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MBED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height=300 width=400 src=http://bgm.heartbrea.kr/?3222205 wmode="transparent"><BR><BR><BR>눈짓, 턱짓으로 젊은 여자를 가리키자, 성민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BR><BR>그녀를 성민이에게 맡겨둔 채 여관을 나설 동안<BR>여자의 흐느낌소리는 점차 커져만 가고 있었다.<BR><BR>성민이 놈이 알아서 잘 처리하려니, 믿고 떠나는 것 외에<BR>별달리 조치를 취할 만한 것도 없었다.<BR><BR>여관을 나서며 부터 짤막한 장면들이 휙휙 머리를 스쳤다.<BR><BR>부둣가에서 여잘 버려두고 도망칠 생각에 발을 동동 구르는 청년.<BR>여자친구를 위한 배려랍시고, 혼자서만 수리산에 올라 자살바위에 뛰어든 청년.<BR><BR>섬을 관리하고 있는 넙치 패거리에게 시비가 걸린 청년.<BR>그리고 가장 예감이 동하는 장면은 섬 유일의 편의점에서<BR>근무 중인 한 여인과 함께 있는 청년의 모습이었다.<BR><BR>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생각이 없었지만, 그나마 앞뒤가 맞는 예상들이었다.<BR><BR>이곳의 관광객들의 행동패턴에 논리적인 생각을 적용한 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 이었다.<BR>사람은 벼랑 끝에 서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BR><BR>가로등과 가로수들이 호화롭게 늘어선 언덕길.<BR>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기에 이 섬의 밤은 아름답다.<BR><BR>성민이는 이런 밤거리의 반짝이는 풍경들이 관광객을 이끌기 위해, 라고 생각하곤 한다.<BR>내 생각은 다르다. 이 섬엔 눈먼 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BR><BR>넘쳐서 썩는 돈을 쓸 곳이 마땅찮아, 사람들은 길바닥에 돈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BR><BR>자살 관광객 인센티브. 이 섬은 죽기 위해 발걸음 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BR>그것이 너무 당연시 되다보니, 유행이나 대세 같기보단 일정한 자살의 패턴 중 하나처럼<BR>여겨지는 풍토도 있는 모양이었다.<BR><BR>그것을 사업화 시킨 것이 넙치 패거리.<BR><BR>언젠가부터 섬을 장악한 그들은 섬의 뱃사람들을 돈으로 사거나 내 쫓고, 항구를 정렴했다.<BR><BR>넙치가 섬에 들어오고부터 짓기 시작한 건물은<BR>섬의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높은 굴뚝을 가진 화장센터였다.<BR><BR>그들은 자살한 시체를 인계받아 억지로라도 장례를 치러 돈을 만들어 낸다.<BR><BR>뱃사람들을 산 연유도 그 때문이었다.<BR><BR>자살한 사람의 유가족이 뭍으로 시체인계를 하려 들 때,<BR>시체를 싣고 배를 띄울 수는 없다, 하며 거절을 하기 위함이었다.<BR><BR>장례를 치루지 않은 자살 객은 섬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BR><BR>아니꼬우면 헬리콥터를 빌려오든, 직접 보트를 하나 사와서 시체를 가져가든 마음대로 하라 <BR>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면, 우리의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루고 나가라.<BR><BR>그런 심보였다.<BR><BR>이 섬은 자살한 사람들의 장례비용과 그들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찾아드는 유가족들로 유지된다.<BR>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유지되었다. 아버지가 새운 정자가 기암절벽에 만들어지기 전부터도 그렇게.<BR><BR>그리고 우리 여관주인들은 여관에 묵은 손님들의 장례비용을<BR>일정부분 인센티브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BR><BR>우리가 원해도 원치 않아도, 넙치 놈의 인센티브는 항상 정확하게 전달되어 왔다.<BR><BR>“철민이, 오랜만이네?”<BR><BR>검은 상복을 차려입은 섬 아랫마을 K 아주머니.<BR><BR>낮에 예상이 적중한 듯, K는 화장터를 나선 행색이었다.<BR>왜 늦은 시간까지 상복차림으로 섬을 어슬렁거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BR><BR>상관할 바도 아니니, 넙죽 인사나 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갈 생각이었다.<BR><BR>“철민이, 요즘 손님 잘 안 받는 다면서? 괜찮아?”<BR>“안 받기는요. 그냥, 호객이 잘 안 되는 것뿐이죠.”<BR><BR>K는 웃는 듯 마는 듯, 요상한 표정으로 나를 붙들어 맸다.<BR>누가 아줌마 아니랄까봐, 수다를 떨고 싶다는 듯.<BR><BR>“우리는 이달 들어서만 일곱 팀씩이나 받았지 뭐야? 다른 사람들한테 미안하게시리. 내가 철민이한테도 미안해. 손님 다 빼앗아 가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줘. 응?”<BR><BR>K는 유별을 떨기로 유명했다.<BR><BR>K 자신 여관의 숙박객이 자살을 할 경우, K는 그들의 모든 장례식에 참여를 했다.<BR>남들이 보기엔 K가 과시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BR><BR>마치 “나 오늘도 한건 올렸어.” 하고 뽐내기 위해 장례식을 참여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BR>더 유별난 것은 매번 유가족보다도 더 서럽게 터트리는 그 통곡소리였다.<BR><BR>유가족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그녀의 별난 행동은<BR>섬사람들로 하여금 은근히 그녀를 멀리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BR><BR>스스로도 알고는 있을지 모른다 싶었으나, K는 항시 태연한 얼굴이기에 그를 증명할 바는 없다.<BR><BR>“오늘 장례식이 어찌나 뒤숭숭했어야 말이지. 가족들이 죽은 사람 얼굴보기를 꺼려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다 무안해지더라니까 그러네. 요즘 사람들은 가족한테도 정이 없나봐. 어떻게 죽은 사람 앞에서 그렇게 무덤덤할 수 있어? 그래서 내가 대신 울어주고 왔지 뭐야. 사람 떠나보내는데, 눈물 한 방울 없어서야 쓰겠어?”<BR><BR>K는 묻지도 안는 말을 주절주절 끊임없이 뱉었다.<BR><BR>그녀의 수답은 자문자답과 샛길로 빠지는 주어빠진 에피소드들에 진력이 날 지경이었다.<BR>K는 내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그러니까, 철민이도 열심히 해. 나처럼.” 했다.</P> <P> </P> <P>무엇을 당신처럼 열심히 하나요?<BR>대꾸대신 꾸벅 목례를 했다.<BR><BR>그동안 못 다한 말, 나에게 다 내게 내팽개쳐 버렸다는 듯 K는 흡족한 얼굴을 하며 언덕길을 내려갔다.<BR>밤거리의 검은 투피스를 입은 중년의 여인의 뒤태에는 기이한 여유와 자신감이 보였다.<BR><BR>K에게서 해방 된 나는 편의점부터 찾아 나섰다.<BR><BR>청년이 정말로 담배를 사러 왔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BR>편의점으로 들어서자, 편의점 사장 겸 점원인 수연이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BR><BR>그리고 이내 “오랜만이야?” 물었다.<BR><BR>편의점 안에 수연이의 화장품냄새가 찌든 때처럼 배겨있었다.<BR>진한 아이라인이 희미한 곡선을 그리며 내게 눈웃음을 선사하고 있었다.<BR><BR>이 섬엔 오랜만인 사람들이 많기도 했다.<BR><BR>마음만 같았다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평생이고.<BR><BR><BR><BR>-2부 끝 3부에서-</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