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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기뮤식의노예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3-27
    방문 : 6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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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85427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2
    조회수 : 587
    IP : 110.9.***.23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9/29 23:19:21
    http://todayhumor.com/?pony_85427 모바일
    졸렬한 포니 번역)조각난 햇빛 3 - 고찰

    medium.png


     제 1편 제 2편



    여러 번 말해두지만, 이 장편은 이퀘스트리아 걸즈 제 3편 : 프렌드쉽 게임과는 별도의 세계관을 가진 장편입니다.


    ====================================================================================


    3. 고찰



    선셋 쉬머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내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 점심시간까지도 모든 게 다 괜찮았다, 그런데 어떤 여자애 세 명이 나한테 다가오더니 선셋 쉬머는 나쁜 애니까 같이 놀지 말라고 했었다. 이름도 모르는 애들이었다.


    오후 수업 때, 선셋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잔뜩 화가 나 있었고, 나하고는 한 마디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실수로 걔한테 반짝이가루를 잔뜩 쏟기 전까지는..... 반 애들 중 누군가가 "선셋 스파크튀는것좀 보래~요!" 라고 외치자 다들 배를 잡고 웃었다. 내가 다른 애들과 다를 거 하나 없는 나쁜 놈이라고 선셋은 내게 고래고래 소리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다.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올 때 까지 계속 울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나를 안아주며 사탕을 한 움큼 쥐어주셨지만, 여전히 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고, 그래서 엄청 우울하다.







    "트와일리! 트와일리!"


    트와일라잇은 신음을 흘리며 서서히 눈을 떴다.


    환한 빛이 트와일라잇의 눈을 가려 트와일라잇은 양 미간은 잔뜩 찌푸렸다. 앞에 있는 오빠의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후.... 다행이다.."


    트와일라잇의 오빠, 샤이닝 아머는 트와일라잇의 한 쪽 손을 부여잡았다.


    "네가 병원에 실려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진짜 깜짝 놀라 죽는 줄 알았다.."


    근처에서 트와일라잇이 모르는 누군가가 목청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아머 씨. 신체적으로 별 이상은 없었으니까요. 지금 트와일라잇 학생의 병력을 살펴볼 때 이건 정신적 충격이 커서 잠시 실신을 한 것처럼 보이네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극에 달할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지요."


    "여기가... 어디에요?... 어떻게 된 거죠?"


    트와일라잇은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 어린 눈을 깜빡거렸다.


    "여긴 병원이야.."


    침대의 반대편에서 캐이댄스가 말했다.


    병원? 도대체 여긴 왜....


    아까의 기억이 떠올랐다. 왜 그 자리에서 기절하게 되었는지.... 도저히 기절 안 하고는 못 배길 상황이었다.


    그 애의 모습이 떠오르자 트와일라잇은 일순간 경직했다.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천천히 삑삑대던 심박 측정기가 더 빠르게 삑삑대는 소리가 들렸다.


    악몽일 것이다... 그렇겠지? 트와일라잇이 거기서 본 건 절대 현실일리가 없었다.


    "트와일리! 트와일리! 진정해! 이제 다 괜찮아. 오빠랑 캐이댄스 언니도 왔어. 응? 다 괜찮으니 안심해."


    샤이닝 아머는 겁난 말을 어르듯 트와일라잇을 달랬다.


    트와일라잇은 이를 악물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여러 번 심호흡을 했다... 이겨낼 수 있다... 이겨낼 수 있다...


    맥박은 성공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트와일라잇은 눈을 뜨고 오빠와 올케 언니를 바라보았다.


    "아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데?"


    샤이닝 아머는 잠시 캐이댄스와 시선을 교환하다가 마음을 굳힌 듯 트와일라잇의 손을 꼭 잡았다.


    "누군가가 911에 전화를 걸어서 슈가큐브 코너에 소녀 하나가 쓰러졌다는 신고를 하더라고. 신고 접수를 내가 받지는 않았지만.... 너라는 걸 알자마자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왔지."


    "그래.."


    트와일라잇은 외부 정보에서 아까 있었던 일이 그저 환각이었음을 입증할 증거가 있기만을 간절히 바랬었다. 헛된 희망 이였지만..


    "너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니? 말해줄 수 있겠어?"


    캐이댄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트와일라잇을 살피며 물었다.


    "자...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좀 흐릿해서..."


    트와일라잇은 입술을 깨물었다.


    "충격적인 걸 봤을 때 자주 일어나는 증상입니다. 일시적으로 기억을 차단함으로써 충격을 막는 거죠."


    뒤쪽 구석의 키 큰 남자가 첨언했다. 의사인 모양이다.


    "아. 미리 말해두는데 전 외과 의사지 정신 요법 전문의는 아닙니다. 트와일라잇 학생. 이미 투 리버스 박사의 진료를 받고 계셨었죠?"


    "....네."


    트와일라잇은 대답했다. 확실히 정신 요법을 받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지금은 자기 자신의 정신건강의 안위를 챙기기보다는 더 큰 일을 할 필요가 있었다.  분명 트와일라잇이 정신 붕괴를 일으키기 전에 그 애들은 무슨 말을 해 주려고 했다. 분명 매우 중요해 보였다.


    "911은 누가 불렀죠?"


    샤이닝 아머는 한 쪽 눈가를 곤두세웠지만 어쨌든 대답해주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신고 접수는 내가 안 해서 자세한 건 몰라. 분명 그 근방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섯 명의 십대 소녀들이였다는 것 같은데... 내가 직접 나중에 만나봐야겠어."


    "트와일라잇. 솔직히 말해주렴."


    캐이댄스는 트와일라잇의 두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혹시 걔네들이 널 괴롭히기라도 했니?"


    트와일라잇은 잠시 눈을 깜빡하다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아뇨, 그냥 친구를 사귀어보려던 것 뿐이었어요. 언니 오빠가 항상 하던 이야기대로요. 조금 괴상한 얘들이긴 한데, 그래도 착한 얘들 이였어요."


    캐이댄스는 별로 믿는 눈치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의사는 벽에 있는 클립보드를 잡으며 말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몇 가지 검사를 해두겠습니다. 혹시나 다른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요. 얼마 걸리진 않을 겁니다. 오늘 내로 퇴원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트와일라잇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어요... 잠깐만 다들 나가 주시겠어요? 생각할 게 있어서요."


    샤이닝 아머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나도 근무지를 오래 비워두면 안 되니까.. 아참. 트와일리. 엄마랑 아빠한테는 내가 이미 전화 해놨어. 저기 미안한 이야긴데... 이런 일이 있고 나니, 오빠랑 언니는 네 결정을 계속 지지해줘야 될지 살짝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트와일라잇은 이를 악물었다.


    "오빠. 내 가방 가져왔어?"


    캐이댄스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던 짐더미에서 트와일라잇의 가방을 꺼냈다. 축제에서 상품으로 받은 보라색 조랑말 인형과 함께. 좋은 징조였다. 아마도?


    "그럼 아모레 부인. 서류작성을 할 게 남아있으니 절 따라 와주시죠."


    "트와일라잇. 진짜 괜찮겠어?"


    캐이댄스는 트와일라잇의 이마 위에 손을 올려주며 물었다.


    "바로 문 밖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불러."


    트와일라잇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요 언니.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오빠도 작별인사와 함께 병실을 나갔다. 그리고 몇 분 후. 트와일라잇은 병실 안에 홀로 남겨졌다.


    좋아. 우선 해야될 일을 하자. 트와일라잇은 가방을 열어 그 안에 있는 휴대폰을 꺼냈다. 애플잭과 함께 찍은 셀카들과 애플잭의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남아있었다.


    조랑말 인형과 함께 좋은 징조였다. 그 때 있었던 모든 일이 다 트와일라잇이 본 환각이 아니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선셋 쉬머'는 대체....


    그것도 트와일라잇의 뇌리에 깊게 박힌 10살짜리 꼬마의 모습이 아닌, 선셋이 멀쩡히 자랐다면 될 법한 모습의 선셋 쉬머였다.


    물론 그런 게 가능할리가 없다. 예외가 있다면....


    트와일라잇은 빈 메모장 하나를 꺼내 앞에 두고 펜 끝으로 턱을 톡톡톡 때렸다.


    여기엔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있었다.


    첫째 : 그 때 내가 상상의 단편을 본 것이다 - 의식이 깨어 있는 채로 꾼 악몽, 혹은 생생한 환각 같은.


    이 전재는 지금 트와일라잇의 정신이 말 그대로 분열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게 참이라면 지금 자신의 판단이나 관찰을 모두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과학자로써의 삶은 이미 종 친 것과 다름없으려니와, 심지어 지금 트와일라잇이 보고 있는 것도 패드 달린 독방에 교정복을 입고 갇힌 체로 보고 있는 환각일 가능성도 컸다. 


    둘째 : 실제로 거기엔 선셋(혹은 선셋을 아주 꼭 닮은 무언가)이 있었다.


    트와일라잇은 잠시 종이를 노려보았다. 뭘 선택하든 답이 없어 보였다. 하나는 자기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미쳤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었고, 또 하나는 지금껏 자기가 진실이라고 알던 모든 걸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었다.


    애플잭이 말하려고 했던 게 과연 뭐였을까? 왜 다들 트와일라잇을 원래부터 아는 것처럼 굴었지?


    이제 트와일라잇의 기억마저도 트와일라잇을 배신하기 시작했다. 그 때 있었던 일을 되짚어보려고 해도 트와일라잇의 마음엔 옛날 트와일라잇이 익히 알고 또 좋아하던 선셋 쉬머가 트와일라잇과 똑같이 나이를 먹은 모습이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기억은 왜곡되기 쉽지. 그 정도야 알고 있어!"


    트와일라잇은 잡념을 떨치려고 버럭 외치며 필기를 시작했다. 


    만약 그 선셋이 진짜였다면, 도대체 왜 나타난 것일까?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


    *내가 환각성 약품을 복용했다


     -그랬다면 혈액 검사 때 알 수 있었을 것.

     -지금 내가 정기 복용하는 약품 중에 부작용으로 환각을 유발하는 약품은 없음


    *내가 진짜 미쳐버렸다

     

     -이게 정답이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연기와 거울을 이용한 착시 효과/홀로그램 장치


     -그 정도로 생생한 모습을 투영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진 않았음. 평범한 과자 집에 굳이 그런 장비를 설치할 이유도 없음.


    *유령


     -유령이 진짜 실존하는 건가?

      =만약 진짜 유령이라면 왜 10살 꼬마의 모습이 아니지?

       ㄴ꼬마 모습이었다면 더 무서웠을 텐데.

      =애초에 다른 주에 있는 인연도 없는 과자 집에 선셋 쉬머의 유령이 출몰할 근거는 없다. 

       ㄴ그 다섯 명이 사실은 강령술사라던가...


    *언데드


     -뱀파이어?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도 멀쩡히 활동했다.

       ㄴ햇빛에 나오면 반짝이는 뱀파이어

       ㄴ그 소설 생각이라면 관두자. 왜 하필 그런 불쏘시개에 내 이름이 붙어서는...


     -리치

      =최소 도전 레벨 20. 인카운트하기엔 레벨이 충분하지 않음


    *변신술사

     -변신술사가 굳이 선셋 쉬머로 변신할 이유는?


    *외계인

     -어 나 이거 히스토리 채널에서 본 것 같아

     -내 기억을 추출해서 선셋의 형상을 띄고 있는 건가?

      

    *내 정신을 붕괴시키려는 정부의 음모

     -그 정도로 정부에 거슬릴만한 짓을 한 적은 없는데.

     -차라리 날 죽이거나, 그냥 날 고용하는 게 더 싸게 먹힐 것.


    *거울 세계에서 온 사악한 쌍둥이.

     -콧수염 없음. 기각.


    *요정의 장난


    *마법


    *부활

     -부활했다면 왜 나한테 말 안했지?

      =기억 상실증인가?


    *잃어버린 쌍둥이 동생

     -그랬다면 걔 아버지가 미리 내게 이야기했겠지.(취소선)

      =아니, 잃어버렸니까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걔네 엄마가 왜 그 집을 떠났는지조차도 난 모르는데.

      =일단 가능성이 있다고만 해 두자.


     -클론

      =로봇 복제인간

       ㄴ굳이 나이 먹은 선셋처럼 생긴 로봇을 제작할 이유는 없다.

      =시간 여행.

       ㄴ닥터.. 누구요?


    *그냥 완전한 우연


    *다중우주 이론????



    써내려간 것 중 확신이 가는 이론은 당연히 하나도 없었다. 증거라고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떠오르는 가설들을 모두 써내려가면서, 모든 생각들을 다 분석해보았다. 대부분이 가설들이 다 허튼 소리 같았지만 말이다.


    선셋 쉬머... 그 애(혹은 그 애랑 모습이 완전 똑같은 사람)이 만약 포니빌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흔적 같은걸 남겼을 가능성이 있었다. 트와일라잇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검색 엔진에 선셋 쉬머의 이름을 치고 검색했다.


    7년 전 그 사건에 대한 기사가 제일 첫 번째로 검색되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트와일라잇의 휴대폰이었으니까. 트와일라잇은 검색 기록과 접속 지역을 초기화했다. 더 쓸모 있는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트와일라잇은 심호흡을 하고 검색 지역을 포니빌과 그 주변 지역으로 좁혔다. 블로그 글 몇 개와 선셋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검색 결과 몇 개뿐이었다. 그 중 가장 신뢰성이 높아 보이는 글을 트와일라잇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열어보았다. 지역 소녀들이 과자를 판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캔틀롯 고교 신문부에서 발행한 신문이었다. 동물 보호소 운영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과자를 판다는 내용이었다. 전에 봤던 조용한 소녀, 플러터샤이의 이름이 기사에서 자주 눈에 띄었다. 그렇게 기사를 넘겨가다가 트와일라잇은 드디어 그렇게 찾고 싶었던 걸 찾을 수 있었다. 

    숨이 목에 걸릴 것만 같았다.


    사실 사진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앞치마를 두른 여섯 명의 소녀가 구운 과자들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선셋 쉬머는 분명 그들 사이에 있었다.




    트와일라잇이 본 것은 진짜였다. 지금 보고 있는 것도 환영이 아니라면 말이지만. 트와일라잇은 지금까지 자기가 적고 있었던 걸 구겨버리고 싶었다. 


    정신이 꿈과 같이 몽롱했다. 마치 마요네즈 풀장에서 수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트와일라잇은 사진을 확대시켜보았다. 시선이 자꾸만 흐려졌다. 이런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 불가능이 당당하게 트와일라잇의 눈앞에 마치 평범한 일인 것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심지어 사진의 주석에는 선셋 쉬머라는 이름도 또렷히 박혀있었다. 오늘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트와일라잇은 이 사진을 단순한 포토샵 조작질로 치부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덜덜 떨면서 트와일라잇은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그래. 이건 그냥 사진일 뿐이다. 굳이 이렇게 감정에 휘둘릴 필요 따위가 없는 것이다. 트와일라잇은 과학자였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으로 이 문제에 다가갈 필요가 있었다.


    의문점이 많았다. 하지만 곧 그 의문을 다 밝혀내고 말 것이다.


    --------------------------------------------------------------------------


    선셋 쉬머는 핑키 파이 방의 소파 위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가슴 한편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분위기가 가라앉는 건 방 전체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웃기게 생긴 고양이 시계가 똑딱똑딱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덕분인지 방 안 분위기는 아예 어둡지만은 않았다.


    부엌에서 '띵'하는 소리가 나 핑키 파이는 벌떡 일어났다.


    "됐구나, 됐구나, 쿠키가 다 됐구나!"


    생머리로 풀려있던 핑키의 머리는 이내 곱슬곱슬함을 되찾았다.


    핑키는 주방으로 뛰어갔고, 선셋은 하품을 하며 잠시 몸을 풀었다. 배가 그렇게 고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데엔 군것질거리만한 건 없을 것이다.


    "저기.... 트와일라잇.... 괜찮으면 나중에 전화 하겠지?"


    플러터샤이는 거의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길게 한숨을 쉬며 애플잭은 대답했다.


    "몰겠다. 일단 내 번호는 주긴 했는데, 솔직히 가랑 우리랑 안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이가.."


    애플잭은 선셋을 쳐다보며 표정을 약간 일그러트렸다.


    "미안..."


    선셋은 눈을 내리깔며 나직이 사과했다.


    "야. 네가 사과를 할 게 뭐 있냐?"


    레인보우 대쉬는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네가 뭘 잘못했다고? 이번엔 순전히 저 트와일라잇 개인의 문제인거지 네가 깽판 쳐서 그런 것도 아니잖냐."


    선셋은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며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까 걔가 나 봤을 때 반응 봤지? 내가 몇 년 동안 나쁜 년처럼 살았고, 또 한때는 진짜 악마로 변하기까지 했다지만, 걔처럼 날 보자마자 겁에 질려 기절하는 얘는 없었다고... 잠깐. 만약 또 다른 트와일라잇이 있다는 이야긴... 또 다른 선셋도 있다는 이야기잖아. 그치? 도대체 내가... 아니, 이 세상의 선셋이 걔한테 어떤 짓을 했기에 저 정도로 겁에 질리는 걸까?"


    레인보우 대쉬는 반쯤 으르렁거리더니 쿵쾅쿵쾅 발을 구르며 선셋 옆으로 다가와 선셋 옆에 있는 탁상 위로 기세 좋게 발을 올리며 선셋을 지긋이 내려 보았다.


    "그걸. 네가. 했냐? 솔직히 말해줄까? 난 이 세계의 선셋이 대량학살을 저질렀든 뭘 하든 신경 안 써! 너는 너야. 남이 한 일까지 사소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레인보우 대쉬!"


    래리티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선셋을 위한 진심어린 네 마음은 아주 잘 알겠는데, 꼭 핑키 파이 집 탁상 위에 발자국을 남겨야겠어? 그거 무례한 짓이라고!"


    선셋은 풉 하는 소리를 냈다. 거의 미소를 지을 뻔 했지만, 웃음기는 빠르게 사라졌다.


    "사소한 일이라 이거지?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대쉬.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건 전혀 사소한 일이 아냐."


    레인보우 대쉬는 짜증을 내고 팔짱을 끼며 안락의자 쪽으로 가버렸다.


    "대쉬가 말을 들어보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


    애플잭이 한쪽 발을 톡톡 구르며 말을 시작했다.


    "아까 그 트와일라잇은 우리가 알던 그.. 트와일라잇 공주와는 솔찬이 달랐다. 글고 보니까 가는 포니 세계의 우리들 이랑도 친하다고 캤었지? 글고 니가 가는 셀레스티아 공주의 수제자라고 카지 않았나? 그런가는 몰라도 이 세계의 셀레스티아 교장선생님하고도 퍽 잘 지냈고 말이다. 근대 가는 그런 적이 읎다. 생각해본나. 가랑 트와일라잇이 다르듯, 니와 이 세계의 선셋도 다를 수도 있을 끼다."


    선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되는 논리였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공주와 지금의 선셋을 비교해보면, 트와일라잇과 달리 선셋은 셀레스티아 공주가 갖은 노력을 들여 지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괴물이 되어버린 전례가 있었다. 만약 이 세계의 선셋에게 그런 지도도 없었다면... 과연 그 선셋은 지금쯤 무슨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너무 섣불리 생각하는 거 아닐까?


    래리티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우리가 가진 정보는 또 다른 트와일라잇이 있다는 거랑, 그 트와일라잇이 선셋을 보자마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는 사실 두 가지 뿐이야. 이렇게 앉아서 추측만 하는 것보단, 도움이 되는 정보를 직접 찾아보는 게 어떨까?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자구."


    래리티는 폰을 몇 번 조작하다가 얼굴을 더 일그러트리며 작은 목소리로 불평하는 소리를 냈다.


    "끙!...통화신호가 잘 안 잡히네... 핑키. 랩톱 좀 빌려줄래?"


    "알았어 래리티!"


    핑키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부엌에서 뛰쳐나와 한 손에는 노트북, 한 손에는 다 구워진 쿠키가 담긴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핑키는 두 개를 탁상 위에 놓고 재빠르게 쿠키 한 개를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까 일로 잃었던 입맛도 돌아올 정도로 쿠키의 냄새는 향긋했다. 선셋의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났다. 랩톱이 완전히 부팅될 때 까지 쿠키를 두어 개 먹는 것도 괜찮겠다고 선셋은 생각했다.


    "웩..."


    래리티는 코를 쥐며 오만상을 지었다.


    "핑키.. 부탁인데, 앞으로는 이거 쓰기 전에 손부터 좀 씻어주라. 응?"


    핑키는 깔깔대며 웃더니 쿠키와 초콜릿으로 범벅이 된 손가락을 래리티 바로 앞에서 꼼지락거렸다.


    여섯 명의 소녀는 모두 탁상 근처로 모였다.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장난 덕분에 모두 의욕이 약간 나는 것 같았다.


    "자. 보자... 발티모어 출신이랬지? 그 쪽 지역 한정으로 트와일라잇 스파클에 대한 기사를 한번 검색해볼까."


    래리티는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야. 근데 이거 스토킹 아냐?"


    레인보우 대쉬가 입에 있는 쿠키 조각을 사방군대로 튀기며 말했다.


    "뭐 먹으면서 말하지 마라. 마. 글고, 우리가 트와일라잇 가를 해치려고 그라는 기가? 쫌 알아보려고 그라는 기지."


    애플잭이 표정을 약간 구기며 말했다.


    "좋아. 검색결과가 나왔어. 트와일라잇 스파클. 16살에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 지역과학경연대회 다수 입상. 지역 영재 육성 특채로 하버드대에 입학.. 우와... 그 때 걔가 말한 것 중 과장한 것은 하나도 없네?"


    래리티는 얼이 빠진 듯 실없이 웃었다.


    "그럼 걔도 장래에 공주가 되는 거야?"


    플러터샤이는 먼 곳을 보며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다른 다섯 명이 플러터샤이를 돌아보자 샤이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아..음... 그게.. 내 말은... 정계에 입문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


    선셋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걸. 이퀘스트리아의 정치 체계는 여기랑 약간 달라. 긴 이야기가 되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할게. 하지만 중요한 건 트와일라잇은 지금 권력이나 정치질과는 약간 거리가 멀다는 거야. 오히려 책임과 의무에 매여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겠지."


    "흠.... 그래. 이 곳 트와일라잇도 정치 쪽과는 거리가 먼 것 같네.."


    래리티가 중얼거렸다.


    "그럴 줄 알았다."


    애플잭이 맞장구쳤다.


    "트와일라잇 공주 하니까 말이다. 가한테 좀 물어보믄 안되긋나? 우리끼리 인터넷 뒤적거리는 것보담 더 똑똑한 말을 해 줄 것 같데이."


    선셋은 가방에서 일지를 꺼냈다.


    "이미 내가 이 세계의 트와일라잇을 만났고, 중요한 일인 것 같다는 간단한 문자를 보내 놨어. 그런데 아직 답장이 없네. 하긴 이상할 것 없지. 걔 요새 바쁘잖아."


    핑키 파이는 깔깔 웃으며 책상 근처, 래리티의 옆으로 가 그 어께에 몸을 기댔다.


    "그 다음엔 있지. 선셋을 찾아보자!"


    선셋은 팔짱을 끼고 뒤로 물러났다. 꺼림칙했던 것이다. 사실 이 인간 세계에 처음 도착한 후 평행세계의 또 다른 자신에 대해 조사해봐야 옳았으나, 이질적인 세계에서 살아남기도 버거웠고, 사실 몰라도 사는 데에는 별 지장도 없었으므로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보자.. 선셋... 선셋.... 아. 여기 있네! 어..."


    래리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창백한 얼굴이 더 창백하게 변했다.


    "세상에.. 이런..."


    핑키의 표정도 래리티와 똑같은 표정을 짓는 걸 보자 선셋의 가슴이 매여 왔다. 핑키의 머릿결은 순식간에 곱슬머리에서 생머리로 변해버렸다.


    "야. 뭐야? 뭔데?"


    레인보우 대쉬가 자리를 박차고 랩톱 쪽으로 달려왔다. 다른 얘들도 그 뒤를 따랐다.


    선셋이 제일 마지막으로 그 곳으로 다가갔다. 이 세계의 선셋에 대한 기사였다. 선셋은 기사를 정독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만 할지...


    "내가... 이미.... 죽었었네..."


    낮은 목소리로 선셋은 중얼거렸다. 선셋의 온 몸이 격하게 떨려왔다. 그런 선셋을 레인보우 대쉬와 애플잭이 재빨리 부축해 자리에 앉게 도와주었다.


    플러터샤이의 양 눈은 이미 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10 살 밖에 안됐는데... 불쌍해라..."


    훌쩍거리던 플러터샤이는 곧 울기 시작했다. 래리티가 흐느끼는 플러터샤이를 껴안고 앞뒤로 얼러주었다.


    기사에는 사진도 실려 있었다. 선셋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저 사진 안의 선셋의 모습은 기묘하게 낮이 익었다. 동시에 소름끼치게 낯설기도 했다. 내가 인간 망아지였다면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등산 사고로 죽었다고..... 등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선셋은 공허한 목소리로 뇌까렸다.


    애플잭은 선셋의 어께를 꽉 감쌌다. 애플잭과 핑키 파이도 그 뒤를 따랐다.


    우정의 마법의 온기가 선셋을 감쌌고, 선셋은 웃었다. 여전히 눈물이 흘렀지만, 지금 울고만 있을 때는 아니었다.


    "트와일라잇.... 아마도 이 세상의 내가 계속 괴롭혀왔을 테고... 어쩌면 더 심한 짓을 당했을지도,.. 그런데다가 오늘 말 그대로 살아있는 유령을 본 거나 다름없었으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가."


    래리티는 선셋의 어께를 꽉 쥐었다.


    "그건 선셋 네 잘못이 아냐. 레인보우가 아까 했던 열띤 웅변처럼, 트와일라잇과 다른 선셋 사이에서 일어난 일은 절대 네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줬으면 좋겠어."


    선셋은 눈을 감고 몸을 기댔다. 그렇게 여섯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조용히 훌쩍거리며 선셋은 두 눈을 비볐다.


    "좋아. 이쯤 해 두자. 앞으로 뭘 어떻게 할지나 생각해보자고."


    "음... 트와일라잇을 도와줄 방법이 있지 않을까? 너무 불쌍해서.."


    플러터샤이의 대답이었다. 양 눈은 충혈 되고 콧물이 흐르고 있었다.


    핑키 파이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지만 눈마저 웃고 있지는 않았다.


    "헤....파티라도 열어 줘야하나?... 웅..... 무슨 파티를 연다 한들 풀릴 것 같진 않지만..."


    "내는 일단 진실부텀 말해주는 게 옳다고 본다. 가가 만약 아직도 알고 싶어한다믄, 모 짤 있나? 알려줘야지. 아직 가하고 친구가 될 기회는 남아있을끼다."


    애플잭이 눈가를 닦으며 의견을 개진했다.


    선셋은 몸 쪽으로 무릎을 당겼다.


    "만약 진짜 그럴 거면, 난 멀리서 지켜보는 편이 낫겠어. 더 이상 나 때문에 걔가 상처를 입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자기! 또 넘겨짚는다! 말 했잖아! 넌-"


    초인종이 울려 래리티의 말을 막았다. 핑키 파이는 곧바로 현관 쪽으로 뛰어갔다.


    "가욧!"


    지금 선셋이 있는 곳에서는 누가 들어왔는지 볼 수 없었다. 오로지 굵은 남성의 목소리만 저 멀리에서 들려왔을 뿐이었다.


    "안녕 학생. 난 샤이닝 아머 경관이라고 한다. 오늘 슈가큐브 코너에서 청소년기의 소녀 하나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너희가 제보를 했다면서? 무슨 일인지 정확히 알아보려고 와봤는데, 시간 되나?"


    핑키 파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의심하는 기색이 풀풀 묻어나는 목소리로 핑키는 대답했다.


    "당신 뭐야? 수색 영장은 들고 왔어? 앙?"


    "핑키, 너! 누가 그렇게 무례하게 굴랬어? 저 경찰 오빠는 자기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한 것뿐이라고!"


    래리티가 얼굴을 찌푸리며 핑키 앞에 끼어들었다.


    "오호호, 죄송해요. 들어오세요. 뭐든 편할 대로 물어보시구요. 쿠키도 있어요. 드시겠어요? 방금 구운 거라구요."


    그 경찰은 방긋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 그건 됐어 학생. 집사람이 다이어트 좀 하라고 날 들들 볶고있거든. 마음은 고맙...게......."


    샤이닝 아머는 선셋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전에 트와일라잇이 선셋을 봤을 때와 같은 표정이 샤이닝 아머의 얼굴에 나타났다. 인지. 뒤이어 찾아오는 공포...


    다만 트와일라잇 때와는 다르게, 샤이닝 아머의 공포는 분노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너 대체 뭐야!?"


    샤이닝 아머는 위협적으로 외쳤다. 손은 이미 권총집 쪽에 둔 상태였다.


    그런 샤이닝 아머의 앞을 래리티가 가로막았다.


    "잠깐만요, 경찰 오빠. 저기..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요, 일단 설명부터 하게 해 주세요. 섣부른 짓은 가급적이면 하지 말아주시구요!"


    선셋은 몸을 둥글게 말고, '이대로 어디론가 사라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샤이닝 아머는 진정한 듯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 눈에는 지옥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설명해. 왜 7년 전에 내 손으로 직접 묻은 얘가 왜 지금 여기서 멀쩡히 나이도 다 먹은 채로 살아있는거지?"


    선셋은 떨리는 두 다리로 일어섰다. 


    "괜찮아.. 내가 직접 이야기할게.."


    만류하는 친구들을 밀어내며 선셋은 샤이닝 아머 앞으로 걸어갔다.


    마지못해 다섯 친구들은 선셋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샤이닝 아머에게서 눈을 때지 않았다.


    "트와일라잇의 오빠, 샤이닝 아머 씨 맞죠?"


    선셋은 샤이닝 아머와 눈을 맞대며 물었다.


    "이미 알고 있잖아. 모르는 것처럼 말하지 마."


    샤이닝 아머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선셋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연을 전부 다 설명하기엔 복잡해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기도 하고요.... 그냥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는 다른 평행세계에서 온 선셋 쉬머로, 여기에 와서 살게 된지는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의 선셋 쉬머가 10살에 죽게 됐다는 건.. 방금 와서야 알게 되었죠.... 그 선셋이 혹시 그 쪽 가족에 해를 끼친 게 있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샤이닝 아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잠시 선셋을 쳐다보고 있다가 콧등이 시큰해지는 듯 자기 코를 쥐었다.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죽은 사람이 떡하니 살아 온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납득이 가는 설명이군... 캔틀롯 고등학교에 다니지? 전에 네 이름으로 제보가 온 게 몇 개 있어서 알고 있어. 우연이거나 장난 전화겠거니 싶어서 그때는 그냥 넘겨버렸지만.."


    "제가...예전에는 좀 많이 엇나갔었죠.."


    선셋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하지만 잘못을 깨닫고 바르게 살도록 노력중이에요.."


    주변 친구들은 중얼중얼 선셋이 맞다고 말을 했지만, 샤이닝 아머의 섬뜩한 눈빛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 쉬머 학생. 잠깐 나랑 단둘이 이야기좀 할까?"


    "네. 좋아요."


    선셋이 샤이닝 아머를 따라가려는 순간 대쉬가 험악한 표정으로 선셋의 소매를 잡았다. 선셋은 고개를 흔들며 대쉬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샤이닝 아머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다.


    샤이닝 아머는 벽에 등을 기대고 한 쪽 다리를 떨고 있었다. 몇 분간의 무거운 침묵이 지난 후, 샤이닝 아머는 드디어 말꼬를 틀었다.


    "네가 진실을 이야기했든 구라를 쳤던 간에 네 이야기는 전혀 못 알아듣겠더군. 어차피 그런 불가사의한 오만 잡것들을 이해하는 건 내 장기도 아냐. 하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이거 하난 경고하고 넘어가겠다."


    샤이닝 아머는 약 두 발짝 앞에 있는 선셋 쉬머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선셋 쉬머 뒤에 있는 캐비닛에 손을 올리며 위협조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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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내 동생 곁에 한 발짝이라도 갔다간 내가 너 가만 안 둘 거다."


    선셋은 바짝 긴장했다. 물론 시기와 질투로 이루어진 예전의 삶을 살면서 누군가의 위협은  수도 없이 당해본 선셋이지만, 지금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아주 진심이었다.


    샤이닝 아머는 뒤로 물러났다. 일그러진 미소가 그의 얼굴에 일었다.


    "나는 선셋 쉬머를 아주 싫어했어. 물론 너 말고 다른 선셋 쉬머 말야. 하는 짓은 건방지고, 거만하고, 이기적이고, 트와일라잇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명령을 안 내리면 직성이 안 풀리는 꼬맹이였지. 언제나 트와일라잇의 공부를 방해하고, 문제만 일으켰다 하면 트와일라잇까지 휘말리게 만드는 녀석이었다고."


    샤이닝 아머는 한 손으로 머리를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


    "트와일라잇은 선셋을 동경했어. 길 잃은 강아지처럼 선셋의 뒤를 언제나 쫄쫄 따랐고, 선셋의 말은 무슨 말이든 들어줬다고. 인정하긴 싫지만, 선셋은 트와일라잇의 가장 친한 친구였어. 암만 선셋이 트와일라잇에게 나쁜 물을 들였다지만, 그런 트와일라잇도 선셋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고 있었지. 그렇게만 쭉 됐다면 서로 아주 좋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은 딱 중간 정도로 서로 그렇게 변한 뒤 살 수도 있었지만..."


    샤이닝 아머는 선셋을 돌아봤다. 분명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어쩐지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갑자기 선셋이 죽었지..... 트와일라잇은 그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씨발!! 그 날 이후로 내 동생 인생이 아주 박살이 났다고! 7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내 동생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데, 그걸 보는 내 심정이 얼마나 거지같은 줄 알기나 해?! 동생은 우리 내외가 모르는 줄 알 테지만. 우린 다 알고 있어! 동생이 마지막으로 웃은 적이 언제인지 이제 기억도 안 날 정도라고! 난.... 크흑... 씨발.."


    목이 메인 듯, 샤이닝 아머는 뒤로 돌아섰다. 한 손으로 두 눈을 감쌌다.


    ".....10살짜리 애의 관을 옮기는데 사람이 몇 명이나 필요한지 알아? 두 명이야. 나랑 네... 아니, 걔 아버지까지 두 명 이렇게.. 나도 내가 왜 관을 들겠다고 알아서 나섰는지 모르겠다. 그 땐 성인도 아니었는데.. 하지만 내 동생이 슬퍼하는 걸 보고 있자니...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어서......"


    샤이닝 아머는 몸을 떨었다. 그러다가 심호흡을 길게 한 번 한 뒤 짧게 한번 웃었다. 씁쓸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혼잣말이 길었군.. 그래. 네가 네 말대로 다른 세계에서 왔다면 굳이 너한테까지 앙심을 품을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제발 부탁인데 우리 동생 앞에는 나타나지 마라. 안 그래도 동생은 과거의 상처가 점점 아물어가는 중이고, 널 다시 보는 것만큼 동생에게 최악의 일은 없을 테니까.."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샤이닝 아머는 부엌을 나갔고, 곧 현관을 나서며 문을 쾅 닫았다.


    선셋 쉬머는 훌쩍거리며 부엌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섯 친구들은 선셋을 조심스럽게 살필 뿐이었다.


    =====================================================================================



    아참. 우정겜 다 봤습니다. 캐나다 스트리밍으로 봤습죠.


    medium (1).png


    선셋스파클뽕이 차오르는 작품이었습니다. 레인보우 락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선셋을 많이 봤다는 데에서 만족하려구요.


    그나저나 이 팬픽 세계관의 트와일라잇은 우정겜의 트와일라잇보다 더한 엄친딸이군요. 저기는 대학 입시 못해 빌빌대는데, 벌써 조기졸업에 명문대 입학 내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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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30 01:08:16  115.136.***.137  FlyingTail  566679
    [2] 2015/09/30 08:03:20  123.111.***.104  베르게티거  60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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