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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5570
    작성자 : 강지강이
    추천 : 1
    조회수 : 258
    IP : 58.230.***.9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6/27 21:10:13
    http://todayhumor.com/?readers_25570 모바일
    [장편 : 09] 그와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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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한줄 소개 내용 : “오늘 제가 오자고 했던 이유가 이분에게 있습니다.”

    19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목적지도 모른 채로 무작정 뛰기만 했던 제 행동이 우습게 비쳤습니다. 뜀박질도 한계에 다다르자 발은 천근이 된 듯 무거웠습니다. 는 바삐 어디로 절 데려가는 것일까요? 이내 발은 바닥에 붙기 시작했습니다. 숨은 턱밑까지 차올라 더는 여유 있게 호흡할 수도 없었지요. 도 제가 뛰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걸 깨닫고는 그제야 미안한 듯 바로 멈춰 섰어요.

    길가에 있는 벤치에 겨우 몸을 기대고 숨을 헐떡대며 앉아 있었지요. 가 다가오더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제 옆에 앉더군요.

    십여 분정도 헐떡대며 숨을 고르고 있다가 겨우 진정된 후 뒷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았어요. 이내 건네주는 손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도 닦았지요. 그리고 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그제야 는 제게 아무런 이유 없이 끌고 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야 말았습니다. 처음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얼굴만 붉혔다가 미안하다고 여러 번 사과하는 걸 받아들여도 는 큰 실례라고 느꼈는지 몇 번 더 사과한 후에 끌고 간 이유에 대해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경황이 없어서 설명도 못 해 드렸습니다. 제 가게에 방문했던 손님 중에 오늘 날짜로 죽을 운명에 놓인 손님이 있어 얼른 찾아가 보려 했던 겁니다.”

    아까 탁자 위에 보았던 신상정보가 적힌 종이는 제가 유추한 대로 오늘 가 자리 비운 상황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왜 다시 되돌아온 건지 이유를 물어봤어야 했어요.

    “그럼 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신 거예요?”

    “아, 되돌아온 건 아까 그 종이를 두고 와서……”

    는 이 말을 함과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러더니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그 종이를 또 깜빡했어요! 가게까지 가려면 한참 걸릴 텐데 정말… 아아…… 정말 멍청한 짓을 또 하네요…”

    의 목소리는 감정을 그대로 실어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화가 난 것 같다가도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혹시 주소가 필요한 거면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는 제 말에 화들짝 놀라 하며 빠른 몸짓으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보셨습니까? 주소를 기억하세요!?”

    “네, 기억해요. 그 가게 안에서 오래 있진 않았지만, 할 일이 없어서 그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봤었지요. 처음엔 밑줄 친 곳과 동그랗게 표시해 놓은 곳만 눈여겨 읽다가 아예 전체를 다 읽어버렸지요.”

    “아… 맙소사…… 다행이네요. 그럼 어딘가요?”

    “아! 생각해보니 이 근처인 것 같은데요? 이 아파트였던가?”

    바로 그때, 우리 앞을 지나치는 구급차가 보였고 이미 늦었다는 듯 책망하는 목소리처럼 사이렌 소리가 따갑게 울리며 멀어져갔습니다.

    “저…… 차는 아닐 거예요”

    저는 포기하긴 이르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는 방금 흥분으로 도취한 자신의 감정에 맥이 풀렸는지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었습니다. 아까보다 더 처량하게 앉아있었지요. 저희 둘 다 서로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명백하게 확인한 것이 아니기에 저는 를 억지로 끌고 갔습니다.

    아까 전과 상황이 역전되었다는 생각을 할 때쯤 외워두었던 주소에 일치한 아파트가 보였습니다.

    ‘103동… 103동… 103동…’

    앞에는 아파트 정문으로 보이는 아파트의 이름이 새겨진 바위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여러 채의 아파트가 옹기종기 붙어있어서 눈으로 아파트 옆에 표시된 동수를 확인했지요. 103동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고 교묘히 103동을 제외한 나머지 동수만 확인하였습니다.

    이제 확인 못 한 나머지 한 채가 103동임을 확신하게 되었고 바로 방향을 돌려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103동 입구로 다가가니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듯 밖에서 사람들이 서성거렸습니다. 몇몇 아주머니는 소곤대며 나름대로 유추해본 생각을 꺼내어 옆에 있는 사람에게 공유하곤 했습니다.

    실상을 본 는 크게 낙심하고 말았습니다.

    “자책하지 마요… 아저씨 탓은 아니잖아요.”

    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했습니다.

    “저는 항상 이렇습니다. 사람의 죽는 날짜를 보면 뭐합니까? 항상 이렇게 한발 늦고 마는데요…….”

    저는 말없이 축 처진 의 어깨를 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수군거린 인파들이 전부 흩어졌을 때까지 말없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고인에게 행하는 애도인 것처럼 있었지요.

    무겁게 짓눌린 침묵을 깨고 그가 말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랑 같이 가주셨으면 하는 곳이 있는데요. 혹시 괜찮으시겠습니까?”

    뜻하지 않은 제의에 놀랐지만, 의기소침해진 를 보니 위로가 필요한 것 같아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동의의 뜻으로 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저랑 함께 가시죠.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에요.”

    저는 가 말한 곳을 향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20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구름은 기울어 가는 해를 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지요. 저는 제의했던 장소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걷다가 뒤를 보니 아까 있었던 아파트는 키가 작아져 있었습니다. 불과 십 분 전만 해도 타인의 죽음에 대해 슬퍼했던 우리가 이제 다른 목적지를 두고 걸어가고 있다는 것에 어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만 해도 친숙하게 느껴졌던 보도와 그 옆에 멀뚱히 서 있는 가로수, 그리고 보행자를 지나는 자동차들은 이질감으로 마음 한구석을 일렁이게 만들었습니다.

    와 나란히 걷기보다 두세 보 떨어진 거리에서 뒤쫓아 가고 있었습니다. 적당하게 벌어진 어깨와 살짝 검게 탄 피부가 먼저 보였습니다. 동행하는 탓인지 모르지만, 제가 뒤처지지 않게 적당한 속도로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는 곳은 으스스한 곳이에요.”

    저는 의 귀띔에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았어요. 물론 의 뒷목을 쳐다보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말이죠.

    “네? 그렇게 말씀하셔도 전혀 모르겠네요.”

    “아… 실은 저희가 가는 장소는…”

    는 뜸 들이는 말투로 저를 궁금하게 했습니다. 걸음을 서둘러 그와 나란히 걸을 수 있도록 하였고 얼굴을 쳐다보며 설명을 재촉하였습니다.

    “하하… 묘지입니다.”

    입 밖에 꺼낸 의 말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서운 곳을 기피하는 성격이었기에 더욱이 가기가 꺼려졌기 때문이죠. 저는 불쾌함보다 당혹감에 사로잡혔고 를 쳐다보며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눈짓을 하였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속이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동행하는 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도 이 장소를 들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은 어제 당신에게 제안했던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시초였기 때문입니다.”

    당혹감에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 상황이었기에 일단 감정을 추스르려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뜸 들이며 계속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는 뜸 들이며 서 있는 저를 보고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지켜야 하는 약속은 아닌 듯했습니다.

    의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과 몸짓에 저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고 이윽고 붉혀진 얼굴도 본래의 색으로 돌아왔습니다.

    에게 책망하듯 말했어요.

    “알겠어요. 얼른 가죠?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데 어둑해지면 더욱 무서워질 거 아니에요? 다음에는 꼭 미리 알려줘요.”

    확실히 해는 산 끝에 걸려있었고 곧 밤이 뒤덮일 것 같았습니다. 는 제 말을 듣고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며 손짓으로 어느 곳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미 도착했습니다.”

    의 말에 의심에 눈초리를 짓다가 손짓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공동묘지로 만든 공원임을 알리는 간판이 서 있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 주변 시야가 어둡다는 구박을 많이 받아왔다는 걸 다시금 깨달은 계기였습니다. 저 자신을 속으로 구박하면서 있을 때 는 묘지공원을 향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저는 화들짝 놀라 하며 얼른 뒤를 쫓아갔습니다. 살짝 툴툴거리면서 방금 의 행동에 대해 짓궂었다는 지적을 하였지요.

    묘지공원은 생각보다 을씨년스럽지 않았고 묘지라고 해서 적적하고 어두운 느낌만 나지는 않았습니다. 공포 영화에서 보는 가지가 길게 드리운 나무나 시야를 방해하는 키 큰 식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도리어 사방이 탁 트인 곳이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묘지라는 이름이 표출하는 공포심은 여전했습니다.

    묘비는 열에 맞추어 서 있었고 화환이 씌어 있는 것도 있었고 방금 떠났는지 음식을 놓은 흔적이 보이는 곳도 있었어요.

    를 따라 묘비 곁을 지나치며 계속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나치는 묘비 주인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읽다가 나중엔 의 뒷모습만 보며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걸어갔을까? 뒤따라가던 것이 익숙해질 때쯤에 이제 가 멈춰 선 것이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저도 따라 멈춰서 의 행동을 유심히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는 어느 묘비 앞에 멈춰 섰고 애도하는 듯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습니다. 그러고 있다가 기도가 끝났는지 저를 보며 묘비 주인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오늘 제가 오자고 했던 이유가 이분에게 있습니다.”

    저는 궁금하다는 듯 바로 물었습니다.

    “네? 이분에게요? 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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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03 21:43:41  221.159.***.247  빨간냄비  306738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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