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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9570
    작성자 : 바젤넘버원
    추천 : 9
    조회수 : 1147
    IP : 14.32.***.12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8/11/17 07:58:26
    http://todayhumor.com/?panic_99570 모바일
    산장의 불
    옵션
    • 창작글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남자는 산속을 거닐었습니다.

     

     

    태양이 산등성이 뒤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고

    하얗던 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는 바위에 구부정하게 앉아

    노을을 보며 손에 입김을 불어넣다

    몰려오는 잠결에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부엉이 우는소리에 잠에서 깬 남자는

    남자와 마주 보는 산 중턱에 위치한 산장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걸 발견했습니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말린 고기를 꺼내

    입안에서 질겅거리다

    산장을 향해 떠났습니다.

     

     

    산장에 다다른 남자는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땔감을 가지러 나온 노인과

    마주쳤습니다.

     

     

    허리에 찬 수렵용 칼과

    기다란 활을 어깨에 걸친 남자를 본 노인은

    섬뜩한 기분에 팔에 난 털들이 곤두섰습니다.

     

     

    남자와 노인은 나란히 산장에 들어갔습니다.

     

     

    때마침 끼니를 준비하고 있던 노인은

    남자에게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노인은 남자가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바깥세상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고

    많은 전쟁난민들이 보금자리를 떠나

    안전한 장소를 찾아 떠돌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슬픈 기분이 든 노인은

    고개를 숙이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고개를 든 노인은

    자신을 향해 활시위를 당긴 남자를 발견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얼마 후 남자는 피 묻은 수렵용 칼을

    허벅지에 닦으며 산장에서 나왔습니다.

     

     

    짙은 어둠속에서 흰 눈이 내려와

    남자의 콧등에 사뿐히 가라앉았습니다.

     

     

    남자는 노인의 시체에서 살을 바르고

    남은 찌꺼기들을 구덩이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산장의 불을 끄고

    다시 어두운 산속으로 향했습니다.

     

     

    산장에서 멀리 떨어진 남자는

    바위에 구부정하게 앉아

    말린 고기를 입안에서 질겅거리며

    기다렸습니다.

     

     

    산장에 다시 불이 켜지기를

     

     

    남자는 산장의 주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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