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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7735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30
    조회수 : 2353
    IP : 103.10.***.6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2/23 16:45:22
    http://todayhumor.com/?panic_77735 모바일
    [오컬트학] 환자의 꿈


    환자의 꿈

    내가 간호학과 학생일 때의 이야기이다.

    간호학과 학생은 간호 보조로 야근 알바를 하는 경우가 있어.
    집안 사정 상 부모님이 용돈을 보내주실 상황이 아니라
    학비는 장학금으로 해결했지만 생활비를 벌어야 했어.
    그래서 야근 알바 모집을 할 때 제일 먼저 응시했거든.
    실습하던 병원이기도 해서 야근이라고는 하지만,
    실습을 연장한다는 느낌으로 심야 담당 간호사와 함께 편한 마음으로 일을 하곤 했지.

    학교 실급은 외과 병동에서 했었는데
    며칠 전에 내가 담당하던 환자(A라고 하자)가 수술하게 되어서 수술실 앞까지 같이 가게 되었어.
    A 씨는 70대의 할머니고, 약간 치매 끼가 있었는데
    날 보더니 ○○야(손주인 듯)라고 부르시더니 손을 잡고 놓지 않으시기도 하고
    몸을 닦아 드릴 때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웃으시던 분이라
    실습하던 사람으로선 좀 곤란한 일도 많았지만
    나도 마치 가족 같은 기분이 들어서 괜시리 한 마디라도 더 말 걸던 분이었거든.

    A 씨가 살짝 치매끼는 있었지만 본인이 수술할 거란 건 알았는지
    스트레쳐(이동용 침대)에 올라 이동하려는 동안도
    내 손을 꼭 쥐고 불안한 듯한 눈빛으로 날 보시더라고.
    "괜찮으니까 힘내요"
    그렇게 격려해주며 수술실 앞까지 손을 잡아주었어.
    하지만 수술실에 도착해도 머리를 저으며 손을 꼭 쥐고 놔주질 않는 거야.
    외과부장(집도의)가 나와서 곤란한 듯
    "그럼 이 사람도 수술에 입회하라고 할 게요. 그럼 됐죠?"
    하고 A 씨에게 말하자, 빙그레 웃으며 손을 놓더라.
    그래서 나도 허둥지둥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준비를 한 후
    A 씨 옆에 서서 손을 잡고 수술을 관찰하게 되었어.

    솔직히 간호사가 되려고는 했지만 나는 피 보는 게 무서워서...
    4 시간 예정의 수술이었는데, 11시간을 넘는 대수술을 하는 바람에 완전 고문받는 것 같았어.
    그 중에서 가장 괴로웠던 건 A 씨의 손이..
    노인에다 전신 마취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아귀 힘으로 내 손을 쥐어서
    땀 범벅이 된 손을 닦을 수도 없었고
    도중에 피가 몰린 손이 저리기 까지 해서 피 고문과 함께 고통까지 동반되어 죽는 줄 알았어.

    그래도 A 씨 수술도 무사히 끝나 안심했고
    손도 간호사들이 세 명 달라붙어 떼어내주었는데
    수술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실습 시간은 애진작에 끝났어.
    적당히 좀 하지란 생각도 했지만 그대로 야근 알바까지 이어졌어...
    하지만 덕분에 수술실 간호사와 외과 의사 너나 할 것 없이
    과자도 가져다 주고 도시락도 주고 해서 어떻게든 야근을 마쳤어.
    그리고 정시에 하는 진찰 시간이 되어서 외과 병동을 돌고
    마지막으로 걱정이 되어서 A 씨 병실에 한 번 가 봤어.
    그랬더니 A 씨는 의식을 되찾았고, 이야기 좀 나누고 싶다고 하시길래
    일단은 간호사실에 돌아가서 야근 담당 간호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A 씨 병실로 갔어.

    A 씨는 매우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이야기하는 내용도 그렇고 평소엔 치매 때문에 반 이상은 모를 소리만 했는데, 그땐 또렷했던 것 같아.
    실은 내가 손녀가 아니란 것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고도 하고,
    내 명찰을 보면서 진짜 이름은 ○○ 였죠? 라고도 하고,
    수술 중에 손을 잡아준 게 느껴져서 너무 든든했어요 라고도 하고
    뭐 그런 이야길 나눴지.
    내가,
    "막 수술한 참이라 피곤하실 테니까 지금은 주무시고
     얼른 회복하셔서 다음에 휠체어 타고 같이 산책해요"
    라고 했더니 정말 기쁜 표정을 짓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불을 끄고 병실을 나오기 전에
    A 씨가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웃었던 게 참 인상에 남았어.

    그 날은 별 일 없이 야간 알바를 마치고 내 방으로 돌아와, 피곤한 나머지 기절하듯 잤는데 꿈을 꿨어.
    꿈에서 A 씨가 병원 옥상에서 떨어질 것 같이 서서는 내 손에 매달려 있더라.
    처음엔 어떻게든 들어올리려고 용을 썼는데,
    자세히 보니까 A 씨 다리에 엄청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게 보이는 거야.
    A 씨는 "죽기 싫어, 죽기 싫어"라며 필사적으로 발을 버둥거렸어.
    점점 팔에 매달린 A 씨가 무거워져서 팔이 떨어질 정도로 아팠지만
    A 씨를 놓으면 A씨가 죽을 거란 생각에 어떻게든 A 씨를 끌어 올렸어.

    올리고 보니 A 씨 발에는 아무 것도 매달려 있지 않았고,
    병원 옥상에서 아래를 봤지만 새카맣기만 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
    무서워서 병실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했더니 병원 아래서 엄청난 돌풍이 불었는데
    귓가에서 수 많은 사람들 목소리가 섞인 것 같은 목소리로
    "쓸데 없는 짓 하지 마"라고 했는데 그걸 듣고나서 눈이 떠졌어.
    식은 땀으로 흠뻑 젖어서 샤워를 하러 갔더니 오른 손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자세히 봤더니
    손목 부분에 사람이 잡은 것 같은 흔적이 있었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고.

    A 씨가 걱정되어서 대강 나갈 준비를 하고 병원으로 가서 A 씨 상태가 어떤지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어제 저녁에 한 번 위험하긴 했지만 다시 회복되었다고 하더라.

    안심도 되었고, 그 목소리가 누구 목소리였는지를 깨닫고 덜덜 떨었더니
    낮 근무를 마친 간호사가 "밥 사줄 테니까 가자"라고 했어.
    생각해보니 야간 근무 아르바이트 할 때 받은 도시락먹은 이후로 아무 것도 안 먹었단 걸 떠올려서 따라가기로 했어.

    그 간호사(대충 I 씨라고 할게)가 개별실로 되어 있는 차분한 느낌의 이자카야에 데리고 갔는데
    막 떠들면서 먹은 것도 아니고 주문하고 나서는 안주거리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더라고.
    나도 이상하다 싶으면서 그냥 밥만 먹었지.
    그리고 뭐 배도 부르고나니까 후우..하며 한숨을 쉬더니 I 씨가 말해줬어.
    "혹시 이상한 꿈 꿨니?"
    엄청 놀라서 혹시 I 씨도 그런 꿈 꿨냐고 물어봤더니
    I 씨 얼굴이 완전 창백해져서는 끄덕거리는 거야. 
    "나 있지.. 환자 손을 놔버렸어..."
    I 씨가 울면서 말했어.
    그 환자가 죽는 바람에 I 씨는 매일 후회하며 지냈대.
    그리고 나서 몇 번이나 꿈에 그 환자가 나와서는
    I 씨에게 매달리면서 "살려줘... 살려줘..."하고 같은 말만 한대.
    그 환자 다리에 많은 사람 그림자가 매달려서 I 씨 환자를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 같았대.
    나 정말 온 몸이 떨리는 거야. 그 때 내가 A 씨 손을 놨더라면...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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