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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인 아내를 위해 남자는
약초를 캐러 산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핑계라는 걸
남자는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임신을 핑계로 이것저것
요구하는 아내를 피해 산으로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높은 소나무들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남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미쳐 알아보지 못했던 좋은 기회들
더 잘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순간들
아내와의 결혼 그리고 다가오는 출산일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미래
그때…
근처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남자는 생각에서 현실로 끌려 나왔습니다.
도적들이었습니다.
도적들은 어디서 한탕 하고 온 듯
온몸에 보석들을 주렁주렁 달았고
어깨에 걸친 보따리는 묵직해 보였습니다.
발소리를 죽이고 도적들의 뒤를 밟은 남자는
도적들이 산속에 위치한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도적들은 금화를 한 움큼 쥔 체 동굴에서 나와
사창가가 있는 방향으로 떠났습니다.
시야에서 도적들이 사라지자
남자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동굴 안에서 도적들이 놓고 간 보따리를 열어본 남자는
보따리 안을 가득 채운 금은보화들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남자의 머릿속에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대궐 같은 집에 수많은 하인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
조용한 시냇물처럼
졸졸졸 흘러가는 편안한 노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에 남자의 아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남자는 보따리 안에서 눈에 익숙한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본 남자는
순간 심장이 멎는듯했습니다.
남자는 보따리를 챙기는 것도 잊고
부리나케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남자가 보따리 안에서 발견한 그것…
그것은 아내의 결혼반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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