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occugaku.com/">http://occugaku.com/</a></div> <div><br></div> <div><b>홀리다</b></div> <div><br></div> <div>나는 귀신 같은 건 본 적도 없어서 믿질 않았는데</div> <div>이 사건을 당한 후 귀신에게 홀리는 건 있지 않나 하고 여기게 되었다.</div> <div>한밤중이고, 어두운 방에서 일어난 일이라</div> <div>잠이 덜 깬 걸 수도 있고, 뭘 잘못 본 걸 지도 모르지만...</div> <div><br></div> <div>다음 날이 쉬는 날이라 그 날은 방에서 밤 늦게까지 DVD를 보고 있었다.</div> <div>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영화여서 아내는 먼저 잠이 들었다.</div> <div>두 편을 보고 나니 시간이 꽤 늦었길래 되어서 안방으로 가서</div> <div>아내 옆에 깔아둔 이불 안에 들어가 눈을 감았지만</div> <div>영화를 보며 흥분한 탓인지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div> <div>30분 정도 지나자 슬슬 잠이 오려고 할 때쯤</div> <div>옆에서 풍기는 느낌이 평소랑은 다르단 걸 깨달았다.</div> <div>잘 땐 드르렁드르렁하고 코를 시끄럽게 고는 편인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조용했다.</div> <div>아내 쪽으로 슬며시 돌아누워서 살짝 눈을 뜨고 보려고 했더니</div> <div>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양 어깨를 잡혔다.</div> <div>깜짝 놀라 눈을 뜨니 내 양 어깨를 잡고 아내가 엄청나게 몸을 뒤로 젖혔다.</div> <div><br></div> <div>엄청나게 몸을 뒤로 젖혀서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div> <div>여보, 잠꼬대도 정도껏해야지.. 하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div> <div>부웅 꽝</div> <div>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갑자기 격한 고통과 눈 앞에 불꽃이 튀어</div> <div>아내가 자기 머리로 날 들이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div> <div>잠시 눈을 뜰 수 없었지만 아픔을 참으며 아내를 바라봤더니</div> <div>조금보다 더 심하게 몸을 뒤로 젖히고 내 양 어깨를 또 꽉 잡았다.</div> <div>나에게 상대 얼굴이 안 보인다는 건, 상대편도 내 모습이 안 보일 텐데도</div> <div>이상하게 전혀 망설임 없이 내 양 어깨를 찾아냈다.</div> <div>"잠.. 만..."</div> <div>부웅 꽝</div> <div>두 번째는 정말 아팠다. 의식이 멀어졌다. 한 번 더 당했다간 죽겠다. 아내도 죽을 것 같다.</div> <div>또 뒤로 젖히려고 하는 아내의 턱을 잡고 "그만해!!!"하고 세게 밀었다.</div> <div>쿵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아내 몸에서 힘이 빠졌다. 뒤의 들보에 머리를 부딪힌 것 같다.</div> <div>아픈 머리를 누르며 불을 켜고 아내를 보니, 흰자를 드러내고 입을 뻐끔거리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div> <div>입의 움직임을 보니 뭐라 말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 나오질 않았다.</div> <div>"괜찮아?!"</div> <div>아내를 흔들며 급히 119에 연락했다.</div> <div>구급차가 오기까지 10분 정도 걸렸는데 그때 쯤에는 아내도 진정이 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부부인데.. 아내 머리 앞뒤에 타박상의 흔적..</div> <div>처음엔 가정 폭력으로 의심받았지만 내 머리에도 커다란 혹이 있었다.</div> <div>아내가 "사귈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맞은 적 없어요"라는 증언도 해주어서</div> <div>부부 모두 잠이 덜 깨서 그랬던 걸로 결론 지어졌다.</div> <div>꽤 세게 박치기를 했는데, 다행히 둘 다 뇌에는 이상이 없었다.</div> <div>물론 아내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 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한동안은 아내 옆에서 자는 게 무서웠는데, 그 일은 단 한 번 뿐이었다.</div> <div>아내가 "잠이 덜 깨서 그랬나봐. 미안해~"하고 사과를 해서 피하는 것도 미안해졌다.</div> <div>다만 지금도</div> <div>'몸을 뒤로 젖혔을 땐 표정이 어땠을까'</div> <div>'불을 켰을 때 뭐라고 말하려 했던 걸까'</div> <div>이런 게 떠오르기 시작하면 이불 속에서 아내와 조금 거리를 두게 된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