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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8803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7
    조회수 : 1742
    IP : 222.101.***.12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4/03 21:21:28
    http://todayhumor.com/?panic_78803 모바일
    정의구현
    차도 얼마 지나다니지 않는 한산한도로는 섬뜩한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매일같이 다니는 길이지만 늦은시각지나가는 이곳은 언제나 귀신같은게 튀어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음산한 분위기이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차가 없는 도로를 달리던중 갓길에 비상등을 켠 차한대가 서있는것이 보였다.

    차에이상이 생긴모양인지 차주로 보이는 사람이 차옆에서 손을 흔들고있다.

    그냥지나갈 내가 아니기에 천천히 차를세우자 그남자가 내차쪽으로 걸어왔다.

    "무슨일 있습니까"

    창문만을 연채 내가 물었다.

    "무슨문제인지 차 시동이 계속 꺼지네요. 여긴 핸드폰도 안터지는거 같은데 시내까지만 태워다 주실수 있을까요?"

     그남자는 고개를 숙여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은 지형이 험해서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내 핸드폰을 꺼내봤지만 역시나 불통이다.

    여기서 시내까지는 적어도 삼십분은 나가야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시간이기에 그남자를 다시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남자는 대략 이십대 후반정도 체격은 왜소한편이라 내가 힘으로 밀리거나 하지는 않을것 같았다.

    만에하나 품에 무언가를 숨겨놓았다하더라도 크게 문제될건 없어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이 참 선해 보이는것이 맘에들었다.

    "예 그럼 타세요. 시내까지 태워드리죠."

    그남자는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하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시는 길이었습니까?"

    음악소리 때문에 못들었는지 그남자는 계속 핸드폰을 들고 전파를 잡고있다.

    난 소리를 약간 줄이고 다시 물었다.

    그제야 내 말을 들은 그남자는 대답했다.

    "아 그냥 요새 일도 잘 안풀리고 답답해서 혼자 드라이브하던 참입니다."

    이런 인적없는곳까지 드라이브를 오다니 참 특이하다 싶었다. 

    사실 나와는 관계없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선생님은 이지역 사시나보죠?"

    이번엔 그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그럼 요즘 이근방에 미친사람이 돌아다니는거 알고계십니까?"

    핸드폰을 집어넣고 그남자가 나를보며 으스스하게 말했다.

    "사람을 잡아다가 가둬두고 며칠을 고문하다가 조각조각내어 상자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놈이지요."

    물론 잘 알고있다. 요즘은 티브이만 틀면 떠들어대는 이야기기도 하고.

    "생각해보세요 선생님 여덟명입니다. 알려진 사망자수만 여덟이라구요. 그것도 그냥 죽인게 아니라 며칠을 고문해 죽였다구요."

    왠지 그남자는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지만 아름답지 않습니까? 사망한사람들은 다 죄를지은 사람들이었어요. 술에찌들어 가정을 버린 남자. 도박으로 빚을지고 사람을 찌른사람. 매춘부. 아이를 학대하던 계모까지."

    침을삼킨뒤 그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난 음악소리를 조금더 줄이고 그남자의 말을 심각하게 듣기 시작했다.

    "다 법적으론 솜방망이 처벌뿐이겠지요. 누군가는 그렇게 정의로운일을 해야합니다. 배트맨 같은거죠.죄지은 놈들은 그냥 그렇게두면 안됩니다. 죽이는것도 아깝지요 가둬두고 며칠동안 끔찍한 고통을 주어야합니다. 그게 정의구현이지요. 물론 정말 미치지않고서는 그런짓을할수가 없어요. 근데 그런 미친짓을 그놈은 하고있단 말입니다."

    이녀석이야말로 미친놈이 틀림없다. 정의라니 무슨 애들장난같은 소리인가.

    "하지만 죽은사람 몇명은 그냥 선량한 시민이라고하지 않았나요?"

    내말에 그남자는 고개를 가로젓고 이야기했다.

    "아뇨 그사람들도 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품에 손을넣으며 말했다.

    "그냥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가 품안을 뒤적일때쯤 이미 시내에 다와가고 있었다.

    난 음악을 완전히 끄고 차를세웠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시겠습니까?"

    내말에 그남자는 품에 손을넣은채 놀란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예? 갑자기 무슨.."

    "내려."

    내말에 그남자는 당황하여 꺼내던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제가 한 말씀이 좀 언짢으셨나요? 하지만 제생각엔.."

    그렇게 말하던 남자는 갑자기 흠칫하며 차트렁크쪽을 바라보더니 놀란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난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엑셀을 밟았다.

    "누구더러 미친놈이라는거야 저 정신병자 녀석.
    영웅같은소리 하네 죽이면 그냥 죽이는거지 죄는 뭐고 정의는 뭐야."

    음악을 다시 틀었다. 트렁크에서 들리던 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김이 새버렸으니 저여자는 내일 옮겨놓기로 하고 오늘은 술이나 마시러 가야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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