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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70063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44
    조회수 : 2526
    IP : 119.195.***.230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02 22:32:00
    원글작성시간 : 2013/05/02 19:31:31
    http://todayhumor.com/?humorbest_670063 모바일
    [단편] 뱃놀이 (재업주의)
    <EMBED src=http://pds24.egloos.com/pds/201206/23/71/06_My_Machine.swf wmode="transparent"> <P><BR><BR><BR>달빛이 구름에 가리웠다.<BR><BR>발길이 시야에 잘 들지 않아 가끔 발을 땅에 내딛는 것이 불안했다.<BR><BR>시간이 얼마나 깊어 졌는지 감이 안 들었으나, 근처에서 젖은 풀잎 향이<BR>느껴지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강줄기가 뻗어 있을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BR><BR>무과시험에서 떨어지고 나흘째였다.<BR><BR>분명 나의 활끝은 과녁의 정 중앙을 꿰뚫었고, 길들여 지지 않은 말에 올라타서도 흔들림 없이<BR>칼을 뽑아 내가 갖은 모든 기량을 선보였다. 다만 나의 들끓어 오르는 기백과 무용심은 채점관들의<BR>주목을 이끌지 못하는 인형놀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BR><BR>장원으로 이름이 불려 나간 사내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다.<BR><BR>그는 사내대장부라 불리기에 왜소한 키와 호리호리한 체구를 하고 있었다.<BR>그런 두터운 살집 하나 없는 팔뚝으로 검을 집는다는 것이 내게는 의아스럽고 못마땅했다.<BR>나와 단 다섯합만을 주고받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그런 약골이 장원이라니, 인정할 수가 없었다.<BR><BR>어디 귀족의 자재가 뇌물로 등용길에 오른 것이 틀림이 없었다.<BR><BR>당장 허리춤의 칼을 뽑아들어 사내와 결판을 짓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으나, 나라님 결정이 번복될 리도<BR>없을 것이 뻔함이거니와 그런 샌님 같은 놈을 힘으로 억누른다는 것을 무사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BR><BR>다음 과거일을 기약 할 수는 없었다.<BR><BR>명백히 무사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내가 이번 과거에 장원을 할 수 없었다면, 다음 과거에서도<BR>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었다. 당장 결판을 짓는 것이 사내로서의 마땅한 도리라 생각이 들었다.<BR><BR>내가 향하고 있는 곳은 한양에서 산 스무고개를 지나 사십 리쯤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유명한 뱃놀이 터였다.<BR><BR>그곳은 향간에 소문이 무성한 장소로 낮에는 사람들이 배를 끌며 계절구경에 나서기 일품인 명소라 일컬어졌으나,<BR>밤이면 귀신이나 도깨비가 나타나 사람들이 해코지를 당하는 곳으로 더욱 유명한 장소였다.</P> <P> </P> <P>도깨비들이 밤새 사람을 노리개처럼 가지고 놀다가 그 목을 따서 피를 마시고 즐겼다는 이야기가 풍문이 돼서 일대를 떠도는가 하면,</P> <P>한때 근방에서 익사자들의 시신이 자주 출몰하자, 귀신들이 물가에 서 있는 사람들의 발목을 낚아채 물가 깊은 곳으로 몸을 끌어내려</P> <P>물을 마시게 한 뒤 숨통을 틀어막아 죽이고선 물 밑바닥에서 그 시체를 끌어 안고 산다는 흉찍한 괴담을 지어내 퍼트리는 일도 있었다.<BR><BR>귀신들은 보통의 민생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머리를 풀어해친체 피눈물을 흘리는 무섭고, 잔혹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법이 드물었다하며</P> <P>대부분은 유곽의 기생처럼 아리따운 모습을 하거나 때때로 집에 계시는 어머니처럼 넉넉한 인상을 한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사람들을</P> <P>유인했다고 한다. 혹자는 문어처럼 흐물거리는 도깨비를 보았다는 자가 있는가 하면, 혈귀처럼 얼굴이 시뻘건 구척 장신의 장정을 보았다는</P> <P>소문이 돌기도 하였다.</P> <P><BR>그들은 하나같이 말씨에 기품이 있고 재치가 뛰어나 사람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이 능숙했으며<BR>사람들이 그들의 꾀에 속아 덤벙대는 모습에 기뻐하고, 그 멍청함을 손가락질해 비웃었다고 한다.<BR><BR>지금 북쪽 최전방을 호령하는 대장군이 젊은 시절 이곳에 들러 귀신들을 불러모아 술잔치를 벌였다는 일화는<BR>무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들어봤을 이야기로 귀신들은 다음날 아침 대장군의 기백에 감복하여<BR>큰절을 하고 그의 앞길에 금가루를 뿌려주며 축복을 빌어 존경을 표했다한다. 실로 그 덕이었는지<BR>그는 젊은 나이에 관직에 올라 북방에서 넘치는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였고 지금은 대장군의 위치에 올라있었다.<BR><BR><BR>'나도 그놈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장원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BR><BR><BR>한참을 걸어 달빛을 담은 강줄기가 시야에 들어왔다.<BR>주위를 둘러보며 뱃터를 찾자, 근처에 아낙처럼 보이는 운영이 눈에 띄었다.<BR><BR>허리춤의 칼자루를 확인하는 손에서 축축한 땀이 흥건했다.<BR><BR>아낙에게 다가서자 아낙은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묘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BR><BR>"무사님이 이 밤에 물가에는 어인 일이신지요?"<BR><BR>"밤잠을 못 이뤄 바람 좀 쐬러 나왔소."<BR><BR>"이곳이 어떤 곳 인줄은 듣고 오셨답니까?"<BR><BR>"뱃놀이 터가 아니오?"<BR><BR>아낙이 웃음을 지으며 물가로 시선을 돌렸다. 온통 하얀 옷을 입은 아낙은<BR>소문에서와 같이 기생처럼 고운 자태를 하고 있었고, 다소곳한 몸가짐에서 기품이 흘렀다.<BR><BR>"그럼 저와 뱃놀이라도 하시겠습니까?"<BR><BR>아낙의 뒤켠에 작은 배 한 척이 동여맨 밧줄에 몸을 의지한체 물결을 따라 살살 흔들리고 있었다.<BR><BR>"저 배에는 노자루가 보이질 않소만?"<BR><BR>"그런 것은 뱃놀이를 하는 것에 방해만 된답니다."<BR><BR>아낙이 가슴팍에 다소곳이 손은 얹은 체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마음이 불안해져 자꾸만 허리춤의<BR>칼자루를 만지작거리자 아낙은 슬쩍하고 내 허리춤을 흘겨보았다. 그리고 이내 깊은 미소를 띄며 물었다.<BR><BR>"소녀가 도깨비가 둔갑한 몰골로 보이십니까?"<BR><BR>아낙의 웃음은 나약해진 내 마음을 비웃듯 기분 나쁘면서도<BR>반반한 얼굴 형색 때문인가 기묘한 색기가 흘렀다.<BR><BR>"무사님이 제가 두려우시다면 어쩔 수가 없지요. 저 혼자 배에 오르겠습니다."<BR><BR>"아닙니다. 이런 위험한 곳에 여인을 혼자 둘 수는 없지요. 함께 오르겠습니다."<BR><BR>내가 먼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배에 오르자 나루터에서 아낙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BR>나는 배에 올라 아낙에게 손을 뻗어 부축해주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자 아낙은 알 수 없는<BR>어색한 웃음을 머금은 체 내 손을 의지해 나루터 끝에서 배를 향해 발을 디뎠다.<BR><BR>"겁이, 없으시군요..."<BR><BR>아낙의 말에 옆을 돌아보자 배가 슬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BR>표정이 굳은 아낙은 흔들리는 배 위에 선체 자세를 흐트러트리질 않았다.<BR><BR><BR><BR><BR>-1부 끝-<BR><BR><BR></P><BR><BR>자리를 잡고 앉아 아낙을 바라보았다. 조금씩이었지만 배가 물결에 부딪히며<BR>흔들리고 있음에도 아낙은 태연히 배 귀퉁이에 서서 먼 곳만을 주시했다.<BR><BR>"그렇게 너무 빤히 들여다보시면, 제가 무안스럽습니다."<BR><BR>아낙이 나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BR><BR>돗하나 세우지 않은 배가 물살을 못 이기며 슬금슬금 강길을 떠내려가고 있었다.<BR>아낙은 내가 무슨 말을 하기라도 바라는 듯 입술을 앙다문 체 나를 내려다보았다.<BR><BR>"낭자는 이 시간에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답니까?"<BR><BR>"함께 뱃놀이를 떠나 줄 낭군님을 기다리고 있었지요?"<BR><BR>"그분께선 어찌 이 시간까지 자리에 오시지 못 하셨답니까?"<BR><BR>"글쎄요. 저 강바닥 밑에서 밤잠을 이루시는지, 저 나무 위에서 달구경을 하고 계신지, 저도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BR><BR>아낙이 스르륵 하고 치맛자락을 끄는 소리를 내며 내 앞에 다가와 자리를 잡았다.<BR>아낙은 고개를 슬그머니 내민 체 게슴츠레 눈을 뜨며 교태를 부리듯 내 얼굴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BR><BR>"무사님께서는 왜 이 야심한 시각에 잠을 못 이루시는 지요?"<BR><BR>"최근 들어 바람이 차갑다 보니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지 않고선 잘 잠에 못 들곤 합니다."<BR><BR>아낙이 내 눈을 응시한체 깊은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BR><BR>"허리에 칼자루까지 매시고 말씀이십니까?"<BR><BR>아낙이 손을 입가에 가져가며 소리내어 웃었다.<BR>아낙의 웃음소리에 내 마음을 들킨 듯 뜨끔한 기분이 일었다.<BR><BR>"무인으로서 밤길을 나설 때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다보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BR><BR>"괜찮습니다. 무사님께서 저를 희롱하시려 검을 빼드시지만 않으신다면야 그깟 철덩어리 무슨 소용이 있겠답니까?"<BR><BR>이런 시각 모르는 아낙과 단둘이서 강에 배를 띄운다니, 연인 사이가 아니고서야<BR>돌팔매를 맞아 죽을 행동이었지만, 나는 아낙이 사람이 아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BR><BR>밤이 깊었음에도 아낙의 머리칼은 다부지게 정돈되어 말끔했고<BR>허연 옷가지를 둘러 입었음에도 어디 한 곳 얼룩이 진 행색이 없었다.<BR><BR>"왜요. 제가 도깨비가 되어 무사님을 덮칠까 겁이 나십니까?"<BR><BR>아낙이 웃으며 말하자, 그 웃음소리가 비웃음처럼 기분 나빴다.<BR>아낙은 내가 기분 언짢은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기죽지 않으며 말을 이어나갔다.<BR><BR>"사내대장부께서 도깨비 하나에 이리도 긴장을 하셔서 어찌합니까?"<BR><BR>"이곳의 도깨비들은 사람을 홀려 목의 피를 취한다지요?"<BR><BR>"풍문은 항상 살을 찌우며 떠다니는 법이랍니다."<BR><BR>아낙이 손을 뻗어 배 밑에서 흐르는 물살을 갈랐다.<BR>물살이 아낙의 손에서 양갈래로 흩어지며 유유히 퍼져나갔다.<BR><BR>"무사님."<BR><BR>"예, 말씀 하시지요."<BR><BR>"풍문이 사실이라면, 이 강 밑에는 죽은 사람들의 주검이 쌓여 있겠지요?"<BR><BR>"풍문이 사실이라면 분명 그렇겠지요."<BR><BR>아낙이 물에 담갔던 손을 슬며시 꺼내며 나를 바라보았다.<BR><BR>"그럼, 무사님은 소녀가 이 강 밑에 그 사람들은 밀어 넣었다고 생각하십니까?"<BR><BR>아낙의 낯에 언뜻 억울한 기색이 보였으나 이내 표정을 밝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BR><BR>"소녀가 도깨비라면 어쩌실 셈이시랍니까?"<BR><BR>달이 높게 떴는지 강을 훤히 비추었다. 해맑은 아낙의 얼굴이 마음을 녹이는 듯<BR>혹여 아낙이 정녕 보통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BR><BR>"그 허리춤의 칼을 빼들어 소녀의 목을 내치시겠습니까?"<BR><BR>"낭자가 도깨비라면 난 이 자리에서 낭자의 입술을 빼앗고 낭자를 품을 것이오."<BR><BR>아낙은 순식간에 얼굴을 굳히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BR>동그랗게 커진 두 눈에 불안함이 비추듯 눈동자가 흔들렸다.<BR><BR>"무사님, 농이 지나치시군요."<BR><BR>아낙은 화가 난 듯 이를 악문체 나를 노려보았다. 아낙의 화난 기색에도 이상하게 미안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BR>미안한 기분은커녕 오히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난 굳이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미소를 지었다.<BR><BR>아낙은 내게 큰 실망감을 느낀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으로 시선을 깔았다.<BR><BR>"만일 낭자가."<BR><BR>아낙이 내 말소리에 슬쩍 눈을 치켜떴다.<BR><BR>"만일 낭자가 사람이라면, 내 약조를 하리다."<BR><BR>아낙은 금방 기분이 풀린 듯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BR><BR>"소녀에게 무슨 약조를 하시겠습니까?"<BR><BR>"낭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 드리지요."<BR><BR>"무엇이든 말씀입니까?"<BR><BR>아낙이 눈을 번쩍 뜨며 미소를 보였다.<BR><BR>"백두산 이무기의 혓바닥을 가져다 달라신다면 머리통을 잘라오고,<BR>백년을 묵은 산삼을 캐오라신다면 낭자의 허벅지만한 천년삼을 캐오도록 하지요."<BR><BR>"소녀와 함께 이 강 밑으로 들어가자 하며는요?"<BR><BR>"어려울 것 없지요. 이런 좁은 강물이 아니라 저 먼 곳에 있는 바닷물에라도 들어가겠습니다."<BR><BR>"별을 따다 달라고 하며는요?"<BR><BR>"달을 따다 드리지요."<BR><BR>아낙이 신이난다는 듯 환히 웃다가 금방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곤 고개를 뉘이며 불만인 표정을 했다.<BR><BR>"무사님은 제가 천상 도깨비인 줄로 아시는 군요."<BR><BR>내가 끄덕이자 아낙은 잠시 침묵했다.<BR><BR>"그럼 무사님은 제 입술을 빼앗을 셈이시랍니까?"<BR><BR>자신을 겁탈할 마음이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BR>나는 아낙에서 시선을 피하며 꿀꺽하고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BR><BR>"제가 도깨비라면 왜 저를 품으시겠다는 겁니까?"<BR><BR>내가 아낙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자, 아낙은 내 대답을 기다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BR><BR>"낭자가 도깨비라면 저는 낭자를 품고 낭자를 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BR><BR>"제가 무사님의 것이 되는 것에 무슨 이로움이 있답니까?"<BR><BR>"천하 어느 곳에서도 도깨비와 혼례까지 치룬 용감한 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BR>낭자처럼 고운 도깨비라면 마다할 바도 아니지만, 저는 도깨비와 백년가약을 맺음으로써 저의 진실 된<BR>용맹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BR><BR>"흠~, 그럼 어찌하면 제가 도깨비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시려는 겁니까?"<BR><BR>"그것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BR><BR>아낙이 알 수 없는 기묘한 웃음을 흘렸다.<BR><BR>"제가 도깨비가 아니란 것을 증명해 보이지요."<BR><BR><BR><BR><BR><BR>-2부 끝-<BR></P> <P><BR><BR><BR>아낙은 나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듯 의기양양했다.<BR>아낙이 눈을 슬쩍 흘기며 옆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BR><BR>"도깨비란 본디 피가 냉수처럼 차갑다지요. 그 살껍데기는 얼음장 같아,<BR>사람이 그 살가죽에 닿으면 소름이 돋고 정기를 빨려 힘이 빠진다 합니다."<BR><BR>아낙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BR><BR>"소녀가 넘어질까 배려하시며 좀 전 배에 오를 때에도 무사님은 소녀의 살깟을 닿으셨지요.<BR>그때 저의 몸뚱아리가 차가운 얼음장 같았습니까? 기억이 애매하시다면 다시 제 손을 잡아보셔도 좋습니다."<BR><BR>아낙이 해답을 낸 듯 당당하게 굴었다. 아낙의 허연 손바닥이<BR>내 확인은 재촉하며 위, 아래로 두어 차례 꿈틀꿈틀 움직였다.<BR><BR>아낙이 뻗은 손을 가만히 잡자 과연 사람과 같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BR>내가 손을 잡은 체 한참 동안 입을 다물자 아낙이 스르륵 손을 빼며 뒤로 가져갔다.<BR><BR>"이제 수긍이 가십니까? 소녀가 아직도 도깨비로 보이십니까?"<BR><BR>"도깨비라면 요술을 부릴지도 모르는 것이지요?"<BR><BR>"반대 손까지 내어 드려야겠습니까?"<BR><BR>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BR><BR>"소녀의 온몸을 더듬어 보셔야 믿으시겠답니까?"<BR><BR>"낭자가 정녕 도깨비라면 이런 요술을 부려 사람을 홀렸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료."<BR><BR>"소녀가 색을 드러내고 무사님게 추파라도 던진단 말씀이십니까?"<BR><BR>"처음 본 남정네에게 손을 잡아보라 부추기는 아낙은 드물지 않겠습니까?"<BR><BR>아낙이 턱을 괴며 못마땅한 듯 눈을 찡그렸다.<BR><BR>"무사님은 용맹한 대장부인냥 행색을 하시더니, 순 난봉꾼이시군요?"<BR><BR>"제가 말씀이십니까?"<BR><BR>"그렇지 않사옵니까? 제가 도깨비라면 저를 겁탈하시겠다며 엄포를 놓으시곤, 제가 사람인 증거를<BR>내밀어도 믿어주시질 않으니. 무사님은 그저 처음보는 아낙을 품고싶어 밤길을 나서신 것이지요?"<BR><BR>아낙의 말은 이치가 맞았다. 과연 도깨비들이 재치가 뛰어나다 하더니 나로 하여금 혼란이 들게하는<BR>완벽한 한 수를 둔 것처럼 느껴졌다. 눈앞의 여인이 도깨비라면 정녕 소문 속의 도깨비들 묘사가<BR>정확하고 탁월했다는 것의 증명이 되는 것이다.<BR><BR>아낙은 마치 자신이 도깨비가 아닌, 사람이라는 걸 호소하며 나를 홀렸다.<BR>처음보는 남정네에게 맨살을 만지게 허락했는 것이 가장 유력하게 생각되는 이유였다.<BR><BR>그리고 그 와중에 은근슬쩍 자신이 겁탈당할까 두렵다는 듯 어린 사슴과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BR><BR>아낙이 사람일 경우, 내가 아낙에게 보였을 무례함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BR>이것이 도깨비의 농간이라면 정말 탁월한 연기와 재치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예리하고 절묘했다.<BR><BR>"낭자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고 하여 낭자를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BR><BR>"어찌하여섭니까? 무사님은 소녀의 몸을 더듬기 위해서 궁색한 변명을 하고계신 거지요?"<BR><BR>아낙이 나의 주장하는 바를 근본부터 부정하며 도발을 했다.<BR>순간 내가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또한 도깨비의 농간처럼 생각이 들었다.<BR><BR>"무사님은 저에게 욕정이 드신것 아닙니까?"<BR><BR>아낙이 나를 난봉꾼 취급하자 내가 그녀를 도깨비로 몰던 행동들이 무색하고 민망스러워졌다.<BR>나는 다른 곳에서부터 다시, 이 이야기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아낙과의 기싸움에서 패배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BR><BR>"저는 이 깊은 밤, 나루터에서 낭군님을 기다렸다는 낭자의 말씀을 신용할 수 없습니다."<BR><BR>아낙이 서운한 느낌의 미소를 보였다. 그리곤 말을 잇지 못하며 이내 눈물을 쏟을 듯 서글픈 표정을 하였다.<BR>나는 또한번 아낙이 도깨비라는 생각이 들며 절묘한 표정변화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다.<BR><BR>"예, 소녀는 낭군님을 기다렸던 것이 아닙니다."<BR><BR>"옛?"<BR><BR>나도 모르게 천박한 생목소리가 터졌다. 아낙이 순순히 자신의 모순을 인정하자,<BR>나는 오히려 깊은 당혹감을 느꼈다. 내 눈앞에 보이던 승기가 저만치 도망가는 듯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BR><BR>"소녀는 그저 강물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때우려 거닐었을 뿐입니다."<BR><BR>아낙이 이치를 따질 수 없는 말을 내뱉자 머릿속이 텅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BR>나는 아낙의 또 다른 허점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의식을 깨워 흔들었다.<BR><BR>"그럼, 낭자는 어찌하여 온통 허연 옷으로만 치장하였소?"<BR><BR>아낙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나를 쏘아보았다.<BR><BR>"허연 옷가지를 입은 것이 소녀가 도깨비가 되는 이유라는 말씀입니까?"<BR><BR>"통상적으론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순리인 듯싶소만?"<BR><BR>"그렇다면 무사님은 틀에 박힌 생각뿐이 할 줄 모르시는 분 이시군요."<BR><BR>아낙이 내 말문을 하나씩 닫아가며 나의 입지를 좁혀왔다.<BR>다음에 무슨 말을 이어가야 할지 먹먹해져 왔다.<BR><BR>아낙이 배 밑으로 다시 손을 가져가며 손가락으로<BR>물을 쓸어내며 부드러운 곡선모양으로 물결을 만들었다.<BR><BR>"그럼, 소녀가 사람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해 드리지요. 이 이야기가 못 미더우시다면<BR>무사님은 저를 품으시고 욕된 저의 정절을 위해 최소한의 예의로 저의 목을 베어주세요."<BR><BR>아낙의 굳은 표정에서 진정성과 알 수 없는 패기가 느껴졌다.<BR><BR><BR><BR><BR><BR><BR>-3부 끝-<BR></P> <P><BR><BR><BR>"소녀, 한번은 집안 대들보에 목을 매단 일이 있었습니다."<BR><BR>아낙이 손에 묻은 강물을 툴툴 털더니 머리 매무새를 다잡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BR><BR>"소녀는 동아줄에 매달리고 버티면, 이 년의 비굴한 인생이 구원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답니다."<BR><BR>"스스로 목을 맸단 말이외까?"<BR><BR>아낙이 고개를 끄덕였다.<BR><BR>"소녀의 낭군님은 사실 이 강물에서 사라지셨다오.<BR>사람들은 물귀신소동을 벌이고 풍문을 만들어 재미진 듯 떠들었지요."<BR><BR>"낭군님은 그럼 이 세상 분이 아니란 말씀이구려?"<BR><BR>"이 강길 어딘가에 잠들어 계시겠지요."<BR><BR>아낙의 멍한 표정을 보며 연민을 느끼는 자신을 책망했다.<BR>얼마든지 꾸며댈 수 있는 이야기, 수백 번 들어본들 무슨 증명이 된단 말인가.<BR><BR>"소녀는 목을 매달 곳이 마땅치 않아 이 강을 찾아들었습니다."<BR><BR>아낙을 자리에서 슬슬 일어나 균형을 잡더니 저고리를 풀어 웃옷을 벗기 시작했다.<BR>달빛 아래 아낙의 몸이 드러나며 하얀 속살이 도드라지게 빛을 반사했다.<BR><BR>"낭자 무엇을 하는 게요?"<BR><BR>민망해진 내가 아낙을 추궁하자 아낙이 이를 태연히 받아쳤다.<BR><BR>"소녀, 도깨비가 아니란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어차피 무사님에게 욕보일 몸,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랍니다."<BR><BR>속곳까지 훌렁 벗어버린 아낙이 조심스럽게 배 끝으로 가 섰다.<BR><BR>"소녀는 이 강에 몸을 던지려고 밤 배를 탔지요. 물귀신이 나타나 제 발목을 채가도 좋았을 법했답니다."<BR><BR>아낙이 나를 돌아보더니 물었다.<BR><BR>"무사님은 낮에 이곳을 들러 본 적이 있으신지요?"<BR><BR>내가 고개를 가로로 젓자 아낙이 소리없이 웃었다.<BR><BR>"이 근처는 소녀를 물 맥여 죽일 수 있을 만큼 깊은 곳이 없답니다."<BR><BR>아낙이 발 하나를 배 밖으로 스윽 내밀더니 주저하지 않으며 강물로 몸을 던졌다.<BR>물 밑으로 주르륵 미끄러진 아낙의 몸뚱이가 머리까지 잠기자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물방울을 퉁겼다.<BR><BR>이내 아낙은 머리를 물 밖으로 빼꼼히 내밀며 배 가생이를 쥔 채 매달렸다.<BR><BR>"소녀는 물장구를 칠 줄 모른답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 처럼, 이 강에는 몸을 던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지요."<BR><BR>"사람의 몸은 원래부터 물장구를 칠 줄 몰라도 물에 떠오른다오."<BR><BR>"하지만 보시다시피 소녀는 뱃물결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을요?"<BR><BR>말마따나 아낙의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물을 가르는 모습이 정년 물 위를 걷는 것처럼 보였다.<BR>아낙은 이제 어찌되도 좋다는 듯 앞을 바라보며 유유히 걷기만 하였다.<BR><BR>"이 강물이 낭자의 말대로 정말 얕은지는 내일동이 터야지만 알 수 있겠구려."<BR><BR>"어찌하여 선가요? 지금 강물에 몸을 담가보시면 알 수 있답니다."<BR><BR>"물귀신은 사람을 유인하여 물깊은 곳으로 끌고 간다지 않소?"<BR><BR>"소녀가 물귀신이라면 진즉에 배를 흔들어 뒤집진 않았겠나이까?"<BR><BR>아낙의 논리에 말이 막이며 가슴이 뜨끔했지만 나는 그래도 믿음이 서질 않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BR>아낙은 나의 궁색해짐을 비웃는다는냥 미소가 점점 깊어져 갔다. 아낙은 대뜸 손을 내밀어 내게 청했다.<BR><BR>"그럼, 소녀에게 칼자루를 빌려주시어요. 소녀 발밑에 밟히는 바위를 튕궈 소리를 들려드리리다."<BR><BR>칼자루를 내놓으라는 말해 당황하자, 아낙은 점점 더 나를 골리는 투로 삐죽 웃어댔다.<BR><BR>"왜 그러시나이까? 칼자루를 잃으면 소녀 같은 도깨비도 못 당하십니까?"<BR><BR>"무인은 자신의 칼을 함부러 내려놓지 않소."<BR><BR>내 말이 내 귀에 울리며 변명처럼 치졸하게 들렸다.<BR><BR>"소녀가 무사님의 칼을 받으면 실수인 척 물속에 칼을 내 버릴까 겁이 나십니까? 아니면 칼을<BR>건내 받자마자, 소녀 혈귀로 변하여 무사님의 칼자루를 씹어 삼킬까 그것이 두려우신 겁니까?"<BR><BR>"나를 조롱하지 마시오."<BR><BR>"하하하."<BR><BR>아낙의 웃음소리에 내가 성난 눈을 하며 눈을 부라렸다. 허나 아낙은 아랑곳 안으며 내게 손을 뻗어왔다.<BR><BR>"소녀 이제 몸이 식은 듯 합니다. 고뿔에 걸리지 않게 이만 강물에서 건저주시어요."<BR><BR>아낙이 내민 손을 선뜻 잡을 수가 없었다.<BR>아닌게 아니라 정말 아낙이 나를 잡아 이끌까 겁이 들었다.<BR><BR>"무사님은 일당백은 되실지 모르겠으나, 대두령은 못 될 그릇이외다."<BR><BR>아낙이 나의 도움 없이 배 위로 몸을 휙 하니 얹어 들었다.<BR>배 한켠에 걸린 아낙의 몸이 불안정하여 금방 떨어질 듯 아슬아슬했다.<BR><BR>아낙은 잠시 배 귀퉁이에 걸려 아둥바둥하더니 몸을 성큼 내밀며 배 안으로 올라탔다.<BR><BR>"무사님."<BR><BR>"..."<BR><BR>내가 마음이 상해 대답을 안 하는 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아낙을 말을 이어갔다.<BR><BR>"이 곳에 정녕 도깨비가 나타난다면, 무사님께 떼로 덤벼들 것이란 생각은 안 드시더이까?"<BR><BR>"도깨비는 사람을 골리는 것이 재미져서 하룻밤 세 가지고 논다 들었소."<BR><BR>"무사님은 그런 풍문을 정녕 굳게 믿으시는군요. 소녀의 진실엔 미동조차 없으시고."<BR><BR>"내 눈으로 보기 전엔 믿을 수가 없소."<BR><BR>"그럼 살아생전 도깨비를 만난 일이 있으시외까?"<BR><BR>좀 전부터 아낙의 말에 일일이 말문이 막혔다. 사실 도깨비란 것을 풍문으로 밖에 접해 본 일이 없는 나였다.<BR>내가 뱉은 말의 모순을 꿰뚫는 듯한 아낙의 질문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BR><BR>"도깨비 따위 모두가 거짓부렁 입니다. 아이들을 골려주려는 어른들의 말장난 따위<BR>사내대장부이신 무사님께서 동하여 흔들리지 않는 게 정녕 장군감이라 불리지 않겠나이까?"<BR><BR>아낙에게 더이상 대꾸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BR><BR>"소녀 옷을 걸쳐도 되겠나이까?"<BR><BR>"왜 그런 것을 물으시오?"<BR><BR>"아직도 소녀가 도깨비라 생각되신다면 이대로 소녀를 품어주시어요. 저는 옷가지가 상할까 두렵습니다."<BR><BR>아낙이 확답을 내리라는 재촉을 빙 돌려 말하는 듯 했다.<BR>외통수에 당한 것처럼 눈앞이 컴컴해 짐을 느끼며 갈등이 일었다.<BR><BR>"소녀를 품으시겠습니까?"<BR><BR><BR><BR><BR>-4부 끝-<BR><BR><BR></P> <P><BR><BR><BR>아낙의 기백에 올곧은 줄로만 알았던 내 뚝심이 힘없이 부러지는 감을 느꼈다.<BR>그것은 마치 갈대자루가 꺾이듯 허무하고 맥없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BR><BR>이는 본래 나의 정신이 얼마나 얇상하고 볼품 없었는가를 알게하며 가슴을 아리게했다.<BR><BR>아낙의 혀놀림에 베이는 내 정신이 조각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밖에는 없었다.<BR>아낙은 내가 대답할 때까지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는 듯 꼿꼿한 자세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BR>거적때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네의 위상이 칼자루를 찬 무사 나부랭이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만든다.<BR><BR>"낭자 옷을 걸치시지요. 제가 무례가 컸습니다."<BR><BR>"소녀가 도깨비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주시겠다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BR><BR>내가 말없이 고개를 떨구자 아낙은 주섬주섬 옷을 걸치기 시작했다.<BR>아낙의 표정에는 안도감도 아닌 성취감도 아닌 거북함과 언짢음이 뒤섞인 우중충한 기운이 맴돌았다.<BR><BR>"..."<BR><BR>"..."<BR><BR>"무사님은 저를 욕보이셨으면서도 뜻을 금방 굽히시는군요. 흔해빠져 발에 치이는 흔한 소인배 양아치들과 진배없습니다."<BR><BR>아낙의 폭언에 대응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낙은 이 잠시 잠깐의 시간만으로 나를 뿌리째 흔들었고,<BR>내 뱃속 오장육부까지 꿰듯 예리한 통찰을 보였다. 나는 아낙에게 그저 탄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BR>깨닫게 됨과 동시에 깊은 패배감을 느꼈다.<BR><BR>"무사님은 그러시면서도 아직 목숨이 아까워 저 강물에 몸을 담그는 것조차 못하실 것입니다.<BR>겉으로는 소녀에게 고개를 떨구시면서도 속으로는 아직 소녀를 완전히 믿고 있지 않으신계지요?"<BR><BR>나는 그 말 또한 맞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BR><BR>"차라리 그 목을 스스로 베셔서 대장부의 기개라도 보이심은 어떠하십니다. 소녀는 무사님에게 겁탈을 당할까<BR>벌거숭이가 되어 강물을 헤집고, 이 늦은 시간 달빛 아래 한참동안 찬바람을 맞으며 떨어야 했습니다."<BR><BR>떨군 고개를 다시 들 용기가 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확인하지 않는다 하여도 아낙이 짓고 있을 표정이 생생하게<BR>떠올라 억장을 무너트렸다. 아낙과 내가 진검을 들고 합을 맞췄다면 나는 이미 목이 달아난 체 흙밭을 뒹구는<BR>살덩어리가 되어있었을 것이었다.<BR><BR>천천히 흘러내리는 강물이 야속하기만 했다.<BR><BR>"무사님은 소녀에게 소원을 하나 빚지셨습니다."<BR><BR>아낙은 손을 가슴을 쓸어내리 내리며 자신을 타이르 듯 수차례 숨을 들이 내쉬었다.<BR><BR>"내 약조한바 무엇이든 들어 드리리다. 말씀만 하시오."<BR><BR>"이제 그만 무과급제에 대해선 잊으시고 속세를 떠나시지요."<BR><BR>"무슨..."<BR><BR>아낙은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아낙의 눈가에 왁칵 눈물이 차올라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내게 호소하자<BR>강물이 불어나며 배가 넘실거렸다. 배가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데도 이상스럽게 나도 아낙도 몸이<BR>뱃바닥에 들러 붙은냥 온전하게 앉아 서로를 응시했다.<BR><BR>"소녀, 이제 낭군님을 뵈러오기가 지칩니다."<BR><BR>아낙의 눈에 맺혔던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BR><BR>"낭군님은 무과에 낙제하시고 장원에게 칼을 뽑아드셨죠. 그 살가죽 희끄무리하고 비리비리해 보이던<BR>사내에게 맨손으로 제압을 당하셨다니,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으셨음을 소녀도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BR><BR>"..."<BR><BR>"허나 낭군님, 어찌 하늘이 내린 운명을 하찮게 여기시고 강물에 몸을 던지는 것은 부끄러히 여기시지 않으십니까?!"<BR><BR>아낙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원통한 듯 격앙되어갔다.<BR><BR>"밤이면 낭군의 차가워진 손을 잡고 배위에 올라 담화를 짓는 것도 이제 소녀는 질렸습니다.<BR>자신의 조강지처 조차 몰라보는 망령에게 사로잡힌 소녀의 못난 팔자에도 진절머리가 납니다!"<BR><BR>강물이 위로 가파르게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밑으로 쏟아져 내렸다.<BR>물살에 주체를 못하는 뱃머리가 갈 곳을 잃은 듯 정신없이 흔들리며 갈팡질팡 선회를 반복했다.<BR><BR>"도깨비를 낭군으로 여긴 미친년의 팔자도 이해해주셔요."<BR><BR>"..."<BR><BR>"소녀의 원입니다. 이제 가시지요. 소녀도 따라 나서겠습니다."<BR><BR>아낙이 흔들리는 배 위에 선체 내게 손을 내밀었다.<BR>아낙이 뻗은 손을 잡자 아낙의 손주변이 푸르스름하게 질려갔다.<BR><BR>"이 찬손을 잡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BR><BR>아낙이 나를 이끌어 강물로 몸을 던지자, 나의 몸은 힘을 잃은 듯 그대로 아낙에게 딸려나갔다.<BR>힘차게 몰아치는 강물속에 빨려들며 소용돌이 속에 몸이 휘말려갔다. 사방 온통 물바다인 곳에서도<BR>무슨 이유에선지 숨이 차오르질 않았다. 한쪽 손을 잡은 아낙의 온기가 따땃하니 기분 좋았다.<BR><BR>시야가 검게 물들며 아득히 잠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BR>주변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아낙의 웃음소리가 가슴을 간지르는 것 처럼 애틋했다.<BR><BR>눈을 뜨니 해가 중천이었다. 내가 서둘러 허리춤을 만져보자 자리에 있어야 할 칼자루가 만져지질 않았다.<BR>나룻터 배가 주변을 돌며 유유히 흘러다녔다. 가을 산의 단풍낙옆들이 울긋불긋한 것이 뱃놀이를 떠나기에 그만으로 보였다.<BR><BR>주변사람에게 "내가 이곳에 얼마나 누워있었소?" 하고 묻자 대답이 없었다.<BR>눈앞으로 나와 밤새 배위에 있었던 아낙이 뱃놀이에 한창인 배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BR><BR>아낙은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돌아보더니 천천히 물 위를 걸으며 내게 다가왔다.<BR>아낙이 내 앞에 손을 뻗치며 미소를 짓는데 나는 영문을 알 수가 없어 아낙의 손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하였다.<BR><BR>"낭군님" 이라는 아낙의 목소리가 가슴을 울리며 아련하게 들려왔다.<BR>주변에서 뱃놀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BR><BR>"오늘도 시체가 떴다면서요?"<BR><BR>"말도 말어 저번에 산건너 최가댁!"<BR><BR>"여기 물에 몸 던지셨다는 그 무인의 집안 말씀이오?"<BR><BR>"아이 그러게, 그 최가댁 마님이 오늘 아침에 물 위에 떠 다니셨다지 뭐야!"<BR><BR>"아이구메! 이거 무당을 불러다 굿이라도 한판 벌여야지 원..."<BR><BR>나는 아낙의 손을 잡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BR>아낙은 말없이 웃으며 내 옆구리에 살포시 안겨들었다.<BR><BR>가을 날씨가 쾌청하니 나루터로 바람이 선선했다.<BR><BR><BR><BR>-완결-</P>
    숏다리코뿔소의 꼬릿말입니다
    <a href="http://todayhumor.com/?humorbest_669473">[단편]독신녀의 방에 어서오세요</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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