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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타초콜릿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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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93430
    작성자 : 베타초콜릿
    추천 : 2
    조회수 : 584
    IP : 110.70.***.5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10/30 00:08:54
    http://todayhumor.com/?pony_93430 모바일
    [팬픽] 플러터샤이 인 라스페가수스 -2-
    1508677661.png


    녀는 문득 정문 앞에 덮힌 판자들 위에 쪽지 하나가 붙혀있는걸 발견했다. 판자 위에 있는걸로 봐선 누군가가 문을 막고 붙힌듯 했다. 그녀는 서둘러 붙혀있는 쪽지를 뜯어 읽었다.

    그녀의 눈이 써있는 글을 읽어내려가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몇번이고 쪽지를 반복해서 읽었다. 어려운 글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뿐이었다.

    쪽지는 단순했다. 단순한 인삿말조차 적히지 않고 목적만을 전달한 짧은 글들이 쓰여져 있었다. 쪽지의 발신자에는 이퀘스트리아 법원의 낙인이 찍혀있었다. 내용은 그녀의 채무가 상환할 기한을 넘어섰고 능력이 되지 않는다 판단해 담보인 집과 물품들을 압류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기한 내에 각 은행별로 상환 하지 않을경우 정해진 날짜에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 

    플러터샤이는 쪽지를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어쩌면 자신이 잘못본게 아닐까 싶어 새로 읽을 땐 새로운 내용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었다. 현실 도피가 무의미 해졌다는걸 깨달았을 때 쯤 쪽지가 그녀의 발굽에서 흘러나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다시 창문을 살폈다. 아까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벽, 소파, 서랍등 네모난 무언가가 붙혀있는게 보였다. 아마도 말로만 듣던 빨간딱지일터, 플러터샤이는 직감했다. 이 집은 물론이고 집 안에 있는 물건은 이제 그녀의 소유가 아니었다. 불과 어제만 해도 소파에서 차를 마시다 저 집을 나왔을지라도. 집 안에 빨간 딱지가 붙다니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루 아침에 집과 모든걸 잃어버린 신세가 되었다.

    터무니 없는 장난이 아니었다. 막혀있는 모든 문도 집안에 붙힌 압류 딱지도 자신이 읽던 경고장도 모든게 현실이었다. 왜 하필 오늘일까. 여행에 다녀오고 아직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렇게 짓밟아버려야만 했을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한 포니의 일상을 송두리째 가져가야만 했을까.

    그녀는 망연자실하게 마당을 쳐다봤다. 문득 담벼락 앞에 보이는 편지함이 보였다. 편지함에는 쑤셔박을 곳이 없어 바닥에 떨어진 편지들이 넘쳐났다. 편지는 뜯어보지도 않은 상태였다. 발신자들을 보곤 읽고싶지도 않아 방치해 두었던 편지들이었다.

    그녀는 이내 현실을 부정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기만하는 짓이라는 걸 느꼈다. 정말 이게 갑작스러운 일인걸까?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그녀의 마생을 뒤바꿔 놓은거라 생각하는건가? 그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아니,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편한 문제라 생각해 한번도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도피해왔을 뿐이었다. 이 일이 갑작스러운건 사실이었지만 사실 오늘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돈이 많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었다. 다양한 동물들을 돌보기 위해선 그들을 재울 집과 먹이가 필요했다. 모든 소비는 동물들이 최우선이었다. 그녀는 한번도 자기 자신에게 사치를 부려본 적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찻잔을 발견해도 새들이 먹을 모이 그릇을 먼저 샀다. 나가서 외식 한번 하지 않고 동물들 먹이부터 생각했다. 그나마 제일 사치를 부려본게 이번 여행이었다. 그 마저도 여행가서 돈을 헤프게 쓰지도 않았다. 쓸데없는 기념품도 사지 않았고 카지노에서도 최소한의 소비만 했고 선물로 동물들에게 줄 과자만 샀다. 그럼에도 돈은 항상 부족했다. 그녀에겐 일정한 수입이 없었다. 그녀가 돈을 벌 때라곤 간간히 들어오는 후원금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그 후원금도 불규칙하게 들어오고 동물들을 돌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녀가 대출을 시작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동물 보호 단체의 보호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은행에 돈을 빌렸다. 처음엔 그렇게 많은 돈을 빌릴 작정도 아니었다. 당장 새 동물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했는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었다. 보호 단체의 일원이었던 그녀에게 은행은 돈을 선뜻 빌려주었다. 이후 그녀는 돈이 급하게 되면 은행을 먼저 찾아갔다. 먼저 찾아간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다른 지역의 은행을 찾아갔다. 처음엔 돈을 갚아야 된다는 압박감을 가졌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무뎌졌다. 맡긴 돈을 찾는것처럼 당연시 여겨졌다. 은행 가는 일이 익숙해지자 한번에 빌리는 돈도 많아졌다. 매 달 각기 다른 은행마다 통지서가 날아오곤 했지만 그 편지가 편지함에서 나오는 일은 없었다. 더 이상 돈을 빌릴 곳이 없어지자 은행은 담보를 요구했다. 그녀는 돈이 우선 급했기에 담보가 뭐든간에 돈을 빌렸다. 그리고 그 무책임한 꼬리 늘이기가 오늘에서야 밟히게 된 것이다.

    그녀가 자처했다면 자처한 일이었다. 결국 동물뿐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도 파멸에 이르게 한 것이다. 그녀의 모든 행동이 동물들을 위한 것일지라도.

    그녀는 참아온 눈물을 터뜨렸다. 모든 이유를 알게되자 오히려 상황은 더 처참해졌다. 누굴 원망할 것도 없이 모든건 자신의 탓이었고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같은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변명이라도 할 수 있는건 동물들을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는 마음 속 주장 뿐이었다. 다른 말로 자기 합리화였다. 그녀는 소리내어 울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녀는 평소에 사소한 일에도 울었다. 무서울 때도, 무력할 때도, 슬플 때도 조금이라도 감정이 복받치면 눈물이 났다. 지금은 그 감정들이 동시에 그녀를 짓누르는것 같았다. 그녀는 하염없이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녀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다. 평소처럼 그녀를 위로해줄 동물들조차...

    "동물들...!"

    그녀가 번뜩 생각이 난듯 울음을 뚝 그쳤다. 그녀의 젖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직 그녀는 모든걸 잃은 것이 아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담보로 잡힌 재산은 집과 그 안에 있는 소유물들 뿐이었다. 동물들까지 잡아갈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어제의 일을 상상해 보았다. 포니들이 갑작스럽게 집에 들어오고 당황한 동물들은 불청객을 몰아내려 했을것이다. 하지만 이내 포니들은 집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포니들이 가고난 뒤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집은 이미 입구가 사라져 있었을테고... 분명 어딘가에 모여있을 것이다.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바보같이 울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동물들을 찾아나서야 했다.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것이었다.

    플러터샤이는 서둘러 뒷 마당으로 갔다. 닭장의 닭부터 새장의 새까지 모두 없어 무서울만큼 고요했다.

    "엔젤. 얘들아. 거기 있니?"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아마 하룻밤 잘 곳이 필요했기 때문에 마당에 모여있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마당 중앙에서 날개를 펄럭거렸다.

    내가 동물들이라면 어디 갔을까... 그녀는 초조하게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집 주변에서 보이는 곳이라고는 에버프리 숲 뿐이었다. 설마 그쪽으로 갔을까? 입구쪽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 숲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마을로 갔을지도 모른다. 도움을 구할 포니를 찾아다니며 마을을 돌아다녔을 것이다. 포니빌 포니들도 그녀의 동물들을 아니까 뭔가 이상하다 여겼을지도 모른다. 지금 마을을 간다면 지나가는 포니들이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잘 공간이 생기는건 아니었다. 말도 안통하는 동물들이 마을을 돌아다닌다고 갑자기 집에 데려가는건 너무 비약적인 생각이다. 그녀의 친구들이라면 도와줄 법 하지만 정작 친구들은 그녀와 같이 여행을 갔었다.

    그녀의 생각이 갈피를 못잡자 날개짓은 힘을 잃어갔다. 동물들은 무사할거라 자기 세뇌만 반복했다. 동물들까지 없어지면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 산산조각 나버리는 것이다. 그 때는 그녀도 정말 무너질지도 몰랐다.

    우선 가까운 에버프리 숲 부터 돌아다니기로 했다. 플러터샤이는 돌아다니며 목이 메이는 목소리로 동물들을 계속해서 불렀다. 그녀는 주저 앉아 울고싶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제발 숲의 중앙만은 가질 않기를... 에버프리 숲의 중앙은 동물들에게 위험했다. 낮인데도 길을 잃을 정도로 어두컴컴하고 정체 모를 야생 동물들이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 그나마 여차하면 곰 해리가 덩치가 커서 동물들을 지켜줄 수 있을것이다. 소심해서 누굴 공격하는 짓은 못하겠지만...

    그녀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해리.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해리는 집이 따로 있었다. 에버프리 외곽에 커다란 나무 안을 집 처럼 삼고 그곳에서 종종 지낸다. 그녀와 동물들도 가끔 그곳에 간 적이 있었다. 동물들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장소였다.

    그녀의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실마리를 잡았다 생각하니 놓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달렸다. 해리의 집은 여기서 멀지 않았다. 몇번이나 가본 적 있기 때문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무 집에 도착할 때 쯤엔 그녀의 숨이 한계까지 차 있었다. 나무 집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안에 있겠지? 불안한 생각이 그녀를 덮치기 전에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놀란 눈들이 그녀에게 향했다. 몸을 움츠리며 갑자기 들어온 불청객을 경계했다. 불청객을 확인한 동물들은 경계를 풀고 곧장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모여있는 동물들을 보았다.

    "얘들아."

    그녀가 말하자 동물들이 그녀를 에워쌌다. 작은 쥐부터 다람쥐, 새, 고양이, 곰까지 모두가 함께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와락 끌어안았다. 모두가 그녀에게 가까이 달라붙었다. 따듯한 체온이 온몸에 감싸졌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얘들아."

    그녀는 또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안도감에 복받친 눈물이었다. 그녀의 입은 웃고있었다. 악재가 겹친 날에 있는 날 느낀 유일한 행복이었다. 집을 잃고 빈털털이가 됐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정도의 큰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녀가 울음을 멈추고 동물들을 살펴보자 뭔가 이상하다는걸 직감했다. 동물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몸이 성한 동물들이 한 마리도 없었다. 어떤 동물은 얼굴에 상처가 났고 어떤 동물은 팔에 상처가 났다. 대체적으로 다들 지쳐보이기 까지 했다. 가장 심각한것은 엔젤이었다. 엔젤은 그녀를 보고 달려오지도 않았다. 플러터샤이는 숨이 멎었다. 엔젤은 집 구석 침대에 누워있었다. 가슴 부근의 털이 피에 젖었고 귀 한쪽은 찢겨져 있었다. 숨은 거칠게 몰아쉬어 숨 쉬는것 마저 고통스러워 보였다. 몸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떨었다. 그녀가 왔다는걸 알아차리지도 못했는지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엔젤. 나야. 엔젤."

    그녀가 다급하게 불렀다. 엔젤이 힘겹게 눈을 떠 눈동자를 굴렸다. 헤메는 눈동자는 플러터샤이 쪽으로 오지 않았다. 일어설 기운조차 없어보였다.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이내 괴로움에 찬 신음만이 나왔다.

    플러터샤이는 동물들에게 상황을 물었다. 동물들은 말하기 꺼려했지만 하나둘 그녀에게 얘기를 시작했다. 그녀가 여행을 간 이후 오후에 포니들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집에 있던 동물들과 찾아온 포니들이 서로를 마주하고 놀랐다. 동물들은 갑작스레 쳐들어온 포니들 때문에, 포니들은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집주인들 때문에. 하지만 이내 포니들은 자신의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집안 곳곳을 뒤지며 그녀의 소유물에 무언가를 부착했다. 동물들은 당연히 집에 쳐들어온 불청객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실랑이가 이어졌고 이내 포니들은 동물들을 집에서 쫓아내기 시작했다. 힘 없는 동물들은 포니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집 밖으로 쫓겨났다. 결국 동물들은 자기 집이 난장판이 되는걸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엔젤만이 끝까지 저항했다. 포니들의 몸을 물어뜯고 집안에 붙혀진 딱지들을 떼버렸다. 화가 난 포니들은 엔젤을 걷어찼다. 엔젤은 그래도 끝까지 덤볐다. 자신보다 훨씬 큰 포니가 몇이나 있었는데도 그들을 상대했다. 결국 포니들은 엔젤을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엔젤은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놀란 동물들이 그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 집안을 끝낸 포니들은 이내 집 밖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집을 드나들 수 있는 입구를 샅샅히 찾아 통로를 봉쇄했다. 다친 동물들은 그 광경을 망연자실하게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동물들은 도망치듯 이곳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마실것도 먹을것도 없이 불안한 하룻밤을 견뎌야 했다. 엔젤은 밤새 잠도 못자고 괴로워해야 했다.

    플러터샤이는 이젠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대신 목에서 끓는것 처럼 오열이 나왔다. 발굽으로 머리를 쥐어짜듯 잡아당겼다. 엔젤 앞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었다.

    모든게 자기 탓이었다. 동물들이 괴로운 시간을 경험했을 때 한가하게 여행이나 갔다. 밤새 불안함에 떨 때 호텔에서 놀기 바빴다. 포니들이 찾아온 이유는 지극히 당연했다. 몇번이나 통보를 했는데도 반응이 없자 행동에 나선 것일 뿐이다. 방문 날짜도 다 통보했을것이다. 그것을 읽지도 않고 멋대로 여행을 온 그녀만이 책임이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우리가 뻔뻔하기 그지 없었을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집안에 있었더라면 이런 일 까진 일어나지 않았을것이다. 그녀가 상황을 납득하고 동물들에게 잘 전달할수만 있었더라면 누구도 다치지 않았을것이다.

    "미안해, 얘들아. 정말 미안해."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동물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위로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저히 동물들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남은 그녀의 동물들조차 그녀에게 등을 돌릴까봐 두려웠다.

    우선은 엔젤의 치료가 급선무였다. 그는 금방이라도 사경을 헤맬것처럼 보였다. 남은 동물들도 심하진 않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거기다 동물들은 어제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플러터샤이는 엔젤을 품에 안고 일어섰다. 온몸이 뜨거웠다. 서둘러야 했다. 그녀가 나무 집을 나서자 동물들의 뒤따라 나왔다.

    그녀는 파우나의 동물 병원으로 갔다. 파우나는 그녀를 보며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그녀의 머리는 산발이 되있었고 얼굴은 울어서 퉁퉁 부었고 많은 동물들이 다쳐서 그곳을 방문했으니 당연했다.

    "엔젤이 많이 다쳤어요. 선생님. 제발 치료해주세요."

    그녀는 엔젤을 검사대 위에 천천히 눕혔다. 파우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엔젤을 내려다봤다.

    "무슨 일이 있던거죠?"

    파우나가 조심스레 물어봤다.

    "제가 집을 비운 사이... 사고를 당했어요."

    플러터샤이가 뜸을 들이다 말했다. 사실대로 말해도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생각했다. 오히려 그녀의 무책임함에 질타가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파우나는 그녀를 보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플러터샤이는 엔젤의 상태를 먼저 봐달라고 했고 나머지 동물들도 치료해 달라고 했다. 더불어 동물들이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먹이도 부탁했다.

    파우나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며 엔젤을 데리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동물들은 나눠준 먹이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바라만 봤다.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허기조차 느끼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동물들은 식사를 마치고 자고 있었다. 그녀만이 초조하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동물들이 아파 병원에 찾아온 적은 몇번 있었다. 그 때마다 그녀는 이곳에서 기다린 시간들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이번 만큼 심하게 다친 적이 없었다. 검사 시간도 한 시간안에 끝내는것이 보통이었다. 파우나는 두 시간이 훌쩍 넘겨도 나올 생각을 안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검사실의 문이 열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군가가 그녀의 심장을 점점 움켜쥐는 기분이었다.

    목이 부어 물을 한잔 마시려 할 때 검사실에서 파우나가 나왔다. 그녀는 물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파우나의 표정만 봐도 상황이 짐작되는것 같았다.

    "상태가 심각해요. 뼈가 부러지고 폐도 위험한 상황이에요. 고막도 터져있어요. 정신적 충격도 큰것 같은데... 일단 입원을 시켰고 수술을 해야돼요."

    그녀는 멍하니 들었다. 부정적인 모든 생각을 애써 제쳐두었다. 수술. 수술하면 괜찮아질거야. 엔젤은 금방 나을거야. 파우나 선생님은 유능하니까.

    그녀는 문득 현실감이 찾아왔다. 돈은 어쩌고? 동물들 치료비, 입원비, 수술비는 어쩌려고? 수중에 돈은 한푼도 없다. 집과 그녀의 물건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평소처럼 찾아가던 은행은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평소 파우나와 플러터샤이는 서로를 도와줬다.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동물이 재기할 수 있게 그녀의 동물이 아닌데도 플러터샤이가 돌봐주었고 파우나는 가벼운 조치가 필요한 동물들은 무료로 치료해줬다. 하지만 엔젤은 수술이 필요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게 분명했다. 이번에는 그 호의가 넘어선다. 지불을 늦출 순 있어도 아무런 조건없이 넘어갈 순 없었다. 문제는 기다려도 그 돈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 수술 비용은 얼마나..."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른 동물들은 무료로 해드릴 순 있지만 엔젤은 큰 수술을 해야돼요. 비용은 대략 2천비츠 정도 될거에요."

    2천비츠...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다. 엔젤을 구할 수 있는 비용이라면 그 100배가 되도 낼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 2천비츠조차 없었다. 여행 경비로 남은 돈 2백비츠 남짓이 다였다. 통장에는 그 만한 돈이 있었지만 찾는건 무의미했다. 아마 이미 다 뺏겨버렸을테니.

    "지불은 나중에 할게요. 우선 수술을 해주세요. 부탁이에요, 선생님."

    그녀가 파우나의 발굽을 잡고 고개를 숙이며 애원했다.

    "물론이죠, 플러터샤이."

    파우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플러터샤이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동물들을 잠시만 맡아줄 수 있을까요? 잠깐만이면 돼요."

    대부분 가벼운 부상이라 입원까지는 필요하지 않았다. 해리의 집이 있긴 하지만 그곳은 말 그대로 피신처지 다양한 동물들을 수용하기엔 적절하지 않았다. 먹이나 물도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플러터샤이씨 동물은 다들 온순하니까 문제없어요."

    "죄송해요."

    그녀는 고마움보단 미안함이 컸다. 그녀의 호의를 이용해 부담스런 부탁을 자꾸만 강요하는것만 같았다.

    그녀는 서둘러 동물병원을 나섰다. 우선은 엔젤의 수술비를 마련하는것이 급선무였다. 그녀는 포니빌의 중앙으로 날아갔다.

    더 이상 은행에 돈을 빌릴 수는 없다. 편하게 돈을 빌렸던 그곳은 오히려 정작 급할 때 그녀의 목줄을 쥐고 있었다. 평소 그녀가 돈을 버는 수단을 생각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엔젤의 수술비를 모금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불확실했다. 평소 후원액을 생각하면 단기간에 모으기엔 힘든 돈이다. 그녀의 계좌도 말소되어 후원금을 모을 수단도 사라졌다.

    그녀의 부모님이라면 돈을 빌려줄수도 있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곧 생각에서 지웠다. 집을 나와 산지도 몇년이 되가는데 부모님에게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부모님은 사정을 캐물을 것이다. 결국 그녀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게될것이고...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가족들이 알게 된다면 걱정만 늘어날 것이다. 부모님은 그녀를 위해 빚도 갚아줄 마음도 있겠지만 문제는 액수가 상식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자신이 초래한 일에 가족에게까지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한게 전부 남에게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 깨닫자 쓴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포니빌 광장의 게시판에 붙은 구직 광고를 보았다. 직장이라도 구해야 하는건가. 고정적인 수입이 있다면 엔젤의 수술비도 벌 수 있을것이다. 파우나에게 양해를 구한다면 시간을 좀 더 늦출 수 있긴 할 것이다. 그녀는 수 많은 구직 광고중 그녀가 할만한 일을 찾아보았다. 학력, 기술이 필요한 일들을 가려내자 남아있는건 대부분 청소나 아르바이트 밖에 없었다. 고정적이지만 보수는 역시 너무 적었다. 동물에 관해선 누구보다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럴 때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보수가 좋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도 있긴 있었다. 젊은 암말을 구하고 별다른 조건도 없고 수입도 상당히 높아 그녀에게 딱 좋은 일이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근무 시간이 밤부터 새벽이란 점만 빼면.

    직장 구하기는 허탕이었다. 엔젤의 수술비가 우선이긴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다. 엔젤의 수술이 끝나고 동물들이 다 나으면 그 다음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물들과 다같이 해리의 집에 모여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직장을 구해 어느정도 동물들을 간신히 먹일 정도의 생활은 할 수는 있겠지만 노숙마 신세는 면할 수 없을것이다.

    결국 빚을 갚아야 했다. 빚만 갚는다면 집도 그녀의 물건도 모두 돌아오게 된다.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오고 그녀는 다시 그토록 바라는 일상을 살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마구잡이로 빌린 돈은 이자를 먹고 이미 불어날대로 불어났다. 그녀가 평생을 일을 하여 번다해도 100만비츠의 빚은 이자조차 갚아나가지 못할것이다.

    막상 생각해보니 막막했다. 몸 하나만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꽉 끼어있는 기분이었다. 빛도 들어오지 않고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것 같아 너무 답답했다. 애써 빚에 대한걸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해봐야 해결할 방법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문제였다.

    결국 그녀는 소득없이 포니빌 중앙을 나왔다.

    돈이 필요하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큰 돈을 벌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문득 어제의 일이 생각이 났다. 10비츠가 200비츠로 되던 마법 같은 경험. 만약 그녀가 게임을 계속 했다면 얼마까지 벌 수 있었을까? 그곳에서 만난 포니는 그녀에게 운이 좋다고 했다. 그렇게 운이 좋다면 어쩌면 엄청난 돈도 벌 수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터무니 없는 생각에 이내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도박을 해서 빚을 갚겠다니 이제 갈 때까지 갔구나.

    그녀는 갈곳없이 포니빌을 돌아다녔다. 저녁 노을이 그녀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이젠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조차 없었다. 정처없는 발걸음은 방향조차 잡지 못했다.

    "플러터샤이? 너 여기서 뭐해?"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레인보우 대쉬와 핑키 파이였다. 둘은 술에 적당히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얼굴은 왜 그래? 너 또 울었니?"

    대쉬가 혀꼬인 발음으로 말했다. 핑키는 다가오더니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핑키의 몸에서 술냄새가 확 풍겼다.

    "우리 플러터샤이가 또 뭐가 그리 걱정이야? 핑키 파이 이모에게 다 말해봐!"

    핑키가 그녀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녀는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친구들을 보자 모래처럼 쌓인 무언가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얘들아, 제발 도와줘."

    그녀가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모든걸 다 털어내고 싶었다. 그녀가 저지른 짓, 그녀가 겪은 일, 그녀가 겪게 될 일 모두 솔직하게 토로하고 싶었다. 위로든 뭐든 좋으니 기댈 누군가가 옆에 있어 주길 바랬다. 무너져가는 그녀를 옆에서 받쳐줄 누군가가 절실했다.

    핑키와 대쉬는 당황한듯 서로를 쳐다봤다. 

    "야, 너 왜 그래."

    대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얘기하고 싶었다. 어쩌면 친구들이 힘을 모아 빚을 갚지는 못해도 도움은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를 재워주거나 동물들을 위해 먹이를 사주거나...

    그녀는 당연스레 드는 생각들에 스스로 놀랐다. 이 지경이 되서도 누군가에게 의존하려 했다. 해결 할 생각은 커녕 포기하고 좌절하기 일쑤다. 이 문제는 다른 포니의 문제도 아니고 그녀 만의 문제였다. 그녀는 그저 문제가 생겼다고 바로 어리광을 부리는 아기와 같은 행동이나 다름없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뭔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 해본 적이 있기는 한건가?

    그녀는 울음을 그쳤다. 갑자기 자신의 모든 행동들에 환멸을 느꼈다. 무슨 일이 닥치면 눈물부터 보이는 태도도 신물이 났다.

    "얘들아."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핑키가 대답했다.

    "돈을 좀 빌려도 될까. 조금 큰 돈인데 금방 갚을게."

    "돈...? 도움이 필요하단게 돈 때문이었어?"

    대쉬가 물었다. 뜬금없는 주제를 꺼내 의문이 드는 표정이었다.

    "얼마나 필요한데?"

    "3천... 아니 4천 비츠."

    대쉬가 그녀의 말을 듣더니 눈이 커졌다.

    "뭐? 그렇게 큰 돈은 왜?"

    "급해서 그래. 곧 갚을게."

    플러터샤이가 조용히 말했다. 핑키와 대쉬는 또 다시 서로를 보았다.

    "너 오늘 좀 이상해. 갑자기 울다가 그치더니. 뭔 일 있어?"

    플러터샤이는 뜸을 들였다.

    "아니, 아무 일도 없어."

    "봐봐. 이상해. 목소리도 갑자기 되게 차가워지고."

    "돈은 빌려줄 수 있어? 2천 비츠만이라도 괜찮아."

    그녀는 조바심이 나며 물었다. 다른건 몰라도 엔젤 수술비는 지금 당장 필요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수술비는 구해야 했다.

    대쉬는 못마땅한지 입을 삐쭉거렸다.

    "야, 그렇게 큰 돈을 갑자기 빌려달라면 이유라도 말해주던가. 게다가 너 저번에 나한테 50비츠 빌려간거 안갚았잖아. 그리고 넌..."

    "안 빌려줄거면 됐어!"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대쉬의 말을 잘랐다.

    "50비츠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내게 따지는거야? 넌 바로 어젯밤 2천비츠를 땅바닥에 버린 머저리잖아!"

    그녀는 씩씩 거리며 대쉬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대쉬보다 돈을 훨씬 가치있게 썼다고 생각했다. 대쉬는 돈을 헤프게 쓰고 의미없는 소비도 자주 한다. 바로 어제의 그 카지노도 그랬다. 그런데도 대쉬는 빚도 없고 그녀보다 돈도 더 많다. 50비츠따위에 연연하는 그녀의 태도가 참을 수 없었다.

    순간 셋 사이에서 정적이 오갔다. 플러터샤이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깨닫고는 흠칫했다. 대쉬와 핑키는 술기운이 달아난 얼굴로 그녀를 봤다.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대쉬의 얼굴에 장난기가 사라졌다. 플러터샤이는 말없이 땅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야... 너 정말 무슨 일..."

    "걱정하지마, 플러터샤이. 내가 빌려줄게."

    이번엔 핑키가 대쉬를 막았다. 유일하게 핑키만이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핑키는 자신의 머리에 발굽을 집어넣더니 지폐 다발을 꺼내 그녀에게 건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받아. 나중에 갚아도 돼. 친구가 그런거 아니겠어?"

    핑키는 플러터샤이에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더니 지폐 다발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죄책감이 섞인 얼굴로 둘을 흘끗 쳐다봤다.

    "고마워... 미안해."

    그녀는 짧게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그들에게 빠져나갔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

    1비츠에 천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베타초콜릿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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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0/30 00:39:04  61.101.***.136  끼에에엙  764515
    [2] 2017/10/30 07:47:28  39.7.***.193  쏘샤  306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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