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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7922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3
    조회수 : 2710
    IP : 103.10.***.15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2/28 22:37:15
    http://todayhumor.com/?panic_77922 모바일
    [오컬트학] 토지신


    토지신

    무섭지는 않고 그냥 제가 겪은 신비한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저는 잘 자다가도, 매일 자정만 되면 갑자기 울면서 온 방을 뛰어다녔답니다.
    몇 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조용해지고는 다시 잠이 들었던 거죠.
    그때 잿빛 덩어리가 절 쫓아오던 꿈을 꿨다는 것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봐도 아픈 곳이 전혀 없다고 하니
    부모님은 근방에서 유명한 샤먼이라고 해야 하나 기도사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일을 하는 노파에게 절 데려갔습니다.
    영시를 했더니 토지신이 저한테 씌였다고 했습니다.
    저희 집 밭에 장애물이 있어서 못 지나가게 되자, 토지신이 화가 났다고 합니다.
    밭에 말뚝 같은 게 박혔다나요.
    집에 돌아가서 살펴봤더니 할아버지가 밭에 심은 작물 종류를 쉽게 파악하시려고
    나무 말뚝을 박아서 밭 구역을 나눠볼 수 있게 표시했단 걸 알았습니다.
    시키는 대로 일주일 동안 소금과 술을 뿌리고 향을 피우고 어머니께서 공양을 했더니 나았습니다.

    기도사 노파는 지금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딱히 돈 같은 걸 요구하지도 않았고,
    저희가 표시할 수 있는 만큼의 사례만 받고 기꺼이 액땜을 해주었습니다. 전병 한 박스였던가.
    제자는 없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께서 흉폭해지셔서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셨는데
    그때도 이 분이 봐주셨더니 뜰에 있던 작은 연못을 메꾼 것이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공양을 했더니 아버지는 원래대로 돌아오셨습니다.
    집에 오신 적도 없던 그 분이 뜰에 연못이 있다는 걸 알 리가 없기 때문에 정말 감탄했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고, 기도사를 믿었기 때문에 나은 것일 수도 있지만
    오컬트 류의 이야기를 싫어하는 저조차도 놀랄 영시 능력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남을 돕는 능력을 가지신 분이 가끔 계시잖아요.
    돌아가신 게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땅에서 살다보니 좋은 신과 나쁜 신이 다양하게 깃드나 봐요.

    계속 이런 소리 해서 죄송하지만 선조들의 영혼이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안 믿는 무교인 저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대지의 깊이를 알게 해준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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