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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타초콜릿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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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92956
    작성자 : 베타초콜릿
    추천 : 4
    조회수 : 562
    IP : 175.223.***.246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7/07/01 23:21:04
    http://todayhumor.com/?pony_92956 모바일
    [팬픽] 루나 인기마 만들기
    옵션
    • 창작글
    루나 인기마 만들기



    루나는 캔틀롯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성 난간에서 해가 떠오르는것을 지켜봤다. 밤하늘이 붉은 빛으로 물드는 그 모습은 그녀의 하루가 끝났다고 알려주는 알람과도 같았다. 루나는 하품을 크게 하고 졸린 눈을 반쯤 감았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당장 침대로 들어가 드러눕고 싶었지만 졸음을 참아냈다. 지금쯤이라면 태양을 띄운 셀레스티아가 식당에서 아침을 준비했을 것이다. 메뉴는 항상 똑같은 팬케익이겠지만.

    둘은 저번에 한번 다툰 이유로 서로 작은 약속을 했다. 루나는 아침에 자기 전 셀레스티아와 아침을 먹는것. 셀레스티아는 저녁에 자기 전 루나와 성 복도에 널린 꽃을 갈아주는것. 처음에는 서로 피곤하고 귀찮아했지만 그래도 둘의 대화시간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함께있는 시간이 적었던 둘에겐 그 짧은 시간이 소통의 창이 되었다.

    루나가 식당으로 가자 셀레스티아는 기다란 식탁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던 그녀는 루나를 보더니 맞은편 자리의 의자를 빼주었다.

    "좋은 아침이야, 언니."

    루나는 자리에 앉으며 셀레스티아에게 힘겹게 인사를 건냈다. 셀레스티아는 읽던 신문을 내려놓더니 히죽 웃었다.

    "고생 많았어, 루나. 네가 좋아하는 과일 팬케익이야."

    "고마워, 언니."

    루나는 대답하고 포크를 들었다. 생크림을 잔뜩 올리고 갖가지 과일을 썰어놓은 팬케익을 보니 식욕이 솟았다. 그녀는 이제껏 잘 의식하지 못했지만 셀레스티아의 제과솜씨는 뛰어났다. 매일 매닐 케이크 같은 단것만 밝혀서 그런건지 왕실 요리사들 보다 수준이 높았다. 그녀는 팬케익을 조금 잘라 생크림과 딸기 한조각을 올려 먹기 시작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팬케익이 입안에서 녹아내리자 감탄사가 입안에서 흘러나왔다.

    "정말 훌륭한 맛이야."

    루나가 셀레스티아를 보며 말했다. 셀레스티아는 그저 루나를 보며 히죽거릴 뿐이었다. 루나는 처음엔 칭찬에
    기뻐하는건가 생각했지만 그런것도 아니었다. 웃음이 터질것 같아 참고있는듯한 모습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쩐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그래, 언니.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거야?"

    루나가 조심스럽게 묻자 셀레스티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터져버린 웃음소리는 식당안을 가득 메웠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루나는 팬케익도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왜 그러는데 언니."

    답답해진 루나가 따지듯 물었다. 셀레스티아는 눈물을 머금은 눈을 날개로 닦아내었다.

    "별건 아니고..."

    셀레스티아가 방금전까지 읽고있던 신문으로 눈을 돌렸다. 루나는 신문을 보았지만 너무 멀어서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마법으로 신문을 가져와 읽기 시작했다.

    신문의 첫면에는 막대 그래프가 큼직하게 보였다. 5개의 막대가 크기별로 나열되어 있었고 막대 밑에는 각각의 이름이 보였다. 셀레스티아 공주님, 트와일라잇 공주님, 케이덴스 공주님, 플러리하트 공주님, 루나 공주님. 무엇인지는 몰라도 루나의 이름은 가장 짧은 막대그래프 아래에 있었다. 그녀는 의미를 찾을 수 없어 한참동안이나 그래프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제서야 그래프의 이름을 쳐다봤다.

    이퀘스트리아 공주님 인기투표 결과.

    "뭐, 뭐야 이게?"

    루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셀레스티아는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내가 한번 이퀘스트리아 시민들을 상대로 공주 인기투표를 개최해봤어. 아쉽게도 넌 별로 인기가 없나봐."

    루나는 믿지 못하는지 신문을 다시 보았다. 다급하게 눈을 굴려 동공이 떨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그래프는 셀레스티아가 압도적으로 길었다. 나머지 네 공주를 합쳐도 안될정도의 길이였다. 그 다음은 트와일라잇, 케이덴스, 플러리하트 순으로 줄어들었다. 그녀의 그래프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였다. 플러리 하트의 반 길이도 되지 않았다. 

    "이건 말도 안돼! 언니 지분이 너무 많잖아!"

    루나는 신문을 식탁위에 내팽겨치며 소리쳤다.

    "그야 내가 제일 인기가 많으니까 그렇지."

    셀레스티아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말도 안돼. 루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인기 투표를 하기 전에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한마디 한게 분명하다. 이퀘스트리아 최고 지도자가 찾아와서 얘기하는데 1등이 안나오면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 했을게 뻔하다. 이건 인기가 아니라 두려움에서 온 복종일 것이다. 루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럼 내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플러리보다 인기가 없단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녀가 꼴등인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사교적인 포니라곤 할 순 없었지만 말도 못하는 애기한테 진다는건 
    말도 안됐다.

    "플러리가 얼마나 귀엽고 크리스탈 왕국에서 인기 많은데. 그에 비해 넌..."

    셀레스티아가 말을 끊었다. 너무 심한 말이 나올까봐 한 배려가 오히려 루나의 신경을 건들였다.

    "내가 뭐?"

    "아냐. 아무것도 아냐."

    셀레스티아는 능청스런 얼굴로 시치미를 뗐다. 루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말해. 내가 뭐!?"

    루나는 식탁을 쾅 치며 말했다. 셀레스티아는 정 그렇게 원한다면이라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넌 음침하고 매사에 진지하고 심각하고 잘 웃지도 않고 포니들도 잘 안만나고 혼자 있는걸 좋아하잖니."

    루나는 할말을 잃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화도 나지 않았다. 모두가 사실이라 오히려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녀는 망연자실하게 신문을 보았다.

    "게다가 저번에 유치원에서 화나있는 사진이 찍힌 이후로 인기가 더 떨어진거 같아."

    "그건..."

    그건 분명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루나는 아이들을 싫어하진 않았고 오히려 누구보다 악몽에서부터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유치원 사건 이후 왠지 모르게 아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하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꿈에서 만난 아이들도 루나의 모습을 보고 반가워하기 보단 꺼려하는 기색을 보이곤 했다. 오해를 풀고싶어도 루나는 그럴만한 말재주가 없었다. 평소에도 포니들과 함께 지내며 웃고 떠드는것 보단 혼자 있는 편이 좋았다. 그녀는 그저 아이들의 꿈을 묵묵히 지켜줄 뿐이었다. 어쩌면 이런 결과가 나온것도 자업자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바로잡고 싶었다. 비록 가장 인기있는 공주님은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무서운 포니도 아니고 다른 포니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상 그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셀레스티아는 제외했다. 그녀의 인기는 진실된 것이 아니었다. 과연 셀레스티아가 가장 인기가 많다고 그녀에게 편하게 지낼 포니가 있을까? 루나는 포니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공주가 아닌 한 포니로써 친해져야 했다.

    2위인 트와일라잇 공주가 생각났다. 우정의 공주이자 이퀘스트리아의 영웅. 공주가 되었지만 공주답지 않은 성격때문에 누구나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우정의 문제를 해결하러 여러 지역을 방문해서 인기도 많았다. 셀레스티아가 없었다면 실질적인 1위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우정의 공주가 아닌가. 포니들에게 친해지는 방법은 누구보다 잘 알것이다.

    "잘 먹었어, 언니. 그만 먹을게."

    루나는 포크를 접시위에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트와일라잇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그녀는 우선 잠을 자야했다. 더군다나 트와일라잇을 부른다고 당장 올 수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침실로 돌아가기 전 가드 중 한마리에게 다가갔다.

    "부탁이 있습니다."

    가드 중 한명이 놀란듯 주춤거렸지만 이내 대답했다. 그녀가 가드에게 말을 건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니 놀랄만도 했다. 그녀의 인기를 반증하는 반응이기도 했다.

    "네, 공주님. 무슨 일이시죠."

    "트와일라잇 스파클 공주에게 연락을 해주세요. 도움을 구하고 싶으니 혹시 시간이 되면 저녁 쯤에 절 찾아와 달라고요."

    가드는 명령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이내 고개를 조아렸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 일단 부탁은 해봤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우정의 공주가 한가한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찾아와 달라면 찾아와줄지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설령 온다고 해도 그걸로 모든게 해결될수는 없었다. 인기가 많아지는 비결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그녀가 실현시킬 수 있는가는 다른 문제였다. 그래도 그녀는 변하고 싶었다. 사교성 문제는 그녀도 알고있었지만 항상 뒤로 미루고 있었다. 어차피 그녀의 일은 사교성이 없어도 되니까. 하지만 최근에 그녀의 언니와 역할이 바뀐 일이 있고 난 후 더 이상 미룰 수만은 없다고 느꼈다. 그녀의 언니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느꼈지만 그녀의 사교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뒤척이다 이내 곧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트와일라잇이 자기를 찾아오길 바랬다.











    "일어나세요, 공주님!"

    누군가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루나는 잠에서 깼다. 어쩐지 몸이 불편함을 느꼈다. 무언가가 몸을 짓누르는것만 같고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몸을 일으키려 해도 일어나 지지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의 목소리는 그녀를 자꾸 깨웠다. 그녀는 무거운 눈을 떴다.

    "안녕하세요, 공주님!"

    루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의 바로 눈앞에는 한 포니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코가 닿을 뻔 했다. 그녀는 그제서야 눈 앞의 포니가 자신의 위에 올라탔다는것을 눈치챘다.

    "그대는 트와일라잇의 친구가 아닌가?"

    눈을 뜨니 모르는 포니가 자신의 위에 올라타 당황했지만 자세히보니 면식이 있는 포니였다. 파란 눈과 분홍색 털을 가진 어스포니. 트와일라잇의 친구 중 하나로 다소 수다스런 포니였었다.

    "핑키 파이 였던가?"

    "네. 맞아요, 루나 공주님."

    핑키 파이는 백 덤블링으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펴봤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침실에 있다는것을 확인했다. 혹시 자신이 자는사이에 다른 공간에 온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핑키의 등장은 느닷없었다.

    "그대가 어찌 내 침실에 있는거지?"

    "공주님을 인기마로 만들기 위해 왔죠!"

    루나는 흠칫 놀랐다.

    "그걸 어떻게...?"

    루나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나 생각했다. 분명 그녀는 자기전에 트와일라잇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 도움이 무엇인지는 얘기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트와일라잇 대신에 그녀의 친구가 온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고민에 대해 알고 있는걸까.

    핑키 파이는 활짝 웃었다. 마치 루나의 속마음을 읽은것 처럼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오늘 아침에 트와일라잇이랑 같이 있었는데 편지가 온거에요. 루나 공주님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저는 단박에 알아차렸죠. 오늘 신문에서 루나 공주님이 인기 투표에서 꼴등을 차지해서 도움을 구하고 싶은거구나 하고 말이에요. 그래서 트와일라잇에게 부탁해서 대신 제가 오게 된거에요. 트와일라잇이 우정에 대한건 빠삭하지만 이론적인 것 밖에 몰라요. 인기마가 되는 실전은 제가 전문이죠. 그래서 이렇게 도와드리러 온거에요!"

    핑키는 쉬지 않고 단숨에 말해 말이 끝나고 나서야 숨을 몰아쉬었다. 루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순 없어 눈만 깜빡거렸다.

    "그러니까... 그대가 날 도와준 다는 말인가?"

    루나가 되물었다.

    "맞아요, 공주님!"

    핑키가 대답했다.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눈 앞의 분홍 포니는 그리 잘 알고 있지 않았다. 우정의 공주인 트와일라잇보다 더 호감을 받는 법을 알고 있는게 가능한지 의문이었다. 루나는 핑키의 말을 믿지 못하는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그대가 정말 날, 그.... 인기마로 만들 수 있는가?"

    "당연하죠! 저는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인기많은 포니인걸요."

    핑키는 머릿속에서 신문을 꺼내더니 루나의 눈앞에 보여줬다. 그 신문은 바로 오늘 아침 신문이었다. 알고보니 신문에선 공주 인기투표만 한것이 아니었다. 2면에선 특집으로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포니를 뽑는 투표결과 또한 실려있었다. 이것도 필시 셀레스티아의 소행일터.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짓을 했을까. 

    루나는 투표결과를 보고 이내 눈을 휘둥그레졌다. 핑키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사파이어 쇼어, 컬러라투라, 포토 피니쉬, 팬시 팬츠등 전국의 유명한 포니를 제치고 핑키 파이의 이름이 당당하게 가장 맨 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루나의 기억으론 핑키는 연예마도 유명마도 아니었다. 단지 포니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포니들을 위해 파티를 열어주고 빵을 굽는 평범한 포니에 불과했다. 가끔 캔틀롯에서도 모습을 보이는걸로 봐선 캔틀롯에서도 파티를 꾸미고 있는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유명한 포니를 다 제치고 1등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이 포니에게 어떤 매력을 가졌기에 이 정도인걸까.

    루나는 궁금해졌다. 더불어 그녀를 인기마로 만든다는 그녀의 말이 조금씩 신뢰감을 얻기 시작했다. 루나는 발굽을 하늘 위로 뻗으며 웅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대가 나를 인기마로 만들어주도록 하여라!"

    핑키는 두 발로 뛰어오르며 만세를 했다.

    "그럼 이 몸이 뭘 하면 되겠느냐?"

    루나가 말했다. 기대감에 부푼 채 핑키가 할 말을 기다렸다.

    "우선 그 말투부터 고쳐야해요."

    "말투?"

    "그래요. 공주님의 말투는 너무 딱딱해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다가 올 포니들이 하나도 없다고요."

    핑키는 거침없이 말했다.

    그녀는 공주라면 무릇 위엄을 가진 목소리와 말투를 내보여야 된다고 생각해왔다. 셀레스티아에겐 아니었지만 시민들과 가드들에게 말할 땐 항상 이런 말투로 말했었다. 이런 말투가 오히려 포니들이 다가올 수 없게 만드는 방해물이라고 생각한 적은 추호도 없었다.

    "그게... 정말이느냐....?"

    루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요. 투표에서도 루나 공주님은 제일 대하기 어렵다고 나와있는걸요."

    생각해보니 그녀에게 이 말투를 가르친 건 셀레스티아였다. 항상 시민들에게 위엄을 보여야 시민들이 존경하고 좋아한다고 그녀는 당부했었다. 하지만 정작 셀레스티아는 공식석상에서도 그런 말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루나는 어쩐지 속은 느낌이 들었다.

    "알았어."

    루나는 배에 힘을 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핑키는 만족스러운듯 활짝 웃으며 발굽 박수를 쳤다.

    "바로 그거에요!"

    루나는 수줍게 웃었다.

    "그럼 이제 밖으로 나가볼까요?"

    핑키는 침실의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루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루나는 저녁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몸을 씻고 달을 띄우고 일을 마친 셀레스티아와 함께 성 복도의 라벤더를 교체하는 일을 한다. 성안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그녀의 하루를 시작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핑키는 그녀의 옆에서 따라다니며 그 일을 도와줬다. 핑키는 라벤더 향이 좋은지 꽃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동안이나 킁킁 거리고 있었다. 곧 셀레스티아가 일을 끝내고 성 복도로 들어올 시간이었다.

    핑키는 일을 시작하기 전 루나에게 두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할것. 하나는 성 안의 모든 포니와 웃으면서 인사할것. 둘 다 평소에는 잘 안하는 행동이라 말했더니 핑키는 심각한 얼굴로 그럼 더더욱 해야한다고 답했다.

    첫번째는 비교적 쉬웠지만 두번째는 까다로웠다. 가드나 성안의 포니를 마주치면 먼저 인사하는 일이 없었고 포니들이 먼저 고개를 숙여야 그녀도 가볍게 맞아주고 지나갈 뿐이었다. 웃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건내다니 그녀의 평소 행동과는 정반대였다. 그래서인지 인사를 받은 가드들은 하나같이 얼어붙었다. 오죽하면 같이 꽃을 걸던 셀레스티아가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정도였다.

    "핑키, 이걸 계속 해야되니?"

    루나가 핑키에게 말했다. 핑키는 날개나 뿔이 없는데도 높은 난간의 거치대를 점프해서 꽃을 교체했다. 이미 어스포니의 능력을 뛰어넘은 신체였다.

    "물론이죠. 포니를 보면 인사를 해야 하는건 기본이에요. 그래야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거든요. 인사를 안하면 가까워 질 수 없고 그저 서로 거리만 둘 뿐이에요."

    핑키가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어색한건 여전했다.

    꽃 교체가 끝이나자 셀레스티아는 피곤에 절은 얼굴로 하품을 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눈을 꿈뻑댔다.

    "수고했어, 언니. 이제 들어가서 쉬어. 내가 밤을 지킬테니."

    "그래. 뒷일 잘 부탁해."

    셀레스티아는 인사를 마치고 곧바로 침실 쪽으로 걸어갔다. 성이 본격적으로 밤을 맞이하면 분위기가 낮과 달라진다. 최소한의 병력만이 복도를 지키고 조명은 밝지않게 복도를 비춰줄 정도만 은은하게 틀어놓는다. 모두가 꿈자리를 준비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루나는 그들을 지켜준다.

    루나와 핑키는 고요한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럼 평소에 루나 공주님은 뭐하시는거에요?"

    핑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성을 돌아다니거나 난간에서 캔틀롯을 지켜본단다. 모두가 잠이 든 늦은 밤이 되면 그들의 꿈에 들어가 꿈을 지켜주지."

    "혼자서요? 굉장히 심심할거 같은데."

    "이미 익숙한걸. 가끔 포니들의 악몽에 들어가는것도 나름 재밌고."

    루나는 오히려 포니들이 잔뜩 모인데서 일을 하는 환경을 더 싫어했다. 오히려 밤을 맡는 일을 맡아 다행이라고 생각 할 정도다.

    "맞아요! 그건 재밌는거 같아요."

    핑키가 동조했다.

    생각해보니 핑키의 꿈엔 들어간 적이 없는것 같았다. 악몽을 꾼 경우가 거의 없는걸까? 아예 핑키의 꿈 자체를 본 경우가 드문것 같았다.

    "그보다 너는 졸리지 않니? 포니들이 거의 잠들 시간인데."

    "저는 괜찮아요. 자고 싶을 때 자거든요. 자고 싶지 않으면 안자도 되고요."

    "안자도 된다니...?"

    루나는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 포니는 때가 되면 잠을 자야한다. 이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부분이다. 자고 싶지 않아도 몸은 잠을 자게 되있다. 천년을 넘게 산 그녀와 셀레스티아도 하루에 일부분은 잠을 자야했다.

    "딱히 자고 싶지 않으면 안자면 돼요. 일주일 동안 안잔적도 있고요."

    루나는 말문이 막혔다. 설마 핑키의 꿈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와 연관이 있는걸까. 핑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걸까. 루나는 고민끝에 너무 깊게 관여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저희가 지금 갈 곳도 그래요. 밤에 잠을 안자는 포니들이 모인 곳이죠."

    핑키는 성의 입구 쪽으로 통통 뛰어가며 말했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빨라 루나는 속보로 따라갔다.

    "그게 무슨 말이니? 포니들은 밤에 전부 잠을 자는데. 밤에 깨어있는건 가드들과 나 뿐이란다."

    핑키는 그 말을 듣고 까르르 웃었다.

    "루나 공주님, 정말 순진하시네요. 캔틀롯은 밤에도 얼마나 뜨거운데요!"

    루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어."

    "캔틀롯은 사실 낮에만 파티가 있는게 아니에요. 밤에도 신나는 파티가 잔뜩 열려요. 낮에 하는 파티와는 분위기도 다르고 엄청 재밌어요!"

    핑키는 신이 난듯 설명했다. 루나가 캔틀롯의 밤을 지킨 이후로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밤에 잠을 자지 않는 것도 모자라 모여서 파티를 하다니, 천년 전이었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였다. 

    "난 그런 파티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밤에 하는 파티는 보통 지하에서 하거든요. 다른 포니들에게 피해를 가할 순 없잖아요."

    둘은 이내 캔틀롯 거리로 나왔다. 캔틀롯의 밤공기는 쌀쌀했고 거리는 고요했다. 벌써 새벽이 다되가는 시간이라 개미 한마리도 지나가지 않았다. 오직 가로등에 담긴 반딧불이만이 거리를 비춰주고 있었다. 이 조용한 도시에서 정말 파티를 하고 있는걸까.

    핑키는 계속 걸어 캔틀롯의 외곽에 위치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외곽까지 오니 아직 영업중인 가게들이 보였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포니들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루나는 이 시간에 이곳에 오는건 처음이었다. 정말 이곳이 자신이 아는 캔틀롯이 맞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핑키는 골목 깊숙한 곳 까지 걸어갔다. 가로등조차 비치지 않는 길목이라 루나는 마법으로 주위를 비춰야했다. 아무리 봐도 파티를 할만 한 곳은 없어보였다. 그 때 핑키가 루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다 왔어요, 공주님. 바로 저기에요."

    루나는 핑키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그곳엔 건장한 포니 두마리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앞을 지키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머리를 짧게 깎고 양복을 입은 두 포니들을 보니 어쩐지 다가가기가 꺼려졌다. 루나가 주춤하는 사이 핑키는 어느샌가 포니들 앞으로 가있었다.

    "안녕하세요!"

    핑키는 두 포니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오셨군요, 핑키 파이님.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핑키는 이 파티에 꽤 면식이 있는 포니 같았다. 두 포니가 깍듯이 인사를 하고는 핑키에게 길을 터주었다. 루나는 멀찍이 서서 쭈뼛거리기만 했다. 같이 따라 들어가도 되는걸까. 포니끼리 즐기고 있는 파티인데 괜히 분위기만 망치는거 아닐까. 그녀의 머릿속엔 부정적인 사고만이 가득했다.

    "모두들 핑키님이 풍선을 불어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니 중 한명이 핑키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며 말했다.

    "잘됐네요! 그런데 사실 오늘은 한 분 더 있어요."

    핑키는 루나쪽을 가리켰다. 갑작스럽게 세 포니의 시선을 받은 루나는 몸이 얼어붙었다. 루나는 천천히 핑키 옆으로 걸어갔다. 포니들은 놀란 얼굴로 루나를 쳐다봤지만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루나 공주님이라면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잘됐네요! 어서 들어가요, 공주님."

    핑키는 먼저 어두컴컴한 계단에 들어갔다. 루나도 계단에 따라 들어가자 그제서야 주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발밑에서 쿵쿵 울리는 음악소리가 몸을 떨게 할 정도였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울림은 커져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대체 음악소리를 얼마나 크게 한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핑키, 아까 그 포니가 한 말은 무슨 소리니?"

    루나는 핑키에게 소리지르듯 말했다.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그녀의 목소리는 완전히 묻혔다.

    "어떤거요?"

    "풍선을 불어준다는거 말이야."

    "그거요? 사실 제가 파티에서 포니들에게 풍선을 불어주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포니들은 제가 불어주는 풍선을 아주 좋아해요."

    "그래? 의외구나."

    핑키는 깔깔 웃었다.

    "의외라뇨! 제 큐티마크도 풍선인걸요."

    "아, 아니. 너 말고. 이런 파티에서 풍선을 불어준다는게 의외여서."

    루나가 말했다. 아마 풍선을 불어주거나 동물 모양 풍선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은듯 했다. 으슥한 골목에서 새벽에 하는 파티 치고는 의외로 건전한 듯 했다.

    지하로 내려가서 문을 열자 루나는 눈 앞의 광경을 믿지 못했다.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문앞에서 멍하니 바라봤다. 엄청난 수의 포니들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불은 없고 눈만 아픈 이상한 조명이 그나마 간신히 포니들의 형체는 구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노래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크게 틀어놔 무슨 노래인지도 구분할 수 없었다. 포니들은 소파에 앉아 술을 마시거나 무도회 같은 공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루나는 충격에 움직이질 못했다. 디스코드가 주최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혼돈 그 자체였다. 이렇게 정신없는 파티는 처음 보았다. 눈과 귀과 어지러워 구역질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눈 앞의 포니도 구분 못하고 대화도 못하는 이 공간을 정말 파티라 부를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피, 핑키. 여긴 대체 뭘 하려고 온거야...?"

    루나가 핑키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인기마고 뭐고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잠을 자는 소중한 시간을 이런식으로 보낸다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

    "그야 물론 파티를 하러 온거죠! 절 따라오세요, 공주님."

    핑키는 테이블이 모여있는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 루나는 핑키를 잃어버리게 될까봐 그녀 곁을 바싹 따라 붙었다.

    핑키는 인기가 정말 좋았다. 테이블에 있는 모든 포니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발굽을 흔들어줬다. 핑키는 그들 중 한 테이블에 다가섰다.

    "안녕, 핑키! 네가 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어!"

    수컷 어스 포니가 술병을 쥔채 말했다. 발음이 안좋고 머리가 흔들거린걸 보니 술에 많이 취한듯 했다.

    "히히. 고마워. 근데 이번에는 내 친구를 데리고 왔어. 인사해. 밤의 공주님이신 루나 공주님이셔!"

    핑키는 루나를 포니들에게 소개시켰다. 원래라면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악수를 건내겠지만 이곳에선 그런 형식은 통하지 않는듯 했다. 핑키의 말을 상기하며 루나는 그저 핑키처럼 발굽을 흔들며 인사했다. 미소를 지어보려 했지만 얼굴근육이 부자연스럽게 떨렸다.

    "안녕."

    테이블 포니들은 놀란듯 서로를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푸하하! 진짜 루나 공주님이야?"

    "공주님이 여긴 왠일이시래?"

    "캔틀롯 멋쟁이들이랑 같이 어울려야 하는거 아닌가?"

    루나는 적잖이 놀랐다. 포니들이 자신에게 이런 반응을 보이는건 처음이었다. 모욕을 당했다는 기분보단 신비로운 기분이었다. 공주로써 이런 취급을 받는것은 처음이었다. 술에 취해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분위기인건지 알 수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래도 이 포니들은 자신을 무서워하거나 꺼려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루나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포니들과 따라 웃었다.

    "나도 만나서 반가워."

    세 포니는 그녀의 말에 더 크게 웃었다.

    "공주님이 만나서 반갑대!"

    "원래 밤의 공주님이 이렇게 귀여웠나?"

    그녀는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방금 귀엽다고 한건가? 루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공주님, 저희랑 같이 놀아요."

    한 포니가 술병을 흔들며 대답했다. 루나는 그들의 시선을 피했다. 이제는 불쾌하단 느낌을 받았다. 캔틀롯 포니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의없고 시끄러웠다. 그녀는 한발자국 물러서 핑키 뒤로 갔다.

    "아니. 난 괜찮아."

    루나가 힘없는 말했다. 음악소리 때문에 포니들은 못들은 듯 했다.

    "핑키, 그보다 오늘 풍선은 안불어주는거야?"

    한 포니가 말하자 다른 포니가 테이블을 부술 기세로 내려쳤다.

    "맞아! 풍선 좀 불어줘, 핑키. 파티에 네 풍선이 없으니까 미칠거 같다고!"

    "알았어!"

    그들은 다급하단듯 핑키를 재촉했다. 핑키는 알았다고 대답한뒤 고무 풍선 세개를 꺼냈다.

    풍선이란게 그렇게 중요한건가? 루나는 잠자코 핑키를 지켜봤다. 핑키는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풍선 하나를 단번에 불어 빵빵한 풍선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연달아 세개의 풍선을 불더니 포니들에게 하나씩 건냈다.

    풍선을 받은 포니들은 풍선의 꼭지를 풀더니 다시 바람을 빼기 시작했다. 그리곤 풍선에서 나오는 바람을 조금씩 입으로 들이마셨다. 풍선을 마신 포니들은 몸에 힘이 쭉 빠지더니 바보처럼 실실 웃어댔다. 소파에 축 늘어진채 알 수 없는 소리를 늘어댔다.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천장의 조명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곤 무언가가 눈 앞에 있는것 처럼 허공을 향해 발굽을 흔들어댔다.

    "그럼 파티 재밌게 해!"

    핑키는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루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과 같이 있는게 덜컥 무서워진 그녀는 서둘러 핑키를 쫓아가 붙잡았다.

    "피, 핑키. 대체 저 포니들에게 뭘 준거야?"

    루나가 다급하게 물었다. 뒤를 돌아보니 포니들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거 같았다.

    "뭐긴요. 풍선을 불어준거죠."

    그건 루나도 알고있었다. 평범한 고무 풍선을 핑키가 직접 불어주고 포니들은 그것을 마신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도저히 상식밖이었다.

    "내 말은 왜 포니들이 저렇게 된거냔거야."

    핑키는 활짝 웃었다.

    "저도 몰라요! 포니들이 그러는데 제가 불어준 풍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대요. 그래서 전 파티에서 풍선을 불어주고 있어요. 걱정마세요. 인체엔 무해하니까!"

    그게 문제가 아닌거 같은데. 루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핑키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 파티의 정체는 무엇일까. 캔틀롯의 밤에 대한 모든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너무나도 무지하게 느껴졌다.

    핑키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루나를 소개시켜줬다. 대부분이 비슷한 취급을 받았다. 노골적으로 비꼬는 포니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그녀에게 장난으로 구애하는 포니도 있었고 농담하는 척 조롱하는 포니들도 있었다. 살갑게 맞아주는 척 하며 스킨쉽을 하려는 포니들도 있었다. 대체 저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걸까. 술? 루나는 도저히 이해하려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너무 고지식한 나머지 그렇게 받아들인것 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도 불쾌하단 생각을 접을 수 없었다.

    그녀는 점점 지쳐갔고 화가 났다. 조명은 어지러웠고 음악과 포니들은 시끄러웠다. 풍선을 마신 포니들은 제 몸 가누기도 힘든 상태였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밤을 관리하는 자신을 모욕하는듯한 파티였다.

    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혼잣말하며 성 복도를 서성이는게 더 니았다. 루나는 귓속말로 핑키에게 말했다.

    "미안, 핑키. 도저히 난 여기 못있겠어. 나 먼저 가볼게."

    핑키는 깜짝 놀라며 튀어올랐다.

    "네? 왜요!?"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냐."

    핑키는 곤란하단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핑키는 잘못이 없었다. 포니들에게 최대한 좋게 그녀를 소개시켜주고 분위기를 띄워주려 노력했다. 루나가 조금 더 적극적 이었다면 포니들도 그녀에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속이면서까지 포니들의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기 포니가 되는건 어쩌고요?"

    "저런 포니들에겐 인기를 끌고싶지 않아. 도와줘서 고마워, 핑키."

    루나는 입구쪽으로 걸어갔다. 핑키는 어쩔 줄 몰라하다 루나를 쫓아갔다.

    "어, 공주님 벌써 가시는거에요?"

    나가려던 참에 입구 근처에 있던 포니들이 말을 걸어왔다. 처음 루나가 말을 건 포니들이었다. 풍선을 마시고 제정신을 차렸는지 테이블에 앉아 다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풍선의 영향 탓인지 아니면 술 탓인지 여전히 이죽거린채 루나를 보고있었다.

    "그래. 난 이런 파티엔 흥미가 없는거 같네."

    루나는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빠져나가려 했다.

    "뭐야. 재미없어. 저러니 꼴등하지."

    그들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여서 루나에게 한 말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루나는 듣고말았다. 시끄러운 음악속에서도 그 말만큼은 귓구멍을 후벼팠다. 몇번이고 머릿속에서 그 말이 멤돌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우뚝 섰다. 

    가슴속에 쌓인 불만을 장작삼아 불이 피어오르는듯 했다. 불은 이내 온몸에 번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가려던 문에서 뒤를 돌아 파티장을 보았다.

    그녀는 이 파티를 존중해주려고 했다.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옛날과는 다르게 밤을 보내는 방법은 포니마다 제각각일테니 그들에게 간섭하지 않는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길은 그런 이성적 사고마저 불태워버렸다. 그녀를 모욕하고, 고요한 밤을 모욕하는 이들은 밤을 즐길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날개를 펼쳤다. 그녀의 뿔이 빛나자 모든 조명들이 동시에 꺼졌다. 주위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포니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음악조차 꺼지자 주위는 이내 혼란에 휩싸였다.

    루나는 공중에서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눈과 뿔이 빛나며 포니들을 한눈에 내려다 보았다.

    "포니들은 들으라!"

    지하에 울려퍼지는 루나의 우렁찬 소리에 포니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순식간에 장내는 조용해졌다. 모두가 하나같이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이 소동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것을 눈치챈것 같았다.

    "그대들은 모두가 잠들어야 할 밤에 그저 향락만을 즐기고 있다. 도를 지나친 그대들의 행동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 이것은 나 밤의 공주, 루나에 대한 모독이며 이퀘스트리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이다."

    포니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루나는 틈을 주지 않고 말했다.

    "그러니 오늘부로 밤에 파티를 하는 것을 금한다. 두번 다시 파티를 개최하거나 참석하지 아니하며 이를 어길 시 엄벌에 처할 것이다!"

    루나는 곧바로 날개를 펄럭이며 입구로 내려갔다. 포니들은 입조차 열지 못했고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루나는 곧바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망가듯 파티장을 빠져나와 성쪽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공주님!"

    핑키는 루나를 다급하게 쫓아갔다.












    "다 망했어. 망했다고."

    루나는 성 높은 곳의 난간에서 주저앉아 있었다.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보며 연거푸 자신을 한탄했다.

    "인기를 끌긴 커녕 이젠 나락으로 처박힐거야. 분명 소문내겠지. 멍청한 포니들 같으니..."

    그녀는 아직도 응분을 삼키지 못하고 표출했다. 그녀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지만 참고 나왔어도 후회했을것이다. 애초에 그곳을 가지 말았어야 했다.

    "죄송해요, 공주님."

    누군가 말했다. 루나는 깜짝 놀라 뒤를 봤다. 핑키가 그녀의 곁에 걸어오고 있었다.

    "어, 언제 온거야?"

    루나는 성에 혼자 들어와 이곳까지 왔다. 분명 히 난간에 올 때 까지만 해도 혼자였고 자신을 본 포니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녀가 여기 있을 줄 알고 찾아온걸까.

    "방금요. 왠지 공주님이 여기 있을거 같았거든요."

    그녀는 '왠지'라는 이유로 설명했다. 루나는 이내 납득했다. 더이상 핑키의 행동에 의문을 갖지 않기로 했다.

    "죄송해요, 공주님. 제가 괜히 파티에 가자고 해서..."

    핑키는 축 처진 말투로 말했다. 솔직히 따져보면 핑키가 이상한 풍선을 팔고 있는것도 원인이었지만 그녀를 나무랄 순 없었다. 그녀의 행동은 모두 루나를 위해서였다. 

    어쩐지 이 포니는 미워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떤 악의도 없이 순수해 보였다. 핑키는 진심으로 그녀가 인기마가 되길 원해서 파티에 데려간 것이다. 그게 나와는 다른 핑키의 인기 비결인가. 루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냐, 괜찮아. 나야말로 미안해. 더 이상 밤에 파티를 못하게 했잖니."

    핑키는 여전히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전 루나 공주님이 파티에서 인기마가 될 줄 알았는데..."

    "됐어. 난 처음부터 인기마가 될 만한 포니가 아니었나봐. 그냥 포기하려고."

    핑키는 루나의 곁에 바짝 붙었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면 안돼요. 기회는 아직 있어요. 포니들의 인기를 확실히 끌 수 있는 곳이죠."

    핑키는 언제 기운을 차렸는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감정기복은 따라갈 수 없었다.

    "기회라니...?"

    그나마 파티에서는 많은 포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캔틀롯에서 포니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장소는 그곳이 유일했다. 이제 캔틀롯은 잠들어있고 성에는 가드 몇마리만 있을 뿐이었다. 기회라고 할 수 있는건 남아있지 않았다.

    "파티는 공주님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공주님이 전문인 영역이에요."

    "내 전문이라니...?"

    루나는 설마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설마 꿈 말이니?"

    핑키는 발굽박수를 쳤다.

    "맞아요! 루나 공주님은 포니들의 꿈을 마음껏 돌아다니잖아요. 포니들을 만나며 이미지 회복을 하면 되죠."

    생각치도 못한 방법이었다. 매일 밤 포니들의 꿈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저 악몽을 꾸는 포니들을 달래주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굳이 그녀의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면 간접적으로만 도와줄 뿐 개입을 최소한으로 했다. 그 편이 더 편할 뿐더러 포니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매일 밤 포니들을 만나 친해지는거에요. 여기선 전세계의 모든 포니들과 만나실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하나씩 친해지다보면 결국 모든 포니들이 공주님과 친구가 되는거에요!"

    말은 쉽지. 허황되긴 했지만 불가능한 얘긴 아니었다. 어차피 지금부턴 꿈을 관리해야 하므로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알았어. 해볼게."

    루나가 말했다.

    "바로 그거에요!"

    핑키는 루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루나는 꿈속으로 들어가는 주문을 걸었다. 핑키는 따라오지 못했다. 루나는 다른 포니들 끼리 꿈을 이어줄 순 있지만 그 포니들이 한자리에 있어야 가능했다. 제약없이 꿈을 이동할 수 있는건 루나 뿐이었다. 핑키가 따라올 수 있었다면 좋았을걸. 루나는 아쉬움이 남았다.

    루나에겐 다른 포니들의 꿈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은 포니들의 꿈을 잇는 입구같은 곳이다. 은하수 같은 공간에선 여러 포니들의 꿈이 별처럼 떠다닌다. 루나는 이곳을 꿈의 우주라고 부른다. 대부분이 평화로운 꿈을 꾸지만 간혹 악몽을 꿀 수 있는 포니들을 대비한다.

    "안녕하세요, 공주님!"

    "핑키!?"

    루나는 심장이 떨어질 뻔 했다. 이번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핑키는 꿈의 우주에 들어와 그녀와 마주서고 있었다. 

    "피, 핑키. 네가 어떻게 여길? 뭐가 대체..."

    루나는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꿈의 우주에 들어올 수 있는 포니는 이제껏 단 한마리도 없었다. 이 마법은 그녀만이 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마법이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마법이었다. 셀레스티아도 큐티마크가 서로 바뀌었을 때만 잠깐 사용할 수 있었다. 그녀의 자매인 셀레스티아 조차 할 수 없는 마법이 바로 눈 앞의 어스포니가 버젓이 해내고 있었다.

    "저는 사실 공주님 옆에서 자고있어요. 전 자는동안 포니들의 꿈에 들어올 수 있거든요. 공주님 꿈에 들어온건 이번이 처음이지만요."

    더 이상 핑키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지 말자 다짐했지만 그녀의 행동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게했다.

    "그럼 평소엔 다른 포니들의 꿈에 들어간다고?"

    "네, 맞아요. 물론 그 포니한텐 비밀이죠. 그 포니는 제가 진짜 저인지 몰라요."

    핑키는 키득키득 웃었다.

    평소에 핑키의 꿈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것같았다.

    "그럼 공주님은 평소에 여기서 뭘 하세요?"

    핑키는 떠나니는 꿈방울들을 쫓아가며 물었다. 그녀는 조심히 다뤄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글쎄. 일단 여기서 포니들의 꿈을 지켜봐."

    사실 너무 심심한 나머지 혼자서 역할을 나누고 보드게임을 하기도 했지만 말하진 않았다.

    "지켜보기만 한다고요?"

    "그래. 악몽을 꾸는 포니들이 없나 지켜본단다. 만약 있다면 꿈 속에 들어가 악몽의 원인을 찾아주고 극복하게 해주는거지."

    핑키는 눈썹을 찡그렸다.

    "그럼 없으면 계속 지켜만 보는거잖아요. 하루에 얼마나 있는데요?"

    "음... 많아봐야 두세포니? 없을때도 있고."

    핑키는 루나의 몸을 두 발굽으로 잡았다. 핑키의 얼굴이 그녀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다. 그녀의 적극적인 태도에 당황해 얼굴을 뒤로 뺐다.

    "그럼 안돼요! 너무 느리잖아요. 우리가 꿈을 찾아가야죠!"

    "꿈을 찾아가?"

    루나는 악몽이 아닌 꿈을 찾아간 적이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을 뿐더러 괜히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잘 자고 있는 포니들을 찾아가서 뭘 할까.

    "꿈에선 뭐든 가능하잖아요. 악몽을 해결해주는것도 좋지만 포니들의 평범한 꿈을 아주 행복하고 특별한 꿈으로 바꿔주면 모두가 루나 공주님을 기억할 거에요. 그 편이 포니들에게 훨씬 좋을거에요."

    "하지만 난 그런거 해본 적 없는데..."

    핑키가 콧김을 한번 뿜었다. 그녀는 꿈들을 두리번 거리다 한 꿈을 쫓아갔다.

    "제가 시범을 보여드릴게요. 따라오세요!"

    핑키는 수영하듯 꿈들을 헤쳐나가더니 한 꿈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 꿈이지? 루나는 그녀를 따라 꿈 속으로 들어갔다.

    루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꿈을 살펴봤다. 크리스탈 성의 내부가 보였고 복도 끝에는 갑옷을 입은 꿈의 주인공, 샤이닝 아머가 보였다. 핑키는 어디있는걸까 찾으려던 참에 샤이닝 아머의 앞으로 한 포니가 걸어왔다. 루나는 모습을 감춘 채 둘을 지켜봤다.

    "오랜만이야, 샤이닝."

    핑키를 본 샤이닝 아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핑키?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샤이닝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핑키는 히죽 미소를 지으며 샤이닝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발굽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샤이닝은 움찔 놀랐다.

    "왜긴 왜야, 꿈이니 그렇지."

    샤이닝은 투구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의 표정이 활짝 피었다. 그녀는 와락 핑키를 끌어안았다.

    "핑키 파이 꿈이라니. 내가 이걸 얼마나 기다렸다고!"

    핑키는 그의 등을 토닥여줬다.

    루나는 잠자코 그들을 지켜봤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샤이닝의 꿈을 자세히 본 적은 없었다. 사실 포니들의 꿈은 대부분 자세히 주시하진 않는다. 포니들의 꿈이 워낙 많고 악몽이 아니라면 볼 필요도 없었다. 대체 핑키는 샤이닝의 꿈에서 뭘 하는걸까. 샤이닝이 했던 말을 짐작해 핑키가 그의 꿈에 나타난건 한두번이 아닌듯 했다.

    루나는 순간 소리를 낼 뻔했다. 샤이닝이 눈을 감으며 핑키에게 입을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잘못본건가 싶어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기까지 했다. 입이 맞춰지기 전에 핑키는 발굽으로 샤이닝의 입을 막았다. 

    "너무 서두르지마. 밤은 기니까."

    핑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는 입을 콱 틀어막았다. 심장이 순식간에 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소리를 낼 것 같았다.

    "침실로 들어가자, 샤이닝."

    핑키는 샤이닝을 가볍게 밀어내며 말했다.

    "그래. 핑키."

    핑키는 복도끝에 위치한 방으로 향했다. 실제로 저 방이 침실은 아니었지만 꿈이기에 저 방은 침실로 변하게 된다.

    샤이닝은 자리에 머물렀다. 생각에 잠긴듯 조금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생긋 웃는 핑키를 보았다.

    "왜 그래, 샤이닝? 어서 와."

    핑키는 그를 재촉했다. 그는 중얼거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 동생의 친구랑 이래도 되는걸까?"

    그 말을 들었는지 핑키는 싱긋 웃었다.

    "뭐 어때? 꿈인데."

    핑키는 방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복도에 혼자 남은 샤이닝은 피식 웃었다.

    "그래. 어차피 꿈인데. 핑키가 진짜 핑키인것도 아닌데."

    샤이닝은 이내 그녀가 들어간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루나는 그제서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혹시나 숨소리에 들킬까봐 숨까지 참고 지켜보고 있었다. 루나는 그들이 들어간 문을 응시했다. 그 둘은 대체 저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차마 들어가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루나는 서둘러 샤이닝의 꿈에서 빠져나왔다. 꿈의 우주에 들어선 루나는 방금 전 보았던 광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핑키가 했던 말의 의미가 이런거였나. 그녀의 인기의 비결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어쩌면 핑키는 매일 밤 모든 포니들의 꿈에 나타났을지도 몰랐다. 꿈이니까 뭐든 못하겠어. 포니들은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그들이 몰랐던건 꿈속의 핑키는 자신의 꿈에서 온 것이 아니란 것이다. 

    핑키는 스스로 즐기는것 같아 보였지만 루나는 죽어도 그런 일은 할 수 없었다. 꿈이니까 된다기 보단 꿈에서도 못할 짓이었다. 물론 포니들의 꿈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건 그 방법만 있는것이 아니다. 하지만 꿈을 꾼 당사자가 갑자기 그녀가 곤란해 할 무언가를 요구하게 되면 그녀는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그녀는 꿈의 우주에서 무력하게 앉아있었다. 핑키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핑키의 방법은 그녀의 상식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포기했다. 인기마고 뭐고 이젠 뭘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난 영영 인기가 없을거야."

    루나는 그만 단념했다. 인기마가 된다는 생각 자체가 우스웠다. 그녀에겐 내세울만한 그럴듯한 매력도 없었다. 인기마가 되고 싶다고 없던 매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그렇게 심각한 문제도 아니었다. 셀레스티아의 심술에 조금 맞서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그녀도 마음만 먹으면 포니들이 좋아하게 될거라는걸 증명해주고 싶었다. 그러니 원래부터 없던 인기가 계속 없다고 문제되는건 아니었다. 그래도 역시 받아들이긴 괴로웠다.

    그녀는 남은 시간을 다시 평소처럼 행동했다. 포니들의 꿈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서서 악몽을 꾸는 포니는 없나 살펴봤다. 샤이닝의 꿈은 시야에 보이지 않게 일부러 구석진곳에 빼놓았다.

    그 때 한 포니의 어렴풋한 비명 소리에 루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어린 망아지의 비명 소리였다. 루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꿈 중 하나가 검은 안개로 뒤덮혀 있었다. 누구의 꿈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서둘러 그 꿈 안으로 들어갔다.

    꿈속에는 사방이 검은 안개로 뒤덮혀 있었다. 루나는 날개를 일으켜 안개를 걷혀냈다. 그제서야 꿈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실의 칠판 앞에서 엎드려 벌벌 떨고 있는 핍 스퀵이 보였다. 루나는 핍 스퀵 옆에 안착하며 그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핍 스퀵. 얘야. 일어나보거라. 무서워하지 마."

    핍은 고개를 들었다. 젖은 눈망울로 핍은 루나를 올려다봤다.

    "공주님?"

    핍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긴 그저 꿈일 뿐이란다. 무엇이 널 두렵게 만든거니."

    핍은 주위를 둘러 이곳이 꿈이라는걸 알아차렸다. 그의 눈에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는 눈물을 훔치고 이내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내일 제가 발표가 있거든요. 발표는 처음인데 너무 무서워요. 반 애들이 날 보고 놀리지는 않을까."

    그 때 교실안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느샌가 교실에 가득 찬 어린 망아지들의 형상이 핍을 가리키며 웃고있었다. 루나는 뿔을 빛내어 그것들을 쫓아냈다.

    "그 두려움은 네가 만들어낸것 뿐이란다. 자신감을 가지렴."

    루나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도 무서운건 무서운걸요."

    핍은 자신 앞에 줄지은 의자와 책상들을 보며 말했다. 눈엔 다시 두려움이 차들어갔다. 그는 다리를 부르르 떨었다.

    루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입을 열었다.

    "핍, 너는 반 애들 중 가장 친한 포니가 누구니?"

    핍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는 눈을 위로 굴렸다.

    "큐티마크 크루세이더에요. 스위티벨이랑 애플블룸이랑 스쿠틀루에요."

    "그럼 그 애들 앞에서 발표하는건 무섭지 않겠네?"

    핍은 활짝 웃었다.

    "그럼요! 연습할 때도 그 애들 앞에서 했는걸요."

    "그럼 반 애들이 전부 큐티마크 크루세이더라고 생각해보렴. 발표할 때 그 애들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루나는 마법을 걸어 교실 책상에 여러 마리의 애플블룸과 스위티벨과 스쿠틀루가 앉게했다. 교실에 가득찬 포니들이 환호를 하며 핍을 응원했다. 진짜는 아니었지만 핍의 표정이 한결 더 밝아졌다.

    "우와. 이러면 하나도 안떨거 같아요!"

    "그치? 잘 해낼 수 있겠지?"

    루나는 교실 구석을 흘끗 보았다. 미약하게 남아있던 악몽의 안개가 완전히 걷혀져 있었다. 루나는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꿈은 현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없었다. 핍이 내일 발표를 하게 되어도 두려움이 남아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꿈에서 만큼은 핍의 두려움이 사라져 있었다. 편안한 꿈을 제공할 수 만 있다면 그녀의 역할은 다 한것이다.

    "고마워요, 공주님. 역시 루나 공주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주님이에요."

    핍은 루나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루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일 좋아하는 공주가 나라고?"

    핍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럼요. 공주님 투표에서 전 루나 공주님을 찍었거든요."

    루나는 어쩔줄 몰라했다. 그녀의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나, 날? 대체 왜?"

    납득이 전혀 가지 않았다. 그 많은 공주들을 제치고 자신을 찍은 포니가 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딱히 인지도도 없고 포니들을 만나기 꺼려하고 무뚝뚝하고 진지하기만 한 포니가 대체 뭐가 좋은걸까.

    "공주님은 제가 악몽을 꿀 때 마다 지켜주고 항상 잘해주시잖아요. 그 모습이 엄청 멋있어요."

    "그, 그래?"

    루나는 긴장 풀린 웃음을 지으려다 황급히 입을 막았다. 방금 자신을 멋있다고 한 포니 앞에서 바보같은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발굽으로 갈기를 슥 넘겼다.

    "고맙구나, 핍.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부디 편안한 꿈 꾸길."

    그녀는 날개를 펄럭이며 도약했다. 핍은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루나는 간신히 터져나오는 미소를 참아내 평정심을 유지했다.

    "감사해요, 공주님!"

    핍이 발굽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그녀도 발굽을 흔들어줬다.

    "나야말로 고마워."

    그녀가 중얼거렸다.

    아침이 밝고 루나는 꿈의 마법에서 벗어났다. 지난 밤의 꿈은 그 어느때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핑키는 옆자리에 없었다. 아마 집으로 간 듯 했다. 

    루나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경쾌했다. 핑키의 영향 때문일까 자꾸만 통통 뛰게 만들었다. 그녀는 지나가는 포니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식당에 도착하자 셀레스티아가 언제나처럼 팬케익을 하고 그녀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야, 언니."

    루나가 그녀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커피를 마시던 셀레스티아가 컵을 내려놓으며 루나를 보았다.

    "무슨 좋은 일 있니, 루나?"

    셀레스티아가 물었다. 루나는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니? 없는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루나가 말했다. 루나는 셀레스티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늘은 메이플 시럽을 뿌린 단순한 팬케익이었다. 팬케익 위에 시럽으로 '#5'라고 써있는게 보였다. 분명 셀레스티아가 한 짓이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포크를 들었다.

    "참. 루나. 너 새벽에 대체 무슨 짓을 한거니? 포니들이 불만을 잔뜩 보냈던데."

    루나는 포크를 멈칫했다. 분명 파티에 있던 포니들이 보낸게 분명했다. 치사하게 셀레스티아에게 이르다니.

    "신경쓰지마. 멍청이들이니까. 파티를 열든 말든 상관 안하겠다고 전해."

    어제는 욱해서 파티를 열지 말라 했지만 사실 그녀에겐 그럴만한 자격도 없었다. 딱히 파티를 한다고 주위에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잘 노는데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

    "그래, 그럴게. 근데 너무 악명이 자자한거 아니야? 그러다 인기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셀레스티아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식탁위에 놓여있는 신문을 루나 쪽으로 보냈다. 신문의 1면에는 공주들의 인기 투표 결과가 나와있었다. 어제자 신문이었다. 팬케익부터 해서 자신을 놀리기 위해 어제자 신문을 그대로 내버려두다니. 하여간 악질이었다.

    "상관없어."

    그녀는 진심으로 말했다. 그녀는 신문을 내려다 보았다. 가장 짧은 막대를 차지한 그녀의 이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제는 다른 공주들의 막대를 비교하는데 신경이 온통 쓰여있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자신의 막대만이 보였다. 그녀는 그 짧은 막대도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되었다.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주님은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를 가장 좋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루나는 팬케익을 한입 가득 입에 집어넣었다.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에 번졌다. 루나는 맛을 음미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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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7/02 00:29:06  39.116.***.131  디벨리아  56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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