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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70063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44
    조회수 : 2526
    IP : 119.195.***.230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02 22:32:00
    원글작성시간 : 2013/05/02 19:31:31
    http://todayhumor.com/?humorbest_670063 모바일
    [단편] 뱃놀이 (재업주의)




    달빛이 구름에 가리웠다.

    발길이 시야에 잘 들지 않아 가끔 발을 땅에 내딛는 것이 불안했다.

    시간이 얼마나 깊어 졌는지 감이 안 들었으나, 근처에서 젖은 풀잎 향이
    느껴지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강줄기가 뻗어 있을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무과시험에서 떨어지고 나흘째였다.

    분명 나의 활끝은 과녁의 정 중앙을 꿰뚫었고, 길들여 지지 않은 말에 올라타서도 흔들림 없이
    칼을 뽑아 내가 갖은 모든 기량을 선보였다. 다만 나의 들끓어 오르는 기백과 무용심은 채점관들의
    주목을 이끌지 못하는 인형놀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장원으로 이름이 불려 나간 사내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는 사내대장부라 불리기에 왜소한 키와 호리호리한 체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 두터운 살집 하나 없는 팔뚝으로 검을 집는다는 것이 내게는 의아스럽고 못마땅했다.
    나와 단 다섯합만을 주고받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그런 약골이 장원이라니, 인정할 수가 없었다.

    어디 귀족의 자재가 뇌물로 등용길에 오른 것이 틀림이 없었다.

    당장 허리춤의 칼을 뽑아들어 사내와 결판을 짓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으나, 나라님 결정이 번복될 리도
    없을 것이 뻔함이거니와 그런 샌님 같은 놈을 힘으로 억누른다는 것을 무사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다음 과거일을 기약 할 수는 없었다.

    명백히 무사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내가 이번 과거에 장원을 할 수 없었다면, 다음 과거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었다. 당장 결판을 짓는 것이 사내로서의 마땅한 도리라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은 한양에서 산 스무고개를 지나 사십 리쯤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유명한 뱃놀이 터였다.

    그곳은 향간에 소문이 무성한 장소로 낮에는 사람들이 배를 끌며 계절구경에 나서기 일품인 명소라 일컬어졌으나,
    밤이면 귀신이나 도깨비가 나타나 사람들이 해코지를 당하는 곳으로 더욱 유명한 장소였다.

    도깨비들이 밤새 사람을 노리개처럼 가지고 놀다가 그 목을 따서 피를 마시고 즐겼다는 이야기가 풍문이 돼서 일대를 떠도는가 하면,

    한때 근방에서 익사자들의 시신이 자주 출몰하자, 귀신들이 물가에 서 있는 사람들의 발목을 낚아채 물가 깊은 곳으로 몸을 끌어내려

    물을 마시게 한 뒤 숨통을 틀어막아 죽이고선 물 밑바닥에서 그 시체를 끌어 안고 산다는 흉찍한 괴담을 지어내 퍼트리는 일도 있었다.

    귀신들은 보통의 민생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머리를 풀어해친체 피눈물을 흘리는 무섭고, 잔혹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법이 드물었다하며

    대부분은 유곽의 기생처럼 아리따운 모습을 하거나 때때로 집에 계시는 어머니처럼 넉넉한 인상을 한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인했다고 한다. 혹자는 문어처럼 흐물거리는 도깨비를 보았다는 자가 있는가 하면, 혈귀처럼 얼굴이 시뻘건 구척 장신의 장정을 보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씨에 기품이 있고 재치가 뛰어나 사람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이 능숙했으며
    사람들이 그들의 꾀에 속아 덤벙대는 모습에 기뻐하고, 그 멍청함을 손가락질해 비웃었다고 한다.

    지금 북쪽 최전방을 호령하는 대장군이 젊은 시절 이곳에 들러 귀신들을 불러모아 술잔치를 벌였다는 일화는
    무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들어봤을 이야기로 귀신들은 다음날 아침 대장군의 기백에 감복하여
    큰절을 하고 그의 앞길에 금가루를 뿌려주며 축복을 빌어 존경을 표했다한다. 실로 그 덕이었는지
    그는 젊은 나이에 관직에 올라 북방에서 넘치는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였고 지금은 대장군의 위치에 올라있었다.


    '나도 그놈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장원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참을 걸어 달빛을 담은 강줄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며 뱃터를 찾자, 근처에 아낙처럼 보이는 운영이 눈에 띄었다.

    허리춤의 칼자루를 확인하는 손에서 축축한 땀이 흥건했다.

    아낙에게 다가서자 아낙은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묘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무사님이 이 밤에 물가에는 어인 일이신지요?"

    "밤잠을 못 이뤄 바람 좀 쐬러 나왔소."

    "이곳이 어떤 곳 인줄은 듣고 오셨답니까?"

    "뱃놀이 터가 아니오?"

    아낙이 웃음을 지으며 물가로 시선을 돌렸다. 온통 하얀 옷을 입은 아낙은
    소문에서와 같이 기생처럼 고운 자태를 하고 있었고, 다소곳한 몸가짐에서 기품이 흘렀다.

    "그럼 저와 뱃놀이라도 하시겠습니까?"

    아낙의 뒤켠에 작은 배 한 척이 동여맨 밧줄에 몸을 의지한체 물결을 따라 살살 흔들리고 있었다.

    "저 배에는 노자루가 보이질 않소만?"

    "그런 것은 뱃놀이를 하는 것에 방해만 된답니다."

    아낙이 가슴팍에 다소곳이 손은 얹은 체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마음이 불안해져 자꾸만 허리춤의
    칼자루를 만지작거리자 아낙은 슬쩍하고 내 허리춤을 흘겨보았다. 그리고 이내 깊은 미소를 띄며 물었다.

    "소녀가 도깨비가 둔갑한 몰골로 보이십니까?"

    아낙의 웃음은 나약해진 내 마음을 비웃듯 기분 나쁘면서도
    반반한 얼굴 형색 때문인가 기묘한 색기가 흘렀다.

    "무사님이 제가 두려우시다면 어쩔 수가 없지요. 저 혼자 배에 오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이런 위험한 곳에 여인을 혼자 둘 수는 없지요. 함께 오르겠습니다."

    내가 먼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배에 오르자 나루터에서 아낙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배에 올라 아낙에게 손을 뻗어 부축해주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자 아낙은 알 수 없는
    어색한 웃음을 머금은 체 내 손을 의지해 나루터 끝에서 배를 향해 발을 디뎠다.

    "겁이, 없으시군요..."

    아낙의 말에 옆을 돌아보자 배가 슬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표정이 굳은 아낙은 흔들리는 배 위에 선체 자세를 흐트러트리질 않았다.




    -1부 끝-




    자리를 잡고 앉아 아낙을 바라보았다. 조금씩이었지만 배가 물결에 부딪히며
    흔들리고 있음에도 아낙은 태연히 배 귀퉁이에 서서 먼 곳만을 주시했다.

    "그렇게 너무 빤히 들여다보시면, 제가 무안스럽습니다."

    아낙이 나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돗하나 세우지 않은 배가 물살을 못 이기며 슬금슬금 강길을 떠내려가고 있었다.
    아낙은 내가 무슨 말을 하기라도 바라는 듯 입술을 앙다문 체 나를 내려다보았다.

    "낭자는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답니까?"

    "함께 뱃놀이를 떠나 줄 낭군님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분께선 어찌 이 시간까지 자리에 오시지 못 하셨답니까?"

    "글쎄요. 저 강바닥 밑에서 밤잠을 이루시는지, 저 나무 위에서 달구경을 하고 계신지, 저도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아낙이 스르륵 하고 치맛자락을 끄는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다가와 자리를 잡았다.
    아낙은 고개를 슬그머니 내민 체 게슴츠레 눈을 뜨며 교태를 부리듯 내 얼굴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무사님께서는 왜 이 야심한 시각에 잠을 못 이루시는 지요?"

    "최근 들어 바람이 차갑다 보니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지 않고선 잘 잠에 못 들곤 합니다."

    아낙이 내 눈을 응시한체 깊은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

    "허리에 칼자루까지 매시고 말씀이십니까?"

    아낙이 손을 입가에 가져가며 소리내어 웃었다.
    아낙의 웃음소리에 내 마음을 들킨 듯 뜨끔한 기분이 일었다.

    "무인으로서 밤길을 나설 때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다보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습니다. 무사님께서 저를 희롱하시려 검을 빼드시지만 않으신다면야 그깟 철덩어리 무슨 소용이 있겠답니까?"

    이런 시각 모르는 아낙과 단둘이서 강에 배를 띄운다니, 연인 사이가 아니고서야
    돌팔매를 맞아 죽을 행동이었지만, 나는 아낙이 사람이 아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밤이 깊었음에도 아낙의 머리칼은 다부지게 정돈되어 말끔했고
    허연 옷가지를 둘러 입었음에도 어디 한 곳 얼룩이 진 행색이 없었다.

    "왜요. 제가 도깨비가 되어 무사님을 덮칠까 겁이 나십니까?"

    아낙이 웃으며 말하자, 그 웃음소리가 비웃음처럼 기분 나빴다.
    아낙은 내가 기분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기죽지 않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내대장부께서 도깨비 하나에 이리도 긴장을 하셔서 어찌합니까?"

    "이곳의 도깨비들은 사람을 홀려 목의 피를 취한다지요?"

    "풍문은 항상 살을 찌우며 떠다니는 법이랍니다."

    아낙이 손을 뻗어 배 밑에서 흐르는 물살을 갈랐다.
    물살이 아낙의 손에서 양갈래로 흩어지며 유유히 퍼져나갔다.

    "무사님."

    "예, 말씀 하시지요."

    "풍문이 사실이라면, 이 강 밑에는 죽은 사람들의 주검이 쌓여 있겠지요?"

    "풍문이 사실이라면 분명 그렇겠지요."

    아낙이 물에 담갔던 손을 슬며시 꺼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무사님은 소녀가 이 강 밑에 그 사람들은 밀어 넣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낙의 낯에 언뜻 억울한 기색이 보였으나 이내 표정을 밝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소녀가 도깨비라면 어쩌실 셈이시랍니까?"

    달이 높게 떴는지 강을 훤히 비추었다. 해맑은 아낙의 얼굴이 마음을 녹이는 듯
    혹여 아낙이 정녕 보통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허리춤의 칼을 빼들어 소녀의 목을 내치시겠습니까?"

    "낭자가 도깨비라면 난 이 자리에서 낭자의 입술을 빼앗고 낭자를 품을 것이오."

    아낙은 순식간에 얼굴을 굳히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동그랗게 커진 두 눈에 불안함이 비추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사님, 농이 지나치시군요."

    아낙은 화가 난 듯 이를 악문체 나를 노려보았다. 아낙의 화난 기색에도 이상하게 미안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미안한 기분은커녕 오히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난 굳이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낙은 내게 큰 실망감을 느낀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으로 시선을 깔았다.

    "만일 낭자가."

    아낙이 내 말소리에 슬쩍 눈을 치켜떴다.

    "만일 낭자가 사람이라면, 내 약조를 하리다."

    아낙은 금방 기분이 풀린 듯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

    "소녀에게 무슨 약조를 하시겠습니까?"

    "낭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 드리지요."

    "무엇이든 말씀입니까?"

    아낙이 눈을 번쩍 뜨며 미소를 보였다.

    "백두산 이무기의 혓바닥을 가져다 달라신다면 머리통을 잘라오고,
    백년을 묵은 산삼을 캐오라신다면 낭자의 허벅지만한 천년삼을 캐오도록 하지요."

    "소녀와 함께 이 강 밑으로 들어가자 하며는요?"

    "어려울 것 없지요. 이런 좁은 강물이 아니라 저 먼 곳에 있는 바닷물에라도 들어가겠습니다."

    "별을 따다 달라고 하며는요?"

    "달을 따다 드리지요."

    아낙이 신이난다는 듯 환히 웃다가 금방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곤 고개를 뉘이며 불만인 표정을 했다.

    "무사님은 제가 천상 도깨비인 줄로 아시는 군요."

    내가 끄덕이자 아낙은 잠시 침묵했다.

    "그럼 무사님은 제 입술을 빼앗을 셈이시랍니까?"

    자신을 겁탈할 마음이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나는 아낙에서 시선을 피하며 꿀꺽하고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제가 도깨비라면 왜 저를 품으시겠다는 겁니까?"

    내가 아낙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자, 아낙은 내 대답을 기다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낭자가 도깨비라면 저는 낭자를 품고 낭자를 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무사님의 것이 되는 것에 무슨 이로움이 있답니까?"

    "천하 어느 곳에서도 도깨비와 혼례까지 치룬 용감한 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낭자처럼 고운 도깨비라면 마다할 바도 아니지만, 저는 도깨비와 백년가약을 맺음으로써 저의 진실 된
    용맹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흠~, 그럼 어찌하면 제가 도깨비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시려는 겁니까?"

    "그것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낙이 알 수 없는 기묘한 웃음을 흘렸다.

    "제가 도깨비가 아니란 것을 증명해 보이지요."





    -2부 끝-




    아낙은 나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듯 의기양양했다.
    아낙이 눈을 슬쩍 흘기며 옆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도깨비란 본디 피가 냉수처럼 차갑다지요. 그 살껍데기는 얼음장 같아,
    사람이 그 살가죽에 닿으면 소름이 돋고 정기를 빨려 힘이 빠진다 합니다."

    아낙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소녀가 넘어질까 배려하시며 좀 전 배에 오를 때에도 무사님은 소녀의 살깟을 닿으셨지요.
    그때 저의 몸뚱아리가 차가운 얼음장 같았습니까? 기억이 애매하시다면 다시 제 손을 잡아보셔도 좋습니다."

    아낙이 해답을 낸 듯 당당하게 굴었다. 아낙의 허연 손바닥이
    내 확인은 재촉하며 위, 아래로 두어 차례 꿈틀꿈틀 움직였다.

    아낙이 뻗은 손을 가만히 잡자 과연 사람과 같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내가 손을 잡은 체 한참 동안 입을 다물자 아낙이 스르륵 손을 빼며 뒤로 가져갔다.

    "이제 수긍이 가십니까? 소녀가 아직도 도깨비로 보이십니까?"

    "도깨비라면 요술을 부릴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반대 손까지 내어 드려야겠습니까?"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녀의 온몸을 더듬어 보셔야 믿으시겠답니까?"

    "낭자가 정녕 도깨비라면 이런 요술을 부려 사람을 홀렸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료."

    "소녀가 색을 드러내고 무사님게 추파라도 던진단 말씀이십니까?"

    "처음 본 남정네에게 손을 잡아보라 부추기는 아낙은 드물지 않겠습니까?"

    아낙이 턱을 괴며 못마땅한 듯 눈을 찡그렸다.

    "무사님은 용맹한 대장부인냥 행색을 하시더니, 순 난봉꾼이시군요?"

    "제가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않사옵니까? 제가 도깨비라면 저를 겁탈하시겠다며 엄포를 놓으시곤, 제가 사람인 증거를
    내밀어도 믿어주시질 않으니. 무사님은 그저 처음보는 아낙을 품고싶어 밤길을 나서신 것이지요?"

    아낙의 말은 이치가 맞았다. 과연 도깨비들이 재치가 뛰어나다 하더니 나로 하여금 혼란이 들게하는
    완벽한 한 수를 둔 것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여인이 도깨비라면 정녕 소문 속의 도깨비들 묘사가
    정확하고 탁월했다는 것의 증명이 되는 것이다.

    아낙은 마치 자신이 도깨비가 아닌, 사람이라는 걸 호소하며 나를 홀렸다.
    처음보는 남정네에게 맨살을 만지게 허락했는 것이 가장 유력하게 생각되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은근슬쩍 자신이 겁탈당할까 두렵다는 듯 어린 사슴과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낙이 사람일 경우, 내가 아낙에게 보였을 무례함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도깨비의 농간이라면 정말 탁월한 연기와 재치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예리하고 절묘했다.

    "낭자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고 하여 낭자를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찌하여섭니까? 무사님은 소녀의 몸을 더듬기 위해서 궁색한 변명을 하고계신 거지요?"

    아낙이 나의 주장하는 바를 근본부터 부정하며 도발을 했다.
    순간 내가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또한 도깨비의 농간처럼 생각이 들었다.

    "무사님은 저에게 욕정이 드신것 아닙니까?"

    아낙이 나를 난봉꾼 취급하자 내가 그녀를 도깨비로 몰던 행동들이 무색하고 민망스러워졌다.
    나는 다른 곳에서부터 다시, 이 이야기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아낙과의 기싸움에서 패배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이 깊은 밤, 나루터에서 낭군님을 기다렸다는 낭자의 말씀을 신용할 수 없습니다."

    아낙이 서운한 느낌의 미소를 보였다. 그리곤 말을 잇지 못하며 이내 눈물을 쏟을 듯 서글픈 표정을 하였다.
    나는 또한번 아낙이 도깨비라는 생각이 들며 절묘한 표정변화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다.

    "예, 소녀는 낭군님을 기다렸던 것이 아닙니다."

    "옛?"

    나도 모르게 천박한 생목소리가 터졌다. 아낙이 순순히 자신의 모순을 인정하자,
    나는 오히려 깊은 당혹감을 느꼈다. 내 눈앞에 보이던 승기가 저만치 도망가는 듯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소녀는 그저 강물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때우려 거닐었을 뿐입니다."

    아낙이 이치를 따질 수 없는 말을 내뱉자 머릿속이 텅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아낙의 또 다른 허점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의식을 깨워 흔들었다.

    "그럼, 낭자는 어찌하여 온통 허연 옷으로만 치장하였소?"

    아낙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쏘아보았다.

    "허연 옷가지를 입은 것이 소녀가 도깨비가 되는 이유라는 말씀입니까?"

    "통상적으론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순리인 듯싶소만?"

    "그렇다면 무사님은 틀에 박힌 생각뿐이 할 줄 모르시는 분 이시군요."

    아낙이 내 말문을 하나씩 닫아가며 나의 입지를 좁혀왔다.
    다음에 무슨 말을 이어가야 할지 먹먹해져 왔다.

    아낙이 배 밑으로 다시 손을 가져가며 손가락으로
    물을 쓸어내며 부드러운 곡선모양으로 물결을 만들었다.

    "그럼, 소녀가 사람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해 드리지요. 이 이야기가 못 미더우시다면
    무사님은 저를 품으시고 욕된 저의 정절을 위해 최소한의 예의로 저의 목을 베어주세요."

    아낙의 굳은 표정에서 진정성과 알 수 없는 패기가 느껴졌다.






    -3부 끝-




    "소녀, 한번은 집안 대들보에 목을 매단 일이 있었습니다."

    아낙이 손에 묻은 강물을 툴툴 털더니 머리 매무새를 다잡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소녀는 동아줄에 매달리고 버티면, 이 년의 비굴한 인생이 구원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답니다."

    "스스로 목을 맸단 말이외까?"

    아낙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의 낭군님은 사실 이 강물에서 사라지셨다오.
    사람들은 물귀신소동을 벌이고 풍문을 만들어 재미진 듯 떠들었지요."

    "낭군님은 그럼 이 세상 분이 아니란 말씀이구려?"

    "이 강길 어딘가에 잠들어 계시겠지요."

    아낙의 멍한 표정을 보며 연민을 느끼는 자신을 책망했다.
    얼마든지 꾸며댈 수 있는 이야기, 수백 번 들어본들 무슨 증명이 된단 말인가.

    "소녀는 목을 매달 곳이 마땅치 않아 이 강을 찾아들었습니다."

    아낙을 자리에서 슬슬 일어나 균형을 잡더니 저고리를 풀어 웃옷을 벗기 시작했다.
    달빛 아래 아낙의 몸이 드러나며 하얀 속살이 도드라지게 빛을 반사했다.

    "낭자 무엇을 하는 게요?"

    민망해진 내가 아낙을 추궁하자 아낙이 이를 태연히 받아쳤다.

    "소녀, 도깨비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어차피 무사님에게 욕보일 몸,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랍니다."

    속곳까지 훌렁 벗어버린 아낙이 조심스럽게 배 끝으로 가 섰다.

    "소녀는 이 강에 몸을 던지려고 밤 배를 탔지요. 물귀신이 나타나 제 발목을 채가도 좋았을 법했답니다."

    아낙이 나를 돌아보더니 물었다.

    "무사님은 낮에 이곳을 들러 본 적이 있으신지요?"

    내가 고개를 가로로 젓자 아낙이 소리없이 웃었다.

    "이 근처는 소녀를 물 맥여 죽일 수 있을 만큼 깊은 곳이 없답니다."

    아낙이 발 하나를 배 밖으로 스윽 내밀더니 주저하지 않으며 강물로 몸을 던졌다.
    물 밑으로 주르륵 미끄러진 아낙의 몸뚱이가 머리까지 잠기자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물방울을 퉁겼다.

    이내 아낙은 머리를 물 밖으로 빼꼼히 내밀며 배 가생이를 쥔 채 매달렸다.

    "소녀는 물장구를 칠 줄 모른답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 처럼, 이 강에는 몸을 던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지요."

    "사람의 몸은 원래부터 물장구를 칠 줄 몰라도 물에 떠오른다오."

    "하지만 보시다시피 소녀는 뱃물결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을요?"

    말마따나 아낙의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물을 가르는 모습이 정년 물 위를 걷는 것처럼 보였다.
    아낙은 이제 어찌되도 좋다는 듯 앞을 바라보며 유유히 걷기만 하였다.

    "이 강물이 낭자의 말대로 정말 얕은지는 내일동이 터야지만 알 수 있겠구려."

    "어찌하여 선가요? 지금 강물에 몸을 담가보시면 알 수 있답니다."

    "물귀신은 사람을 유인하여 물깊은 곳으로 끌고 간다지 않소?"

    "소녀가 물귀신이라면 진즉에 배를 흔들어 뒤집진 않았겠나이까?"

    아낙의 논리에 말이 막이며 가슴이 뜨끔했지만 나는 그래도 믿음이 서질 않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아낙은 나의 궁색해짐을 비웃는다는냥 미소가 점점 깊어져 갔다. 아낙은 대뜸 손을 내밀어 내게 청했다.

    "그럼, 소녀에게 칼자루를 빌려주시어요. 소녀 발밑에 밟히는 바위를 튕궈 소리를 들려드리리다."

    칼자루를 내놓으라는 말해 당황하자, 아낙은 점점 더 나를 골리는 투로 삐죽 웃어댔다.

    "왜 그러시나이까? 칼자루를 잃으면 소녀 같은 도깨비도 못 당하십니까?"

    "무인은 자신의 칼을 함부러 내려놓지 않소."

    내 말이 내 귀에 울리며 변명처럼 치졸하게 들렸다.

    "소녀가 무사님의 칼을 받으면 실수인 척 물속에 칼을 내 버릴까 겁이 나십니까? 아니면 칼을
    건내 받자마자, 소녀 혈귀로 변하여 무사님의 칼자루를 씹어 삼킬까 그것이 두려우신 겁니까?"

    "나를 조롱하지 마시오."

    "하하하."

    아낙의 웃음소리에 내가 성난 눈을 하며 눈을 부라렸다. 허나 아낙은 아랑곳 안으며 내게 손을 뻗어왔다.

    "소녀 이제 몸이 식은 듯 합니다. 고뿔에 걸리지 않게 이만 강물에서 건저주시어요."

    아낙이 내민 손을 선뜻 잡을 수가 없었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아낙이 나를 잡아 이끌까 겁이 들었다.

    "무사님은 일당백은 되실지 모르겠으나, 대두령은 못 될 그릇이외다."

    아낙이 나의 도움 없이 배 위로 몸을 휙 하니 얹어 들었다.
    배 한켠에 걸린 아낙의 몸이 불안정하여 금방 떨어질 듯 아슬아슬했다.

    아낙은 잠시 배 귀퉁이에 걸려 아둥바둥하더니 몸을 성큼 내밀며 배 안으로 올라탔다.

    "무사님."

    "..."

    내가 마음이 상해 대답을 안 하는 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아낙을 말을 이어갔다.

    "이 곳에 정녕 도깨비가 나타난다면, 무사님께 떼로 덤벼들 것이란 생각은 안 드시더이까?"

    "도깨비는 사람을 골리는 것이 재미져서 하룻밤 세 가지고 논다 들었소."

    "무사님은 그런 풍문을 정녕 굳게 믿으시는군요. 소녀의 진실엔 미동조차 없으시고."

    "내 눈으로 보기 전엔 믿을 수가 없소."

    "그럼 살아생전 도깨비를 만난 일이 있으시외까?"

    좀 전부터 아낙의 말에 일일이 말문이 막혔다. 사실 도깨비란 것을 풍문으로 밖에 접해 본 일이 없는 나였다.
    내가 뱉은 말의 모순을 꿰뚫는 듯한 아낙의 질문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도깨비 따위 모두가 거짓부렁 입니다. 아이들을 골려주려는 어른들의 말장난 따위
    사내대장부이신 무사님께서 동하여 흔들리지 않는 게 정녕 장군감이라 불리지 않겠나이까?"

    아낙에게 더이상 대꾸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소녀 옷을 걸쳐도 되겠나이까?"

    "왜 그런 것을 물으시오?"

    "아직도 소녀가 도깨비라 생각되신다면 이대로 소녀를 품어주시어요. 저는 옷가지가 상할까 두렵습니다."

    아낙이 확답을 내리라는 재촉을 빙 돌려 말하는 듯 했다.
    외통수에 당한 것처럼 눈앞이 컴컴해 짐을 느끼며 갈등이 일었다.

    "소녀를 품으시겠습니까?"




    -4부 끝-





    아낙의 기백에 올곧은 줄로만 알았던 내 뚝심이 힘없이 부러지는 감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갈대자루가 꺾이듯 허무하고 맥없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이는 본래 나의 정신이 얼마나 얇상하고 볼품 없었는가를 알게하며 가슴을 아리게했다.

    아낙의 혀놀림에 베이는 내 정신이 조각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아낙은 내가 대답할 때까지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는 듯 꼿꼿한 자세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거적때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네의 위상이 칼자루를 찬 무사 나부랭이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만든다.

    "낭자 옷을 걸치시지요. 제가 무례가 컸습니다."

    "소녀가 도깨비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시겠다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내가 말없이 고개를 떨구자 아낙은 주섬주섬 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아낙의 표정에는 안도감도 아닌 성취감도 아닌 거북함과 언짢음이 뒤섞인 우중충한 기운이 맴돌았다.

    "..."

    "..."

    "무사님은 저를 욕보이셨으면서도 뜻을 금방 굽히시는군요. 흔해빠져 발에 치이는 흔한 소인배 양아치들과 진배없습니다."

    아낙의 폭언에 대응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낙은 이 잠시 잠깐의 시간만으로 나를 뿌리째 흔들었고,
    내 뱃속 오장육부까지 꿰듯 예리한 통찰을 보였다. 나는 아낙에게 그저 탄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됨과 동시에 깊은 패배감을 느꼈다.

    "무사님은 그러시면서도 아직 목숨이 아까워 저 강물에 몸을 담그는 것조차 못하실 것입니다.
    겉으로는 소녀에게 고개를 떨구시면서도 속으로는 아직 소녀를 완전히 믿고 있지 않으신계지요?"

    나는 그 말 또한 맞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그 목을 스스로 베셔서 대장부의 기개라도 보이심은 어떠하십니다. 소녀는 무사님에게 겁탈을 당할까
    벌거숭이가 되어 강물을 헤집고, 이 늦은 시간 달빛 아래 한참동안 찬바람을 맞으며 떨어야 했습니다."

    떨군 고개를 다시 들 용기가 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지 않는다 하여도 아낙이 짓고 있을 표정이 생생하게
    떠올라 억장을 무너트렸다. 아낙과 내가 진검을 들고 합을 맞췄다면 나는 이미 목이 달아난 체 흙밭을 뒹구는
    살덩어리가 되어있었을 것이었다.

    천천히 흘러내리는 강물이 야속하기만 했다.

    "무사님은 소녀에게 소원을 하나 빚지셨습니다."

    아낙은 손을 가슴을 쓸어내리 내리며 자신을 타이르 듯 수차례 숨을 들이 내쉬었다.

    "내 약조한바 무엇이든 들어 드리리다. 말씀만 하시오."

    "이제 그만 무과급제에 대해선 잊으시고 속세를 떠나시지요."

    "무슨..."

    아낙은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아낙의 눈가에 왁칵 눈물이 차올라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내게 호소하자
    강물이 불어나며 배가 넘실거렸다. 배가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데도 이상스럽게 나도 아낙도 몸이
    뱃바닥에 들러 붙은냥 온전하게 앉아 서로를 응시했다.

    "소녀, 이제 낭군님을 뵈러오기가 지칩니다."

    아낙의 눈에 맺혔던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낭군님은 무과에 낙제하시고 장원에게 칼을 뽑아드셨죠. 그 살가죽 희끄무리하고 비리비리해 보이던
    사내에게 맨손으로 제압을 당하셨다니,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으셨음을 소녀도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

    "허나 낭군님, 어찌 하늘이 내린 운명을 하찮게 여기시고 강물에 몸을 던지는 것은 부끄러히 여기시지 않으십니까?!"

    아낙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원통한 듯 격앙되어갔다.

    "밤이면 낭군의 차가워진 손을 잡고 배위에 올라 담화를 짓는 것도 이제 소녀는 질렸습니다.
    자신의 조강지처 조차 몰라보는 망령에게 사로잡힌 소녀의 못난 팔자에도 진절머리가 납니다!"

    강물이 위로 가파르게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밑으로 쏟아져 내렸다.
    물살에 주체를 못하는 뱃머리가 갈 곳을 잃은 듯 정신없이 흔들리며 갈팡질팡 선회를 반복했다.

    "도깨비를 낭군으로 여긴 미친년의 팔자도 이해해주셔요."

    "..."

    "소녀의 원입니다. 이제 가시지요. 소녀도 따라 나서겠습니다."

    아낙이 흔들리는 배 위에 선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아낙이 뻗은 손을 잡자 아낙의 손주변이 푸르스름하게 질려갔다.

    "이 찬손을 잡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아낙이 나를 이끌어 강물로 몸을 던지자, 나의 몸은 힘을 잃은 듯 그대로 아낙에게 딸려나갔다.
    힘차게 몰아치는 강물속에 빨려들며 소용돌이 속에 몸이 휘말려갔다. 사방 온통 물바다인 곳에서도
    무슨 이유에선지 숨이 차오르질 않았다. 한쪽 손을 잡은 아낙의 온기가 따땃하니 기분 좋았다.

    시야가 검게 물들며 아득히 잠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아낙의 웃음소리가 가슴을 간지르는 것 처럼 애틋했다.

    눈을 뜨니 해가 중천이었다. 내가 서둘러 허리춤을 만져보자 자리에 있어야 할 칼자루가 만져지질 않았다.
    나룻터 배가 주변을 돌며 유유히 흘러다녔다. 가을 산의 단풍낙옆들이 울긋불긋한 것이 뱃놀이를 떠나기에 그만으로 보였다.

    주변사람에게 "내가 이곳에 얼마나 누워있었소?" 하고 묻자 대답이 없었다.
    눈앞으로 나와 밤새 배위에 있었던 아낙이 뱃놀이에 한창인 배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아낙은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돌아보더니 천천히 물 위를 걸으며 내게 다가왔다.
    아낙이 내 앞에 손을 뻗치며 미소를 짓는데 나는 영문을 알 수가 없어 아낙의 손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낭군님" 이라는 아낙의 목소리가 가슴을 울리며 아련하게 들려왔다.
    주변에서 뱃놀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시체가 떴다면서요?"

    "말도 말어 저번에 산건너 최가댁!"

    "여기 물에 몸 던지셨다는 그 무인의 집안 말씀이오?"

    "아이 그러게, 그 최가댁 마님이 오늘 아침에 물 위에 떠 다니셨다지 뭐야!"

    "아이구메! 이거 무당을 불러다 굿이라도 한판 벌여야지 원..."

    나는 아낙의 손을 잡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아낙은 말없이 웃으며 내 옆구리에 살포시 안겨들었다.

    가을 날씨가 쾌청하니 나루터로 바람이 선선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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