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5년의 봄날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의 시절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갓 들어온 새내기들과도 화목하게 잘 지내고 선후배들과도 잘 지내고
아무튼 별탈 없이 잘 살고 있었드랬지요
그런데 사건은 축제날 일어납니다.
학교 축제가 있어서 이리기웃 저리 기웃 거리다가
아는 선배가 불러서 갔더니
축제때 가요제를 하는데 신청자가 너무 없어서 그렇다며
못불러도 상관 없으니 참가만 좀 해달라고
하더군요 노래 못한다고 계속 거절을 했지만
다음에 술 사줄께 밥사줄께 하는 말에 저와
제 동기 몇명도 같이 신청을 했었지요
그리고 나서 축제를 하면 여기저기 구경할게 많아서 돌아다니는데
여성관련 단체에서 콘돔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정확한 행사 내용은 모르겠는데
미혼모 뭐 그런거 아니면 에이즈 예방
아무튼 건전한 대학 성문화 뭐 그런 취지에서 나온 거였어요
근데 저희가 갔을때는 이제 행사 부스 슬슬 접고
가려고 하더라구요
저는 장난기가 들어서 홍보하는 아줌마에게
저 아주머니 그 콘돔 저희한테 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이번에 가요제를 나가는데 가서 객석에 좀 던져주고
간단히 홍보 멘트도 하려는데.....
그러자 아주머니도 흔쾌히 콘돔 박스(!!무려 박스-나눠 주고 남은것도 한 50 여개쯤....)
를 통째로 주시더군요
그리고 저녁이 되어 가요제를 하는데 한 100명쯤 되는 사람들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제 선배들 후배들도 있고 다른과의 아는 친구도 있고
혼자서 짝사랑 하던 여자 동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평범하게 노래만 하는거 보다
어차피 노래도 못부르는데
그냥 주목이라도 받고자 하는마음에 콘돔을 던지고 간단히 멘트를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자 선 후배들이 막 소리치면서 화이팅 해주고
노래는 뭐 그럭저럭 불렀는데 1절이 끝나고 간주가 나올때
준비 했던 콘돔을 무대로 확 던졌습니다.
은빛 포장지에 쌓인 콘돔은 요란한 불빛 아래서 마치 폭죽과 같이
촤악 하고 객석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객석에서는 순간 사탕이나 뭐 그런건지 알고 서로 집으려고 하고
꺄아~하는 비명도 들리더군요
그리고 이제 멘트를 하려고 하는데
아 쒸바 예상보다 간주가 너무 짧아서 ㅠㅠ
2절이 바로 나오는 바람에 멘트를 못하고 2절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이미 객석은 완전 초토화 상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박자에 맞춰 팔을 흔들어 주던 선 후배들과
플랜카드 풍선 같은걸 머리 위로 들고 있던 사람들
모두 멍.....한 표정으로 무대만 바라보고 있더군요....
옛날에 카우치가 뮤직뱅크에서 아랫도리 벗고 흔들던 그때의 객석 표정이라 생각하심 될꺼에요
그리고 2절 다 부르기도 전에 던진 콘돔의 절반정도가
객석으로 다시 날아왔습니다.
한 두명이 던지자 다들 따라서 던지더라구요 ㅠㅠ
노래가 끝나고 그때라도
네 사실 여성의집 뭐 그런 단체에서 좋은 취지로 나눠 준 것인데
제가 노래 하느라 설명을 못드렸네요 ^^
라고 했으면 사람들도 아아.....우리가 나빴어 그런 천사같은 사람을 의심했다니
하고 지금쯤은 저도 여자친구도 있고 여자 후배들도 반갑게 인사해 주고 했을텐데
암튼 그때 너무 당황해서 노래가 끝나자마자 막 얼굴 가리고 그냥 최대한 무대 멀리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학교 가니 이미 제 별명은 김콘돔이더군요
수업 듣는데도 쟤가 걔야? 하는 수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ㅠㅠ
그때 까지만 해도 인사정도 하고 가끔 밥이라도 먹던 여자 동기들과
제가 부끄러워 그런지 밥도 못먹고 인사도 어색하게 하고.....
뭐 그러다가 군대 다녀오고 잊혀진거 같았는데
복학 하고 학교에 갔더니 이쁜이들이 막 인사 하는데 이야 반가워^^ 하는데....
어...안녕하세요 혹시....XX선배 아니세요?
어..맞는데 그걸 어떻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ㅎㅎㅎㅎ
라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한숨을 쉬며 쓸쓸히 집으로 돌아 와야 했지요....
아.....아깝다 그때 콘돔만 안 던졌으면
여자친구 사귀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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