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것은 상상력입니다.
공포심에는 상상이 아주 큰 힘을 발휘합니다.
당신이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당신이 느끼는 공포의 강도도 달라집니다.
화면을 제외한 모든 불은 끄고. 편하게 앉아서 화면에 집중하세요.
글을 읽으면서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하세요.
그럼 심호흡한번 하시고, 시작해 보겠습니다.
당신은 넓고 어두은 저택에 홀로있습니다.
넓은 홀 중앙에는 커다란 계단이 있고 좌우로 긴 복도가 연결되어있습니다.
저택은 화려했지만 어둡고 이상할정도로 섬뜩한 기운이 돌고있습니다.
당신은 천천히 계단으로 이동합니다.
계단앞에 서서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저택안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제 왼쪽발을 첫번째 계단에 올려놓습니다.
하나, 둘, 셋.
발을 딛음과 동시에 홀 왼쪽 복도에서 무슨 소리가 났습니다.
스으윽.
무언가를 끄는듯한 마찰음입니다.
그상태로 다시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어봅니다.
더이상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잠시 기다린 당신은 다시 오른발을 들어 두번째 계단을 밟습니다.
하나, 둘, 셋.
스륵, 스르륵.
계단을 밟음과 동시에 다시 그소리가 들립니다.
이번에 당신은 고개를 돌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왼발을 들어 세번째 계단을 오릅니다.
하나, 둘, 셋.
스윽, 스윽, 스윽, 스윽.
이번엔 소리가 좀더 빠릅니다. 또한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당신의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계단을 한발자국 더 오릅니다.
하나, 둘, 셋.
파팟.
소리는 이제 홀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무언가 홀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차마 돌아볼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만약 돌아본다면 홀에 들어와있는 끔찍한 어떤것을 보게될것 같습니다.
등뒤로 당신을 쳐다보는 그것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집니다.
목뒤가 뻣뻣해지지만 고개를 움직일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다시 한발자국만 더 움직여보기로 합니다.
하나, 둘, 셋.
파바바바.
그것이 계단을 기어올라와 당신의 뒤에 있습니다.
뒤쪽에 무언가가 있다는것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제 숨을 쉬는것도 힘들어집니다.
눈을 감으면 그것이 머리를 낚아챌것 같아 눈을 깜빡이는것도 두렵습니다.
당신은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보기로 합니다.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향하고 천천히 고개만을 돌려 옆을 바라봅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잠시 심호흡을 한 당신은 방금보다 더 천천히 상체를 조금씩 움직여 뒤를 바라봅니다.
당신의 눈에 보이는 홀쪽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작게 숨을 내쉰 당신이 다시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당신의 발치에 무언가 보입니다.
검은 형체.
피부는 모두 벗겨져 피가 흐르고 입은 귀까지 찢어진 여자.
그여자는 다리가 없었습니다.
당신이 들었던 소리는 발자국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기괴한 모습에 당신이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귀신이 당신의 발목을 잡고 당신의 몸을 미친듯이 타고오르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글을 다 읽으신후 상황을 머리속에 다시 그려보세요.
그리고 눈을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으로 영상을 그리세요.
반드시 1인칭 시점으로 상상하셔야 합니다.
상상이 끝난후에는 절대, 무슨일이 있어도 돌아보시면 안됩니다.
그럼 지금 바로 화면을 끄고 완전한 어둠속에서 눈을 감으세요.
마우스를 손에쥔 내 손에 땀이 배어나온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역시 이녀석은 제법 사람 심리를 이용할줄 아는 녀석이다.
이글을 나에게 보낸 사람은 Imagination horror 라는 별명을 가진 온라인 유저다.
우연히 발견한 온라인 페이지에서 알게된 이사람은,
페이지에 가입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간간히 이러한 실감나는 공포글을 메일로 보내준다.
실명, 주민번호, 주소, 가족관계, 직업, 성별, 나이 등 가입시 작성항목이 복잡하지만,
그정도 귀찮음은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을정도의 퀄리티다.
다 읽었으니 역시 시키는대로 눈을감고 머리속으로 한번그려봐야겠다.
사실 진짜 클라이막스는 이부분이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할때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난듯 했다.
혹시나 싶어 다시 귀를 기울였지만 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무서운걸 보다보니 좀 예민해졌나 싶어 다시 상상을 계속했다.
충분히 집중한덕에 진짜 뒤에 무언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상상을 끝내고 눈을 떳다.
역시 오싹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모니터를 다시 켜고 한껏 기지개를 켰다.
뻣뻣해진 목을 풀기위해 목을 뒤로 주욱 꺽어 뒤를 보니 뭔가가 보였다.
하지만 입이찢어진 여자는 아니었다.
마스크를 쓴 남자. 손에는 칼을들고 있었다.
그 칼이 움직인다 느낀 순간, 목에 차가운것이 닿는것을 느끼며 기억이 끊겼다.
마스크를 벗은 남자는 칼을 대충 휘둘러 피를 털어낸뒤 휴대폰으로 페이지에 접속했다.
회원목록을 뒤지던 그남자는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메일을 전송할 준비를 한다.
시계를 확인한 그 남자는 30분 뒤로 예약 발송을 한후 거리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