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occugaku.com/">http://occugaku.com/</a></div> <div><br></div> <div><b>환자의 꿈</b></div> <div><br></div> <div>내가 간호학과 학생일 때의 이야기이다.</div> <div><br></div> <div>간호학과 학생은 간호 보조로 야근 알바를 하는 경우가 있어.</div> <div>집안 사정 상 부모님이 용돈을 보내주실 상황이 아니라</div> <div>학비는 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 생활비를 벌어야 했어.</div> <div>그래서 야근 알바 모집을 할 때 제일 먼저 응시했거든.</div> <div>실습하던 병원이기도 해서 야근이라고는 하지만,</div> <div>실습을 연장한다는 느낌으로 심야 담당 간호사와 함께 편한 마음으로 일을 하곤 했지.</div> <div><br></div> <div>학교 실급은 외과 병동에서 했었는데</div> <div>며칠 전에 내가 담당하던 환자(A라고 하자)가 수술하게 되어서 수술실 앞까지 같이 가게 되었어.</div> <div>A 씨는 70대의 할머니고, 약간 치매 끼가 있었는데</div> <div>날 보더니 ○○야(손주인 듯)라고 부르시더니 손을 잡고 놓지 않으시기도 하고</div> <div>몸을 닦아 드릴 때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웃으시던 분이라</div> <div>실습하던 사람으로선 좀 곤란한 일도 많았지만</div> <div>나도 마치 가족 같은 기분이 들어서 괜시리 한 마디라도 더 말 걸던 분이었거든.</div> <div><br></div> <div>A 씨가 살짝 치매끼는 있었지만 본인이 수술할 거란 건 알았는지</div> <div>스트레쳐(이동용 침대)에 올라 이동하려는 동안도</div> <div>내 손을 꼭 쥐고 불안한 듯한 눈빛으로 날 보시더라고.</div> <div>"괜찮으니까 힘내요"</div> <div>그렇게 격려해주며 수술실 앞까지 손을 잡아주었어.</div> <div>하지만 수술실에 도착해도 머리를 저으며 손을 꼭 쥐고 놔주질 않는 거야.</div> <div>외과부장(집도의)가 나와서 곤란한 듯</div> <div>"그럼 이 사람도 수술에 입회하라고 할 게요. 그럼 됐죠?"</div> <div>하고 A 씨에게 말하자, 빙그레 웃으며 손을 놓더라.</div> <div>그래서 나도 허둥지둥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준비를 한 후</div> <div>A 씨 옆에 서서 손을 잡고 수술을 관찰하게 되었어.</div> <div><br></div> <div>솔직히 간호사가 되려고는 했지만 나는 피 보는 게 무서워서...</div> <div>4 시간 예정의 수술이었는데, 11시간을 넘는 대수술을 하는 바람에 완전 고문받는 것 같았어.</div> <div>그 중에서 가장 괴로웠던 건 A 씨의 손이..</div> <div>노인에다 전신 마취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아귀 힘으로 내 손을 쥐어서</div> <div>땀 범벅이 된 손을 닦을 수도 없었고</div> <div>도중에 피가 몰린 손이 저리기 까지 해서 피 고문과 함께 고통까지 동반되어 죽는 줄 알았어.</div> <div><br></div> <div>그래도 A 씨 수술도 무사히 끝나 안심했고</div> <div>손도 간호사들이 세 명 달라붙어 떼어내주었는데</div> <div>수술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실습 시간은 애진작에 끝났어.</div> <div>적당히 좀 하지란 생각도 했지만 그대로 야근 알바까지 이어졌어...</div> <div>하지만 덕분에 수술실 간호사와 외과 의사 너나 할 것 없이</div> <div>과자도 가져다 주고 도시락도 주고 해서 어떻게든 야근을 마쳤어.</div> <div>그리고 정시에 하는 진찰 시간이 되어서 외과 병동을 돌고</div> <div>마지막으로 걱정이 되어서 A 씨 병실에 한 번 가 봤어.</div> <div>그랬더니 A 씨는 의식을 되찾았고, 이야기 좀 나누고 싶다고 하시길래</div> <div>일단은 간호사실에 돌아가서 야근 담당 간호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A 씨 병실로 갔어.</div> <div><br></div> <div>A 씨는 매우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div> <div>이야기하는 내용도 그렇고 평소엔 치매 때문에 반 이상은 모를 소리만 했는데, 그땐 또렷했던 것 같아.</div> <div>실은 내가 손녀가 아니란 것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고도 하고,</div> <div>내 명찰을 보면서 진짜 이름은 ○○ 였죠? 라고도 하고,</div> <div>수술 중에 손을 잡아준 게 느껴져서 너무 든든했어요 라고도 하고</div> <div>뭐 그런 이야길 나눴지.</div> <div>내가,</div> <div>"막 수술한 참이라 피곤하실 테니까 지금은 주무시고</div> <div> 얼른 회복하셔서 다음에 휠체어 타고 같이 산책해요"</div> <div>라고 했더니 정말 기쁜 표정을 짓고선 고개를 끄덕였다.</div> <div><br></div> <div>불을 끄고 병실을 나오기 전에</div> <div>A 씨가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웃었던 게 참 인상에 남았어.</div> <div><br></div> <div>그 날은 별 일 없이 야간 알바를 마치고 내 방으로 돌아와, 피곤한 나머지 기절하듯 잤는데 꿈을 꿨어.</div> <div>꿈에서 A 씨가 병원 옥상에서 떨어질 것 같이 서서는 내 손에 매달려 있더라.</div> <div>처음엔 어떻게든 들어올리려고 용을 썼는데,</div> <div>자세히 보니까 A 씨 다리에 엄청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게 보이는 거야.</div> <div>A 씨는 "죽기 싫어, 죽기 싫어"라며 필사적으로 발을 버둥거렸어.</div> <div>점점 팔에 매달린 A 씨가 무거워져서 팔이 떨어질 정도로 아팠지만</div> <div>A 씨를 놓으면 A씨가 죽을 거란 생각에 어떻게든 A 씨를 끌어 올렸어.</div> <div><br></div> <div>올리고 보니 A 씨 발에는 아무 것도 매달려 있지 않았고,</div> <div>병원 옥상에서 아래를 봤지만 새카맣기만 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div> <div>무서워서 병실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했더니 병원 아래서 엄청난 돌풍이 불었는데</div> <div>귓가에서 수 많은 사람들 목소리가 섞인 것 같은 목소리로</div> <div>"쓸데 없는 짓 하지 마"라고 했는데 그걸 듣고나서 눈이 떠졌어.</div> <div>식은 땀으로 흠뻑 젖어서 샤워를 하러 갔더니 오른 손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자세히 봤더니</div> <div>손목 부분에 사람이 잡은 것 같은 흔적이 있었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고.</div> <div><br></div> <div>A 씨가 걱정되어서 대강 나갈 준비를 하고 병원으로 가서 A 씨 상태가 어떤지 간호사에게 물었더니</div> <div>어제 저녁에 한 번 위험하긴 했지만 다시 회복되었다고 하더라.</div> <div><br></div> <div>안심도 되었고, 그 목소리가 누구 목소리였는지를 깨닫고 덜덜 떨었더니</div> <div>낮 근무를 마친 간호사가 "밥 사줄 테니까 가자"라고 했어.</div> <div>생각해보니 야간 근무 아르바이트 할 때 받은 도시락먹은 이후로 아무 것도 안 먹었단 걸 떠올려서 따라가기로 했어.</div> <div><br></div> <div>그 간호사(대충 I 씨라고 할게)가 개별실로 되어 있는 차분한 느낌의 이자카야에 데리고 갔는데</div> <div>막 떠들면서 먹은 것도 아니고 주문하고 나서는 안주거리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더라고.</div> <div>나도 이상하다 싶으면서 그냥 밥만 먹었지.</div> <div>그리고 뭐 배도 부르고나니까 후우..하며 한숨을 쉬더니 I 씨가 말해줬어.</div> <div>"혹시 이상한 꿈 꿨니?"</div> <div>엄청 놀라서 혹시 I 씨도 그런 꿈 꿨냐고 물어봤더니</div> <div>I 씨 얼굴이 완전 창백해져서는 끄덕거리는 거야. </div> <div>"나 있지.. 환자 손을 놔버렸어..."</div> <div>I 씨가 울면서 말했어.</div> <div>그 환자가 죽는 바람에 I 씨는 매일 후회하며 지냈대.</div> <div>그리고 나서 몇 번이나 꿈에 그 환자가 나와서는</div> <div>I 씨에게 매달리면서 "살려줘... 살려줘..."하고 같은 말만 한대.</div> <div>그 환자 다리에 많은 사람 그림자가 매달려서 I 씨 환자를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 같았대.</div> <div>나 정말 온 몸이 떨리는 거야. 그 때 내가 A 씨 손을 놨더라면... 싶어서.</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