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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베타초콜릿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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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91767
    작성자 : 베타초콜릿
    추천 : 4
    조회수 : 721
    IP : 1.246.***.108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10/08 11:47:18
    http://todayhumor.com/?pony_91767 모바일
    [팬픽] 다이아몬드 티아라의 노예가 된 유동이 完
    1473667039.png


    전편 - http://blog.naver.com/dbghd122




    ------------


    공포심이 극한을 달하자 모든 감각이 마비가 된 듯 했다. 질끈 감은 눈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귀는 소리가 점점 멀어지듯 했다. 오직 한 가지, 앞으로 다가올 고통만을 위해 뇌에선 촉감이라는 하나의 감각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멀어지는 소리에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꿈결에 들려온 듯한 목소리에 의식을 집중했다. 내가 낸 것은 아니었다. 트와일라잇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이 방에 들어온 것이었다!


    내가 눈을 뜨자 모든 감각들이 눈 앞의 포니에게 집중이 되었다. 트와일라잇과 비슷하지만 좀 더 분홍색을 띈 보라색 털의 유니콘, 스타라이트 글리머였다. 그녀는 경멸의 눈으로 트와일라잇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하고 있는 거냐고, 트와일라잇. 왜 유동이를 묶어두고 있는거야?"


    스타라이트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트와일라잇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 트와일라잇의 표정은 마스크를 쓰고 볼 수 없었다.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눈 만이 뚫어질듯 스타라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 스타라이트."


    목이 쉬어 내 목소리인지도 몰랐다. 그녀는 흠칫 놀라며 나를 살펴봤다. 정말 위험했다.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이 배까지 닿는 감각을 느꼈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괘, 괜찮아, 유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아파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너무 무서워서 입술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내 그런 모습이 내 상황을 대신 설명해줬다. 스타라이트는 다시 트와일라잇을 노려보았다.


    "빨리 설명해 보라고, 트와일라잇!"


    "스타라이트, 넌 별로 상관없는 일이야. 방으로 돌아가."


    트와일라잇이 귀찮아 하는듯 말했다. 방금 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지금의 태도 또한 자신의 중대한 작업이 방해를 받아 불쾌하다는 태도였다.


    "돌아갈리가 있겠어? 지금 이 광경을 보고도?"


    스타라이트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자신을 변하게 해주고 믿고 따랐던 포니의 진면모를 눈앞에서 확인하게 됐으니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닐것이다.


    트와일라잇은 수술용 메스를 조심스럽게 책상위에 올려놨다. 마스크를 벗자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쾌함이 그녀의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포니 한마리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연구가 무마되게 생겼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귀찮은 방해물은 바로 쫓아내려고 작정한 듯 했다. 말이 안되면 강제로라도.


    "당장 돌아가, 스타라이트. 넌 스승님의 말을 거역하는거야?"


    "우정의 수업에는 친구를 해부하는 것도 가리키는거야? 그게 네가 말한 우정이야? 그러고도 네가 우정의 공주냐고?!"


    트와일라잇의 목소리는 조용해졌지만 스타라이트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둘 사이의 대화는 도저히 타협이 보이지 않았다. 긴장감이 방안의 공기를 메마르게 만들었다.


    "사실 나도 알고 있었어. 실험용 동물을 갖고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걸. 하지만 설마 설마 했는데 친구까지 실험 대상으로 삼다니."


    "마지막 경고야, 스타라이트."


    트와일라잇은 천천히 보호장갑을 벗었다. 


    "넌 우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가르쳐준 대로 하기나 해."


    둘 사이의 긴장감이 좁은 지하실에 담아두질 못할정도였다.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며 두 포니만을 보았다.


    "당신은 내게 우정에 대해 가르쳐준게 없어. 내 마법을 이용하려고만 했잖아."


    트와일라잇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쾌감이 그녀의 온몸으로 퍼지듯 그녀의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말대로 하기만 하면 돼. 난 우정의 공주라고! 내가 인간을 친구라 생각하는지 실험체로 생각하는지는 내 마음이라고!"


    폭발하듯 그녀의 고함이 공기를 찢었다. 스타라이트는 눈도 깜짝이지 않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경멸의 시선이 더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난 우정에 대해 하나도 모르지만... 적어도 당신에게는 배우지 않겠어."


    스타라이트의 뿔이 빛나자 파란색 광채가 내 팔다리에 잠긴 족쇄로 감싸졌다. 족쇄가 흔들리는것이 느껴졌다. 트와일라잇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무슨 짓이야!"


    그녀의 외침과 함께 동시에 마법이 발현됐다. 그녀의 주위로 광풍이 휘몰아 치더니 스타라이트는 바람에 엄청난 속도로 벽으로 날아갔다. 족쇄에 보였던 광채도 함께 사라졌다.


    나는 팔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아까보다 헐렁해진 느낌은 있었지만 제대로 풀리진 않았다. 그래도 조금 전보단 희망은 생겨 있는 힘껏 팔을 잡아당겼다. 손목이 끊어질것 같은 고통이 힘줄에 느껴졌다.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내 무력함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스타라이트는 다행히 벽에 부딪히기 전에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 공중에 띄어올랐다. 그녀는 우선 순위를 나에서 트와일라잇에게 옮긴듯 뿔을 트와일라잇에게 향했다.


    "당장 유동이를 풀어줘."


    트와일라잇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쟁반위에 올려진 수술도구들을 띄우더니 동시에 스타라이트를 향해 날렸다. 사방으로 날아오는 흉기는 무섭도록 스타라이트를 노리고 있었다. 스타라이트의 반응이 조금 늦었는지 작은 신음을 내며 그녀의 코앞에서야 도구들을 간신히 멈춰세웠다.


    "스타라이트! 피해!"


    트와일라잇의 모습을 본 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트와일라잇은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마법을 날렸다. 스파크가 튀는 보라색 광선이 그녀의 뿔에서 나갔다. 겉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저 마법을 맞는다면 살아남을것 같지 않았다. 아마 흔적도 없이 사라질터.


    스타라이트는 보호막으로 가까스로 마법을 막아냈다. 이번에는 스타라이트가 반격을 시도했다. 순간이동으로 트와일라잇을 교란시킨 후에 천장에서 나타나 마법을 퍼부었다. 트와일라잇은 공중으로 도약해 피한 후에 그녀에게 마법을 난사했다. 그녀는 공중에서 피하다 피할 수 없는 공격은 마법으로 막아냈다. 스타라이트가 피해 날아간 마법은 벽에 박히면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성 전체가 흔들거리는듯 했다. 


    다행히 그녀의 마법은 트와일라잇의 실력과 크게 뒤지진 않았다. 아슬아슬 했지만 둘 사이의 대결은 평형을 유지하듯 서로 공격을 주고 받았다. 단 한번의 실수로 결단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그들의 신경을 쓰이게 한다면 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까지 내가 살아남은 것도 감탄스러웠다. 마법의 위력은 보석으로 된 벽을 흔적도 없이 뚫어버릴정도로 강력했다. 묶여있는 내게 스치기라도 했다면 그대로 바람구멍이 하나 생기는 셈이었다. 맞은뻔한 몇몇 마법들은 스타라이트가 지켜준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도움을 못 줄 망정 발목을 잡고있는 처지였다. 


    유니콘의 마법 대결은 엄청 났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서로가 마법을 쏟아부었기에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둘은 지친듯 거친 숨만 쉰 채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마법이 꽤 늘었구나, 스타라이트."


    트와일라잇은 그녀가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마치 숙제를 잘 해낸 학생을 칭찬하는듯 순수해보이기 까지 했다. 이제껏 나를 속여온 저 겉모습은 언제 봐도 소름끼쳤다.


    "닥쳐. 어서 유동을 풀어주기나 해."


    트와일라잇은 서로가 소강 상태에 빠져있다는 걸 알았는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나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스타라이트는 그녀를 견제하며 반대 방향으로 같은 보폭으로 걸어갔다.


    "있지. 너나 나나 마법으론 승부를 낼 순 없어. 이렇게 영원히 계속 해야 한다고. 예전에도 그런 적 있잖아. 안그래?"


    "네가 그만두기 전까진 난 영원히 이렇게 할 수 있어."


    트와일라잇은 이전에도 한 번 스타라이트와 맞붙은 적이 있었다. 스타라이트는 과거를 바꾸려 했고 트와일라잇은 그걸 저지하기 위해 그녀와 맞섰다. 비슷한 상황인 듯 했지만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스타라이트는 내 목숨을 지켜주기 위해 트와일라잇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의 말이 맞다. 이런식으로는 전혀 승부가 나지 않았다. 둘 다 마력이 바닥나 쓰러지지라도 않은 이상.


    "스타라이트. 넌 대체 얘를 위해 왜 이렇게 까지 하는거야?"


    트와일라잇이 뜬금없이 물었다. 무슨 속셈일까. 정말 궁금해서 묻는걸까. 그녀의 꿍꿍이가 무엇이든 스타라이트가 넘어가지 않길 바랬다.


    "그야 내 친구니까. 친구를 구하기 위해 뭐든 하는건 당연하잖아. 바로 당신이 가르쳐준 거라고."


    트와일라잇은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발굽으로 입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동시에 불길함이 엄습했다. 둘은 조금 전 보다 서로의 움직임을 의식하고 있었다. 둘의 마력이 거의 회복돼 가는 듯 했다. 언제라도 다시 격전을 벌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맞아. 내가 가르쳐준거지. 잘 알고 있네. 친구를 위해 뭐든 해야지."


    그녀의 다음 행동은 느닷없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메스 하나를 띄우더니 내 손바닥에 꽂아 버렸다. 메스는 내 손바닥 정중앙을 뚫어버려 꼿꼿히 박혀버렸다.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차가운 금속은 내 오른 팔 전체를 불살라 버렸다. 온몸이 비틀렸지만 꽁꽁 묵인 내 팔다리는 정신적인 압박까지 더해졌다. 비명이 끝나자 꼴사납게 신음을 내질렀다. 고통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는 기분이었다. 손에 박힌 메스가 점점 움직여 내 살을 파고 들어가는 듯 했다.


    "무슨 짓이야!"


    스타라이트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판단력이 흐뜨러지는 얼굴이었다. 자신감과 분노로 가득차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어쩌다 내게 날아온 공격은 막아낼 수 있었지만 나를 향한 공격은 미처 대비를 할 수 없었다. 굳이 내 손에 메스를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거라는 경고였다. 트와일라잇은 내가 어찌 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죽일 작정이었으니 내 걱정할 게 뭐가 있는가. 그녀는 날 해체만 할 수 있다면 살아있든 시체든간에 상관 없었다. 이제는 명백히 스타라이트 쪽이 불리해졌다. 날 지키는 것 보단 죽이는 게 훨씬 쉬울테니.


    "친구를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고 했지, 스타라이트? 어디 한 번 보자고."


    트와일라잇은 바닥에 떨어진 모든 메스들을 띄우더니 내게 모조리 던졌다. 스타라이트는 다급하게 내 앞으로 뛰어와 그것들을 막았다. 그 다음은 트와일라잇의 마법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스타라이트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게 향한 모든 마법들을 전부 마법으로 막아야 했다. 내게서 떨어져선 안됐다.


    완전히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트와일라잇은 공중에서 마법을 퍼부었고 스타라이트는 내 앞에서 그것들을 막아내기만 했다. 방어막을 치긴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반격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굉음이 우리 주위에서 폭발했다. 주위는 마법으로 만들어낸 충격들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져갔다. 오래 버티지 못할거란 것을 직감했다.


    "스타라이트..."


    너만이라도 차라리 도망가.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도저히 입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너무 무서웠다. 혼자 남겨진 내가 무슨 꼴을 당할지 너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기 때문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이젠 그녀에게 승산은 없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를 휘말리게 둘 순 없었다. 자칫하면 그녀도 위험했다.


    "스타라이트. 이제 그만해. 너까지 위험해지겠어. 너라도...... 너라도 도망가."


    내가 내 손으로 사형선고를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끝도 없는 절망감이 내 가슴에 밀려왔다.


    "...... 유동아."


    그녀는 힘겨워 보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떨리는 얼굴로 날 보며 웃었다.


    "날 믿어줘."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어쩐지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믿어달라니. 대체 뭘 말인가.


    "트와일라잇. 더 이상 못 버티겠어. 포기할게!"


    생각하기도 전에 그녀는 다급하게 트와일라잇을 향해 소리쳤다. 트와일라잇은 그제서야 마법 폭격을 멈췄다. 하지만 뿔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그대로 날려버리겠다는 의미였다. 트와일라잇은 천천히 공중에서 내려와 그녀의 앞에 섰다.


    "난 널 이길 수 없어. 그러니 이제 그만해."


    "잘 알고 있구나. 하지만 혹시 모르니."


    트와일라잇은 방심따윈 하지 않았다. 마법으로 스타라이트를 공중에 띄워 제압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스타라이트는 무슨 생각일까. 그녀에게 계획이 있던걸까. 자신을 믿어달라는건 무슨 의미였던 걸까.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이제 스타라이트는 완전히 잡혀버렸다. 저런 상태라면 마법을 쓸 수 조차 없었다. 스타라이트의 자세는 의연했다. 진심으로 트와일라잇에게 항복을 하듯 저항의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든게 끝났다.


    트와일라잇은 공중에 축 늘어져 생기없는 눈으로 시선이 아래로 향한 스타라이트를 보았다.


    "곤란하네. 널 죽일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에 대한걸 알아버린 널 그냥 보낼수도 없고 말이야."


    트와일라잇은 고민을 하더니 기발한 생각이 나듯 활짝 웃었다. 설마 죽이겠다는 결론을 내린건 아니길 빌었다.


    "그래! 기억 조작 마법! 네가 알려준 게 있었지. 지금이 써먹기 딱 좋은거 같네."


    기억 조작 마법은 스타라이트만 알고 있던 마법 중 하나였다. 트와일라잇은 우정 수업이라는 구실로 그녀에게 그 마법의 사용법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다. 트와일라잇은 그녀에게 그 마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녀의 진실에 대한 것이라던가 나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린다면 그녀는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우정의 공주의 학생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무런 진실도 알지 못한채......


    스타라이트는 그제서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공중에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아, 안돼! 기억 조작 마법은 안돼!"


    그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트와일라잇은 그녀의 반응을 보며 즐거워했다.


    "어때, 확실한 방법이지? 예전처럼 내 제자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아무일도 없는채로 말야. 내게 우정의 수업을 열심히 배웠던 그 때로 말야."


    끔찍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평생을 괴로워 한 채 우정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트와일라잇의 밑에서 그녀에게 이용만 당하며 살아야했다. 대체 뭘 믿으란거야. 그녀의 계획이 무엇이었던건 간에 그 계획은 이제 망각속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릴것이다. 이제 정말 다 끝이야.


    "싫어. 싫다고. 다신 네 제자따윈 하고 싶지 않아!"


    트와일라잇은 스타라이트의 무의미한 버둥거림을 지켜봤다. 트와일라잇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의 뿔이 새하얀 광채로 빛나기 시작했다. 스타라이트의 눈동자가 희미해지더니 점점 사라졌다. 그녀의 눈이 스르르 감기더니 몸에 힘이 빠지듯 축 늘어졌다. 트와일라잇은 쿡쿡 웃으며 스타라이트를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조용해진 실험실에서 트와일라잇과 나는 스타라이트 만을 주목했다. 이윽고 그녀는 천천히 머리를 일으켰다. 막 잠에서 깬듯한 눈을 하곤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트와일라잇과 얼굴이 마주쳤다. 의구심이 담긴 눈으로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트와일라잇? 여긴 어디야?"


    그녀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여 당혹스러운듯 했다. 트와일라잇은 웃음을 참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폭소가 터져나올 것 같았다.


    "응. 여긴 내 실험실이야. 이제 난 실험을 해야하니 좀 나가줄 수 있니?"


    "실험실...?"


    스타라이트는 이번에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 보는 생물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내 위 아래를 훑어보았다. 트와일라잇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녀는 나에 대한 기억을 전부 잃어버렸다.


    "이게 그 실험이야?"


    그녀는 발굽으로 날 가르키더니 호기심 어린 눈으로 트와일라잇을 보았다.


    "맞아. 인간이라고 다른 세계에서 온 생물이래. 신기하지?"


    "스타...!"


    내가 다급히 외쳐봤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소리는 목까지 올라오는데 입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테이프를 입에 칭칭 감아버린것 처럼 입술이 딱 달라붙어 떼지지가 않았다. 트와일라잇이 마법을 걸어버린 모양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지껄이던 스타라이트는 아무것도 모를테지만 괜히 허튼 수작 부리지 않게 사전에 막아놓았다. 적어도 그녀에게 트와일라잇은 위험하단 말을 해주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할 수 없게되었다.


    "방금 뭐라 한거 같은데? 내 이름을 부른거야?"


    스타라이트는 놀란 눈으로 날 보았다. 내가 아무리 부르짖어도 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냐. 그냥 울음소리야. 인간은 인지 능력이 없거든."


    "그래...?"


    "그럼 이제 올라가줄래, 스타라이트? 과제는 다 끝냈니?"


    트와일라잇은 스타라이트를 타이르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스타라이트는 헉하고 숨을 삼켰다.


    "아, 맞다! 과제가 있구나! 원래 도서관에 가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여기에 오게 됐어."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말도 할수 없다는 답답함. 트와일라잇에 대한 분노. 스타라이트를 구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눈물로 흘러나왔다. 이대로 그녀는 올라갈테고 그녀에게 세뇌를 당하고 나는 끝장이 나버린다. 스타라이트에게 진실을 알려주지도 못하고 트와일라잇은 이런 실험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그리고 난 다이아에게도 돌아갈 수 없게된다.


    "그래. 이따 시험볼거니까 열심히 공부해 둬야해."


    "알았어."


    스타라이트가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트와일라잇은 날 흘끗 보더니 쿡쿡 웃었다. 개같은년. 저딴게 우정의 공주라니.


    "아, 맞다. 트와일라잇. 그러고보니 저번 과제 말이야. 내가 하나 잘못한 게 있어."


    스타라이트가 트와일라잇을 보더니 말했다. 그녀는 내게 정신이 팔려있어 스타라이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 뭔데?"


    트와일라잇은 귀찮음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서둘러 방해꾼을 쫓아버리고 그녀의 실험을 재개하고 싶은듯 했다.


    "사실 기억 조작 마법은 그렇게 쓰는게 아냐."


    스타라이트가 씩 웃으며 말했다. 트와일라잇이 위화감을 고개를 들자 스타라이트의 뿔은 이미 하얗게 빛나고 있는 상태였다. 트와일라잇은 새하얀 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가 대응을 해보기도 전에 이미 그녀의 눈동자는 하얀빛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눈을 감은채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나는 쓰러진 트와일라잇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언제 정신을 차릴지 몰라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스타라이트 처럼 바로 정신을 차리진 않았다.


    그 때, 철컥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팔과 다리가 움직여졌다. 드디어 족쇄에서 풀려난 것이다.


    "어때, 내 연기 괜찮았지?"


    스타라이트가 날 수술대에서 일으키며 말했다. 기억 조작 마법에 일부러 걸리길 바랐던 것이 스타라이트의 계획이었다. 스타라이트는 트와일라잇에게 기억조작 마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기억이 사라진 척 연기를 해서 결국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트와일라잇이 기억조작 마법을 사용하지 굳이 않을수도 있었다. 그녀가 그냥 스타라이트를 죽일 수도 있지 않았는가. 그래서 나를 믿어달라고 한건가. 그녀의 무모함이 감탄스러웠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헛웃음만 나왔다. 


    모든게 끝났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니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녀는 내 몸을 직접 받쳐줬다.


    "아악!"


    팔을 움직이자 비명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메스가 손바닥이 아니라 팔 전체에 박힌 느낌이었다. 차라리 팔을 잘라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지금 보니 손바닥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는 손에서 뚝뚝 흘러 하얀 수술대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메스를 뽑는다는 시도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손바닥을 움찔거리는 것만으로 고통스러운데 이 물건을 잡고 뽑는다는 것은 말도 안됐다. 


    "괜찮아, 유동아?"


    스타라이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순간 신경질이 났다. 괜찮지 않을리 없잖아.


    "잠깐만 있어봐."


    스타라이트가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뿔을 내 손바닥으로 향했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설마 마법으로 그냥 무식하게 뽑으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사실 뽑아야 하는건 맞지만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차마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손바닥만 덜덜 떨었다.


    손바닥에 바람이 차는것 같은 감각에 소름이 확 돋았다. 비명을 지를 준비를 하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고 여겨 손바닥을 보니 손바닥 주위로 마법 오라가 감싸져 있었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마법이 내 출혈과 고통을 덜어주고 있는 듯 했다. 마법에 능통한 유니콘이라 그런지 별별 마법을 다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구가 작아서 다행이야. 붕대로 손바닥을 잘 감싸면 그렇게 큰 상처는 안남을거야."


    "어..."


    그녀의 마법이 없었더라면 이미 내 손바닥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 넘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여기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했다.


    "그러고보니 스타라이트 여긴 어떻게 알고 온거야?"


    이곳은 성에 있는 가장 깊숙하고도 으슥한 곳 지하에 있는 방이었다. 누구도 오지 않을거 같은 이곳에 스타라이트는 제 때 나타나 주었다. 단 1초라도 늦었더라면 이미 메스는 내 손이 아닌 내 배를 휘젓고 다녔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스타라이트는 근처에서 붕대를 찾아와 내 손바닥에 감아주었다. 


    "네가 도와달라고 소리쳤잖아."


    "내가...? 악!"


    붕대가 손바닥에 눌리자 따끔거려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냈다.


    "그래. 사실 이 방 근처에 도서관이 있거든. 거기에 있었는데 네 소리가 들렸어."


    스타라이트가 방에 없다 했더니 도서관에 가있었던 모양이었다. 설마 했는데 내 소리가 그녀에게 닿았다니 천만 다행이다. 만약 스타라이트가 거기 없었더라면... 상상하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아보였다.


    "...... 정말 고마워."


    스타라이트는 내 목숨을 살려주었다.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녀는 내게 엄청난 일을 해주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것은 없었다.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했을까.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됐을 수 있었는데 내가 뭐라고 이렇게 까지 해줬을까.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도 같이 밀려왔다. 


    그녀는 시무룩해진 내 태도에 의아함을 느낀듯 했다. 그녀는 내 반대편 손을 마주 잡더니 싱긋 웃었다.


    "난 항상 내 마법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만 줬어. 마법을 갈고 닦을 줄만 알았지 정작 활용하는 방법은 하나도 몰랐어. 우정도 마찬가지였지. 난 우정에 대해 보고 듣기만 했지 실제로는 나 스스로 겪어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네가 왔기에 오늘 난 우정에 대해 깨달았고 내 마법으로 내 친구를 구해주기까지 했어. 고마워야 해야할 건 오히려 나야."


    웃으며 말하는 스타라이트의 눈가는 촉촉해져 있었다. 그저 고마웠다. 나를 친구로 생각해주고 날 위해 이렇게 까지 해준것도 전부 다. 그녀에게 딱히 내가 미안해 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에게 신세를 졌다 생각이 들 필요도 없었다. 그저 그녀는 내 좋은 친구로 남으면 되는거였다. 그게 다였다.


    수술대에서 내려와 순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아직도 약기운이 남아있는건지 다리에 힘이 덜 들어갔다. 스타라이트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트와일라잇은 아직도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눈을 감은채 곤히 누워있는 그녀가 언제 갑자기 눈을 뜰지 몰라 발걸음 소리도 내지 않고 조심조심 걸어갔다.


    "트와일라잇은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내가 소곤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스타라이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트와일라잇을 내려다 보았다.


    "너에 대한 기억하고 이 실험실에 대한 기억은 모두 지웠어. 이 실험실은 이제 내가 전부 없애버릴거야. 이런 곳은 더 이상 존재해선 안되니까."


    "그럼 트와일라잇은 날 아예 모르는 거야?"


    "그래. 이 실험실이나 너에 대한 자료도 전부 없애놓을거야. 그래도 널 보면 트와일라잇이 다시 호기심을 가질 수 있어. 그러니 이제 조심해."


    "그렇구나..."


    날 보면 다시 호기심이 들 수 있다니 소름이 돋았다. 그래도 이 성에서 나가기만 한다면 그녀가 날 어떻게 해볼 순 없을것이다. 앞으로는 트와일라잇 성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넌 어떡하고, 스타라이트?"


    "... 나에 대한 기억도 지웠어. 전부 다."


    전부 다 라는 말이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그녀도 여길 떠날 생각이었다.


    "난 다시 내가 지냈던 마을로 갈거야. 그곳에서 예전에 내가 몹쓸 짓을 했던 포니들과 다시 지내고 싶어. 이번에는 지도자로써가 아니고 친구로써 말이야."


    스타라이트는 전에 한 번 이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녀도 이번 일을 계기로 결정을 내린 모양이었다. 그러는 편이 나아 보였다.


    "그래, 잘됐네."


    "너도 이제 그만 가, 유동아. 돌아갈 곳이 있잖아."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나는 다이아에게 돌아가야 했다.


    모든 게 다 해결됐다고 생각했건만, 고비가 하나 남았다고 생각이 드니 쓴웃음이 지어졌다. 다이아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죽을뻔한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 보다 더 걱정이 됐다.


    스타라이트는 실험실을 치우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번이 정말로 스타라이트와의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럼 잘 가 유동아."


    "그래, 너도 잘 있어, 스타라이트."


    스타라이트는 수줍게 웃었다.


    "네가 친구여서 기뻤어."


    "나도."


    나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걸어올라갔다. 어두컴컴한 실험실에서 무거운 문을 열자 밝은 빛깔의 복도가 보였다. 나는 곧장 성 입구로 걸어나갔다.










    티아라 저택의 정원이 보이자 나는 발걸음을 헤맸다. 분명 가야할 목적지는 분명하고 가는 길도 정확히 알고 있는데도 내 발걸음은 주위를 멤돌았다. 갈피를 못잡는건 발걸음 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시 머릿속은 두개의 내가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도 이런 것 하나 때문에 끙끙 앓는 내 모습이 꼴사나워 보였다. 결심을 내리며 나는 곧바로 다이아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그 모습도 잠깐뿐 이었다. 문 앞으로 가는 걸음걸이는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워졌다.


    마지막으로 쉼호흡을 하고 왼손으로 저택의 커다란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안쪽에서 힘 빠진 포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랜돌프 집사의 목소리 인 듯 했다. 문이 벌컥 열리고 집사가 나왔다. 나는 집사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안녕하세요."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집 나갔다가 다시 왔다고 해야하나. 근데 날 집에 들여보내주긴 할까. 이 자리에서 내쫓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집사는 날 올려다 보더니 놀란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입을 벌린채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소리를 질렀다.


    "티아라 아가씨. 돌아왔어요. 유동이가 돌아왔다고요."


    뭐지.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나는 멀뚱히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집안에선 뭔가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뭔가 쿵 하고 부딪히는 소리도 들려왔고 우당탕탕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집 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도 안간다.


    잠시 후에 다시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들어오라는 뜻인가.


    내가 들어오자 현관문에서 한 포니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티아라를 얹고 있고 나보다 훨씬 작은 포니, 다이아몬드 티아라였다. 티아라는 동그란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자신의 눈 앞에 있는것이 맞는지 확인하는듯 한참동안이나 말없이 쳐다보았다. 침묵이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네가 왜 여기에 왔냐는 말이 튀어나올까봐 무서웠다.


    "유동아!"


    다이아가 소리치자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며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복부에 부딪힌 뭔가에 눈을 떴다. 티아라가 내 품에 달려온것이었다. 나는 티아라가 떨어지지 않게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오랜만에 안아서 그런가 더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몸집도 지난번 보다 조금 더 커진 것 같았다.


    "유동아, 진짜 돌아온거야? 진짜야?"


    티아라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분이 멍했다. 그토록 바래왔던 그녀의 환영이었지만 나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이런 나를 아직까지도 좋아하는건가.


    "그래. 미안."


    티아라는 내 품에 안겨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는것 같지만 알아듣지는 못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이젠 정말 어디 가지마. 내가 네 말 잘 들을게."


    "주인은 넌데 내가 왜 내 말을 잘들어."


    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 농담에 그녀는 울음범벅이 된 얼굴로 날 보며 실실 웃었다.


    그래. 이 미소를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날 위해 지어주는 이 순수한 미소.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우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그녀에겐 사랑을 줄 존재가 필요했다. 내겐 날 위해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다. 왜 그 사실을 돌고 돌아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이 미소를 볼 수만 있다면 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미소를 잃게 하지 않을것이다.


    "이제 어디 안가."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다시 내 품에 안겼다. 그녀의 몸은 부드럽고 향기로웠다. 또 따듯했다.


    ------------------



    후기

    사실 이 팬픽은 단편으로 끝낼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블로그에서 누가 후속편을 원한다고 해서 장편으로 변환해 봤습니다. 원래는 개그로 시작한 팬픽에 억지로 스토리를 집어넣었더니 결국 끝에는 막장이 되어버렸네요. 중간 중간에 그냥 쓰지 말까 하고 생각한 적이 몇번 있었지만 그 분이 매편마다 댓글을 달아 주셔서 끝까지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분께는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봐준 분들도 고맙습니다! 덕분에 다 쓸 수 있었어요.


    사실 이 이야기는 초기와는 설정이 많이 달랐습니다. 원래 결말은 더 막장이었습니다. 유동이 퇄라한테 잡히고 그걸 발견한 티아라가 얀데레가 되서 퇄라 칼로 쑤셔 죽이고 피칠갑된 발굽으로 유동이 안으면서 사랑한다고 중얼거리고 그게 끝이었습니다 ㅋ 결국 너무 막장이고 개연성도 없어서 스타라이트한테 비중을 팍팍 줬습니다. 음 근데 마지막이 되니 너무 급하게 끝난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좀 있네요. 다 스토리텔링 부족한 제 탓이죠 뭐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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