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유머 - 배경음) 사람이 열리는 나무

게시물ID : humorbest_655921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14

IP : 119.195.***.230

댓글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06 19:29:01

원글작성시간 : 2013/04/06 11: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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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 사람이 열리는 나무 - 4부 -

<EMBED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src=http://bgm.heartbrea.kr/?3222205 wmode="transparent">  지연이가 바들바들 팔뚝을 흔드는 통에 취재에 방해가 되었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 할머니와의 대화는 원을 그렸다. 질문에 대한 답은 커녕 저의를 벗어난 대답들은 동문서답에 서문동답을 반복했다. <o:p></o:p> 인터뷰다운 인터뷰는 끝끝내 이루어지질 못했다. <o:p></o:p> "할머니, 김성규씨 어릴 적 모습은 알고 계세요?" 말을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뒤를 돌아섰다. 대꾸도 없는 할머니에게 치매가 든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o:p></o:p> 할머니가 향나무 언덕의 완만한 길을 내려가자, 사방 풀잎들이 바스락거리며 요란스럽게 떨어댔다. <o:p></o:p> 키 작은 풀들이 정신 사납게 흔들리자, 지연이는 팔뚝을 쥐고있던 손에 꾹 힘을 주며 주먹을 쥐어 살을 꼬집어 왔다. <o:p></o:p> "야! 씨, 그런 걸 믿냐? 강아지 새끼마냥 발발 떨래! 형 있으니까, 겁먹을 거 없어." "선배, 그게 아니구요." <o:p></o:p> 지연이가 대답함과 동시에 입에서 희뿌연 김자락이 피었다. 한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짙은 흰연기는 꾸물꾸물 공중으로 흩어졌다. <o:p></o:p> 아무리 아침나절이라 하나, 봄이었다. 심지어 근 한 시간을 걸었기에 몸에선 미지근한 열기가 돌아야 정상이었다. <o:p></o:p> 지연이가 이를 앙 다물고 한파 속에 파묻힌 사람처럼 헛바람을 연거푸 내뱉었다. 그 때마다 현실감과 동 떨어지는 연기가 한 덩이씩 토해지고 있었다. <o:p></o:p> "저 추워요. 선배." "너 무슨 소리…." <o:p></o:p> 내 얼굴을 바라보고 말한 지연이의 입김이 겨울밤 내내 밖에서 얼어붙었던 서슬과 같았다. 지연이가 잠깐 뱉어낸 입김이 얼굴에 날아들자, 꽃샘추위 칼바람을 쐰 것처럼 왼뺨이 얼얼하게 굳어갔다. 지연이가 이를 달달 떨자, 이빨이 부딪히며 반복적인 탁음이 속도감 있게 들려왔다. <o:p></o:p> "야, 너 괜찮아?" "선배. 저 추워요." <o:p></o:p> 지연이의 초점이 명확하질 않았다. 풀려있는 동공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지연이의 흐리멍텅한 눈빛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o:p></o:p> "야! 너 업혀!" "아, 싫어요." "왜 싫어 인마!? 업혀!" <o:p></o:p> 날시 탓이고 나발이고 병원부터 가봐야했다. 도시생활만 했던 여자아이가 나와 섞여 풀숲을 쏘다녔으니, 이상한 균에 전염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o:p></o:p> 아까 향나무를 비비적대던 것도 괜히 머릿속을 스쳤다. <o:p></o:p> "싫어요." "왜! 춥다며!" "가슴 닿잖아…." <o:p></o:p> 이 상황에 가슴 같은 소리를, 그럼 진짜 공주처럼 안고 가리? 지연이의 말을 무시하고 억지로 녀석을 들춰 업었다. <o:p></o:p> “아, 진짜. 선배 잠깐만, 잠깐만 내려줘요. 선배, 저 내려줘요.” “헛소리 할 생각하지마. 형도 인내심에 커트라인 있어.” <o:p></o:p> 때를 쓰는 목소리가 귀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o:p></o:p>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냉랭한 입 바람이 뒷목을 스치며, 일순 허리에서 가슴까지 경련이 한 차례 타고 올라왔다. <o:p></o:p> 더 심각한 것은 지연이와 맞닿은 등이었다. 얼음장을 들춰 맨 듯 등이 시려 따끔거리는 통증이 들었다. <o:p></o:p> 지연일 업고 10분 쯤, 달리듯 걷듯 발을 옮겼을까. 담장 길에 카메라와 녹음기를 떨궈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o:p></o:p> 지연이가 아픈 와중이었지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혹여 다른 사람이 주워간다면, 몇 백 만원어치의 기재가 한 방에 날아가는 것이었다. <o:p></o:p> 발길을 돌려 기재를 주워 와야 하나, 등 뒤를 돌아보니 향나무 담장이 멀게만 보였다. 나도 모르게 발이 동동 굴렀다. <o:p></o:p> 등에 업혀있는 지연이의 냉기가 등을 계속해 따갑게 만들어 이제는 등에 마비증세가 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o:p></o:p> “씨발, 훔쳐가만 해봐, 어떤 새끼든 진짜.” <o:p></o:p> 계속 걸어야 했다.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게 어디 있어. 나를 달래며 젖먹던 힘을 다했다. 지연이를 병원에 바래다 주고, 쏜살같이 돌아와야만 한다. <o:p></o:p> 속으로는 그 생각뿐이었다. <o:p></o:p> 필사적인 수 십 분여가 지나 마을 회관으로 접어드는 어귀, 심장이 토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아무리 여자라지만 등에 매고 뛰기엔 내 체력이 너무 저질스러웠다. <o:p></o:p> 숨을 몰아 쉴 때마다 가슴에 격한 통증과 구토증세가 밀려왔다. 입과 입술이 바싹 말라, 한 모금 삼킬 침조차 부족했다. <o:p></o:p> 땀이 비 오듯 내려야 정상이었으나, 등에서 찬 기운을 펄펄 풍기는 지연이 덕에 땀도 별반 나오질 않고 있었다. <o:p></o:p> 그리고 마을 회관 앞으로 도착했을 땐, 눈앞이 하얗게 번져버렸다. 분명 회관 앞에 주차 되어있어야 할 내 승용차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o:p></o:p> 지연이 다리를 꼬아 쥐고 있는 오른손을 뻗어 주머니를 확인하니 뾰족하고 딱딱한 감촉이 허벅지에 느껴졌다. <o:p></o:p> 분명 자동차 키는 나에게 있었다. 견인? 아니다. 그럴 리 없었다. <o:p></o:p> 마을 회관 앞길이라고 견인을 해갔다고? 이 산동네에서? <o:p></o:p> 여러 생각이 겹쳐 떠오르자, 머릿속은 십 중 추돌 사고가 일어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o:p></o:p>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움직여야 하는가. <o:p></o:p> 지연이는 송장처럼 차갑게 굳어만 가고 있었다. 수 백 만원 어치 기재는 저 멀리 땅바닥에 때굴때굴 구르고, 이 망할 놈의 승용차는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행방이 묘연했다. <o:p></o:p> 설상가상으로 지연이를 받치고 있는 팔 근육이 한계를 맞이했다며 서서히 힘을 풀어가고 있었다. <o:p></o:p> 입술을 적시려 내밀은 혀에는 고린내 풍기는 마른 침만 남아 끈적거렸다. <o:p></o:p> 생각을 해야 했다. 생각을. <o:p></o:p> <o:p></o:p> - 4부 끝 5부에서 - <o:p></o:p>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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