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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0421
    작성자 : 바젤넘버원
    추천 : 1
    조회수 : 754
    IP : 14.32.***.12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7/02 12:08:56
    http://todayhumor.com/?panic_100421 모바일
    가시덤불ㅣ가시덤불로 둘러싸인 감시탑의 비밀
    옵션
    • 창작글

    도둑이 몇 달간 눈독 들이고 있던 물건을

    마을을 침략한 도적들이 가로채 갔습니다.

     

    약이 바짝 오른 도둑은

    도적들이 남긴 흔적을 쫓아 산으로 향했습니다.

     

    험한 비탈길을 오르느라

    종아리는 시퍼렇게 부어올랐고

    곳곳에서 들리는 산짐승들의 울음소리에는

    굶주림과 악의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도둑은

    물건을 도둑맞은 도적들의 얼빠진 얼굴을 상상하며

    더욱 속력을 높여 도적들을 쫓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적들의 소굴로 보이는 오래된 감시탑을 발견했습니다.

     

    빼곡하게 자란 가시덤불에 둘러싸여

    높게 솟아오른 감시탑의 꼭대기에는

    기이한 자세로 사지가 뒤틀린 시체들이

    곳곳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도둑은

    그 불길하고 사악하기 그지없는 감시탑의 모습에

    머리털이 쭈뼛 곤두섰습니다.

     

    하지만

    도둑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습니다.

     

    감시탑의 주위를 둘러보며

    어떻게 하면 가시덤불을 지나

    감시탑에 들어갈 수 있을지 궁리하던 도둑은

    감시탑의 뒤편 가시덤불 사이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갈 만한 조그만 틈을 발견했습니다.

     

    도둑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감시탑을 향해 천천히 기어들어 갔습니다.

     

    도둑이 조금만 몸을 뒤틀어도

    줄기에서 돋아난 날카로운 가시들이

    도둑의 옷과 살갗을 가르고 찔렀지만

    쫓아오는 경비대를 피해

    악어들이 득실대는 늪을 건넜던 예전 경험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다고 도둑은 생각했습니다.

     

    얼마 후

    도둑은 가시덤불을 지나 감시탑에 도착했습니다.

     

    다행이도

    도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발소리를 죽이고 감시탑 안으로 들어간 도둑은

    순간

    어디선가 풍기는 역겨운 냄새에

    숨이 턱하고 막혔습니다.

     

    그 역겨운 냄새가

    지하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도둑은

    까닭 모를 충동에 휩싸여

    어둡고 습기 찬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지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항아리들을

     

    도적들이 약탈한 보물들일까

     

    두근거리는 가슴과 함께

    항아리의 뚜껑을 연 도둑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절망에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항아리 안은

    사람의 똥과 오줌으로 범벅된

    가시덤불로 가득했습니다.

     

    도둑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용병이었던 도둑의 아버지는

    전투에 나갈 때마다

    항아리에 배설물과 함께 담가 두었던

    칼과 화살을 챙겼습니다.

     

    그 칼에 베이거나 화살에 맞은 상대방은

    설사 목숨이 붙어있다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죽음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척추가 활처럼 휘고

    관절에 붙은 근육들이 뒤틀리다

    천천히 목숨을 잃는 그 병은

    파상풍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기이한 자세로 사지가 뒤틀린 채

    감시탑에 매달려 있던 시체들은

    파상풍균이 득실거리는 가시덤불을 지나다

    파상풍에 걸려 죽은 사람들의 시체였습니다.

     

    며칠 후

    감시탑에 매달린 도둑은

    끔찍하게 조여오는 근육의 뒤틀림 속에서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비명을 지르며 사지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도적들

    도적들은 도둑이 원하던 물건을 도둑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 물건이 어떤 대단한 가치를 가졌던간에

    도적들은

    원하는 것을 이미 얻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감시탑에 매달려 고통에 몸부림치는 도둑의 영혼과

    도둑이 내지르는 달콤한 비명이었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07/10 06:03:20  91.141.***.240  오지리  770642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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