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제발 우리 아이좀 살려주세요."</div> <div>중년여성이 내앞에 주저앉아서 애원하고있다.</div> <div>"병원에 가봐도 몸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고, 용한 무당을 찾아가도 별 차도가 없어요.</div> <div>이제 믿을건 퇴마사님 뿐입니다."</div> <div>그말에 난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div> <div>눈은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고있고 안색은 창백하다.</div> <div>식사도 제대로 못하는지 몸은 말그대로 뼈만남은 상태.</div> <div>난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div> <div> </div> <div><br>퇴마사. 내 직업이다.</div> <div>사실 퇴마라는것이 틀린말이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그렇게 많이 알려져있어서</div> <div>그냥 퇴마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div> <div>하는일이 워낙 난해하다보니 그냥 알기쉬운 이름이 좋다.</div> <div>그 하는일이라는것은 상상하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div> <div>귀신이나 요괴, 악마 등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을 구해주는것.</div> <div>이것이 나의 일이다. 그리고 이쪽에서는 제법 알려진 유명인사이기도 하다.</div> <div> </div> <div> </div> <div>퇴마사라고 소개는 하지만 사실 내 원래 직업은 약장사였다.</div> <div>어르신들 상대로 놀아드리다가 그럴듯한 말로 잘 구슬려서</div> <div>건강보조식품이나 잡다한 물건들을 파는일.</div> <div>그렇다. 그냥 입담으로 남을 속이는 사기꾼이다.</div> <div>어르신들을 홀려 제법 쏠쏠하게 재미를 보던중 사장이란 놈이 돈을 가지고 튀는 바람에 </div> <div>별수 없지 직업을 바꾸어야 했다.</div> <div>그것이 바로 퇴마사다. </div> <div>평소 그러한 오컬트를 매우 좋아했고 많이 알았기에 그쪽으로 생각하다가 이 일을 시작했다.</div> <div>솔직히 이름만 거창해졌을 뿐이지 결국은 똑같은 사기꾼이다.</div> <div> </div> <div> </div> <div><br>나이든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일에도 귀신이니 악마니 호들갑을 떨어대니</div> <div>적당히 맞장구 쳐주고 정화의식이라든가 부적같은거 그럴듯하게 해주면</div> <div>연신 고맙다고 하며 큰돈을 넘겨준다.</div> <div>벌이는 노인들 쌈지돈 뽑아먹는거보다 훨씬 좋다.</div> <div>이번에 의뢰받은 곳은 집부터가 스케일이 다르니 큰 기대를 해도 좋을듯 하다.</div> <div>병원에서 이상없다고 했으니 몸은 괜찮을거고 보나마나 꾀병같은거겠지.</div> <div>그런데도 부모란 이 사람들은 귀신이 씌인거라면서 울며불며 하고있다니...</div> <div>상식적으로 세상에 귀신이 있을리 없는데 말이다.</div> <div>뭐 이런 멍청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나는 좋지만.</div> <div>어쨋건 일이니까 고객이 원하고 기대하던 대답을 해야겠지.</div> <div> </div> <div> </div> <div>"부유령이군요. 죽은지 얼마 안된 여자귀신이 이승에 미련을 가지고 떠돌다가</div> <div>비슷한 또래의 여자몸에 붙은겁니다."</div> <div><br>내말에 중년부인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본다.</div> <div><br>"최근 아이의 몸이 허약해져서 귀신이 몸으로 침투했나보군요. </div> <div>빙의라고 보시면 됩니다. 심하게 되면 귀신이 몸안에 완전히 자리잡아서</div> <div>따님은 몸을 빼앗기고 구천을 떠돌수도 있습니다."</div> <div><br>이렇게 겁을 한번 준 뒤에,</div> <div><br>"다행히 아직 손써볼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얼마 없군요. 조금 힘들겠습니다. </div> <div>먼저 귀신과 대화를 해보죠."</div> <div><br>그리고 누워있는 소녀의 곁으로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은뒤 눈을감고 집중을 시작했다.</div> <div>그래봐야 저녘메뉴나 보수에 대한 생각만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귀신과 대화하는 것으로 보일것이다.</div> <div>방안이 조용해지자 위층에서 티비소리가 들린다.</div> <div>무슨 프로그램인지 한번 맞춰볼까? 우선 너무 시간을 끄는것도 안좋으니 곧바로 입을 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귀신은 2년전 사고로 죽었군요. 강원도 지역이 집이라고 합니다.</div> <div>죽을때의 나이는 18살이고, 집으로 오다가 뺑소니를 당했다는군요."</div> <div> </div> <div>최대한 디테일하게 말해야 믿음이 가는법이다.</div> <div>다시 입을 다물고 집중하는척하며 티비소리에 귀기울였다.</div> <div>예능이나 뉴스같지는 않고 드라마나 영화인것같다.</div> <div> </div> <div>"자신을 죽인 사람은 진작 찾아가 죽였나보군요. 그래도 미련이 남아 떠돌던중에</div> <div>따님을 발견하고 붙은모양입니다."</div> <div> </div> <div>다시 프로그램 맞추기. 영화도 아니다.</div> <div>남자 하나가이 계속 말하는것 같은데 무슨말인지 알수는 없다.</div> <div>뉴스나 다큐멘터리일까?</div> <div> </div> <div>"원한같은건 아닙니다. 다만 따님의 예쁜 모습을 보고 시기와 부러움에 달라붙었나 봅니다."</div> <div> </div> <div>티비소리가 커진건지 조금더 집중하니 슬슬 알아들을수 있겠다.</div> <div><br>'...나도.... 맞.... 다...었어..'</div> <div>'하나... 안마....트럭..'</div> <div> </div> <div>"제법 독한 녀석입니다 생각보다 힘들수도 있겠어요."</div> <div> </div> <div>소리가 더 커졌다. 누가 계속 음량을 높이는 모양이다.</div> <div>'하나도 안맞아.... 다 틀렸어.'</div> <div>이 말인거 같은데 아직은 무슨소린지 알수 없다. </div> <div>슬슬 오기가 났다.</div> <div> </div> <div>"좀더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조용히 해 주세요."</div> <div> </div> <div>이제 확실히 알아들을수 있을거 같다.</div> <div><br>'멍청아 그게뭐야 다 틀렸어. 하나도 안맞잖아.</div> <div>여길 보라고 무슨 헛소리를 해대는거야'</div> <div>'여길봐 여길보라니까 여기 위야 위'</div> <div><br>이제 소리가 또렸하게 들린다.</div> <div>바로 근처에서 말하는것처럼....</div> <div><br>'뭐해? 들리지? 내말 들었지? 눈떠봐 위를 보라니까?'</div> <div>'모른척해봐야 소용없어 다 알아. 내말 들었지?'</div> <div>'빨리 눈떠. 위를 봐.'</div> <div> </div> <div>등뒤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위를 봐. 위를 봐. 위를 봐. 위를 봐. 위를 봐. 위를 봐. 위를 봐.'</div> <div> </div> <div>도저히 눈을 뜰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릴수도 없었다.</div> <div><br>내가 틀렸다. 귀신은 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