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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71046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58
    조회수 : 3993
    IP : 119.195.***.230
    댓글 : 2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04 20:20:07
    원글작성시간 : 2013/05/04 19:18:37
    http://todayhumor.com/?humorbest_671046 모바일
    [단편] 친절한 세정 씨의 모든 것 (완성본)
    <BR>아침 이른 출근 시간. 회사건물 1층 로비로 디자인실 팀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BR>세정 씨는 조금 늦는 모양이다. 팀장이 물었다.<BR><BR>“세정이는? 아직 인가?”<BR><BR>세정 씨는 인기인이다.<BR><BR>그녀의 상냥함은 디자인실 사람들에게 있어 소소한 낙이 된다.<BR>디자인실의 활력소라 칭해도 좋을 것이다.<BR><BR>언제든 기댈 수 있는 기둥이자, 포근한 베개와도 같다.<BR><BR>매끄럽게 눈꼬리가 처지는 세정 씨의 미소.<BR>그녀의 미소를 고달픈 삶의 위안으로 삼고 있다.<BR>그만큼 그녀의 밝은 모습은 달달하고 보드랍다.<BR><BR>그런 친절한 세정 씨를 우리 디자인실 사람들은 모두 사랑해 마다치 않는다.<BR><BR>“저기 오네요.”<BR><BR>누군가 세정 씨의 출근을 알렸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BR>세정 씨는 특유의 함박미소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나누기 바쁘다.<BR><BR>나에게는 그녀에 대한 비밀이 있다. 이건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비밀로 해야 한다. 꼭이다.<BR><BR><아아, 시발… 사람 너무 많아…. 엘리베이터 나중에 타고 싶어….><BR><BR>방금 세정 씨는 속으로 시발 하고 귀여운 욕을 했다.<BR>많은 사람들에 섞여 엘리베이터에 타고 싶지 않은가보다.<BR><BR>나는 세정 씨의 속마음이 환청이 되어 들린다.<BR>비밀이다. 정말 아무에게도 이야기해선 안 된다.<BR><BR>일목요연 작고 작은 생각들이 모두 들린다.<BR><BR>가끔은 글자가 된 세정 씨 생각이, 머리위로 뱅그르르 도는 현상도 보이고<BR>그녀가 기억을 뒤적이는 듯 할 때는 짤막한 동영상이 재생 될 때도 있다.<BR><BR>가끔 고화질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을 때도 있다.<BR>그러고 나면 나는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명확히 보인다.<BR><BR>가령 김 피워 오르는 자판기 커피가 떠오른다던가.<BR>해변에서 그녀가 바달 향해 “야!!” 하고 외치는 동영상이 보인다던가.<BR><BR>“세정이 오늘 회식 나올 거지?”<BR><BR>팀장 물음에 세정 씨가 얼른 대답했다.<BR><BR>“그럼요!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왜요?! 저 빼놓고 회식하고 싶으세요?”<BR><BR><아아, 오늘 회식……. 모처럼 주말인데, 술 마시기 싫어……. 집에 일찍 가고 싶어….><BR><BR>세정 씨 가벼운 농담에 사람들이 슬쩍슬쩍 웃었다.<BR>술 마시기 싫다는 것 치곤 너무나도 유연한 대처였다.<BR><BR>나도 모르게 사람들 분위기에 동승했다. 불쑥 세정 씨에게 말을 걸었다.<BR><BR>“세정 씨, 술 약하지 않아요?”<BR><BR>내가 운을 띄우자, 사람들이 떡밥을 주워 먹으려 달려들었다.<BR>사람들은 금방 세정 씨와의 술자리 이야기를 꺼내들었다.<BR><BR>우후죽순 솟아오르는 세정 씨 에피소드들 덕에 엘리베이터 앞 분위기가 후끈후끈했다.<BR><BR>세정 씨만 빼고.<BR><BR>세정 씨는 훈훈한 사람들 분위기에 숨어 나를 가만 보고 있었다.<BR>눈이 마주치자 세정 씨가 생긋하고 웃었다.<BR><BR><………………………개새끼…….><BR><BR>나를 향해 한 말일 것이다. 분명. 왜? 개새끼?……. 왜?<BR>모른다. 왜 그녀가 나를 욕하는 지는 나도 잘 모른다.<BR><BR>오늘 점심 때 정신 상담실 카운슬러에게 1시간을 예약했다.<BR>세정 씨의 속마음이 들리고, 보이는 이 환청과 환각 때문이다.<BR><BR>나는 세정 씨의 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BR>내게 들리고 보이는 이 괴현상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BR><BR>이것이 진짜 세정 씨의 진정한 마음 소리이건, 내가 만들어낸 가짜이건.<BR><BR>나도 사람들과 다른 동료들과 똑같이 세정 씨의 친절한 모습만 보고 싶다.<BR>그녀가 나를 욕하는 속마음의 환청이 들리 게 너무나 괴롭다.<BR><BR>혹시나 그녀가 나를 정말로 싫어할지 모른다는 짐작은 차치하고 싶다.<BR>겉으론 솜털만큼도 티내지 않는 그녀다. 환청만 낫는다면 얼마나 좋을까.<BR><BR>카운슬러의 상담실.<BR><BR>안으로 들어서자 야자수의 미니어처 같은 활엽수 화분이 모퉁이에 서있다.<BR>벽이 온통 짙은 밤색의 나무 재질로 되어있다.<BR><BR>카운슬러의 책상도 소파도 따뜻해 보이는 갈색이다.<BR>깊어 보이는 쿠션은 앉아보지 않아도 얼마나 푹신푹신할지 확연하다.<BR>아늑한 나무의 냄새에 안정되는 기분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BR><BR>“무슨 일로 오셨어요?”<BR><BR>카운슬러가 물었다. 검은 뿔테안경을 쓴 여인의 차분한 외모가 마음을 찬찬히 가라앉게 했다. 첫 대면이지만 카운슬러에게 신뢰감이 간다. 말끔한 정장차림도 그 신뢰감에 일조하고 있다.<BR><BR>아무래도 제가 좀 미친 것 같거든요? 선상님?<BR><BR>“환청이 들려서요.”<BR><BR>카운슬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 했다.<BR><BR>진료 카르테처럼 보이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 그녀의 볼펜소리가 사각사각하고 귀를 간질였다.<BR><BR>“그래서요?”<BR>“그래서요, 가 아니라 그래서에요.”<BR><BR>카운슬러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녀는 나를 가만 응시하며 물었다.<BR>목소리가 참 편안하다는 느낌이다. 마치 성우 같다. 커피 광고의 성우.<BR><BR>“아니요. 그래서요, 가 아니네요. 저는 그게 궁금해요. 어떤 것이 들리는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말씀 곤란하시면 지금은 꼭 말씀하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부담은 갖지 마세요.”<BR><BR>그녀는 요목조목 설득조로 말을 이어갔다.<BR>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BR><BR>“저희 회사 동료가 한 분 있으신데요.”<BR>“네. 회사의 동료 분.”<BR><BR>또 카운슬러가 사각사각 카르테에 무언가를 적었다.<BR><BR>“제가 그 분의 생각이 읽히는 것 같아요. 환청이나 환각으로요.”<BR>“주로 어떤 생각이 읽히는 데요?”<BR><BR>그녀가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주로 어떤 생각? 주로?<BR><BR>“주로…… 제 욕이요.”<BR>“욕, 이라.”<BR><BR>카운슬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검지로 이마빼기 중간을 슬슬 눌렀다.<BR>그리곤 입술을 움직여 “쩝, 쩝, 쯥, 뿝” 하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BR><BR>그녀가 게슴츠레 눈을 뜨더니, 물었다.<BR><BR>“혹시…… 이건 제가 그냥 지레짐작 하는 거니까. 연연하진 마시구요. 그 혹시……, 그 분에게 뭐 잘못한 적 없어요? 최근에 조금 사소한, 아니면 굉장히 큰 잘못. 업무상으로나 사적으로.”<BR><BR>업무상? 그럴 리 없다. 나와 세정 씨는 각자 다른 프로젝트에서 뛰기 때문에 부딪힐 일이 없다.<BR>디자인실에서도 그녀를 A그룹이라고 하자면 나는 B그룹이었다.<BR><BR>우리가 업무상 얼굴 붉히는 일은 없다. 있을 수도 없다.<BR><BR>그렇다면 사적으론 어떤가. 사적으로? 이건 더 없잖아.<BR>나는 세정 씨랑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걸.<BR><BR>같이 회사사람들 모여 점심 먹을 때도 말 한마디 안하는 날이 허구하다.<BR><BR>“없는 것 같은데요. 잘못 한 게.”<BR>“그 분과 실제로 사이는 어떠세요? 친밀한 관계인가요?”<BR>“아니요. 얼굴만 잘 알고 같은 사무실이니까, 매일 인사는 꼭 하는 정도에요.”<BR><BR>그녀가 또 입으로 “쩝, 쩝, 쯥, 뿝” 이상한 소리를 냈다. 한참을 그러던 그녀가 말했다.<BR><BR>“아직은 증상만 알아 본 것이기 때문에 확언은 못 드리겠네요. 차근차근 알아가 봐야겠지만….”<BR><BR>겠지만? 뭔가 실마리를 잡았다는 듯 들렸다. 자연스럽게 숨이 멈췄다.<BR>허공의 백색소음까지 모두 녹음하듯 귀를 기울였다.<BR><BR>카운슬러가 던져줄 실마리에 그동안 얼마나 목이 탔는지 모른다.<BR><BR>“의식하고 있지 않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그 동료 분? 께, 죄의식이 있는 건 아닐까 짐작이 들어요. 실제론 아무사이도 아니 시라면서요? 그런데 그렇게 욕을 먹는 환청이 들린다는 건 필시 본인이 동료 분께 욕을 먹고 싶다. 그러니까, 스스로가 동료 분께 욕먹을 만한 무언가를 가슴에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판단이 서네요. 물론 지금 단계로만 봐서요.”<BR><BR>그녀는 ‘아직 이다’, ‘지레짐작이다’, ‘지금 단계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BR>하지만 내 가슴엔 철썩하고 뭔가가 뺨을 후려치는 듯 하는 통증이 느껴졌다.<BR><BR>욕이 들리는 이유가 내게 있을 것이다 하고 생각은 해봤었다.<BR>하지만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했다는 가정을 두고 욕을 먹는가에 대한 건 참신한 발상이었다. <BR><BR>가깝고도 먼, 아니 완전히 다른 생각이었다.<BR>그냥 싫은 것보다 내가 싫어할만한 짓을 했다는 가정.<BR><BR>오해를 풀면 그만일 수도 있겠다. 희망이 솟구쳤다. 환청 쯤 계속 들린다 하여도 괜찮다.<BR>꾸준히 욕을 들어먹지만 안는다면, 그것으로 족할 수 있다.<BR><BR>“선생님. 그러면, 만약 지금 짐작하신 것이 원인이 되고 있다면, 어떻게 하면 증상을 고칠 수 있을까요?”<BR>“글쎄요. 정식으로 사과를 해보는 건 어때요. 진심을 담아.”<BR><BR>진심을 담아? 잘못을 했어야 진심을 담을 수 있는 것 아닌가?<BR>어찌 되었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직장에서 괴로워하는 것 보다는 나았다.<BR><BR>“선물을 한 번 해보세요. 그리고 홀가분하게 스스로를 용서해보는 거죠. 일종의 시도니까요. 어떤가요? 효과를 못 본다고 해도 여러 가지 치료법도 있으니까요. 해보시겠어요?”<BR><BR>“무조건 해야 합니다.”<BR><BR>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다.<BR>상담실에서 일어서자, 카운슬러가 말했다.<BR><BR>“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뵐게요.”<BR><BR>이야기에 너무 집중하느라 시간이 껑충 점프를 했다.<BR>45분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만 같다.<BR><BR>상담실을 벗어나 택시를 잡아탔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도로 위.<BR>세정 씨에게 줄 선물을 생각해봤다.<BR><BR>“세정 씨 이거 드세요.”<BR>“어머? 웬 사탕이에요?”<BR><BR>오늘 길에 시험 삼아 막대 사탕을 사봤다.<BR>세정 씨만 주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 사무실 사람들 몫도 충분히 사왔다.<BR><BR>깡통으로 하나를 통 째….<BR><BR>“너 밥 어디서 먹고 왔어?”<BR><BR>팀장이 물었다. 와중에 난 세정 씨가 사탕을 먹나 안 먹나만 관찰했다.<BR><BR>“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하하.”<BR><BR><…꼴에 친구도 있어……….><BR><BR>꼴에 친구도 있어. 세정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휙 세정 씨를 돌아보자, 세정 씨는 사탕을 입에 물고 있었다.<BR>세정 씨가 환하게 웃으며 “잘 먹을게요.” 했다.<BR><BR>친절하다. 너무 상냥하다. 그거 200원 이에요. 고마워할 것 없어요.<BR>다음엔 20만원 어치 사줄게요. 1000개 드시면서 천 번 웃어주세요. 하고 말하고 싶을 만큼 상냥하다.<BR><BR>세정 씨가 입에서 사탕을 움직였다. 달그락 하고 작은 소리가 들린다.<BR><BR>내 시선을 느꼈는지 세정 씨가 나를 한 번 더 올려봤다.<BR>세정 씨가 앞머리를 슬쩍 쓸어 넘겼다. 그리고 또… 미소 지었다.<BR><BR>아무래도 사탕은 너무 작은 선물 같다. 진심을 담은 선물이라곤 말할 수 없다.<BR><BR><…초코 말고 딸기 맛 먹을 걸…….><BR><BR>‘사탕 많으니까, 얼마든지 드세요. 전부 다 세정 씨 주려고 사 온 거니까.’<BR><BR>작은 선물이 아니면 어떤 게 좋을까. 퇴근 시간까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BR>고민에서 깨어나니 잿빛 도시 위로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 앉아있었다.<BR><BR>남들은 모두 자가용으로 퇴근을 했다.<BR><BR>나와 세정 씨만 회사 앞 버스정류장에 우두커니 서있다.<BR>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가 다른 버스를 탄다는 것이다.<BR><BR>같은 버스까지 탄다면 정말 병원에 입원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BR>아침 출근부터 밤 퇴근까지 몇 시간을 그녀에게 욕먹는다면, 미치지 않고 어떻게 버틸까.<BR><BR>“세정 씨 저녁은 드세요?”<BR><BR>저녁은 드세요? 그게 질문인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내게 묻고 싶었다.<BR>엉뚱한 질문이었지만, 세정 씨의 반응은 너무 살갑다.<BR><BR>“그럼요~ 저도 밥 먹어야 살지요. 하하. 왜요?”<BR><BR><……어색해. 어색해어색해어색해어색해어색해어색해어색해어색해…………><BR><BR>밥 먹을래요? 제가 살게요. 묻고 싶었다.<BR><BR>하지만 어색해만 수십 번 속으로 외치는 사람에게 어찌 그런 소리를 할까.<BR>밥 먹는 와중에도 백 번은 아니, 밥 먹는 내내 속으로 외칠지 모른다.<BR><BR>“몸에 지닐 수 있는 물건은 어때요?”<BR><BR>카운슬러가 물었다. 이번엔 카르테 따위 들고 있지 않다.<BR>카운슬러는 편히 다릴 꼬고 앉아 나와의 대화에만 집중했다.<BR><BR>상담실의 나무향기가 역시 마음을 놓이게 한다.<BR>나도 집에 통나무를 하나 사놓던가 해야겠다. <BR><BR>나무 냄새 짱이다.<BR><BR>“손목시계 같은 걸 말씀하시나요?”<BR><BR>“시계 같은 거 좋죠. 밥 같은 거 사실 같이 먹자고 권유하는 건 어렵잖아요. 친한 사이도 아니라면 더욱 그렇구요. 꼭 데이트 하자고 작업 거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말씀하기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BR><BR>정말 난 카운슬러에게 감사해야한다. 내 마음을 정확히 집어주고 있다.<BR>저는 세정 씨 말고 당신에게 먼저 밥을 사야만 할 것 같습니다만?<BR><BR>“그런데, 시계 같은 것도 상대가 받기 곤란해 하면 어쩌죠?”<BR>“생일을 노려보면 어때요?”<BR><BR>세정 씨 생일. 두 달 전에 지났다. 팀장이 세정 씨 생각해서 퇴근도 한 시간 앞당겨줬다.<BR>친구들이랑 즐겁게 보내라고. 결국 그날 밤 사무실 사람들과 다 같이 파티를 했지만.<BR><BR>즐거운 자리였다만 기억이 없다. 흥에 겨워 나는 필름이 끊겼다.<BR>사무실 사람들 모두 한 번 씩 “세정 씨 생일 축하해요.” 말 해줬었다.<BR><BR>내가 “생일 축하해요. 세정 씨.” 했더니 했던 속말이 뭐였더라. 맞다.<BR><BR><…남들 다 하니까, 이제 와서 축하한다고 하는 것 봐……><BR><BR>정말 가끔은 넥타이로 목을 졸라 스스로 숨을 끊고 싶다.<BR><BR>“생일은 거진 1년을 기다려야 해요.”<BR>“지났나요? 아아…. 그럼 뭐 축하 해줄 일 없나요? 아무거나.”<BR><BR>아무거나 축하할일? 억지로 만들어서 주라는 뜻이군. 뭘 줄까.<BR>악세서리가 좋다라…. 반지? 아니야. 미치지 않고서야 반지를 주는 건 이상해.<BR><BR>반지를 왜 줘. 결혼이라도 청하는 것 같잖아.<BR><BR>목걸이? 목걸이라…. 그럴싸할지도 모른다. 잠깐! 목걸이?<BR>그것도 연인 끼리나 선물하는 거 아닌가? 뭔가 뉘앙스가 쑥스럽잖아.<BR><BR>결국 카운슬러와의 이야기대로 손목시계를 샀다. 당연히 길거리표는 살 수 없었다.<BR>큰맘 먹고 아르마니의 시계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BR><BR>메탈릭하지 않고 흰색의 미네랄 재질과 금색이 섞인 디자인이 심플하게 보였다.<BR>무엇보다 세정 씨에게 어울릴 것 같았다.<BR><BR>환청을 고칠 수 있다면, 아니 욕을 안 먹을 수 있다면. 이것은 투자다.<BR>나에게 하는 투자. 미치고 싶지 않으면 내야 하는 세금. 국민연금 석 달 치? 제발 나아라.<BR><BR>점심시간 세정 씨에게 포장 된 시계 상자를 건넸다.<BR><BR>“이게 뭐에요?”<BR><BR>세정 씨가 물었다. 눈이 휘둥그레 한 것이 흰자위가 다 보이는 것 같다.<BR><BR>“저 번에… 그, 왜 있었잖아요. 세정 씨 생일. 그 때 제가 선물을 못해서요.”<BR><BR><…생일? 두 달 전에 지났잖아. 뭐야, 미쳤어. 사람들 앞에서 왜 이래……><BR><BR>아뿔사. 세정 씨보다 옆에 있던 사무실 사람들이 더 놀랐다. 팀장이 걸걸한 목청을 높였다.<BR><BR>“뭐야? 무슨 선물 이길래, 몇 달 전 껄 지금 주냐?”<BR><BR>“아니요. 지금 준다고 하기 보단, 그… 그, 그때! 아, 제가 그때 사놓고 못 드렸어요. 하하하하하하! 집에 가보니까 아직도 서랍장 안에 있지 뭡니까. 하!… 하! 하하하하하하하!”<BR><BR>놀란 기색이 역력하던 세정 씨가 표정을 풀었다. 푸근한 미소로 세정 씨는 시계 상자를 받았다.<BR><BR>세정 씨가 물었다.<BR><BR>“뭔데요?”<BR>“아, 시계요. 손목시계.”<BR><BR>세정 씨는 포장지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종이를 한 꺼풀씩 벗겼다.<BR>슥 삭 종이가 벗겨지는 소리가 사무실을 꽉 매웠다.<BR><BR>사무실 사람들이 둥그렇게 우리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목을 길게 뺀 사람들의 표정이 가관이다.<BR><BR>“야! 저거 알마니 시계 아니야?”<BR><BR>다른 여직원의 찢어지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래 아르마니다. 왜 소리는 지르고.<BR><BR>“야! 저거 비싼 거 아니야? 너 무슨 바람이 불었냐?”<BR>“나 저거 본 것 같은데? 저거 일이십 만원이 아닐걸?”<BR>“아! 나도 저 시계 갖고 싶었는데. 내 생일도 저번 달이었는데 왜 저는 안줘요?”<BR>“야 너 부자냐?”<BR><BR>사람들의 말이 밀물 파도처럼 밀려왔다. 망했다. 이러면 선물받기 거북해지는 거 아니야?<BR>세정 씨에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BR><BR>“이거 얼마 안 나가요.” 하니 팀장이 팔꿈치로 날 쳤다. 치면서 물었다. “얼만데?” 하고.<BR>말문이 막혔다. 몇 십 만원이 얼마가 아닌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요상해졌다.<BR><BR>세정 씨가 입을 열었다.<BR><BR>“얼마에요?”<BR>“가격이 중요한 가요. 하하.”<BR><BR>세정 씨가 안타까운 듯 웃었다. 그러며 내 앞으로 상자를 다시 내밀었다.<BR><BR>“이렇게 비싼 건, 저 못 받아요. 미안해서…. 마음만 받을게요.”<BR><BR>마음만 받지 말고 그냥 받아요. 좀 받아요, 그냥 좀. 나 좀 살려줘! 아아, 누가 나 좀 살려줘!<BR><BR>말없이 선물 상자를 돌려받았다. 눈치 없는 여직원이 “그럼 나 줘요. 나 가지고 싶었어요.” 말했다.<BR>그러자 팀장이 “눈치 없기는… 저걸 널 왜 주냐!” 호통을 쳤다.<BR><BR>이건 아니었다.<BR><BR><…뭐야, 완전 창피해……><BR><BR>창피하구나! 그래. 내가 병신이다. 둘만 있을 때 주면 될 걸.<BR>사람 많은 곳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남들 눈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BR><BR>나는 침착하게 퇴근을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시계를 내밀었다.<BR>버스 정류장 앞으로 차가 씽씽 달리고 있었다. 세정 씨는 시계 상자를 가만 내려다보았다.<BR><BR>“세정 씨, 그래도 기왕 산건데. 그냥 써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꼭 드리고 싶었어요.”<BR><BR>세정 씨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꾹 다문 입술이 시옷자를 만들었다. 세정 씨는 한숨을 푹 쉬곤 말했다.<BR><BR>“이거 정말로 얼마에요? 말씀해보세요.”<BR>“삼십……”<BR><BR>구만 구천 구백 원.<BR><BR>“그렇게 비싼 걸 어떻게 받아요. 부담 되요.”<BR><BR><…그걸 왜 받아……><BR><BR>“그냥, 그냥요. 부담 없이 그냥 쓰셔요. 괜찮아요.”<BR><BR><……그걸 왜 받아…………내가……당신한테………><BR><BR>카운슬러가 자기 허벅지를 짝하고 내려쳤다. 내 정신도 번쩍 드는 기분이다.<BR><BR>“그 동료 분, 진~짜 착한 사람인가보다.”<BR>“그 동료 분, 진~~짜 착한 사람이에요.”<BR><BR>카운슬러는 혼잣말처럼 “나 같으면 받겠네.” 읊조렸다. 그리곤 특유의 입소리를 내더니 물었다.<BR><BR>“혹시 이번 일로 선물을 한다는 일에 위축되진 않으셨나요?”<BR>“아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줘야겠어요.”<BR>“시계는 다시 환불했어요?”<BR>“아니요. 하려고 했는데, 왠지 못 하겠더라고요.”<BR><BR>카운슬러는 내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기다렸다.<BR>멀뚱하게 나를 바라보는 그 모습은 속내를 털어 놓으라는 조심스런 권유 같았다.<BR><BR>“환불하면 다 끝인 것 같아서.”<BR><BR>“직장을 옮기시는 건, 무리인가요?”<BR><BR>“불가능 한 것은 아니죠. 하지만 지금 직장이 너무 좋은걸요.<BR>동료들과 쌓은 정도 있고, 또 집이랑 가까운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BR><BR>“무엇보다?”<BR><BR>모르겠다. 그냥 그만두기 싫다. 이유는 만들면 수십 가진 더 댈 수 있다.<BR>하지만 싫기 때문에 싫다는 이유가 가장 맞는 표현이다.<BR>그만두기 싫다. 욕을 듣기도 싫다.<BR><BR>환청만 안 들리면 내 삶은 완벽히 순조로울 것이다.<BR><BR>“…그럼 몰래 줘 봐요.”<BR>“몰래 주라니요?”<BR>“그 사람 모르게.”<BR><BR>본인 모르게 시계를 줘? 술이라도 먹여서 필름을 끊으라는 것인가?<BR>설사 그렇게 줬다고 한들 그게 준건가? 다시 돌려받으면 어떡해.<BR><BR>“그 동료 분께서 잘 쓰지 않는 서랍에 넣어둔다던가.”<BR>“주지 않고 준거네요.”<BR>“네, 실험이라고 생각해요.”<BR><BR>아니다. 그래도 주고 싶었다. 술을 진탕마시면 취할 거다.<BR>취한 사이 기습적으로 줘버리고 도망치자.<BR><BR>한 달에 한 번씩 꼭 회식을 한다.<BR><BR>다음 회식자리를 기다렸다. 매일 가방 속에 시계를 담아 다녔다.<BR>이따금 사람들이 “너 세정 씨한테 관심 받고 싶냐?”, “세정이 좋아하냐?”, “사귈 거야?” 물어본다.<BR><BR>관심? 좋아해? 모르겠지만, 욕은 매일 받아먹고 있다. 털어 놓는다면 내가 미쳤다는 걸 들키겠지.<BR>지금 얼마나 세정 씨 때문에 미치겠는지. 세정 씨가 회사를 떠나는 것도 원치 않는다.<BR><BR>사무실의 화기애애함, 그 8할은 세정 씨에게서 나올 것이다.<BR>내가 지켜야 할 것이 적어도 세 가지였다. 나 자신, 회사 그리고 회사를 위한 세정 씨.<BR><BR>모처럼, 기회처럼, 소낙비처럼 돌아온 회식 날. 하루 종일 세정 씨 기분이 별로 인 듯 했다.<BR><BR>하루에 세정 씨가 몇 번 같은 생각을 반복 했는지 모른다.<BR><BR>세정 씨가 걷는 길목마다 녹색 소주병이 떠다녔다.<BR>방울 맺힌 소주잔의 사진과 꿀꺽하고 목 넘김이 시원한 맥주의 광고 동영상도 재생되고 있었다.<BR><BR><…오늘은 좀 취하고 싶어……><BR><BR>절호의 찬스. 권하면 얼마든지 마실 것 같았다.<BR>함께 마셔주자. 상냥한 그녀이기에 얼마든 함께 취해줄 것이다.<BR><BR>사람들의 분위기도 내가 주도해야한다.<BR><BR>모두 진탕 취할 수 있게. 생각했지만, 회식은 고급 일식집에서 열렸다.<BR>분위기가 차분한 것이 나를 참 힘들게 했다. “위하여!!”를 위치며 ‘짠’을 하기엔 부적절하게만 느껴졌다.<BR><BR><…뭐야! 뭐야뭐야뭐야! 고급이고 나발이고 매번 가던 고깃집으로 가자고!…아, 가자고!!!……><BR><BR>내말이요. 세정 씨.<BR><BR>“오늘은 분발을 좀 해봤어. 우리 디자인실 사람들 고생하는 거 내가 다 알아! 다들 마음껏 먹어? 응?!”<BR><BR>그래요. 고마워요. 사장님. 저도 오늘이 아니었다면 얼마든 즐거이 먹고 마셨겠네요.<BR>하지만 이 차분한 분위기는 좀 그런 것 같아요. 간부들 접견장소 같잖아요.<BR><BR>사장님. 님 마음은 제가 잘 알아요. 님이시여.<BR><BR>“분위기가 되게 고급이다.”<BR><BR>세정 씨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차분하게 고갤 끄덕였다.<BR>다들 표정에 그늘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BR><BR>적극적으로 까부는 건, 내 장기가 아니었다. 내 나름 최선을 다해야했다.<BR><BR>“아, 오늘은 정말 마시고 싶었어요.” 내가 말하자,<BR>세정 씨가 “정말요? 저돈데!” 받았다.<BR><BR>그러자 팀장이 “야, 너네 그럼 같이 앉아. 요즘 분위기도 좋던데.” 했다.<BR><BR>그런 말은 하면 아니 되십니다. 팀장님. 또 어색해지면 다 물거품이 되요.<BR>하지만 세정 씨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세정 씨는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서며 내 옆자리로 왔다.<BR><BR>“그래요! 우리 같이 마셔요. 취하고 싶었어요.”<BR><BR><…잘 됐네! 짜식 가끔은 도움이 될 때도 있고만!……><BR><BR>세정 씨가 싱글벙글 웃었다. 사람들 눈초리에 훈훈한 히터가 달려 있는 듯 했다.<BR>나와 세정 씨의 투 샷을 보는 눈빛이 그랬다. 얼레리꼴레리~ 하는.<BR><BR>순조로웠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비싼 술을 세정 씨와 각자 한 병씩 비웠다.<BR>다른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BR><BR>알딸딸하게 오른 술기운이 슬슬 작전의 시간이 임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BR><BR>남들 몰래 세정 씨의 가방을 찾았다.<BR><BR>검정색 가죽가방.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이 세정 씨의 뒤편에서 포착되었다.<BR>세정 씨를 보았다. 양 볼이 발그레 해진 것이 취한 게 틀림없었다.<BR><BR>“더 마실 수 있죠?”<BR><BR><…못 마신다고 하면 때릴 줄 알아……><BR><BR>세정 씨가 내게 물었다. 나는 “그럼요~ 당연하죠.” 답하며 그녀의 가방을 슬쩍 내게로 당겼다. <BR>아무도 모른다. 세정 씨에게 건배를 외치며 가방으로 손목시계 상자를 밀어 넣었다.<BR><BR>작전이 순조롭게 완료되며 회식이 끝났다.<BR>뿌듯하게 일식집을 나섰다. 담배를 하나 태우려는데 팀장이 말했다.<BR><BR>“야! 니가 취하게 했으니까, 세정이 집까지 바라다 줘.”<BR><BR>응?<BR><BR>“세정이 지금 똑바로 서지도 못해! 다들 피곤하니까! 니가 책임져.”<BR><BR>팀장은 호통 치듯 말하며 찡긋하고 윙크했다.<BR><BR>차라리 그냥 나를 유혹하려고 윙크했다고 말해줘요, 팀장님.<BR>세정 씨를 부축 비스무리하게 지탱하자 사람들이 파이팅, 잘해봐 하고 속삭였다.<BR><BR>팀장은 물론 사무실 사람들의 눈빛이 하트모양으로 물결치는 것 같았다.<BR><BR>팀장이 다가와 귓속에 속삭였다.<BR><BR>“고백 타이밍.”<BR><BR>고백을 지금, 고백 같은 소리를 해야 하던 말 던 하지.<BR>내가 미친 걸 알면 다들 얼마나 놀랄까. 세정 씨를 택시에 태웠다.<BR><BR>잠이 들어 버린 것 같다. 잠든 덕택에 마음속 말이 들리진 않는다.<BR><BR>나도 술기운이 오르고 있었다. 약간의 두통도 느껴졌다.<BR>택시 창문을 슬쩍 내리고 창밖의 가로등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익숙한 거리가 스친다.<BR><BR>“세정 씨, 다 왔어요.”<BR><BR>세정 씨를 흔들어 깨웠다. 다행히도 금방 눈을 떴다.<BR><BR>“집이에요?”<BR><BR><…아아, 왜 깨워………><BR><BR>“네 집이에요.”<BR>“열쇠, 열쇠 열쇠.”<BR><BR>정신이 아직 완전치는 못한 듯 했다. 세정 씨는 택시 뒷좌석에 앉아 열쇠타령을 했다.<BR>아직 문 앞까지 오지도 않았다. 생각하는 순간 번뜩하고 손목시계가 뇌리를 스쳤다.<BR><BR>“어?”<BR><BR>세정 씨가 멍한 눈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BR><BR>“뭐지?”<BR><BR>역시나. 세정 씨가 손목시계를 꺼내 들었다.<BR>그녀는 상자를 빙글 빙글 돌리며 여기저기 살펴보았다.<BR><BR>그리곤 급하게 포장을 뜯어냈다.<BR><BR>“저기요….”<BR><BR>세정 씨가 나를 불렀다. 침묵이 찾아왔다.<BR>온 몸을 내리 찧는 침묵.<BR><BR>침묵을 깬 건 택시기사 아저씨였다.<BR><BR>“아, 깼으면 계산하고 얼른 내려요?”<BR>“아, 죄송합니다. 세정 씨 내려요. 어서.”<BR><BR>세정 씨는 점차 얼굴이 굳어갔다. 세정 씨가 나를 따라 택시에서 내렸다.<BR>더 이상 그녀를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아 고갤 돌렸다.<BR><BR>바보다.<BR><BR>나는 그대로 택시를 타고 갔어야 했는데.<BR><BR>“이거, 왜 또 주려고 해요?”<BR>“….”<BR>“제가 싫다고 했죠. 부담된다고 했잖아요. 왜 자꾸 주려고 해요. 왜 이러는 거에요.”<BR><BR>확실히 화가 나있었다. 분명히 화난 말투다.<BR><BR>내가 꺼낼 말이 없는 것을 보니, 잘못도 내가 큰 잘못을 한 것만 같이 느껴졌다.<BR><BR>그래도 그 시계 좀 받아주면 안 돼요? 한 번만. 딱, 딱 한 번만 좀 받아주면 안 돼요?<BR>내가 그러면 정말, 정말로 편해질지도 모르는데.<BR><BR>“대답, 안 해 줄 거에요?”<BR><BR>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나왔다. 머리가 흐리멍덩해졌다. 입이 열리질 않는다.<BR><BR><…………개새끼……………죽었으면 좋겠어……………><BR><BR>세정 씨가 상자를 냅다 던졌다. 힘없이 나가떨어진 상자가 뒹구르르 아스팔트 위에서 굴렀다.<BR>내가 시계 상자를 돌아보는 사이 세정 씨는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BR><BR>“그러게 내가, 몰래 주라고 했잖아요?”<BR><BR>카운슬러가 처음으로 탓하듯 말했다. 그 말투가 가슴을 친다.<BR>처음으로 정말 세정 씨에게 큰 잘못을 한 기분이 든다.<BR><BR>카운슬러는 특유의 입소리를 연발했다.<BR><BR>내가 “그 입소리는 왜 내는 건가요?” 묻지 않았다면, 몇 시간이고 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BR><BR>“입소리가 지금 문제에요?”<BR>“문제 아니에요.”<BR>“어떻게 하실 거에요. 이제, 마음에 짐만 하나 더 짊어지고 오셨잖아요.”<BR><BR>카운슬러에게 혼날 줄이야. 혼이 나도 싸지만. 1시간을 주구장창 설교만 듣고 왔다.<BR>오늘은 카운슬링 비용도 청구 받지 않았다.<BR><BR>그녀는 “오늘은 청구서 안 나갑니다. 오늘은 인간됨으로 충고한 거에요.” 했다.<BR>인간이 덜 됐다는 그 직선적인 말이 화살처럼 가슴에 박혀있다.<BR><BR><…………개새끼……………죽었으면 좋겠어……………><BR><BR>그런 말. 이제는 듣고 싶지가 않다. 차라리 도망을 치는 것이 편하고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BR>카운슬러의 마지막 조언을 따라봤다. 그녀가 사용하지 않는 서랍 찾기. 망했다.<BR><BR>그런 서랍이 어디에 있어! 어디에 있냐고! 주되 주지 않는 방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BR>그리고 만일 세정 씨가 시계를 다시 찾는다면.<BR><BR><…………개새끼……………죽었으면 좋겠어……………><BR><BR>아, 그만 좀 떠올라줘.<BR><BR><…………개새끼……………죽었으면 좋겠어……………><BR><BR>그만.<BR><BR><…………개새끼……………죽었으면 좋겠어……………><BR><BR>…………………………………그만.<BR><BR>머릿속에서 세정 씨의 말이 메아릴 치는 바람에 기운이 없었다.<BR>출근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꾀병을 부렸다.<BR><BR>팀장은 “웬일이냐? 니가 꾀병을 피우고.” 하며 월차를 줬다.<BR><BR>꾀병이 맞기 때문에 다른 변명은 하지 않았다.<BR>처음엔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BR><BR>하지만 세정 씨의 ‘죽었으면 좋겠어’가 반복적으로 떠올랐다.<BR>조용한 것이 괜히 생각을 어지럽히는 것 같아 음악을 틀었다.<BR>그러자 운율을 타고 ‘죽어, 버려’가 되뇌어졌다.<BR><BR>차라리 TV를 틀었다. 얼굴 모르는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BR>소파에 드러누워 앵커의 진행이 얼마나 매끄럽나 점검하던 차였다.<BR><BR>“성북동 빈집털이 범이 오늘 낮 10시 경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빈집털이 범, 박 씨는 총 열다섯 차례에 걸쳐…….”<BR><BR>눈이 번쩍 뜨였다. 훔치는 대신, 물건을 놓고 온다. 집안 장롱 맨 밑 구석이라던가.<BR>싱크대 밑 사각지대, 맨 밑 서랍장 구석 진 곳, 좌변기 물통 속에 넣고 오는 것도 좋았다.<BR><BR>아이디어가 폭발했다. 바늘구멍 같은 실타래 빛이 보였다. 줄 수 있다.<BR>아니. 주고 온다. 몰래 주고 온다. 주고 온다!!<BR><BR>인근의 동네 열쇠 집으로 뛰어갔다.<BR><BR>“아저씨!”<BR>“예~ 뭐 찾으세요?”<BR>“아저씨!”<BR>“예~ 뭐요~.”<BR>“저 열쇠 따는 법이 좀 알고 싶은데요.”<BR>“….”<BR><BR>안 들리나?<BR><BR>“저 열쇠 따는 법이 좀 알고 싶은데요.”<BR>“….”<BR>“저 열쇠 따는 법이 좀….”<BR>“마!!”<BR><BR>열쇠 집 주인이 벼락같이 고함쳤다. 너무 깜짝 놀랐다. 소스라친 몸이 경직했다.<BR>어깨가 납작하게 줄어들었다. 다리로 힘이 바싹 들어갔다.<BR><BR>온 몸이 녹이 슨 것처럼 뻑뻑하게 느껴졌다.<BR><BR>“이 미친 새끼가, 여가 이 개새끼야 도둑놈 만드는 학원인 줄 알아?”<BR><BR>우와. 이런 생생하고 긴박감 넘치는 욕을 들어 보는 것이 얼마만이던가.<BR>뒤늦게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아차리고 설명했다.<BR><BR>“그게 아니구요. 제가 어떤 회사에 잘 아는 여자가 있거든요. 그 여자네 집에 좀 들어가 보고 싶어서 그러는데요.”<BR><BR>아저씨는 넋을 잃고 나를 바라봤다.<BR><BR>“너 미친 새끼지?”<BR><BR>아직 이해가 덜 간 듯싶었다.<BR><BR>“그게 아니라요. 제 말씀을 잘 들어보세요. 그러니까요.”<BR>“그러니까, 그 여자네 집에 불법 주거침입하고 싶다는 소리잖아 지금.”<BR>“아니요. 불법 주거침입이 아니고요. 제가 그 여자한테 줄게 있는데요.”<BR><BR>아저씨는 또 넋을 잃었다. 나는 끝임 없이 설명했다.<BR><BR>세정 씨와의 일화. 세정 씨와의 관계. 세정 씨가 내 인생에 있어 얼마나 큰 축을 이루는지.<BR>내가 왜 세정 씨의 집에 침입해야하는지. 지금 아저씨가 내 인생에 얼마나 중대한 열쇠인지. <BR><BR>아저씨가 여는 것이 어느 한 여인의 집이 아닌 내 병난 마음의 닫힌 문이란 것과<BR>내가 몇 달을 그 닫힌 문 앞에서 얼마나 괴롭게 지냈는지.<BR><BR>설명을 계속하다보니 눈물이 났다. 펑펑 울었다. 엉엉하고 울었다.<BR><BR>호소했다. 무릎도 꿇었다.<BR>마지막엔 아저씨와 부둥켜안고 울었다.<BR><BR>“내가 열어줄게! 그 문! 니 인생의 문! 내가 열어줄게!!! 열어줄게!!!!!!!”<BR><BR>아저씨는 급하게 열쇠집 셔터를 내리고 따라 나섰다.<BR>아저씨의 공구가방이 든든하게 느껴졌다.<BR><BR>남는 손을 나와 맞잡고 아저씨의 트럭에 올라 세정 씨의 집까지 갔다.<BR><BR>아저씨를 설득하기 위한 시간, 세정 씨의 목소리를 지우기 위한 여정.<BR>그 끝이 보이고 있었다. 20층 즈음의 높은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아저씨와 결의를 굳혔다.<BR><BR>세정 씨 집 앞 현관으로 간 아저씨가 말했다.<BR><BR>“야, 이건 3초면 열어. 구식이네.”<BR><BR>멋지다. 너무 멋지다. 아저씨의 숱 없는 머리스타일도 간지로 느껴진다.<BR>땀 냄새와 섞인 담배 쩐내가 마초스럽게 느껴진다. 남자다. 상남자.<BR><BR>아저씨가 열어 준 문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방을 급하게 둘러봤다. 역시 장롱 구석이 좋다.<BR>아니면 침대 구석. 어디든 좋다. 주고 온다. 주고 온다! 그리고 현관에서 기다리던 아저씨에게 돌아왔다.<BR><BR>“아저씨.”<BR>“잘했어. 잘 된 거야. 이렇게라도 마음의 짐을 덜었으니까 된 거야. 돌아가자.”<BR><BR>아저씨가 날 격하게 안아줬다. 아저씨의 번들거리는 땀이 나를 어룬다.<BR><BR>“아저씨, 시계를 안 가져왔어요.”<BR>“응?”<BR>“시계….”<BR><BR>시간은 다섯 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아저씨와 난 허망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다.<BR><BR>“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내일도, 내일 모래도.”<BR>“오늘이 날이에요. 오늘 말고는 그 여자가 이렇게 집을 비우는 날이 없을 거에요. 저랑 같이 일하니까.”<BR>“휴가내면 되지!”<BR>“아니에요. 괜찮아요.”<BR><BR>이게 내 운명인 것 같다. 이게 내 삶이야. 아저씨가 핸드폰 시계를 다시 들여다보았다.<BR>소용없었다. 시간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 아저씨가 내 어깨를 토닥여 줬다.<BR><BR>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놓인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바라보았다.<BR>줄 수 있었는데, 내가 멍청하게 호들갑을 떨어서 못 주고 왔다.<BR><BR>내 탓이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내 탓이다. 맨 바닥에 그대로 누워버렸다.<BR>스산한 방바닥의 기운이 과열된 머리를 식혔다. 식어가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번진다.<BR><BR><…………개새끼……………죽었으면 좋겠어……………><BR><BR>내가 왜 싫어요? 세정 씨.<BR><BR>그대로 자고 싶어서 눈을 감았다. 감는 눈을 따라서 추척추척 뭐가 막 흐르냐 왜.<BR><BR>다음날 출근하자 팀장은 “꾀병 다 나았냐?” 호쾌하게 물었다.<BR>“아니요. 더 심각해졌습니다.” 대답하니 팀장이 스치는 나를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봤다.<BR><BR>사표를 낼 생각이다.<BR><BR>세정 씨와 한 사무실에서 일 할 수가 없다.<BR>한 사무실에선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들린다.<BR><BR><…나왔네……………><BR><BR>일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사직서를 썼다 지우 것만 반복했다. 수기로 쓰고 싶었다.<BR>그것이 예의 같았다. 정든 직장에게, 정든 식구들에게. 손으로 쓰고 싶었다. 죄송하단 말씀.<BR><BR><…일 안하고 뭐해?……><BR><BR>팀장에게 사직서를 내밀었다. 팀장은 나를 흡연실로 끌었다.<BR>팀장에게 다시 사직서를 내밀었다. 팀장은 사직서를 보고 나를 봤다.<BR><BR>나를 보고 사직서를 또 봤다.<BR><BR>“왜 이래? 월급이 부족해?”<BR>“아니요.”<BR>“그럼, 환경이 별로야? 야 너 다른 곳으로 가도 다 비슷비슷….”<BR>“그런 거 아니에요.”<BR>“….”<BR>“….”<BR>“너 세정이한테 차였냐?”<BR><BR>사귀자고 말 꺼내 본 일도 없다. 답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BR><BR>“개소리 하지 마. 못 그만둬.”<BR><BR>“예?”<BR><BR>“못 그만둬. 너 관둬봐. 너 이력서 들어가는 회사, 우리 회사로 다 연락 오게 돼있어.<BR>연락 와서 물어보면 너 같은 새끼 뽑지 말라고 할 거야. 너 다른 회사 못가.”<BR><BR>어라. 이게 아닌데.<BR><BR>“가서 일해. 또 개소리하면 너 모가지 긋고, 그은 다음에 내 목도 긋는다.<BR>내가 하는지 못하는지 두고 봐. 궁금하면 또 내밀어. 종이 짝. 내밀어봐.”<BR><BR>못 내밀었다. 팀장이 목은 못 글지 모르나 다른 회사 못 들어가게 한다는 협박은 신빙성이 있다.<BR>아니 못 할 것 같지가 않았다. 더럽게 겁이 났다. 손가락 빠는 생활은 할 수 없다.<BR><BR>대학 나와서 한 일이 디자인뿐인데. 처참한 기분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BR><BR><…농땡이 부리다 온 것 봐……담배냄새…><BR><BR>어쩔 수 없었다. 열쇠 집 아저씨를 다시 찾아갔다.<BR><BR>“아저씨, 이번엔 가르쳐줘요.”<BR>“뭐? 어떻게 하게.”<BR>“오늘 밤에 갔다 올래요.”<BR>“밤에?”<BR>“오늘 끝장을 보던가, 아니면 나 죽어버릴래요.”<BR><BR>아저씨와 마주보고 결의를 다졌다. 산타클로스가 된다고 생각하자.<BR>겨울은 멀었지만. 빨간 옷을 입을 생각도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선물을 주자.<BR><BR>세정 씨의 집 앞에 선 시각. 새벽 2시를 넘기고 있었다.<BR>그녀의 아파트 창으로 불 들어온 집은 끽해야 서너 곳.<BR><BR>모두가 잠들어 있는 밤이다. 세정 씨도 푹 잠들어 있을 것이다.<BR><BR>귀신처럼 들어가서 쏜살같이 돌아온다. 집 구조는 대충 기억하고 있다.<BR>굳이 세정 씨의 방으로 갈 필요도 없다. <BR><BR>거실의 소파 쿠션 밑에 욱여넣을 것이다. 넣고 나온다. 그러면 홀가분할 것이다.<BR><BR>소리 나지 않게 천천히 세정 씨 집 현관을 열었다.<BR>예상대로 쥐죽은 듯 조용했다. 숨소리도 죽여 가며 발을 내딛었다.<BR><BR>제일 크게 들리는 소리는 거실의 시계소리다.<BR>혹시 내 손의 손목시계 소리일지도 몰랐다. 째깍째깍.<BR><BR>이걸 주고나면, 그러고 나면. 내일이 너무 기대 되었다.<BR>세정 씨의 미소를 있는 그대로 바라 볼 수 있겠지. 그 순간이었다.<BR><BR>거실 형광등이 깜빡… 깜박깜빡, 깜…빡 하고 켜졌다.<BR><BR>세정 씨가 오른편에 서있는 것을 느꼈다.<BR><BR><…………………………………………><BR><BR>멈춰 섰다. 모두 끝장이다. 오히려 이쪽이 마음은 더 후련한 것 같다.<BR>돌아서서 세정 씨를 마주 봤다. 그리고 말했다.<BR><BR>“경찰 좀 불러줘요. 저 좀 잡아가라고.”<BR><BR>세정 씨답지 않게 표정이 없다. 방문턱에 올라선 그녀 또한 그곳에서 꼼짝없었다.<BR>세정 씨가 무서워해도 어쩌랴. 내가 잘못인걸. 도둑놈 같이. 아니, 이 경우는 더 악질로 보인다.<BR><BR>“뭐 하러 왔어요?”<BR><BR><…왜 왔어………도둑놈새끼 마냥……><BR><BR>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욕이 아닌 잡생각 들은 그럼 왜 들릴까.<BR>모르겠다. 이제는 그만할래.<BR><BR>“뭐 하러 왔냐니까요?”<BR>“….”<BR><BR><…개새끼 나쁜 새끼 개새끼 나쁜 새끼 개새끼 나쁜 새끼 개새끼 나쁜 새끼…><BR><BR>세정 씨가 성큼성큼 다가와 주먹 쥔 손으로 내 가슴을 내려쳤다.<BR>의외로 아프다. 가슴이 울리며 텅텅하고 조금은 빈 소리가 들린다.<BR><BR>“왜 왔어요!”<BR>“….”<BR>“왜 왔어요!!!”<BR>“시계 좀 받아주세요.”<BR><BR>세정 씨가 내 손의 시계 상자를 빼앗아 힘껏 던졌다.<BR><BR>“이 까짓 거!”<BR><BR>세정 씨의 그렁그렁한 눈물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BR>도망은 치고 싶지만, 늦었다. 주고 싶은 시계는 어쨌든 전달 된 것 같다.<BR><BR><…뭐야 왜 말 안 해!……><BR><BR>“당신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 도대체 뭐에요. 이랬다저랬다!”<BR><BR>세정 씨가 소리치며 또 가슴을 내려쳤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로 아프다.<BR>물리적으로 강한 것 같다. 힘이 쌘 여자란 건 처음 알았다.<BR><BR>내리 칠 때마다 텅하고 가슴이 울린다.<BR><BR>“사무실 사람들 앞에서! (텅) 내가 상냥하네! 삶의 낙이 되네!! (텅) 생활의 활력소네!! (텅) 그런 소리나 하고. 사람 괜히 설레게 하고. 미소가 예쁘네. 꼬셨잖아! 사랑해 마다치 않는다면서! (텅텅) 사람들한테 얼마나 그 놀림 받았는 줄 알아요? 니가! (텅) 사무실의! (텅) 활력소래! (텅) 그런 소리!! (텅) 누가 해달라고 했어?! (텅) 왜 그래놓고 또 다음날은 모른 척 시치미 때고!!! (텅) 왜 가지고 놀아!! 사탕 같은 건 왜 나한테 제일 먼저 가져와서 또 우스게 만들어요!! (텅) 두 달이나 지난 생일 선물은 왜 사람들 앞에서 줘서 나 창피하게 만들어요!! (텅) 왜 그래요 도대체!! (텅)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좋잖아요!! (텅) 왜 이렇게 사람 힘들게 해요!!!! (텅) 도대체 왜!! (텅) 왜!!!! (텅텅텅텅)”<BR><BR>한참 악을 쓴 세정 씨는 숨이 찬지 숨을 몰아쉬었다. 새근새근 하고 숨소리가 들린다.<BR>숨소리 따라서 어깨도 들썩였다. 나는 그런 소리를 언제 했지.<BR><BR>“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BR>“내 생일 날 그랬잖아요. 그래놓고 다음날 필름이 끊어졌다고 시치미 땠잖아요.”<BR><BR>기억 안 난다. 정말이다. 술에 너무 취해서 기억이 없다. 그런 말을 했던가.<BR><BR>“사람들이 왜 놀려요. 그럴 리 없죠. 세정 씨는…”<BR>“활력소 그런 말 하지 말아요!”<BR><BR><……좋으면 좋다고 말해줘……………><BR><BR>“저는.”<BR><BR><…좋다고 말하면 쉽잖아……><BR><BR>“좋아해요.”<BR><BR>세정 씨가 가만히 안겼다. 바닥에 팽개쳐진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BR><BR>“시계 받아 줄 거에요?”<BR>“받아 줄게요.”<BR><BR>세정 씨를 가만히 안고 시간을 보냈다. 밤이 깊었다.<BR>가슴은 아팠다. 세정 씨는 따뜻했다. 새정 씨 샴푸냄새가 참 달콤했다.<BR><BR>“그래서 어떻게 됐어요?”<BR><BR>카운슬러가 목을 빼고 물었다. 안경도 벗고 눈을 크게 떴다.<BR>소파에서 떨어질 것 같이 몸을 앞으로 내고 있다.<BR><BR>“그래서는요. 뭘, 그래서죠.”<BR>“그래서?”<BR>“그래서 같이 왔어요.”<BR>“옆에 여자 분께서 세정 씨에요?”<BR><BR>세정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BR><BR>“근대 왜 같이 왔는데요?” 카운슬러가 물었다.<BR>카운슬러와 세정 씨를 번갈아 보았다. 이건 세 사람이 다 미친 게 아닐까.<BR><BR>“세정 씨도 제 환청이 들린대요.”<BR><BR>카운슬러가 뒤로 몸을 바싹 뺐다. 소파에 파묻히듯 깊이 몸을 뒤로 젖힌 카운슬러가 말했다.<BR><BR>“그거 텔레파시 아니야?”<BR><BR>그 질문에 세정 씨가 얼굴을 찡그렸다. 마지못해 세정 씨가 물었다.<BR><BR>“당신 카운슬링 자격증 없지?”<BR><BR><BR><BR><BR>- 끝 -<BR><BR><BR><BR><BR><BR><BR><BR>--------------------------------------------------------------------------------------<BR><BR><BR><BR><BR><BR>고민하다가... 그래도 역시 공게 밖엔 없어서 공게에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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