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같은것 나는 믿지 않는다.
점이나 운세같은건 여고시절 재미로 몇본 본게 전부일 뿐이었다.
오컬트니 미스테리이니 별로 관심도 없고 알고싶지도 않다.
하지만 요즘 꿈자리가 너무나 사납다.
평소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는 절대로 깨지 않을정도로 잠이 많은내가,
하루밤에도 몇번씩 땀범벅이 된채 깨어나는게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귀신이라도 씌인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떤 방법을 써서든 이 지긋지긋한 악몽과 가위를 해결해야했다.
수면부족은 둘째치고 이제는 자는것이 무서워서 도저히 견딜수가 없을 지경이다.
마음을 정하고 집 한구석에 던져놨던 명함 하나를 집어들었다.
퇴근길에 지하철 역 앞에서 광고로 나눠주는 생수와 함께 받은 명함이었다.
'심령 치료원'
무당이랑 비슷한것 같지만 이상한 부적이나 굿 같은게 아닌 좀더 현대적인 심령치료를 한다고 한다.
적어도 종이쪼가리에 글 몇자 휘갈기던가 방울 몇번 흔들고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무당 같은 사람들보다는 훨씬 신뢰가 간다.
상담료는 무료이니 우선은 전화를 한번 해보기로 한다.
예약을 하고 찾아간 심령 치료원은 무당집이나 점집보다는 병원이나 심리상담소 느낌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화려하고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채 찢어진 눈화장을 하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사람을 상상했던 나에게
말쑥한 차림의 젊은 남자가 심령치료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었을때에는 의심의 마음이 거의 사라지고 믿음이 생겼다.
의자에 앉아 그가 직접 내준 차를 마시며 요즘 계속 눌리는 가위와 악몽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있던 그 남자는 잡귀가 장난을 치는것 같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치료방법은 간단했다. 이런저런 조치를 취한 수면치료실에서 며칠만 푹 자면 잡귀따위는 간단히 떨어질거라는것.
방을 잠깐 둘러보니 향이 피워져있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편해졌다.
치료비가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 바로 수면치료를 하기로한다.
그남자 말처럼 그날은 꿈조차 꾸지 않고 편안하게 잘수있었다.
그 이후 며칠동안 퇴근후 집에 들렀다가 치료실로 가서 아침까지 자고오길 반복했다.
5일이 지나자 귀신같은건 다 떨어져나갔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치료사라는 남자는 최소일주일은 채워야 한다고 했다.
나 역시 그간 너무 편안하게 잘 잤기 때문에 일주일은 채울까 했지만
생각보다 싼 가격이라 해도 연속으로 나가려다보니 약간 부담되어 이제 그만 나가기로 했다.
확실히 잠을 잘 잘수있기때문에 단순히 정화나 심리안정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했다.
그 이후 악몽을 꾸는 일은 없었다. 사기꾼들만 있는줄 알았는데 심령치료원은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처음엔 속는셈치고 치료를 받아보았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던듯 하다.
또한 귀신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할듯 하다.
몇주정도 지난뒤 인터넷 뉴스를 뒤적거리다가 눈에띄는 제목을 발견했다.
'수면치료라고 속이고 성매매에 이용'
심령치료가 아닌 수면치료지만 혹시나 싶어 한번 들어가봤다.
다행히 내가 갔던 곳은 아니었고 지역도 달랐다.
-치료를 받으러 온사람에게 몰래 수면제를 먹여 방에서 재운뒤 성매매로 이용.-
그 기사를 보자 상당히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닐것이다. 수면치료와 달리 심령치료같은건 주로 나이많은 분들이 많이 찾는다.
애초에 젊은 여자가 찾아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것이다.
특정인을 골라서 오게할수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젊은 사람이 제발로 찾아올 가능성은 적다.
그때, 번뜩 떠오르는게 있어 책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심령치료원 명함이 놓여있었다. 그 명함과 함께 나누어준 생수.
만약 그 생수안에 무언가 잠자리가 사나워지는 약같은게 있었다면...
그 생수를 나누어줄때 사람을 골라서 나누어준 것이라면...
현실성이 없는 억측에 가깝고 특별한 증거도 없기때문에 단순한 피해망상일 테지만,
명함과 생수를 받은날과 악몽을 꾸기 시작한 날이 같은날이라는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