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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39558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21
    조회수 : 5450
    IP : 14.36.***.37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2/12/05 00:29:19
    http://todayhumor.com/?panic_39558 모바일
    펌]외로운 전쟁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는 늘 한 가지 결말밖에 있을 수 없다. 결국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것. 나는 평생에 걸쳐 이 공식을 부정해 왔다. 나는 이 일이 진행되기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안심하고 행복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넌 무언가를 죽여 본 적이 있니?”
    그가 꺼낸 첫 마디는 바로 그것이었다. 기찻길 선로 위에 돌멩이들을 올려 놓으며 장난을 치다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한참을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내 키보다도 더 큰 들풀들만이 바람에 스산한 울음을 만들어낼 뿐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나는 그것이 내 안에서 나는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인 동시에 나이기도 했다. 
    “사람을 죽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가 말했다.
    “있지. 나 사람을 죽이고 싶어.”
    “안 돼. 그런 일 따위. 내가 허락 할 것 같아?”
    가슴이 섬찟하여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네 허락은 필요 없어.” 
    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나는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잠깐 멈춰. 거긴 우리 집 쪽이잖아.” 
    “무슨 상관이야.”
    나는 어떻게든 몸의 주도권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집이 한 발자국 씩 가까워 올수록 나는 절망하기 시작했다. 
    “짜릿할 것 같지 않아?”
    “대체 뭐가!” 
    “그냥. 이런 거 저런 거.” 
    급류에 휩쓸린 동물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만화의 주인공들이 그렇듯 착한 팀은 늘 처음엔 지는 법이었으니까. 이길 방법은 반드시 있다. 다만 아직 못 찾았을 뿐이야. 
    끼이익- 하고 대문이 열렸다. 평소엔 꼬리를 치며 맞아주던 포치가 처음으로 나에게 으르렁 거리며 짖어댔다. 
    “대체 뭘 어떻게 할 셈이야.” 
    “말 했잖아. 뭐든 죽.일.거.야.” 
    그가 뚝뚝 끊으며 뱉는 말을 들으며 나는 어쩐지 등골이 서늘하다고 느꼈다.
    “멍청아. 경찰에 잡히고 말 거야.” 
    인정에 호소하는 것은 그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로 했다. 
    “너는 결국 아무도 죽이지 못 할거야. 왜냐하면 넌 아직 어린 애니까. 그냥 누군가를 다치게 만든 후 정신병원에 끌려가겠지. 그리고 의사들은 너를 영원히 지워 버릴거야.”
    엄마가 텃밭의 부추를 베다말고 던져두었던 낡은 식칼을 녀석이 집어 들었다. 
    “지운다고?”
    “그래. 널 찾아서 지울 거야. 그 사람들은 그것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럼 내가 안 죽인 것처럼 꾸미면 되는 거잖아.” 
    그가 말했다. 
    “어떻게 꾸밀 건데?” 
    “몰라.” 
    그가 처음으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이 때다 싶어 그 동안 즐겨봤던 탐정만화나 과학수사드라마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서. 예컨대 지문은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다든지 핏자국을 없앨 수 없다는 등의 유치한 거짓말들. 과연 이것들이 먹힐 진 의문이었으나 그는 한참을 멈춰서서 내 말을 듣더니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나중으로 미루지, 뭐.” 
    다행히 그와 나는 기억까지 공유하는 건 아닌 듯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들을 그는 모른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쓸어내릴 가슴은 실제로 있지도 않그지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가 말했다. 
    “뭐든 죽여야 겠어.” 
    그는 식칼을 내던지곤 감나무 잎사귀에 붙어 있는 벌레들을 하나 둘 떼어내서 터뜨리기 시작했다. 진한 녹색의 진액들이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따금 가시들이 살갗 사이를 파고들기도 했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워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나는 그저 의식에 불과햇다. 
    더 이상 감나무에 벌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터뜨려 죽인 후에야 나는 내 몸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날 나는 마당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고, 옷을 더럽혔다며 엄마에게 파리채로 열 대를 맞았다. 그 해 가을에는 감이 아주 풍성하게 열렸다. 

    이후 몇 번의 대화에서 내가 알아낸 것은 그가 항상 날 지배하지는 못한다는 것과 그가 지독히도 무식하다는 것이었다. 때때로 그가 내놓는 살인 계획들은 그야말로 유치한 것들로, 초등생의 방학 생활계획표만도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으니까. 허나 청소년기가 되면서 그가 튀어나오는 횟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세상에 대해 배워나가기 시작했고 그의 살인 계획들은 해가 갈수록 조금씩 현실적이 되어갔다. 결국 나는 즐겨 보던 탐정 만화를 불태워야 했다. 뉴스에서 범죄 얘기가 나오면 귀를 틀어막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만약 그가 밖으로 나왔을 때 그것들을 보게 된다면 나의 거짓말이 들통날 것이 분명했기에. 
    그리고 두 번째로 그가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한 것은 고등학교 체육시간이었다. 
    “오늘은 안 돼.” 
    그 날은 내가 좋아하던 여자 아이에게 고백하기로 한 날이었다. 밤새도록 고치고 또 고쳐 쓴 편지를 오늘만큼은 건네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었기에 그의 개입은 나로서 전혀 반갑지 않았다. 하긴 반가웠던 적이 언제 있긴 했냐만. 
    “그러니까 지금 잽싸게 해치우자는거야.” 
    “대체 누구를 말인데?”
    “교실에 있는 그 여자. 소지품 당번이니까 분명 혼자 있을 거야. 그냥 창문에서 밀어버리면 끝난다구.” 
    “절대 안 돼.”
    어느 정도 맞장구를 쳐 주는 것이 그를 관리하기에 편했다. 하지만 그의 살인 욕구에 동조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가 죽이려고 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내가 오늘 고백하려고 하는 여자아이였으니까. 
    “그 동안 기껏 준비한 계획이라는 게 결국 이 정도야? 아무리 자유시간이라고 해도 다른 아이들 눈까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게다가 창가에서 밀게 되면 여자는 소리를 지를 테고, 결국 사람들은 네가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될 거야. 설마 그녀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스스로 죽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나에겐 다행이지만, 그의 살인 계획은 이렇게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자는 사람의 코를 손으로 막아 질식시키자던 작년에 비하면 한층 발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해친다는 생각에 겁이 났던 것일까. 평소보다 더욱 세차게 몰아치고 말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쳇.” 
    그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뭔가를 죽이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거지?” 
    “그래.” 
    나는 이 때 까지만 해도 그저 유년 시절에 보였던 것처럼 그가 벌레 몇 마리나 죽이고 끝낼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곧장 1층의 매점으로 가더니 과자를 사 들고 왔다. 그리곤 담장 근처에 그것들을 뿌리기 시작했다. 
    학교는 공원과 맞닿아 있어 비둘기들이 많이 날아다니곤 했다. 과자가 흩뿌려지자 그것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어느새 무리를 이루었다. 나는 그제야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리곤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 
    “안 돼. 멈춰. 그랬다간 당장에 미친 놈 취급 받을 거라고.” 
    “어차피 넌 내 행동을 막지는 못해.” 
    그가 무심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가 무릎을 수그리며 고개를 내밀었다. 비둘기들은 겁도 없이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과자를 뿌리던 손이 잽싸게 움직이더니 양손에 각각 비둘기 한 마리 씩 잡아챘다. 어느새 주변의 시선은 그 아니, 나에게로 향해 있었다. 푸드득 거리는 움직임을 무시한 채 손이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후, 우득- 하는 소리와 함께 떨림은 멈추었다. 그는 비둘기 시체들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깔깔거리며 짓밟기 시작했다. 한 쪽 구석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체육 선생이 달려올 때까지 발길질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 날의 고백은 결국 시원하게 차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어느새 소문은 교내 전체에 퍼져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있어 혐오스러운 놈이 되어있었으니까. 허탈감 때문인지 3일간의 정학과 12시간의 학교 봉사 처분은 차라리 고마웠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학교에서의 내 별명은 싸이코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친가 쪽이나 외가 쪽 조상 중에 정신병이 있었던 사람도 없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보통 학생에 불과했다. 부모가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른 적이 있길 하나. 누군가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당한 적이 있기를 하나. 온갖 정신분석학 책을 읽어봤지만 나에 해당하는 합당한 설명은 찾을 수 없었다. 
    부모님 몰래 점쟁이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놈은 그냥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 안으로 들어와 자라고 있었다는 것으로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미칠 노릇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만큼 답답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여자 친구의 치와와를 죽었다. 한 때는 결혼까지 생각했었던 친구였는데 타이밍 한 번 죽여줬다. 개를 죽인 것은 단지 헤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안았다. 머지 않아 날아온 고소장에 물질적, 정신적 보상을 해야 했다. 
    그 때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 발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상담에서 의사에게 ‘그’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에게 두 개의 인격이 존재한다고 믿는 과대망상증 환자로 분류해버렸다. 수 차례의 면담과 관찰에도 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허세를 부리며 지껄인 말이 아직도 제 기능을 하고 있을 줄이야.
    의사들에게 그의 존재를 설명하면 설명할수록 그들은 더욱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쓸데 없이 입원 기간이 길어졌고, 마침내 나는 퇴원을 결심했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는 분명 다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희끄무레죽죽한 병원식과 나와는 다른-나는 내 인격으로 있을 때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이었다.-정신병 환자들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꾸준히 병원으로 와 상담 치료를 받겠다는 조건 하에 퇴원수속을 마쳤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정문을 나서는 순간 가슴 한 켠을 무언가가 헤집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개새끼.”
    그가 돌아온 것이었다. 개새끼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서 벌처럼 윙윙거렸다. 그의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온 몸에 전달되어 제대로 서 있기 조차 힘이 들었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망상증 환자 역할도 이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차에 오른 후였다. 

    수시로 그의 분노에 몸을 떨어야 했다. 어느 여름 밤이었을 거다. 곤히 자고 있는 동생의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숨을 내 뱉는 아이의 모습은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언젠가 그는 보통 사람 정도의 지식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살인 계획 역시 세우겠지. 그 대상이 누가 될까? 집을 떠나야한다. 최소한 내 손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르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리고 그 날로 새벽 기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아무 곳이나 였다. 
    나는 이후로 내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지 못한다. 못난 녀석은 이미 없던 셈 치고 살아가길 원했지만 정이 많은 그들로서는 평생 그러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수 년 간, 그의 성장이 멈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러 막노동판만을 전전했으니.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 TV를 보는 것도, 신문을 보는 것도 그의 지식 저변을 확장시킬 것이기에. 화이트칼라 직종은 애초부터 꿈꿔선 안 되는 거다. 그는 내가 죽을 때까지 멍청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내가 가진 상식 수준에서 그를 막을 수 있다.
    처음에는 생활이 힘들었지만 달리 돈을 쓰는 곳도 없었기에 생활은 점점 여유로워졌다. 성실성을 인정받아 나중에는 현장 감독의 위치에까지 올랐다. 때때로 그가 유치한 살인 계획들을 내놓긴 했지만 간단히 반박해 넘길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다. 그는 절대 나를 이기지 못한다. 
    통장 잔고가 늘고, 고참보다 후배가 많아질수록 자신감은 더욱 부풀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집을 나왔는지도 잊어버리고, 드디어 가족을 가지게 되었다. 주변의 권유로 나는 선을 보았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까지 가게 되었다. 아이도 낳았다. 무언가가 기뻐서 펑펑 울었던 건 그 때가 아마 처음이었을게다. 
    ‘그’ 때문에 생활이 삐걱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가 기르던 콜리를 죽였을 때는 이혼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결국 내 옆에 남아주었다. 그리고 잇따른 패배에 상실감을 느꼈던 것인지 그 역시 수 년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또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으나, 나는 그에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어제 새벽, 문득 잠에서 깨었을 때 나는 절망하고 말았다. 
    내가 처음 죽인 것은 벌레들이었다. 고등학생때 죽인 것은 비둘기였고, 대학생때는 치와와였다. 이후로도 동네의 길고양이나 발바리 새끼들을 죽이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내의 콜리였다. 그가 패배한 후 죽이는 것들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의 옆에서 잠이 든 딸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기르던 개보다 약간 더 자라있었다. 
    이제 그에겐 아무래도 상관 없는 거다. 내가 그의 계획을 부정한다고 해도 그는 무언가를 죽일 것이다. 행복이라니. 세상에 이렇게나 멍청할 수가. 
    아침이 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 노동자로 떠나겠다고 사장에게 이야기했다. 갑작스런 결정에 가족들은 놀랐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우는 딸아이 때문에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버지니까. 그렇게 나는 한국을 떠났다. 

    “이번에는 완벽해.” 
    마침내 그가 나타났다.
    “어차피 그저 그런 계획일테지. 네가 완벽한 건 주둥아리 뿐 이야.”
    “아니, 이번에는 진짜야.” 
    확신에 찬 어조로 그가 말했다. 그는 일련의 살인 계획들, 어떻게 경찰을 따돌리고 완전 범죄를 행할 것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가 내놓은 계획들 중 가장 완벽해 보이는 것이었고, 나로서는 따로 반박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멍청아. 길거리에 놓인 현금인출기의 CCTV에도 지나는 사람의 모습이 찍히게 되어 있어.”
    “CCTV가 모든 곳에 존재하지는 않잖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네 계획은 이미 완전하지 않아.” 
    말꼬투리를 물고 늘어지는, 다소 억지가 있는 대답이기는 했지만 그는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었다. 
    “그런가?”
    “그래.” 
    내가 말했다. 
    “하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난.”
    “무언가를 죽일테니까.” 
    “그래. 그리고 그게 뭐가 될 지 알고 있겠지?”
    어느새 내 몸엔 그가 들어와 있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아내와 딸의 얼굴이 보였다. 딸은 나직한 어조로 제 어미와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딸이 나를 바라보았다. 따뜻한 살의 감촉이 손목을 감쌌다. 
    “알아. 하지만 너는 아무것도 죽일 수 없어.” 
    내 입가에 희마한 미소가 그려졌다. 
    “왜지?”
    “왜냐하면”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다 크게 내쉬었다. 
    “난 지금 죽어가는 중이니까.” 
    눈물을 흘리는 딸의 모습이 보였다. 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아이의 얼굴로 향했다. 하지만 이내 곧 힘을 잃고 허물어졌다. 주름이 잔뜩 진 손등이 이렇게나 자랑스러워 보이긴 오늘이 처음이었다. 
    “아버지, 사랑해요.”
    이미 늙어버린 귀는 무감각해졌지만,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몇 마디 말은 천둥소리보다도 더 크게 귓가에 울렸다. 어느새 몸의 통제권은 다시 나에게로 넘어와 있었다. 
    분노에 찬 그의 고함 소리가 머리 속을 울렸지만 나에겐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시 손을 들어 아이의 눈물을 가만히 쓸어주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전부 입 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훌륭하게 자랐구나. 정말 필요한 때 애비는 곁에 있어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나 훌륭히 자랐구나. 그리고 여보, 미안해. 이렇게 못난 남편이라. 
    차마 끝내지 못한 많은 말들을 남긴 채 나는 눈을 감았다. 

    앞서 말했듯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는 늘 한 가지 결말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나는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만화영화에서 주인공이 지는 건 늘 처음일 뿐, 결국에는 악당들에게 승리하고야 만다. 다만 나에겐, 그 처음이 남들보다 좀 더 길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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