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MBED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height=300 width=400 src=http://bgm.heartbrea.kr/?3222205 wmode="transparent"><BR><BR><BR>전업주부 L은 아침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BR>L은 오늘도 평소와 같이 전쟁과 같은 아침을 보냈다.<BR><BR>누구보다 아침의 시작이 빠른 남편.<BR><BR>L은 남편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매일같이<BR>남편보다 한 시간 앞서 잠자리를 벗어나야 했다.<BR><BR>항상 10분에서 15분 정도 늦장을 부리는 남편 때문에 오늘도 그를 부산스럽게 배웅해야 했다.<BR>그리고 곧 2차전. 2차전부터는 열네 살 난 큰 딸과 열한 살의 작은 아들을 깨워야 한다.<BR><BR>두 아이 모두 아직 어린티를 내고 싶어 하는지, 침대를 잘 벗어나지 못하기에 L은 항상 애를 먹었다.<BR>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서부턴 조금 느긋해 질 수 있었지만, 오늘은 빨래 감이 한참이었고,<BR>저녁에는 남편의 생일 식탁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마냥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BR><BR>생각해 놓은 메뉴가 산더미 같아,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로<BR>미리 예약 주문을 해 놓았던 L은 오늘따라 시계를 보는 횟수가 늘었다.<BR><BR>시간은 아직 이른 점심. 초인종이 울렸다. L은 현관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BR>오후 즘으로 예정 돼있던 배달이 조금 일찍 도착한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BR><BR>L은 무릎 위에서 접고 있던 남편의 와이셔츠를 서둘러 방바닥에 내려놓았다.<BR>반가운 마음에선지 L은 현관 카메라 영상을 확인할 것도 없이 문을 열었다.<BR><BR>“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BR><BR>현관에는 기다리고 있던 배달원은 찾아오지 않았고, 젊어 보이는 여자가 한 명 서있었다.<BR>여자는 급하게 A4 용지를 한 장 내밀곤 뒤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갔다.<BR><BR>L은 “저기요!” 하고 그녀를 불렀으나, 여자는 뒤돌아보는 척도 하지 않은 채 아래층으로 사라져버렸다.<BR><BR>“별난 여자네.”<BR><BR>L은 젊은 여자가 넘겨준 A4 용지를 내려다보았다.<BR><BR>L은 종이에 쓰인 글이 아마도 최근 아파트 관리소에서 자주 말하는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것이라 지레짐작했다.<BR>별것도 아닌 것에 공을 들이고 있는 동장 아주머니 생각에 코웃음이 났다.<BR><BR><BR>***<BR><BR><BR>「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원도 S시에 살고 있는 김 나영 이라고 합니다.<BR>먼저 이렇게 불쑥 찾아뵙고, 이런 식으로 저의 가슴앓이를 토로하는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BR><BR>저는 당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하여, 말씀이 드리고 싶어 이렇게 장문의 글을 씁니다.<BR>읽지 않고 버리셔도 어찌할 수 없는 바 입니다만,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온<BR>어린것의 청을 딱히 여겨, 부디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BR><BR>저는 남편과 4년 전부터 S시에서 살고 있었습니다.<BR><BR>남편이 근무하고 있던 시멘트 공장이 S시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BR>남편과 저는 스무 살에 만나 부모님의 허락도 없이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BR><BR>그것은 지금에서도 후회하지 않는 제 일생 최고의 사건이었습니다.<BR><BR>남편의 공장은 매일같이 오랜 시간 그를 일터에 붙잡아 두었지만,<BR>넉넉한 급료와 따뜻한 공장사람들의 인정이 있어,<BR>저와 그이는 공장이 망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S시에서 평생을 살고만 싶다고, 자주 말하곤 했습니다.<BR><BR>하지만 세상은 얄궂기만 합니다.<BR><BR>남편의 일은 시멘트공장에서 큰 바위와 돌멩이들을 분쇄기에 운반하는 일이었습니다.<BR>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남편은 작업하는 능률이 좋고, 손기술도 뛰어나<BR>공장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던 모양이었습니다.<BR><BR>그 덕이라고 해야 할까요.<BR><BR>남편은 운반기사일을 하면서 분쇄기의 수리를 배우고 있었다고 합니다.<BR>단순히 지게차 운전만 하는 것으론 S시에서의 미래를 약속하기 어려웠으니까요.<BR><BR>분쇄기는 일제의 제품으로 1920년에 만들어진 물건이었기 때문에 잔고장이 심했다고 합니다.<BR><BR>남편은 제게 좋은 소식처럼 말해주곤 했었습니다. 나도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직급을 달 수 있을 거야.<BR>조금만 기다려, 하구요.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습니다.<BR><BR>행복하기만 한 시간 속에 첫아이를 임신했었고,<BR>남편은 말해온 것처럼 조장이라는 직급을 달게 되었습니다.<BR><BR>남들에 비해 빠른 진급이었지만, 동료들은 남편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곤 했습니다.<BR>항상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한다고 말했었죠. 그게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BR><BR>그 날도 평소처럼 바위가 분쇄기에 걸려버렸다 합니다.<BR><BR>평소에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남편은 기계를 정지하고 바위를 드러내 기계를 수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BR>점심시간 이었는데도 남편은 금방 고치고 가겠다며 동료들을 먼저 식당에 보냈다 들었습니다.<BR><BR>그리고 일이 생긴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BR><BR>남편보다 늦게 자리를 나서던 한 동료분이<BR>남편이 분쇄기 내부 정비를 하는 줄도 모르고 분쇄기의 전원을 올린 것이지요.<BR><BR>수리는 조금 나중에 해도 좋으니, 어서 밥을 먹자고 말하려 돌아온 남편의 사수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BR>그리곤 서둘러 기계를 정지시켰지만, 남편은 이미 분쇄기 안에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BR><BR>분쇄기를 통과한 잔해에서 남편의 지갑이 나왔습니다.<BR>그것을 전해 준 것도 남편의 사수인 그였습니다.<BR><BR>돌을 분쇄하는 기계였기 때문인지 지갑 속에 있던 아이의 초음파 사진과<BR>우리가 처음 만나서 찍었던 사진은 완전히 분쇄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BR><BR>하지만 갈가리 찢겨버린 사진은 제 모형을 찾기가 어려웠죠.<BR><BR>저는 남편의 기리고 싶었습니다. 공장 측에서 저를 위한 위로금과 배상은 충분히 해 주었습니다.<BR>그 사고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저는 추호도 공장 사람들을 탓하고 싶진 않았습니다.<BR><BR>그들은 저만큼이나 남편의 사고를 가슴 아파 했으니까요.<BR><BR>제가 댁으로 찾아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날 만들어진 시멘트가 사용 된 곳이<BR>바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의 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BR><BR>이 넓은 곳 어디에 그가 묻혀있는 지는 알 수 없기에 저는 아파트 모든 분들 게 이 편지를 드립니다.<BR>부디 그이가 잠들어 있는 곳이 평안하도록, 조금만, 아주 조금만 마음을 써서 소중하게 집을 사용해 주세요.<BR><BR>댁의 평안이 그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빕니다. 두루 좋은 나날 계속되시길 빌며.<BR><BR>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BR><BR><BR>***<BR><BR>L은 글을 바닥에 떨궈버렸다.<BR><BR>미동도 없이 읽어 내린 젊은 여인의 편지를 읽고<BR>서둘러 전화기를 들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BR><BR>“무슨 일이야?”<BR>“아니, 자기 오늘 생일이잖아요. 아침에 말 못해줘서요.”<BR>“별, 생일 한두 번 맞는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알았어. 고마워.”<BR>“아니에요. 오늘 일찍 들어오세요. 집에 음식 많이 준비하고 있을게요.”<BR>“어허~ 그래도 내가 결혼 하나는 잘 했네!”<BR>“여보.”<BR>“응?”<BR>“….”<BR>“….”<BR>“아니에요. 꼭 일찍 돌아와요.”<BR>“그래.”<BR><BR><BR><BR>- 끝 -<BR><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