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다이아몬드 티아라의 노예가 된 유동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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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ony_91566

작성자 : 베타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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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6/09/09 10: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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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다이아몬드 티아라의 노예가 된 유동이 6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9/1473384515006ca84f33d6474bab025d432efc2334__mn273989__w1024__h1024__f155532__Ym201609.png" width="800" height="800" alt="large.pn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 filesize="155532"></div> </div> <div> 전편 - <a target="_blank" href="http://blog.naver.com/dbghd122">http://blog.naver.com/dbghd122</a> ------------------------------------------ 그럭저럭 시간은 흘렀다. 하루하루 돌이켜보면 내가 뭘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갔다. 성에 온지도 벌써 2주일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 일과는 기계적이다 싶을 정도로 틀에 박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은 뒤엔 항상 대쉬와 산책을 나간다. 산책 코스는 매일 똑같다. 내가 성 밖을 나가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대쉬의 등에 올라타 바람을 맞고있을 때만이 그나마 활기를 되찾는다. 산책을 끝마치고 나면 나는 항상 갈등을 하곤 한다. 포니빌 초등학교를 들러 다이아를 보고 갈까 아니면 그냥 성으로 돌아갈까. 대쉬는 날 보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리곤 한다. 나 역시 그러는게 좋겠다고 수긍은 하지만 결국엔 망설이다가 학교에 가달라고 부탁한다. 대쉬는 마지못해 내 부탁을 들어준다. 그렇게 나는 포니빌 학교 구름 위에서 매일 다이아를 관찰해왔다. 혹시라도 오늘은 다시 멀쩡하게 돌아왔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서. 내 존재따위는 까맣게 잊은채 예전에 그 싸가지없지만 귀여운 망아지로 돌아왔을거란 희망. 하지만 그 헛된 바램은 매번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때면 무참히 찢어지곤 한다. 다이아는 내가 그녀를 떠난 다음날엔 폭군처럼 굴었지만 그 다음날 부터는 우을증에 걸린 포니를 보는 듯 했다. 모든 것을 잃고 떠돌아 다니는 것 처럼 그녀의 눈은 공허했고 생기라곤 없었다. 이젠 포니들을 보며 소리치진 않지만 대신 그 어떤 포니와도 얘기하려하지 않았다.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면 적개심을 표하며 포니들을 쫓아냈다. 그녀의 우울한 기운은 포니들을 멀리했고 결국 학교에서 완전히 고립되게 만들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그녀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게 되었다. 다이아를 보고 있으면 나 역시 그녀의 기분이 전염되는 것 같았다. 죄책감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무기력하게 변해갔다. 포니빌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몸이 됐는데 정작 아침에 대쉬와 함께 나는 것을 제외하곤 단 한번도 밖에 나오지 않게 됐다. 길을 가다 다이아를 마주하게 될까봐 너무나도 겁이 났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박힌 슬픔이 그대로 튀어나와 내 목을 조여올 것만 같았다. 비행에 돌아오고 나면 트와일라잇 스파클이 내 방문 앞에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똑같은 하얀 가운을 입고 어딘지 모르게 들뜨면서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띄우면서 외쳤다. "유동아! 건강검진 할 시간이야." 트와일라잇은 건강검진이라 말하지만 나는 '트와일라잇의 인간 연구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건강검진은 우정의 성 깊숙한 곳에 위치한 트와일라잇의 진료실에서 시작한다. 솔직히 이 건강검진은 정말 하기 싫다. 그녀는 나를 환자라 생각하지 않고 연구용 동물로 취급한다. 그녀는 날 친구라 생각하긴 한걸까 의심이 든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날 여기에 살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내게 부탁했고 거절을 해도 건강을 위한 목적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속행했다. 건강검진은 하루에 한번씩 실시했다. 맨 처음 하는 일은 피를 뽑는 일이다. 트와일라잇은 내 팔에 고무줄을 채워 내 팔뚝에서 피를 조금씩 빼갔다. 의학지식이 있다는 말은 사실인가 보다. 알콜솜으로 문지르고 정확히 내 정맥을 찾아 내 아프지 않게 능숙하게 피를 뽑아냈다. 한두번 뽑아본 솜씨가 아닌듯 했다. 그녀의 행동은 가끔 날 소름돋게 만든다. 예를 들면 피를 뽑고 있을때면 트와일라잇은 주사기에 모여드는 혈액을 황홀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대체 내 피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피를 너무 자주 뽑아간다는 사실이다. 한번에 뽑아가는 양은 많이 않지만 매일 검사를 하면 제일 먼저 하는게 피뽑기다. 하루 이틀이야 그렇다 치지만 2주 연속으로 피를 뽑아가는건 뭔가 의아했다. 건강 검진을 한 지 10일쯤 됐을 때 내가 물은 적이 있다. "혈액 검사는 왜 그렇게 자주하는거야?" 내 피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팔려있던 트와일라잇은 내 물음에 흠칫 놀랐다. "어?" "혈액 검사는 한 번 하면 되는거 아냐? 내 몸에 무슨 이상이라도 있는거야?" 트와일라잇이 잠깐 고민 뒤에 말했다. "혹시라도 이상이 생길까봐 매일 매일 검사하는거야." 노골적으로 얼버무리는 말이었다. 그녀의 설명은 내 피를 매일 뽑아가는 이유로 타당하지 않았다. 이상이 있어서 검사하는것도 아니고 이상이 있을까봐 매일 검사하는것은 시간 낭비였다. 차라리 내 피 성분을 조사하는데 양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게 훨씬 납득이 갔을 것이다. 건강검진도 지나치게 전문적이었다. X 레이를 찍기도 하고 뇌파 검사나 내시경 검사를 하기도 하고 CT 촬영, 심지어 MRI까지 검사하기도 했다. 이퀘스트리아에 이 정도 수준으로 의학이 발달돼 있을줄은 몰랐다. 어쩌면 트와일라잇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지나친 학구열을 보면 오히려 인간보다 앞서나가있다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녀는 또한 검사를 목적으로 내 몸의 일부를 샘플로 원했다. 몸의 일부라는 것은 혈액뿐 아니라 머리카락, 손톱, 피부 각질, 소변등을 의미했다. 심지어 그보다 더 한것도 요구했다. 그녀는 작은 유리관을 내게 건냈다. 나는 유리관을 집어들기 전에 불안감이 앞서 말했다. "이번엔 또 뭐야." "이번에는 네 정액이 필요해서 말이야. 여기에 정액을 좀 담아줘." "뭐요?" 나는 내가 잘못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트와일라잇은 내게 별거 아닌 부탁을 하듯이 말했다. "정액말이야, 정액. 네 정자가 들어있는 분비물 말이야." 황당함에 말도 나오지 않는다. 대체 질병 검사하는데 정액이 무슨 필요가 있는걸까. 내가 성병이라도 걸렸다는거야, 뭐야. 나는 차마 유리관을 받지 못했다. "정액이 꼭 필요해...?" "응, 꼭 필요해." 트와일라잇은 즉답했다. 그러더니 내 손을 가져가고는 손바닥 위에 유리관을 올려주었다. 트와일라잇이 너무 당당한 나머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단 따질건 따져야 했다. "내가 맘대로 뽑고 싶다고 뽑을 수 있는것도 아닌데. 네가 도와줄거야?" "그래? 그럼 도와줄게." 무의식적으로 트와일라잇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마 지금 내 표정을 거울로 본다면 눈동자가 튀어나올만큼 놀라있을 것이다. 트와일라잇은 방금 자신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대답한걸까. 농담으로 한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치니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도와준다는거야?" 나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심장은 갑자기 빨리 뛰어서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내가 마법을 알고 있거든." "마법...?" 마법으로 도와주겠다고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이 알리콘은 정액이 어떻게 얻어지는지 알고는 있긴 한걸까 궁금했다. "그래. 사정 마법이야. 그것만 걸어주면 금방 나올거야." "아, 그래..."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찐따 너드한테 내가 뭘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대체 그런 마법은 어떻게 아는걸까. 건강검진은 끝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주 연속으로 하는 건강검진은 듣도보도 못했다. 그녀의 검사는 점점 꺼림칙해졌다. 점점 나를 친구로 보지않고 실험용 동물로 보듯 했다. 초반에는 그녀와 함께 진료실에 있게되면 그녀가 자주 말을 걸어와줬다. 내 과거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친구들에 대한 잡담도 하고 어느정도 친구끼리의 대화는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젠 내게 최소한의 대화만 유지한다. 건강검진 내내 그녀는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내가 말을 걸어도 무성의하게 대답해준다. 간혹 그녀가 말을 걸때면 대부분이 인간의 특성과 관련된 질문들 이었다. 그리고 건강 검진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는 친근하게 내게 말을 건다. 그 괴리감은 언제봐도 위화감이 들었다. "건강 검진은 언제 끝나는거야? 이제 안하면 안돼?" 검사가 끝나면 트와일라잇에게 묻는다. 그녀는 한번도 내게 확답을 준 적이 없었다. 그저 내일 검사할게 더 남아있다고만 얘기할 뿐 내 불만은 은근슬쩍 묵살한다. 이제는 우정의 성에서 지내는 것 조차 꺼려지게 되었다. 나갈수만 있다면 이곳을 나가고 싶었지만 갈 곳이 딱히 없었다. 우정의 성에서 살면서 좋은 점이 있긴 하다. 스타라이트와는 어느 정도 친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나마 우정의 성에 살면서 내가 위안을 얻게 해주는 포니였다. 하루에 한번은 꼭 그녀와 만나 얘기를 나눈다. 주로 내가 그녀의 방에 놀러가는 편이었다. 스타라이트는 내가 갈 때 마다 항상 마법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밥을 먹고 자는 것 빼곤 그녀의 방에서 오로지 마법 공부만 하고 있는 듯 했다. 트와일라잇은 그녀가 과제를 끝내기도 전에 새 과제를 내기 때문에 쉴 틈도 없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찾아갈 때 마다 귀찮은 티를 내지 않고 하던 공부를 멈추고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스타라이트와는 이상하리만치 대화가 잘 통했다. 서로 비슷한 처지여서 그런가 속마음도 그녀 앞에선 쉽게 털어놓는다. 그녀 역시 남모르게 갖고있는 고민들을 내게 얘기해주곤 했다. "요즘엔 무슨 공부 하고 있어?" 나는 스타라이트의 책상에 널부러져 있는 종이 더미들을 보며 말했다. 뭔가 어려운 말들이 잔뜩 써져 있었지만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스타라이트는 그녀가 하는 연구에 대해서 얘기하는걸 꺼려하는 편이었다. 내가 그녀의 방에 들어가면 그녀는 공부한 내용을 숨기기 바빴고 내가 물어봐도 두리뭉실하게 답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굳이 숨기지 않았다. "세뇌와 기억 조작 마법을 연구하고 있어." 그녀의 밝은 목소리에서 무시무시한 단어가 나오니 나는 순간 움찔했다. "세뇌...? 그런건 왜 하는데?" 설마 스타라이트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건 아니겠지. 스타라이트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이상한 생각하지마. 나쁜 방법으로 이용하려는건 아니니까." "아... 그래?" "세뇌, 기억 조작마법은 나만 알고 있는 마법이거든. 트와일라잇은 기억을 되살리는 마법밖에 모른다면서 자신도 알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트와일라잇이 알 수 있게 마법 공식을 정리하고 있어." "그럼 트와일라잇은 왜 그딴걸 알고싶어하는데." 스타라이트는 곁눈질로 자신의 방문을 쳐다보았다. 밖에 누군가가 있나 확인하는 동시에 내게 입조심하라는 신호였다. 나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야 트와일라잇은 마법에 관심이 많은 포니니까. 자기가 모르는 마법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하는건 당연한거지." 스타라이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조심하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스타라이트는 트와일라잇의 대한 얘기는 정말 조심히 한다. 기억 조작과 세뇌 마법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 그런 마법을 배워서 대체 어디에다 써먹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이라면 이해는 가긴 갔다. 쓸모없는 마법이라도 그녀에게 모르는 마법이라면 분명 배우고 싶어할거다. 사정하는 마법도 배우지 않았는가. "그러고보니 너는 어떻게 알고 있는건데?" 내가 목소리를 줄이며 물었다. "이것 저것 마법을 많이 배웠거든. 그... 옛날에 선버스트에 대한 배신감에 잔뜩 타오를 때 배우고 평등의 마을 주민들의 기억을 조작시킬 때 유용하게 많이 써먹었어. 하하" 스타라이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 얘기만 나오면 죄 지은 포니가 되곤한다. 그녀는 농담처럼 자신을 자학하며 자신의 잘못을 부각시킨다. 자신의 과거는 용서받을 수 없고 자꾸 들춰내야만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한 농담에 쓴웃음을 짓지만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위로의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난 여기 사람도 아니었고 스타라이트가 어땠는지 직접 보지도 못했으니. 대신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말하듯. "고마워, 유동아." 스타라이트는 기운을 차리며 말한다. 가끔 스타라이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저번에 내가 여기 왔을 때 이곳에 오래 있지 말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트와일라잇은 왜 나에게 자꾸 검사를 하려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지하실은 뭐하는 곳인지. 하지만 물어볼 수 가 없었다. 겁이 났다.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더 엄청난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까봐. 그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듣고나서 차라리 못들었으면 하고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럴바엔 차라리 불확실한 불안감으로 남겨두는게 나았다. 그 외에는 딱히 성에서 내가 하는 일은 없었다. 다이아에 대한 문제는 회피만 한 채로 목적도 없이 그저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었다. 여느 때 처럼 오전에는 대쉬와의 산책과 트와일라잇의 검사로 오전을 보냈었다. 배가 고파 부엌에서 머핀을 꺼내 먹으며 복도를 걷고 있던중 조금 먼 거리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누군가 성 문을 두드리고 있는 소리였다. 나는 흠칫 놀라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끔 성에 누군가 방문할 때가 있는데 그 때 마다 나는 내 방으로 몸을 숨긴다. 다른 포니들과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이아가 성에 찾아올지도 몰랐다. 방에 숨어있으면 보통 스파이크가 손님을 보러 나간다. 하지만 노크소리는 복도에서 자꾸 들렸고 스파이크는 나오지 않았다. 부엌에서 점심을 차리는 중이라 못들었나 싶었다. 굳이 내가 문을 열어줄 필요는 없었다. 없는 척 하다보면 가겠지 싶었다. 문득 나는 노크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트와일라잇 공주님, 계십니까? 유동을 찾으러 왔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단박에 알아들었다. 격식을 차리며 목소리에 감정을 섞지않는 중저음의 목소리, 필시 리치였다. 그는 분명 날 찾았다고 말했다. 나는 문에 귀를 바싹 대었다. "트와일라잇 공주님, 계십니까? 유동을 찾으러 왔습니다."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필시 리치는 대답이 없는데도 성 문을 두드리며 집 주인을 부르고 있었다. 다이아의 집에 나온지 2주나 지나갔다. 이제서 갑자기 날 찾아온 이유가 뭘까. 나는 내 방문을 잠그고는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가 찾아왔다는 건 다이아도 함께 왔다는 뜻이었다. 누가 오던 간에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저 이곳에서 숨어 없는 척 하면 가버릴 것이다. 하지만 필시 리치는 끈질겼다. 3분은 족히 지났는데도 돌아가지 않았다. 마치 안에 누군가 있다는걸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네, 나가요." 필시 리치의 말이 부엌까지 닿았는지 스파이크가 복도를 걸어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게 느껴졌다. 나는 황급히 문을 열어 복도로 나갔다. 스파이크를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스파이크는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차라리 방에서 나오지 말고 숨어있는게 나았다. 문 틈 사이로 필시 리치와 나는 정확히 눈을 마주쳤다. 다시 숨어봤자 이제는 소용 없었다. "유동아, 여기 필시 리치씨가 너랑 얘기하고 싶다는데." 필시 리치는 이미 문을 열고 들어와 성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괜히 내가 죄를 지은것도 아닌데 그의 눈을 마주칠 수 가 없었다. 다행히 티아라는 없고 필시 리치 혼자 온 듯 했다. "글쎄, 난 지금 바쁜데." "잠깐이면 되오." 3분 동안 문 밖에서 기다린 근성을 보아선 변명을 한다 해도 내뺄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슨 얘길 하려는 지는 몰라도 빨리 끝내길 바랄 뿐이었다. 나는 필시 리치를 내 방으로 안내했다. 필시 리치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이야기를 길게 질질 끌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자네 우리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겠나?" 필시 리치가 곧바로 본론을 얘기했다. 나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싫어. 난 안돌아가." 이유따윈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내 입장이 단호하다는 것만 보여줬다. 필시 리치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항상 여유로웠던 그의 얼굴은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무얼 원하지? 이전보다 더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해주겠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 돼. 그저 집에만 있으면 돼." "그 집에만 있는게 싫은거야. 난 안갈거야." "왜 싫은거지?" "그건..." 나는 확답을 할 수 없었다. 분명 내가 집을 나왔을 때는 당연한 이유였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 거 아닌것 처럼 보였다.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사소한 오해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더 안좋은 결과로 만들어낸 것 같았다.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순 없어 나는 대답을 회피했다. "어쨌든 난 가기 싫어. 이젠 여기가 내 집이야." 집이라곤 하지만 사실상 다이아의 집에서 살았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날 가둬두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돈이 필요한가? 돈이 필요하다면 내가 얼마든지 줄 수 있네." 필시 리치가 말했다. "돈?" 혹하는 기분따윈 들지 않았다. 오히려 혐오감만 들었다. 뭐든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너무 짜증스러웠다. 나는 더 이상 대화할 가치를 느끼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 같은거 필요 없어. 난 안 가." 나는 문 손잡이를 잡은채 문을 열어 밖으로 그를 안내했다. 하지만 필시 리치는 나가지 않았다. 아직까지 미련이 남았는지 땅을 쳐다보며 한숨을 한번 더 쉬었다. 나 역시 한숨을 쉬었다. 상류층 특유의 소유욕에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저런 부류의 포니들은 돈 말고 해결하는 법은 평생 모를 것이다. "부탁이네." 필시 리치가 내게 말했다. 그의 표정이 이전보다 어두워졌다.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원하는 건 모든 들어주겠네. 제발 집으로 다시 돌아와주게." 혼란이 찾아왔다. 필시 리치는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달라 한 적은 없었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건 뭐든 얻을 수 있으니. 하지만 지금은 그 필시 리치가 내게 애원하며 말하고 있었다. "난 안 돌아가. 돈도 필요없어." 그의 모습에 완고함이 흔들렸다. 나는 자신감이 없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다이아가 변해버렸다네. 항상 우울증에 걸려있어. 집에 와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 학교에서도 똑같다고 하고. 다이아를 예전처럼 돌려 놓을 수 있는건 자네밖에 없어. 부탁이네. 가진게 돈 밖에 없어서 내가 줄건 돈 밖에 없어. 돈은 얼마든지 주겠네." 필시 리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있었다. 다이아가 그렇게 된 원인도 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나란 사실을. 하지만 난 그 문제를 피하고만 있었다. 내가 없어도 다이아는 곧 괜찮아 질거라고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자신을 위로했다. 필시 리치의 말은 나를 벽안으로 가둬두었다. 빠져나가지 못하게 사방에 막힌 벽을 내게 둘러쌓고 날 몰아넣었다. 죄책감을 뛰어넘어 이제는 도리어 화가나기 시작했다. 모든게 내 잘못이라는 걸 인정해야만 하는 이 상황이 날 더 미치게 만들었다. "다이아가 그렇게 된 게 나 때문일거 같아?" 나는 문 손잡이를 잡은 손으로 문을 세게 밀어 닫았다. "다이아가 이제껏 어떻게 살아왔는지 부모라는 것들이 알기는 하고 있는거야? 그렇게 딸에 대해 애지중지 하는 양반들이 다이아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거야? 그 애가 무슨 생각으로 밥을 먹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하며 혼자 잠에서 드는지 알고나 있냐고. 잠 잘때 잘자라는 인사한마디 못하는 부모들이 막상 자기 딸이 무슨 일이 났을 때 하는 말이 가진게 돈 밖에 없다...? 너희는 부모 자격도 없어." 말하면서 감정이 격해져가 마지막에는 거의 소리를 지르듯이 말했다. 말하고 나서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부모 앞에서 자기 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소리치다니. 필시 리치의 표정이 그가 받은 충격을 가늠하게 해줬다. "이제 그만 나가. 더 이상 할 얘기 없으니." 더 이상 얘기해봤자 서로에게 득이 없을 것 같다. 나는 조심히 방 문을 열어주었다. 필시 리치도 더 이상 부탁하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 그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신음을 내었다. 분노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지독한 자괴감이었다. 사방에선 벽을 세우며 내게 다가오는데 내가 하는 짓이라곤 땅을 파 숨어버리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가 다이아의 부모에게 큰 소리 쳤던걸까. 모든것은 내가 원인이었는데. 다이아의 상태를 진작에 알고 있으면서도 뻔뻔하게 합리화나 할 뿐이었다. 오늘따라 사방에 둘러 쌓인 방이 좁아 보였다. 숨통이 조일 정도로 답답했다. -------------------------------------------------------- 아 빨리 끝내야지 질질 끌어서 지겨워 죽겠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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