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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3620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628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9/26 22:49:13
    http://todayhumor.com/?lovestory_93620 모바일
    [BGM]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연성, 모르는 곳에 산다




    내가 모르는 곳에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슬퍼질 때

    오랜 지병(持病)이 찾아오고

    외로움의 본적(本籍)은 짐작할 수 없는 곳이다

    혼자 가난해지면

    돌아갈 주소(住所)를 찾지 못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별의

    푸른 심장을 향해 교신할 주파수는

    점점 희미해지고

    메니에르증후군으로 자꾸 눕고 싶어지는 날

    지랄 같은 생존을 위해

    오늘은 어떤 항체를 구해야 하나

    최후에 뜯어먹을 한 점 빛의 혈육(血肉)도 없는데


    어두워지는 가슴 안의 적소(謫所)이거나

    얇은 바람이 후다닥 지나간 공터 위

    희끗한 별 하나 돋는 날이면

    생의 바깥쪽으로 걸어오는 당신이 기우뚱 보인다


    내일 밤 폭설이 내린다

    헛디딘 발자국소리 지워지지 않는다

    흰 눈을 뒤집어쓰고

    눈 속의 풍경이 가장 무거워지는 한낮

    별이 녹는다 설맹(雪盲)의 시야 속에

    한 마디 전언(傳言)도 남기지 않은

    별빛은 더 이상 지상으로 흐르지 않는다

     

     

     

     

     

     

    2.jpg

     

    정철훈, 내 쪽으로 당긴다는 말




    새벽이 차다

    내가 자고 나온 방을 질질 끌고 나온 것 같은

    새벽이다

    동아줄을 어깨에 감고 무언가를 끌고 있는 느낌

    일리야 레삔의 그림에서 배를 끄는 노예들 가운데

    내가 끼어 있는 것 같다


    실은 아무것도 끌지 않는데

    내 쪽으로 끌어당겨지는 무언가가 있다

    내 쪽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인간의 이기심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끌어당긴다는 것은 내 쪽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 포옹

    내 쪽으로 흡착하는 입맞춤

    내 쪽으로 힘껏 끌어당기고 있는 사랑한다는 말


    말이 당겨진다는 것

    당겨져 어깨에 얹힌다는 것

    평생 노예가 되어 끌어당겨도 좋을 사랑한다는 말

    동아줄이 자꾸만 짧아지고 있다

     

     

     

     

     

     

    3.jpg

     

    정일근, 퇴행성의 별




    의사는 내 별의 무릎 통증을 퇴행성이라 진단했다

    그것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별의 뼈가 늙기 시작했다는 것

    일찍 저무는 저녁 하늘 위에서

    내 별은 내 안에서부터

    내 밖의 나보다 먼저 아프게 늙어가고 있다

     

     

     

     

     

     

    4.jpg

     

    진은영, 우리는 매일매일




    흰 셔츠 윗주머니에

    버찌를 가득 넣고

    우리는 매일 넘어졌지


    높이 던진 푸른 토마토

    오후 다섯 시의 공중에서 붉게 익어

    흘러내린다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


    우리의 사계절

    시큼하게 잘린 네 조각 오렌지


    터지는 향기의 파이프 길게 빨며 우리는 매일매일

     

     

     

     

     

     

    5.jpg

     

    정진규, 사진




    이런 눈물을 본 적이 없다

    우는 입술을 처음으로 눈여겨봤다

    우는 입술은 흔들림의 본격(本格)이다

    실로 첨예하다

    흔들림이 슬픔 쪽으로만 깊게 쏠린다

    슬픔이 완성되고 있다

    내가 내안에 것들을 저런 실물(實物)로 빚는 몸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내 슬픔이 저토록 온몸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하나뿐인 사실의 본격(本格)이라고 적어놓는다

    이만큼 자꾸 사실보다 더한 사실로 넘어가려는 감동을

    내가 울어서 들어낸다

    제자리에 앉힌다 눈물이여

    내가 덜어낸 눈물만으로도 벌써 눈물다워 있는 눈물이여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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