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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60522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3
    조회수 : 2138
    IP : 119.195.***.230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16 04:39:57
    원글작성시간 : 2013/04/15 17:48:08
    http://todayhumor.com/?humorbest_660522 모바일
    배경음) 비가 되어 내리는 남편 - 5부 완결 -




    봉팔이는 잠바의 가슴주머니에서 책을 한 권 빼들었다.

    봉팔이 한 손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의 책은 어설프다 못해 유치해서
    실소가 터지는 풀잎과 뭉게구름으로 채워진 커버, 촌스런 명조체 폰트로
    박아 놓은 제목이 조화롭지 못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책에 사선으로 한 자씩 박혀있는 활자는 ‘사후세계’ 나는 그 제목을 잘 알고 있었다.

    나보다 더 잘 아는 이가 있을까.

    “녀석이 소은씨와 결혼하기 전까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아세요?”
    “아르바이트 일만 전전긍긍 했었죠. 술 집, 옷 집, 편의점.”
    “아니요. 아닙니다. 놈은 글을 쓰고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소은이가 책에 손을 뻗어 책을 쥐었다. 봉팔이 품에서 여지껏 잠들어
    있었던 책은 소은이 손길에 낮잠에서 깨어났다.

    소은이가 낱장씩 촤르르르 책을 넘기자, 봉팔이 녀석이 말했다.

    “그 놈 책입니다."
    “그이가 책을 냈었어요?”
    “아니요. 그 놈이 쓴 책입니다. 사실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2년 전 쯤에 만든 책이죠. 출판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이제 햇수로 7년 전인가요. 그 녀석이 마지막으로 제게 신춘문예 투고 작품을 들고 왔었던 일이, 예. 그 즈음일 겁니다.

    소은씨와 그 놈 사이가 사뭇 진지해졌을 때였으니까요.”

    봉팔이가 솥뚜껑 같은 손을 내밀어, 책을 청했다. 별 이유도 없이 책을
    받아 든 봉팔이 놈은 어울리지도 않는 흐린 웃음으로 책 중간 페이지를 내려다보았다.

    “그 놈이 매번 원고를 들고 제게 찾아 왔었죠.”
    “봉현씨가 제일 친한 친구이니까요.”
    “그러게요. 그게 꼬이고 꼬인 그 놈 팔자죠. 모르긴 몰라도, 그 놈 많이 답답했을 겁니다. 보여 줄만한 사람이라곤 저 정도고,

    하지만 그런다 한들 제가 뭘 알아야죠. 전 글씨만 보면 졸기 바쁜 놈이거든요. 녀석이 들고 온 종이 뭉텅이들, 번번이 지겹다, 읽다 지친다.
    하며 퇴짜를 놓은 게 몇 번이었는데요. 그랬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얄궂죠. 녀석이 세상 등지고 나서부터 뒤늦게 녀석이

    써 놨던 글이 읽히기 시작 하더라 구요. 미리 읽어봤으면 좋았을 것을. 그 놈이 한 번만 읽어봐 달라고 했었는데.”

    소은이가 창밖을 돌아보았다. 창문 유리에 붙어 송글송글
    맺혀가는 빗방울에게 정말이야? 당신 글도 썼었어? 묻기라도 하는 듯.

    “놈의 원고들을 다 읽고서, 친구들을 소집했습니다. 어설프게나마 컴퓨터 좀 만진다는 놈이 커버 그림을 그렸죠.

    모두가 주머니 쌈지 돈을 털어 책을 만들었습니다. 출판사까지 찾아갈 필요도 없이, 사설로도 요즘엔 얼마든 책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더라구요.”

    소은이는 손등에 턱을 괴고 봉팔이 놈의 말을 계속 들었다.
    봉팔이 놈은 누구하나 듣고 있는 사람조차 없다는 듯, 혼잣말처럼 계속해 입을 놀렸다.

    “아! 좋더라! 이 새끼야. 재미있었다. 마지막에는 울었다. 니 새끼 글에 내가 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니 새끼 글을 읽는데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겠더라! 그 말을 제가, 못해줬어요. 그래서 책으로나마 놈에게 표시해 줄려구요.

    나, 니가 쓴 글들 전부 읽었다. 한 토시도 놓이지 않고, 다 읽었다. 하구요. 이게 갖고 싶었지? 네가 쓴 책이 갖구싶었지? 하구요.”
    “고마워요.”
    “아니요. 고마워하지 마세요. 전 소은씨에게 감사받을 이유 없습니다.”
    “그이 대신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아니요. 그 놈은 소은씨 때문에 글을 그만 쓴 것이니까, 소은씨에게 감사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무슨 말씀하세요?”
    “그 녀석은 소은씨 때문에 불행했어요. 오랜 시간 불행해 했습니다. 저에게 이혼 상담까지 했었는걸요.”

    소은이가 왼손의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렸다. 깨알 같은 다이아 부분을 꾹꾹 눌러주는 건,
    소은이의 버릇이었다. 다이아 알이 한 번 빠트려 잃어버렸던 이후, 심심하면 소은이는
    반지 알을 매만졌다.

    “녀석이 결혼 이후, 마지막으로 원고를 가져오면서 그랬습니다. 이 원고는 보내지 않을래. 이 번에도 떨어지면,

    나는 아쉬워서 정말 포기를 못할 거야. 죽어도 포기 못할 거야. 그러니까 이 원고는 보내지 않을래. 어차피 붙지도 못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알 수 있었어요. 그 녀석은 결혼 한 것 자체를 후회하고 있다는 걸. 밤낮으로 일만하고,

    소은씨와 앞으로의 미래만을 생각하며 사는 삶이 지루했던 겁니다. 지친 겁니다.”

    소은이의 굳은 표정이 밀랍처럼 한 결 같았다. 소은이가 책을 쥐고 일어서며
    “식사 하실래요.” 물었으나, 봉팔이 놈은 “보내 주는 게 아닙니다. 놓아 주는 겁니다.”
    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자릴 털며 일어났다.

    나를 무엇이라 명명하면 좋을까. 암세포, 독, 하다못해 손에 박혀버린 가시바늘이라
    칭해도 좋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이렇게 괴롭혀서야 이치에 부합되는 것 아닌가.

    병을 독으로 다스리는 한방치료처럼 나를 모함해서 소은이에게 나를 잊게 할 근거를 주자,
    생각해 낸 것은 처제였다. 그리고 봉팔이는 처제의 말을 들었을 뿐, 봉팔이의 의견과 사실 관계는 일절 배제된 근거 없는 말이었다.

    봉팔이 놈은 현관을 나서며 떨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다.”

    죄 지었다. 생각하지 말렴. 봉팔아. 내가 정말 고맙다. 너무 고맙다.
    나 좀 죽여주렴. 꼭 좀 죽여주렴. 우리 마누라 좀 살려주렴. 친구야.

     


    결혼. 그 말에 눈앞이 컴컴해져 본 남자가 몇일까. 누가 누구를 책임지고,
    함께 생활해 나갈까. 나는 결혼이란 제도에 부정적이었다.

    나는 나 하나 건사하는 것도 벅찬 사람이었으니까.

    결혼 생활이 꼭 틀에 박힌 내 상상 같지만도 않다는 것을 배웠지만,
    결과가 이 모양이어선 배운 보람이 없다.

    “결혼 할래?”

    소은이가 물었었다.

    “혼인 신고서에 우리 이름 쓰고, 증인이 사인해주면 결혼 할 수 있어.”

    왜, 결혼이 하고 싶어? 왜 나야? 그럼 결혼식은?

    그런 물음보다도 어째서 분식집에 앉아 김말이 튀김 먹다
    런 생각을 했냐는 말이 먼저 나왔다. 나도 참 들 떨어 졌지.

    그런 생각을 튀김 먹던 몇 분 사이에 결론지어 입 밖으로 내었을까.

    증인은 처제와 봉팔이 두 사람이었다. 양가부모님 허락도 없이 제출 된 혼인 신고서.

    처제는 “미쳤어?” 라는 말을 미친 듯이 물었고,
    봉팔이는 서명 란에 한자도 써야 되냐고 물었다.

    장모님은 이런 결혼 무효다. 이런 능력 없는 놈에게 우리 소은이는 맡길 수 없다,
    말씀 안으시고 “열심히 살아봐.” 담담히 응원하셨다.

    장인께선 “너 정도면 됐지 뭐. 살 집은?” 이라 물으셨고,
    엄마는 “소은이 같은 며느리면 환영이지!” 하셨고…, 하셨고.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장하다.” 고 하셨고,
    친구들은 “축하한다. 부럽다.” 고 했다.

    내가 뭘 알았겠는가. 소은이가 없었으면 나 따위가 뭐가 됐겠는가.
    세상엔 그런 행복이 있었다고, 그런 만족감도 있다고, 알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그 다음을 함께 못해 미안할 뿐이다.

    “정말이야?”

    봉팔이가 떠나고 횡 해진 거실이 심심하게 느껴졌다.
    그 자리에 가만 앉아버린 소은이는 몇 시간이고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곤 문득 생각난 듯, 속삭이는 듯 허공에 물었다.

    “정말이야?”

    당연히 아니지. 아니지만 믿으렴. 그 말은 아주아주 쓴 약 같은 거라서 몸에 좋단다.
    그 말은 수술대의 매스처럼 날카롭고 차지만, 소은이 너를 치유해 준 단다.

    믿어보렴. 믿어주렴.

    처제가 소은이에게 다시 찾아온 것은 봉팔이가 다녀가고 사흘 만이었다.

    전화는 모두 불통이었고, 집은 잠겨있었다.

    지인들과의 연락도 없었다는 말에 처제는 혼비백산 소은이에게 들이쳤다.

    처제 얼굴에는 핏기가 가셔 하얗게 질려있었고, 겁을 집어먹었는지 만사를 허둥대며 실수를 연발했다.

    결국 자동잠금장치를 두 번이나 틀리게 입력하고 소은이를 발견한 처제는 질겁을 했다.
    소은이는 숨도 쉬지 않는 이처럼 가만히 거실에 누워있었다.

    열려있는 창으로 찬바람이 불었고, 주방에선 음식이 슬슬 상해가는 냄새가 풍겼다.

    처제가 “언니!” 하고 큰 소리로 소은이를 불렀지만, 소은이는 대꾸가 없었다.
    소은이는 걱정한 것처럼 죽어있지 않았으나,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랑 같이 살자. 언니랑 나랑 봉현이랑.”

    처제의 말에 소은이는 고개 한 번 끄덕이지 않았다.
    소은이는 움직이는 것조차 거부하는 듯 처제의 부축에도 늘어져 내렸다.

    이후 처제는 빈번하게 소은이에게 다녀가길 반복하다가 결국 자신의 집에 소은이 방을 만들었다.
    좁으면 외로워한다. 넓으면 공허할 것 같다며 고심의 고심 끝에 봉팔이와 쓰던 안방을 내줘가며 만든 방이었다.

    하지만 소은이는 말도 없이 훌쩍 사라지곤 했다.
    처제는 소은이가 사라질 적마다 사방을 헤매었으나, 행선지는 나와 소은이가 살던 아파트뿐이었다.

    처제는 끈기 있게 소은이를 마중해 자신이 준비해 준 방으로 대리고 왔다.

    그런 반복이 몇 달, 처제도 지쳤을까. 처제는 소은이가 아파트를 찾아들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집의 가구며, 가전 등을 내다 버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소소한 수저며, 젓가락으로 시작해, 내 옷가지, 내 책들, 내 삶의 흔적들을 꼼꼼히 지워갔다.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는 집의 풍경을 소은이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을까. 매일 같이 아파트로 향하던 소은이의 발길이 이틀 간격으로,
    사흘 나흘 간격으로 벌어지고, 시간이 흘러 가을로, 겨울로 접어들며 소은이는 어느새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수저를 들어 밥을 떠먹고, 먼 거리는 아니었으나 처제와 외출을 하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마지막에 내 흔적이라곤 아내가 왼손에 끼우고 있는 결혼반지 하나 밖에는 남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어느 밤, 처제는 소은이가 잠든 사이 몰래 반지를 빼내었다.
    다음날 이상하게도 소은이는 반지가 빠졌단 사실조차 모른다는 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반지는 거의 10년을 그 왼손에 끼워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소은이는 반지가 빠졌단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이상하게도.

    그리고 봄. 꽃샘추위도 가시고 거리엔 새싹들이 고갤 들고 있었다.
    길 건너마다 노랗게 핀 개나라며 화사하게 웃는 진달래들이 수를 놓았고,
    때로는 시원한 듯 때로는 따뜻한 듯 느껴지는 바람이 거리를 매웠다.

    소은이는 혼자서도 외출을 하며 적적할 때 즘 정처 없이 산책을 즐겼다.

    오늘도 소은이는 혼자 걸음 길에 나섰다.

    처제의 밤색 코트를 빌려 입고, 혹시 아직은 추울까 얇은 니트에 요즘 젊은 아이들처럼 다리에 꼭 맞는 청바지를 입었다.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는 처제와 함께 미용실을 찾아 고불고불 멋을 내었다.

    아아, 내가 저 여인에게 반하지 않고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그렇게 소은이는 아직도 아름다웠다.

    소은이는 집 근처 놀이터로 공원으로 선선히 걸었다. 큰 도로를 따라서 번화가까지 나갔다간 다시 발을 돌려 근처 도서관으로,
    역 앞의 쇼핑상가로 이어졌다. 멀리 뜬 햇살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소은이의 걸음을 등지고 부는 바람은 소은이의 발길을 가볍게만 했다.

    그렇게 두 시간 쯤. 갑작스럽게 비가 내렸다.
    날이 좋아 해가 쨍한 날, 대낮의 여우비였다.

    사람들은 소식 없었던 비에 건물 안으로 간판 밑으로 몸을 피했다.

    비는 소리 없이 소은이의 머리와 어깨를 적셔왔다.
    몸이 젖기 시작한 소은이는 걸음을 멈춰섰다.

    소은이는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않고 말했다.

    “자기 기다렸어요. 잘 가요. 이렇게 보내서 미안해요. 잘 가요. 우리 다시 만나는 건 조금만 미룰게요.”

    말을 마친 소은이는 발길을 돌려 처제의 집으로 향했다.

    어째선지, 매 번 옆에서 보이듯 하던 소은이의 모습은 뒷모습으로만 남아있었다.
    점차 멀어지는 소은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보이고 있는 듯 했다.

    마누라, 나를 보낼 거니? 나는 여기에 남아있으면 되는 거니?

    축하해. 나는 지금 너무 기뻐, 당신은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미소를 짓고 있어.
    잘 안 보이지? 하지만 이게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미소야.

    혹시 들리니? 들리지 않겠지만, 내가 칠 수 있는 가장 큰 손뼉을 치고 있어.
    칠 수 없는 박수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할게.

    길 가는 사람들. 저 여자를 좀 보세요. 저 여자는 이제 저를 모릅니다. 저를 잊었어요.

    모두들 저를 대신해 박수를 보내주지 않을래요?
    벅찬 환호로 그녀의 앞길을 축하해주실래요?

    앞으로 그녀의 걸음걸음 행복만이 놓여있기를, 저를 잊는 그녀에게 축복을.


    그리고 안녕, 안녕히.





    - 비가 되어 내리는 남편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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