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bgm.heartbrea.kr/?1147731"><br /><br />BGM정보:
http://heartbrea.kr/1147731<BR><BR>바야흐로 글쓴이는 22살, 아직 군대도 가지 않았던 시절임.<BR><BR>한 달 기본급 120만원이란 돈을 받으며, +@ 커미션이란 조건 하에<BR>하루 13~14시간 폰 팔이와 웃음 팔이를 동시에 하고 있었음.<BR><BR>한참 여름 푹푹찌는 날씨가 기승이었고, 10평 남짓 매장은 내가 솔찮이<BR>바닥청소를 한 덕인가, 확장 오픈을 하고 두 달 남짓이라서 인가,<BR>여름 뙤약볕이 고약스러워서인가, 짱짱한 햇살이 뜬 눈을 시리게 만들었음.<BR><BR>에어컨 탓이었던가?<BR><BR>무튼 그런 와중, 오전 11시 경 매장 내방객이 한 명 찾아 들었는데,<BR>주 고객층을 40~70대로 설정하고 있던 매장 위치와는 상반되게<BR>아리따운 여대생이 한 분 들어왔던 것임.<BR><BR>나는 기뻤음. “할아버님~ 할머님~ 요놈이 요로코롬 글씨가 크게 나오는 핸드폰이어요.”<BR>그런 것도 나쁘진 않지만, 젊은 여성에게 “아가씨, 요즘 이게 대새지.”<BR>하는 것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임.<BR><BR>나와 사장, 단 둘이 남정네 냄새만 풀풀 피우던 매장이<BR>곱절, 아니 곱고로곱곱 곱곱절은 밝아지는 순간이었음.<BR><BR>지금도 눈에 선한 그 처녀의 모습은<BR><BR>단발머리가 새침하니 잘 정돈 되어있었고, 전체적으로 은근한 갈색톤 염색을 했던 것이 기억남.<BR>옅은 파랑의 블라우스에 어깨 부근에는 소소한 부풀림이 포인트였고, 짙은 색의 스키니<BR>청바지가 잘록한 다리를 도드라지게 했었음. 약간 굽이 있어 보이는 스니커는 흰색으로<BR>처녀가 참 청순해만 보였음. 그랬음.<BR><BR>나도 모르게 볼따구가 막 불어지고 그럴 만큼 그랬음.<BR><BR>그랬는데, 내가 폰 팔이 최전선에 있던지라, 손님을 보면 필사적으로 달려들어야만 하는 게<BR>기본이었음. 22년 인생에 이런 붙임성이 있었던가 싶을 만치 사람대우하는 요령을 터득해갔던 바.<BR><BR>사장에게 배워 온대로 하나씩 운을 띄웠음.<BR><BR>손님 어솨요. 젊으신 것 같네요. 비용은 얼마나 생각하세요. 젊은 신 것 같은데.<BR>남자친구는 있으실 테니까, 커플 요금 같은 걸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더 저렴합니다.<BR>남자친구가 왜 없을까요? 그럴 리가 없어 뵈는데요.<BR><BR>그리고 결정적으로 최신형 핸드폰을 들이 밈.<BR>출시 된지 얼마 되지도 안은 핸드폰이 었고, 소녀시대가 광고모델이었던<BR>당시 최고가 최신형 핸드폰으로 준스마트 폰 급이라는 인상이었음.<BR><BR>(내가 일했던 곳이 LGT 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의 이름인 LG U+로 탈바꿈함. 당시엔 LGT에 아이폰이란 개념은 없었음. 때려부숴야할 적이었고, 넘어야 할 산이 아이폰 이었는데,<BR>본인은 바로 그 아이폰 3GS를 사용하던 시절임. 당시엔 아직 스마트 폰에 대한 개념이<BR>확정적이지 않았고, 준 스마트폰 급이란 말에도 호기심이 발동하던 시기임.)<BR><BR>내 아이폰을 꺼내 들면서,<BR><BR>“아... 진짜 저도 이런 핸드폰 나올 줄 알았으면, 비싼 아이폰 따위는 안샀을 텐데.”<BR>“이 핸드폰만 보면 아이폰을 집어 던지고 싶다.”, “아이폰을 쓰는 내가 그냥 바보 같다.”<BR>하는 멘트가 이상하게도 먹혀들어가던 시절임. 뭐, 장사라는 게 그런 식이듯,<BR>그짓뿌렁으로 손님의 한방에 환심을 삼.<BR><BR>하지만 90만 원대의 높은 가격 탓인지. 처녀는 손가락 위에 뽀족한 턱을 얹어가며<BR>고심을 했음. 그리고 그 순간이었음. 우리 매장 사장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던 것임.<BR><BR>의자바퀴가 때굴때굴 하는 소리와 섬광 같은 레이저빔이 난사됐음.<BR><BR>“멍청한 알바 놈. 그런 풋내 나는 소녀에게 고심 따위 할 겨를을 주니까,<BR>아직도 니가 어설프다는 거시다이시끼야. 응? 이시끼야.” 하는 억압의 눈빛이었음.<BR><BR>그것도 잠시.<BR><BR>사장이 수트 버튼 한 단을 채우며 진열대 안으로 들어 옴.<BR>머리통이 조막만하니, 키도 커서 외람된 말로 수트 빨이 좋던 사장이었기에<BR>점잖게 이야기하는 거 보면, 지적으로 보이기도, 잘생겨 보이기도,<BR>스타일 좋아 보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었음.<BR><BR>뭐. 간단히 말해서 남자가 보기에 눈꼴이 시린 사람이었음.<BR><BR>하지만 폰 팔이에 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으로, 한 번 들어온 내방객은<BR>최소 1시간은 그 사장의 입담에 농락당하며 발길을 붙잡히고 말았었었었었었음.<BR><BR>처녀도 갑자기 등장한 사장의 포스에 기가 눌렸는지, 내가 20분 가량 설명했던<BR>핸드폰의 스펙이고 나발이고를 다시 들으면서도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음.<BR><BR>이미 그녀는 폰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부터 피어나고 있었음.<BR>그녀가 고심하는 부분은 단순 핸드폰이 90만원이라는 큰돈이 든다는 것 뿐이었음.<BR><BR>이제 한 방. 작은 한 방이면 그녀는 핸드폰을 구매하고 싶은 구매욕을 이길 수 없어,<BR>“가격이고 나발이고, 그거로 하지 총각들.” 말을 할 것이 자명했음.<BR><BR>근데, 그 작은 한 방이 기습번트처럼 매장 안의 우리 세 사람을 놀라버리게 함.<BR>사장이 당시 32살인가 그 비스무리 했는데. 잘생겼고 나발이고, 사장이란 사람이<BR>던진 커다란 한 방의 말이 그 처녀의 마음을 설래게 했을 거임.<BR><BR>홈런타자가 3루간으로 빠지는 기습번트를 날린 격이었음.<BR>시야를 가리고, 오른 턱주가리를 흔들어 놓는 강력한 라이트 훅이었음.<BR><BR>“학생. 학생 이 핸드폰 사면, 좋다. 내가 학생한테 밥 한 끼 살게.”<BR><BR>물을 껸진 것처럼, 매장이 싸해져 버렸음.<BR>그녀는 순간 핸드폰이고 나발이고 눈부터 크게 떴음.<BR><BR>핸드폰 좀 사러 왔다가, 잘 생긴 오빠한테 데이트 신청이라니.<BR>내가 볼 때는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어도, 그런 개같은 경우가 없었음.<BR><BR>그녀는 사장의 외관을 4초에서 7초 간 조바심 내지 않고 스캔했음.<BR><BR>그리고 웬걸? 그녀 그 자리에서 Okay.<BR><BR>사장이 지금 알바 보는 앞에서 핸드폰을 팔다 말고,<BR>여대생 꼬시고 자시고 뭐하자는 건지. 기가차고 부럽고 막 그랬었음.<BR><BR>그녀 수줍었는지, 핸드폰 사기로 해놓고 고개를 떨구는게 그렇게 풋풋해 보이고 그랬었음.<BR><BR>근대 그게 나와 그녀의 오해였음. 근데, 내가 봐도 오해를 해야하는게 정상임.<BR>밥 사준다고 했던 사장이 X나 비정상인 것임.<BR><BR>사장 왈<BR><BR>“뭐 먹고 싶어요?”<BR><BR>그 말 묻는 사장 미소가 근사했음. 그녀는 선 듯 대답 못하고, 땅바닥 청소는 어찌<BR>알바가 큰 수고를 하셨는가, 바닥타일 광택 검사를 하고 있었는데, 사장 말이 거기서<BR>끝나질 않는 거임.<BR><BR>시간은 12시 즘.<BR><BR>사장 한 말씀 더 하시길.<BR><BR>“김밥 천국에 있는 거면 뭐든 괜찮아요.”<BR><BR>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순간이었음. 그리고 나는 눈치를 챘음.<BR>사장이 올 곳은 사람. ‘나’ 랑 밥 먹자는 게 아니라. ‘우리’ 밥 먹자는 뜻이었던가.<BR><BR>우리는 당시 길 건너의 김밥 천국에서 점심을 매번 쟁반상에 받아 먹고있었음.<BR>사장은 순수하게 자신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있는 거였음. <BR><BR>여학생에게 김밥천국 메뉴 표를 건네주던 순간이 떠오름.<BR><BR>“밥 먹자는 게 이거 먹자는 거야?”<BR>여학생은 수줍어 묻지도 못했던 것 같음.<BR><BR>그녀 오므라이스 먹었음.<BR><BR>셋이서 매장 테이블에 오므라이스 세 개 펼쳐놓고 한 수저씩 푸는데,<BR>나는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그녀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BR>사장은 왜 웃기지 모르는 상황이었음.<BR><BR>“여기 김밥 천국이 오므라이스를 잘해요.”<BR><BR>사장이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닥쳐라 좀. 상황 파악이 안 되면.” 하고<BR>소소한 폭발이 일어 날 뻔 했던 것도 기억이 남.<BR><BR>그래도 그녀 착했지.<BR><BR>꿋꿋하게 “맛있네요.” 대답도 해주고.<BR><BR>아, 그 여학생. 그 핸드폰 2년 약정동안 잘 썼을까.<BR>매장을 떠나며 가련히 최신형 핸드폰만 가슴에 안고 떠났었지.<BR><BR>학생 떠나고, 사장은 ‘내가 핸드폰 팔아내고 마는 모습 봤어?’<BR>하는 당당한 얼굴을 하던 것도 기억나네.<BR><BR>“너는 필사적인 마음이 없어!”하고 핀잔 주던 것도.<BR><BR>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BR><BR>PS. A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