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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55182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5
    조회수 : 2008
    IP : 119.195.***.230
    댓글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05 10:16:14
    원글작성시간 : 2013/04/05 00:58:17
    http://todayhumor.com/?humorbest_655182 모바일
    배경음) 사람이 열리는 나무 - 2부 -



    "아닙니다. 어르신. 죄송합니다. 저희가 알아서 찾을게요."

     

    사람 죽었던 나무 사진 찍으러 왔다는 게 좋게 보일리 만무했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여관이고 민박 따위는 없는 마을이었다.

    다시 마을 밖으로 나가서 번화가를 찾아야 하나, 왔던 길의 풍경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선배, 우리 잠은 어디서 자요?"

     

    지연도 오랜 찻길에 지쳤는지, 목소리가 처량했다.

     

    "! 잘 곳이 없어?!"

     

    아직 근처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지연이가 놀랐는지 어깨를 번쩍 들썩였다.

     

    "아니요. 나가서 찾아봐야죠."

    "나가서 찾을라면! 한참을 찾아야 할건데!"

    "괜찮아요."

    "!"

    "괜찮..."

    "크게 말해야되! 크게! 잘 안들려!"

    "괜찮아요!"

    "! 잘데 없으면 회관에서 하루 자고 가! 내가 이장한테 말해 줄테니까는!"

    "그러면! 감사하죠!"

    "근데! 그노무 향나무 사진은 왜 찍게!"

     

    자초지종을 짧막히 설명하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들어가! 내가 다 말해 놓으면 다 되니까는! !?" 하며 할아버지는

    자리를 떠났다. 도대체가 화를 내는 건지 친절을 배푸는 건지 큰 목청에

    헷갈리는 사람이었다.

     

    내일은 아침부터 빠르게 돌아서 취재를 마쳐야지.

    생각하면서도, 아까부터 투덜투덜 궁시렁거리는 지연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제발 하루 안에 마쳤으면, 빌며 잠을 청했다.

     

    선배, 한 방에서 잔다고 이상한 짓 할 생각 말아요?”

     

    지연이 헛소리에 대답 없이 잠을 청했다. 꿀 잠이 밀려오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물어물어 떠나려던 길에는 인적이 단 하나 없었다.

    지연이가 잠들어 있는 사이, 걸음길로 천년송을 찾아 나섰다.

     

    논 뚝 길을 지나 20분 쯤 향나무를 담치고 있는 돌맹이 담장을 발견하곤

    다시 마을 회관으로 돌아왔다. 한참을 두리번 거렸으나 돌아오는 길에도 인적은 없었다.

     

    김성규씨 생전의 주변인 인터뷰를 따야하는 상황에 앞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트렁크에서 카메라 기재를 끄집어 올렸다.

     

    언제 잠에서 깨어났는지 모를 후배 공주님이 다가왔다.

     

    선배, 사진 찍으러 먼저 갈거에요?”

    그래야겠지? 사람이 너무 없다.”

    좀 돌아다녀 볼까봐요? 아니야, 어차피 돌아다니려고 해도 저 쪽 논길로 나가봐야 되. 나무도 그쪽에 있고.”

    가방 하나 주세요.”

     

    가방 하나만?

     

    근 10kg 가량의 짐을 전적으로 혼자 부담한 채 다시 천 년 묵은 향나무로 향했다.

    와중에도 지연은 흰색 단화에 흙물이 든다며 우는 소리를 했다.

     

    그러면, 먼저 회관에 가서 기다릴래? 아니면 사람이라도 좀 찾아보면 좋고.”

    선배 왜 아까부터 나만 버리고 행동해요?”

    너 힘들까봐 하는 소리야.”

    힘 하나도 안 드니까, 얼른 앞장이나 서세요.”

     

    , 내가 지연이의 하수인이 된 듯 한 기분일까.

    5분도 지나지 않아 뻐근해지는 어깨가 한스러웠다.

     

    젊은 날에는 30kg 군장을 매고 12시간도 걸었는데.

     

    굼뜬 걸음에 지연이가 뒤에서

    선배 빨리가요. 우리 이러다 하루 더 묵어야 겠어요.” 하고 말했다.

    후배에게 진심으로 서운했다. 나이 먹은 선배를 배려해주었으면 오죽 감사스러울까.

     

    그 전에 차타고 가면 안 되요?”

    그러게 내가 그 생각을 못했네!”

     

    논두렁을 달리는 드라이빙 스킬은 후배님에게 맞기면 그만이지.

     

    굽이굽이 좁을 길을 지나 향나무를 둘러싼 담장까지 50분은 걸린 듯 했다.

    거친숨을 몰아쉬는 나따위는 아랑곳 안은 채 지연이는 담장을 훌쩍 넘어가

    향나무의 풍체를 감상했다.

     

     

     

    2부 끝 3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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