌회전 교통 신호를 받고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다. 홱 꺾어진 자동차의 뒷바퀴에서 바람이 일었고 한자리에 모인 낙엽은 뿔뿔이 흩어졌다.

    포장된 도로가 끊어지고 비포장도로의 길이 시작되었고 가끔은 자갈이 밟혀 자글대며 타이어에 밟히는 소리가 생생히 들렸다. 주변엔 소나무가 떼 지어 있어서 세월의 타격을 맞은 활엽수들과는 달리 빳빳하게 푸른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든 모습이 보였다.

    소나무에 둘러싸인 길에 들어가자 목적지로 보이는 집 한 채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고 내비게이션은 그 예상대로 들어맞았다는 듯 ‘전방 20m 앞에 목적지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멈춰 세웠다. 나는 한 차례 뜸을 들이고서 차 키를 돌리고 시동을 껐다. 성내는 듯한 엔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고 내가 내리길 기다리는 것처럼 외부인을 맞이하는 듯 바깥 분위기는 고요했다.

    외롭게 서 있는 마을의 한 정류장 표지판처럼 무당이 거주하는 집은 길가에 외로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직업의 특성상으로 일부러 그곳을 택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도, 혹은 지영도 이곳을 방문했을까 생각해보았으나 쉽사리 그들의 모습이 연상되질 않았다. 특히 지영은 이런 곳을 방문하기에 내켜하지 않는 성향일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녀는 와 같이 다녔고 따라서 이곳의 주인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이르렀고 더욱이 나도 여기 주인을 만나려 집 입구를 서성이고 있단 것을 깨닫게 되자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씁쓸하게 혀를 차며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문은 나무로 되어 있었고 문을 감싸는 벽은 푸른색을 띠어 색 배치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의 느낌이었다. 오랜 세월을 그곳에 지키고 있었는지 벽에 붙어 올라가고 있는 담쟁이덩굴이 땅에서부터 올라와 벽 너머로까지 이어져 있었다. 담쟁이덩굴에 싸인 푸른 벽은 나무 현관문의 느낌과 같이 어울리는 데 한몫했다. 그래서 색 배치가 어색했어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둔탁한 나무문은 열기 쉽게 문고리가 달려 있었다. 문고리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받은 듯이 녹이 슬어 있었고 까끌까끌한 질감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나는 문고리를 힘껏 잡아당겨 여유 있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틈을 벌렸다. 나무문은 기력이 쇠한 사람이 무거워진 몸을 이끌며 나지막이 신음을 내는 듯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열렸고 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안뜰에 집 입구에서 현관문까지 이어지는 타일이 놓여있었고 양옆으로는 화초나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왼쪽에는 밭이 있었는데 곧 수확할 시기인 듯 상추가 파릇하게 자라나 있었다.

    입구까지 이어진 타일 바닥을 따라 걸어가니 어느새 집 문이 가로막고 있었고 문의 겉에는 ‘사주팔자, 신점, 애기보살’이라는 글이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아래에 있는 문 고정대로 반쯤 열린 채로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열린 문틈 사이로 초를 태운 냄새가 흘러나왔다.

    “실례합니다.”

    조심히 문 고정대를 발로 풀어 활짝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신발장에서 더는 들어오지 않고 집안을 빠르게 훑어보며 서 있었다. 들어올 때 작게 말한 것 같지 않았으나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었다.

    “실례합니다. 안에 아무도 안 계세요?”

    거듭 말하자 위층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나무 특유의 체중이 실리는 소리가 울렸다. 소리는 크게 들렸고 점차 가까워졌다. 가장 높은 계단에 왼쪽 발목이 보였고 이어 오른쪽 발목이 보인 후 치마의 밑단이 보였다.

    집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현란한 색의 의상을 입고 있었고 나는 그 옷이 아마도 무속인의 의상이라고 넘겨짚었다. 화장에 인해 그녀의 첫인상은 날카로워 보였다.

    특히 눈꼬리를 검은색 색조 화장으로 올려 칠했는데 그것이 날카로운 인상이라고 생각하게 된 큰 원인이었다.

    그녀는 차분한 걸음으로 내 쪽으로 다가왔고 나지막하게 들어오라는 말을 건넸다. 그녀의 말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어서 불편함을 느꼈던 터라 얼른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몸을 돌려 어느 방으로 향하더니 따라오라는 말을 천천히 늘여 말했다. 그녀의 행동에 의아해하던 나는 바짝 긴장을 한 채 천천히 방으로 뒤 따라갔다.

    방으로 들어가니 탁자와 함께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이미 방 입구가 보이는 편에 있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본 후 반대편 의자를 가리켰다. 나는 앉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서로 앉아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1분? 혹은 2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으나 낯선 분위기에 그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어색한 기운과 당혹감이 서서히 가라앉자 그녀가 오해할 수 있는 상황임을 인식했다.

    그녀가 나를 손님으로 생각할 수 있기에 미리 연락하지 않고 무작정 이곳으로 온 것이 큰 실수라는 것을 속으로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궁금해서 온 건 아니죠?”

    고요한 방안에서 울린 그녀의 음성은 낭창하고 직설적인 어투를 가진 사람의 음색이었고 그 음색은 귀를 통하여 곧바로 마음속으로 통과한 듯했다. 무언가 속이는 걸 들킨 듯한 사람처럼 뜨끔하게 만들었다.

    “아… 네, 저는…”

    “아마도? 그 남자? 그 여자? 혹시 둘 다?”

    그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에 나는 눈이 동그랗게 떠져 무언가에 홀린 듯이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나의 반응에 우습다는 듯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고 농담조로 말을 이었다.

    “무당을 하려면 이 정도는 맞춰야 하지 않겠어요?”

    나는 무속신앙을 믿어본 적이 없었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여름에 공포특집으로 마련한 방송 코너에서 무속인의 놀라운 행태를 보고도 마술사의 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비아냥거리던 내가 지금은 그녀의 한두 마디에 놀라 얼어붙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니 좀처럼 생각이 복잡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멍하니 쳐다보던 시선 그대로 응시하고 있으니 그녀는 농담은 그만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는지 나한테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흔히 신기라는 걸 쓰고 당신이 나한테 왜 왔는지 알아맞혀야 정상이겠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무조건 손님을 예약으로만 받기 때문에 이런 으슥한 곳까지 오는 수고를 한 사람은 없고 게다가 오늘은 예약 손님이 없어서 손님이 올 리가 없는데 이곳을 아는 사람처럼 손님이 온다는 것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왔다는 거죠. 그렇다고 하면 예전에 내가 어느 나이 드신 분에게 명함을 건네준 일이 떠오르더라고요.

    근데 그때 그분은 몸이 불편해 보이셔서 언제 오실까 했는데, 오늘 당신이 온 것을 보고 다른 분을 오게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래도 확실하지 않아서 한 번 떠봤더니 바로 표정에 내가 유추한 게 맞췄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날 줄은 몰랐어요.”

    그녀가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 주어도 유추한 근거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에 놀라움이 쉽게 가시질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다 알고 있는 이상 나는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를 터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저는 그들의 행방에 대해서 알고 싶어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저는 강지영이라는 여자와 학교에서 선·후배 사이였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으로 인해 이렇게까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지영이는 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전에는 의 어머니를 만나 뵙고 왔는데 그분께서 저한테 당신의 명함을 쥐어 주시고는 찾아가 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시간 되는 오늘 이렇게 찾아오게 된 겁니다.”

    아까 전의 장난스레 표정 짓던 그녀는 온데간데없고 앞에는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듣고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있는 무속인이 보였다.

    그녀는 내 얘기에 어떠한 답변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인 것 같았다. 이제는 내가 유추할 차례였다. 그녀가 고민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강지영에게선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아마도 에게 이유가 쏠려 있을 것이다. 그에게 특별한 점은 아마도 가 가지고 있는 능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의 능력을 알고 있는가 없는가에 관해서 그녀는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녀가 처음에 내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떠보기로 했다.

    의 능력에 관해서는 다 알고 있으니 고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내 얘기가 끝마치자마자 그녀는 표정이 바로 바뀌더니 당한 듯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럼 진작에 말씀하셨어야지!”

    민망함을 푸는 듯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내게 핀잔을 주었다.

    “그래? 그럼 뭐가 궁금한 거야?”

    나는 한차례 숨을 고르고 생각 저편에 깔리어 있는 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녀와 나 사이의 탁자 위로 를 올려놓고 가 우리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상상했다.

    나는 뭐가 궁금했을까? 와 지영은 어떤 관계였는가? 어떻게 해서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까? 그 둘은 무엇을 하고 지냈을까? 그리고 는 정말 그 능력이 있었을까?

    그렇게 머릿속에서 질문을 늘어놓을 동안에 앞에 앉아있는 무속인이 나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다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는 내 표정을 찬찬히 읽어내다가 아래로 시선을 내리며 입이 움직이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무슨 질문을 할 건지 알아차린 것 마냥 그녀는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기억을 꺼내어 질문에 알맞은 답변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미리 행하는 그녀의 행동에 조급함이 서려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약간의 불신이 생겼다.

    그녀와 나 사이로 더듬거리는 어색함이 흘러나왔고 적막한 분위기에 억눌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거리는 초침의 움직임이 내 가슴속으로 후비고 들어와 질문거리들을 파내어 끌어당기는 듯이 재촉하였다. 그 느낌은 목구멍으로 빠져나와 이번엔 등을 밀고는 부추기기 시작했다.

    나는 입을 떼기 전에 성대의 얇은 파열음을 내었다. 운을 떼는 첫 마디. 으-음. 하면서 잡음을 내었고 이내 딸깍거리는 초침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운을 떼자, 그녀의 시선이 내 입으로 향한 것을 느꼈고 그 시선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혹시… 는 정말로 그런 능력을 쓸 수 있던 건가요?"

    예상했다는 듯이 얇게 웃음을 보인 그녀는 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내게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이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일 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그 시간에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은 것 같았다.

    “음… 어떻게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지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가 가지고 있었던 능력을 저는 의심하지 않아요. 분명 죽음을 볼 수 있었고 이쪽 계통으로 말하면 ‘사자(死者)의 눈’을 가졌다는 것이지요.”

    사자(死者)의 눈이라는 말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생소한 단어가 들리고서 이를 이해하기에 시간이 걸렸다.

    그녀가 늘어놓는 말은 커다란 물류창고에 컨베이어 벨트로 인해 포장된 박스들이 나열되어 줄 지어 오는 광경을 연상시켰다. 한 사람이 짊어지기 어려운 무게가 있는 박스를 낑낑대며 어렵게 귓속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상황이 그려졌고 그렇게 낑낑대며 이해하는 도중에도 그녀가 쉼 없이 말을 이었다. 결국 뒤에 박스가 밀려 쉴 틈 없이 밀린 말들을 이해했어야 했기에 제대로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사자(死者)의 눈’이라는 단어를 짐작으로 알아듣기 어려워 그녀에게 쉽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녀는 아차 싶었는지 내뱉은 말을 서둘러 정리하고 사자의 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자의 눈은 말 그대로 죽은 사람의 눈이라는 의미이긴 하나, 현생에 살아있는 사람에게 그러한 눈을 가지기는 아주 희박하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말하면 영혼이 바라보는 눈이 그러하다고 말했으나 의 경우에는 영혼이 죽어있는 것이 아니고 당신과 같이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거듭 말하고는 가 그러한 눈을 가진 것은 우스갯소리로 복권 1등 당첨보다 더 희박한 확률이라고 덧붙였다.

    자신과 같은 무속인들은 사자의 눈이 달려있는 게 아니고 영혼(흔히 조상신)을 모시기에 그들의 눈으로 미래를 점치는 능력이 가능한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는 어떻게 사용할 수 있었던 걸까?

    이에 대해 그녀는 전생을 거론하면 깊은 지식까지 알아야 하기에 이를 넘어가며 현생으로만 말하는 의도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모든 사람은 음양의 기운이 타고나는데 이해하기 쉽게 수치로 말하면 음이 100인 사람은 없고 양이 100인 사람도 없으며 똑같이 나눠 가지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 수치가 같더라도 오행의 기준에 따라서 그리고 자연의 섭리(불,물,나무,흙,금)에 따라 모든 사람이 다르게 선택되어 타고난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람이 죽게 되면 그야말로 무(無)의 존재가 되기 때문에 음과 양, 오행, 자연의 섭리가 모두 무(無)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무(無)로 돌아간다는 것은 즉,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분해되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 상태임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결국에 그런 눈을 가진 것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말한 대로 받아 적기는 했으나 이를 읽는 지영의 어머니가 나처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나,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죽음을 보는 사람의 출현으로 모든 것은 납득해야 할 상황으로 돼버렸기에 지영의 어머니가 품는 의심에 관한 불안감은 떨쳐내려 했다.

    “저도 쉽사리 믿기지 않았는데 당신이라고 별수 있겠어요? 제가 그를 만난 건 묘지에서였는데 그때 고인의 넋을 기려 달라는 손님의 요청으로 준비하던 참이었는데, 그곳에서 누가 봐도 자신과 인연 없는 곳에서 배회하고 있는 걸 알아차릴 만큼 묘하게 묘지와 괴리감이 느껴지는 한 사람이 이리저리 돌아보는 게 제 작업을 방해할 만큼 신경 쓰였지요.

    그래서 처음엔 손에 피 묻힌 사람인가 싶어 경계하면서 주시하다가 두리번거리면서 저를 바라 볼 때 얼굴이 보여서 봤더니 누굴 죽일 사람의 상(相)이 아니었고 확연히 그럴 사람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는 그 노인분의 무덤 앞에서 조용히 묵념하고 있었어요. 저도 옆에 따라 서서 묵념을 했지요.

    얼마 후 그가 제게 이 노인 분의 지인이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쪽이 흥미로워서 온 거>라고 말했지요. 그러자 당황해하는 눈초리로 저를 응시해서 방금 당신한테 터놓은 능력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지요.

    그제야 본인도 몰랐던 능력에 대해 조금은 실마리가 풀렸는지 평소의 느낌 같았던 깊고 어두운 기색이 사라지더군요. 마치 뭐라 할까요. 터놓을 수 있는 상대를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는 해방감의 느낌이랄까요? 그간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더군요.

    처음 찻잔에 가득 차 있던 녹차는 어느 새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내 잔은 이미 식어 김은 흩어져 버리고 없었다. 시간은 얼마쯤 흘렀을까? 벌써 세 시간은 대화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세 시간의 흐름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화는 생각보다 더 방대한 시간이 필요했다.

    습하고 자욱한 안개 속에서 이리저리 방향 감각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멀리 떨어진 초췌한 모습의 오두막이 보여 그곳에 잠깐 쉬다가 갈 요령으로 들어섰는데 옛날에 이곳에 방문했던 사람들의 사진들이 벽면에 즐비하게 붙여진 광경이 한눈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그녀의 대화로 모든 실마리가 풀릴 거라는 생각으로 이곳을 방문했으나 막상 들어보니 숨겨진 이야기들이 짙은 그림자로 은신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헤아릴 수 있었던 것이다.

    타인의 시선은 너무나 객관적이어서 가끔은 어느 당사자의 감정이나 사건에 대해 쉽게 자신의 저울대로 올려 가늠하는 실수를 즐겨할 때가 있다.

    가 제게 말하더군요.”

    그녀의 무게 실린 목소리는 상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생각의 장소에서 현실, 그녀와 대화하는 장소로 되돌아오게 만들었다.

    “마치 저한테만 털어놓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는 말을 쉽게 잇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내뱉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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