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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는
남자의 낯이 많이 익다고 생각했지만
어디서 만났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남자의 시선은
대장장이의 어깨너머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남자의 시선을 따라간 대장장이는
구석에서 대장장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낡고 녹슨 검을 보았습니다.
검붉은 녹이 잔뜩 낀 검은
그것이 희생자의 말라붙은 피인지
녹인지 구별조차 힘들었고
그 무딘 날로 무언가를 자른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선택이었지만
대장장이는 그 검을 남자에게 팔았습니다.
대장장이는
왠지 자신이 사기꾼이 된 듯한 생각에
찝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전쟁이 끝나고 찾아온 평화로운 시대에
팔리지도 않는 낡은 검을 판 돈으로 저녁거리를 사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대장장이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습니다.
그때
대장장이는
한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수년 전
세상이 전쟁의 불씨로 타오를 때
대장장이는 전쟁터를 떠돌며
죽은 병사들의 갑옷과 무기를 훔쳐
몰래 팔았습니다.
한 번은
죽은 줄 알았던 병사의 몸에 손을 대자
병사가 눈을 떴습니다.
앳된 얼굴의 병사는
죽은 말에 깔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병사는
대장장이에게 도와 달라고 애원했지만
대장장이는
병사의 갑옷을 벗기고
그의 무기를 뺏고는
병사를 그대로 내버려 둔 체 떠났습니다.
자신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그 앳된 얼굴의 병사…
세월의 흔적을 타긴 했지만
대장간에서 낡고 녹슨 검을 사간 남자가
틀림없었습니다.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뭔가에 머리를 얻어맞은 대장장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깊은 산속에서 정신이 돌아온 대장장이는
눈앞에 낡고 녹슨 검을 든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상체를 벗은 남자의 몸을 뒤덮은
수많은 고문의 흔적들을…
그렇습니다.
대장장이가 떠난 후
남자는 적군에 포로로 붙잡혀
고문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간 대장장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장장이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대장장이는
그때 남자를 도와주지 않았던 것을
깊이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후회스러운 것은
낡고 녹슨 검을 남자에게 판 일이었습니다.
무디고 무뎌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할 것 같던
그 낡고 녹슨 검…
그 검은
무언가를 베고 자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썰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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