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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6318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3
    조회수 : 2811
    IP : 14.36.***.103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6/13 17:45:53
    http://todayhumor.com/?panic_16318 모바일
    브금주의]밀랍천사
















    아마 그 일은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피와 살 그리고 모든 감정까지 삽으로 깨부쉈던 그 일은.

    그러나 어쩌면 두고두고 기쁨이 될 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 혼자 사랑이라는 감정에 목 매달아 이리 휘둘 저리 휘둘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평생 아파할 일은 없다.

    되도 않을 사랑은 되도록 빨리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 사람을 추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없애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그녀가 세상에 없어야 한다.















    나는 여자다. 그녀도 여자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고백했을때 나를 경멸한 그녀의 얼굴은 평생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더러운 벌레라도 밟은 표정으로 맞은편 의자에 앉은 나의 뺨을 세게 한 대 치고는

    미친년 - 이라는 한 마디만 남겨놓고 그녀는 자리를 떴다.

    순간 내 볼 위로 흐르는 눈물 한 줄기, 그 쌉싸름하고 짠 감정의 결정체를 혀로 맛보며

    나는 세상에 다시 없을 분노와 슬픔을 느꼈다.

    애증愛憎. 사랑하지만 증오한다. 그 슬프고 슬픈 모순을 내가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정말 몰랐던 점이지만,

    그걸로 인해 내 마음속의 그녀에 대한 감정이 사랑보다 증오가 커져버렸다는 것 역시 놀라웠다.

    인간은 참 교활한 생물이다. 이런 중대하고 중대한 교훈을, 나는 희한한 곳에서 깨달은 것이다.

    막다른 골목길에서. 눈물을 흘리며. 애증에 휩싸여. 혼자서. 조용히.

    아스라히 내 마음속에서 빠져나오는 그녀를 지켜보며.





    그래, 차라리 그걸로 끝났으면 나는 조용히 나 혼자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음 날 학교에 갔을 때 쏟아지던 더러운 시선들과 경멸 그리고 욕설 구타.

    동성에게 사랑을 느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 쏟아진 그 모든 것들은

    18세 여고생, 내가 짊어지기엔 너무나 무거운 것들이었다. 짊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그 모든 것들을 기꺼이 짊어지고 언덕에 오를 만큼

    자비로운 그리스도가 아니고, 중생들을 위하여 기꺼이 열반에 든 석가모니가 아니다.

    나는 모두를 위하여 희생할 필요도 없고 모두를 용서할 필요도 없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고 석가모니가 아닌

    그저 구차하고 더러운 인간에 불과하니, 내게 이성이란 없는 것이다.





    그 욕설과 경멸과 비웃음과 구타의 중심에, 내 사랑 그녀가 서 있었다.

    평소에 잘 웃어주던 그녀의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저 그녀의 얼굴에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경멸 비웃음 그리고 진절머리 나게 싫다는 표정만이 담겨있었다.

    그래,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다. 아니 , 다른사람보다 더 심했다.

    그녀가 모든것을 퍼뜨렸다. 나를 짓밟았다. 나를 경멸했다. 나를 비웃었다. 나를 구타했다.

    나는 비참했다. 나는 슬펐다. 나는 분노했다. 그러나 내게 그 모든것을 표현할 권리는 없었다.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될 그녀를, 나는 어떻게든 내 손으로 없애고 싶었다.

    그 예쁜 입술에서 나에 대한 욕이 나오지 않기를 바랬다.

    그 예쁜 손가락으로 나를 삿대질 하지 않기를 바랬다.

    그 예쁜 눈으로 나를 경멸하듯 쳐다보지 않기를 바랬다.

    그 예쁜 손으로 나의 뺨을 때리지 않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녀는 내 소원중 어느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가장 비참하게 만들었다.

    죽고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둘 중 아무거나, 지금 당장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녀가.

    내 사랑 그녀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처참하게 널부러진 그녀를 소중하게 껴안았다.

    온 몸 아홉군데 구멍에서 쏟아져 내리는 붉은 피도, 심장도,

    손가락도, 눈도, 손도, 입술도 이젠 모두 내 것. 완전히 내 소유.

    아무도 뺏어가지 못한다. 아무에게도 내어줄 수 없다. 내어주지 않는다. 뺏길 수 없다.

    싸늘하게 식어도 괜찮아, 나의 밀랍인형.

    나에게만 웃어줘. 나만 쓰다듬어줘. 나에게만 말을 걸어줘.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아, 나만의 밀랍인형.

    절대 놓치지 않아, 이제 당신은 내 거야.

    말하지 못해도 괜찮아, 나의 밀랍인형.

    이제 평생 당신과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침을 맞을거야.

    나를 사랑해줘. 나만 사랑해줘. 나에게만 그 예쁜 입술로 말을 걸어줘.



    나만의 밀랍인형, 그녀, 당신을 ,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해.

    그러니 내곁에만 있어줘.






























    출처




    웃대 - esc_style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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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3 20:22:10  113.5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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