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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기뮤식의노예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3-27
    방문 : 6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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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ony_85294
    작성자 : 기뮤식의노예
    추천 : 1
    조회수 : 683
    IP : 110.9.***.238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9/26 11:04:00
    http://todayhumor.com/?pony_85294 모바일
    졸렬한 포니 번역)조각난 햇빛 2 - 악마(들)
    medium.png



    2. 악마(들)



    오늘은 첫 등교 날이었다. 이사 와서 새 학교에 다니게 되어서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엄마는 모두에게 내가 똑똑하고 친절한 애인걸 보여주면 금방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될 거라고 하셨다.


    아. 그리고 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숙제로 내 줬다. 나는 선셋 쉬머라는 애랑 한 조가 됐다. 빨갛고 노란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예쁜 얘긴 한데, 조금 심술궂다는 게 문제다. 다들 걔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조차도 말이다. 선셋이랑 같이 조를 맺어주게 되어 미안하다고 말 할 정도였으니.. 그래도 선셋은 별로 나쁜 애처럼 보이지는 않는걸...


    내일 더 알아봐야겠다.









    트와일라잇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몸을 일으킨 채로 트와일라잇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뒤 한동안 떨리는 숨을 바로잡았다.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트와일라잇의 볼을 흘러내려갔다. 탱크 탑은 땀에 젖어 벌써 흥건해져있었다.


    낡은 탁상시계가 탁상에서 시끄럽게 자명종을 울려대고 있었다.


    몇 년 동안 계속 똑같은 악몽을 꾸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했다. 몇 년 동안 계속 비싼 돈을 들여가며 심리 치료와 명상 요법을 병행해봤자 무엇하겠는가? 여전히 선셋에 관한 일이 단편적으로 떠오르기만 해도 지금처럼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만큼 동요하게 되는데...


    "젠장!!"


    트와일라잇은 비명을 지르며 주먹으로 탁상시계를 내리쳤다. 탁상시계는 망가졌고 곧 소리도 나지 않게 되었지만, 앞쪽의 유리가 깨지면서 그 조각들이 트와일라잇의 손가락에 박혔다.


    손이 덜덜 떨렸다. 트와일라잇은 침대에 몸을 기댄 체 옷에 핏방울을 안 흘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며 의류함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의 작은 플라스틱 약통을 하나 꺼내 내용물을 두 개 입 안에 털어 넣고 꿀꺽 삼켰다. 물조차 마시지 않고 말이다.


    심호흡을 한 뒤 트와일라잇은 소매로 흘러내리는 눈물과 콧물을 닦았다. 물론 금방 약효가 들지는 않겠지만, 약을 먹었다는 사실 하나로도 트와일라잇은 상당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바깥에서 누군가가 계단을 달려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곧 그 소리는 급하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이어졌다.


    "트와일라잇! 뭐 하고 있어? 괜찮아?"


    방문 저편에서 애가 타는 목소리로 트와일라잇을 부르는 사람은 다름 아닌 트와일라잇의 올케 언니. 캐이댄스였다.


    트와일라잇은 끙 하는 신음소리를 내고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괜찮아요..."


    투덜거리듯 대꾸한 뒤, 트와일라잇은 계속 코를 훌쩍거리며 잠겨있던 문을 열었다. 자. 이제 또 언니가 이 꼴을 보고 깜짝 놀라시겠지. 또 동정 한번 원 없이 받게 생겼네.


    캐이댄스는 문을 열었다. 트와일라잇의 피투성이가 된 손을 보자마자 캐이댄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세상에 어쩜..."


    캐이댄스의 두 눈은 캐이댄스의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불쌍하기도 해라..' 


    트와일라잇은 이를 부득 갈고 캐이댄스를 따라 욕실로 걸어갔다.


    스파이크도 그 뒤를 따랐다. 즐겁게 한 번 짖고 트와일라잇의 발 주변을 맴돌았다. 평소의 평범한 아침때처럼 말이다. 트와일라잇의 손이 상해 캐이댄스가 손을 씻어주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어쩌면 네가 우리 집에서 산다고 했던 건 별로 좋은 생각은 어니였을지도.."


    캐이댄스는 알코올로 트와일라잇의 손가락을 소독했고 트와일라잇은 통증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뇨."


    트와일라잇은 캐이댄스의 빠르게 말을 가로막았다.


    "언니. 저 괜찮아요. 아까 그건 사소한 사고였을 뿐이라구요. 그냥 이사를 와서 조금 흥분을 했던지, 아니면 어제 카페인과 당분이 함유된 소다를 한잔 마시고 나서 실수를 좀 한 거겠죠. 그리고 제가 괜히 언니랑 오빠랑 여기 포니빌에서 살겠다고 한 거 아니에요. 충분히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다고요!"


    "트와일라잇. 일단 진정 좀 하고..."


    캐이댄스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트와일라잇은 상처를 입지 않은 오른손으로 트와일라잇의 귓등을 긁어주었다. 바짝 선 신경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물론 네가 무슨 일을 해보려고 그러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언니랑 오빠는 그러다가 혹시나 네가 다칠까봐 걱정이 돼서 그렇지..."


    언제나 똑같은 취급이었다. '아유. 네 부주의 때문에 친한 친구가 하늘나라에 가서 상처 받았구나? 우리 트와일라잇 불쌍도 하지. 여러분, 우리 트와일라잇의 상처가 싹 낫게끔 모두 모여서 호~ 해줍시다. 알았죠?' 


    더 최악이었던 건, 어떤 면에서는 저 사람들이 맞는 구석이 있다는 점이었고...


    트와일라잇이 집을 떠나 캔틀롯 지방의 포니빌로 오게 된 건 과거로부터 도피하고 싶다는 이유도 한 몫 했다. 이른바 새 출발의 의미였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혼자서 독립해 살아가기엔 아직 너무 어렸고, 그래서 자기 오빠와 올케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언니. 그나저나 아침은 뭐에요?"


    트와일라잇이 애써 활기를 띈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먹은 약의 약기운이 돌아, 짐짓 활기찬 척을 하기도 약간 쉬워졌다.


    캐이댄스는 뭐라고 더 타이르려다가, 단념하고 트와일라잇의 붕대를 감아주었다.


    "....베이컨이랑 팬케이크. 샤이닝 오빠는 이미 일 하러 나갔어."


    한숨을 푹 쉬고 나서 캐이댄스는 말을 이었다.


    ".. 아버님이랑 어머님께 이러이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내가 설명해야 되는 거 잘 알고 있지?"


    "네. 알아요."


    트와일라잇은 왼손을 쥐고 펴 보았다. 움직이는데 약간 아팠지만, 별로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 같았다.


    "걱정마세요. 시계는 제가 물어낼게요."


    캐이댄스는 머리가 아파오는 듯 인중을 문질렀다.


    "트와일라잇...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


    "스파이크~ 잘 잤어?"


    캐이댄스의 말은 싹 무시하고 트와일라잇은 쪼그려 앉아 스파이크의 귀를 쓰다듬었다.


    "누나랑 산책 나갈까? 나갈래?"


    스파이크는 다 알았다는 듯 '멍!'하고 짖었다. 캐이댄스가 또 잔소리를 시작하기 전에 트와일라잇은 계단을 달려 내려갔고 스파이크도 그 뒤를 따랐다.


    트와일라잇은 주방을 지나 곧장 뒷문으로 나갔다. 스파이크도 트와일라잇과 함께 달려 나가 뒤뜰 잔디밭을 행복하게 빙글빙글 돌았다. 트와일라잇은 잔디밭을 밟고 걸어갔다. 아침 이슬은 아직까지도 꽤 차가웠다.


    눈을 감으며, 트와일라잇은 아침 공기를 깊게 들이켰다. 햇빛이 트와일라잇의 얼굴을 간질였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스파이크는 여전히 마당을 뛰어놀고 있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한적한 교외의 완벽할 정도로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과연 이게 나의 운명일까? 단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일어난 과거의 상처에 계속 시달리며 살아야만 하는 게? 그렇다면 얼마나 그 짐을 버티면서 살 수 있을까..


    트와일라잇은 자기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조용히 뇌까렸다.


    "미안 선셋... 내 문제인데 괜히 네 탓을 하는 것 같네.."


    ......아니. 이래선 안 된다. 트와일라잇 스파클. 세기에 남을 천재 소녀. 언제나 기대를 뛰어 넘는 위업을 달성해온 그녀였다. 벌써 어린 나이에 2개의 박사학위와 의학 박사학위를 땄다. 이대로만 쭉 학업에 매진한다면 40대에 들어 학계에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공로로 국가에서 표창을 받을 지도 모를 터였다. 트와일라잇은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일에 발목을 붙들릴 여유 따윈 없었다.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트와일라잇은 거대한 차고 쪽으로 걸어갔다. 


    두 개의 차를 격납할 공간과 작업 공간을 제외해도 여분의 공간이 충분히 남는, 차 가진 여느 가족들이 꿈에나 그릴 법한 그런 차고였다. 발티모어의 트와일라잇의 원래 살았던 집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리고 샤이닝 아머는 차고의 작업 공간을 이곳에서의 연구실로 쓰도록 트와일라잇에게 빌려주었다.


    지금 당장은 아직 정리가 안 돼 어지러이 놓여있는 상자들과 문서들뿐이었지만, 정리만 해놓는다면 꽤 괜찮아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모자란 게 많았다. 탁자 몇 개랑 여러 거대한 실험 기구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필요가 있었다. 여러 군대에서 협찬을 받는 곳이 있었으므로 가격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수고를 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트와일라잇은 들고 있는 자료를 마지막 장까지 읽어보며 검토했다. 안경 없이 보려니 약간 눈이 피곤했지만, 이만 한 거리의 글자도 안 보일 정도로 눈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자. 저번의 실험 결과도 충분히 검토했으니 이젠 나갈 준비를 할 차례였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식사도 하고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했다. 잠옷을 입은 채로 외출할 수는 없었으니까.


    최근 트와일라잇의 관심을 끌고 있는 캔틀롯 지방의 초자연적 이상 현상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일단 사회적으로 적극적일 필요가 있었다. 캔틀롯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랑 직접 만나 이상 현상에 대한 취조를 하면 연구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더 쉬워질 테니 말이다. 물론 트와일라잇은 그리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여러 종류의 책을 보면서 관계심리학과 심문, 취조 기술들을 섭렵해두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가족들이 꾸준히 잔소리해왔던 걸 이제 들어줄 때가 왔다. 바야흐르 친구를 사귀어볼 시간이었다.


    ---------------------------------------------------------------------------------



    "하모. 응. 아니, 아니, 몬 말하는지는 알겠는데.. 음..... 해서 모?"


    애플잭은 휴대폰을 쓰레기통에 내다버리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고 있었다. 래리티의 전화였다. 래리티는 장래의 사업 계획이나 옷들 이야기와 같은, 애플잭이 관심도 없는 여러 가지 주제를 지루하게 떠들고 있었다. 래리티의 그런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사람은 보통 플러터샤이였지만, 오늘은 래리티가 무슨 관용을 베풀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애플잭을 붙잡고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애플잭은 슬쩍 앱을 한두 개 켜 둘까 생각했다. 그러면 배터리도 빨리 닮을 테고 이 통화도 끝나버릴 테니까...


    "아니, 걘 그란게 아이고, 네가 - 앗!?"


    무언가가 애플잭의 뒤에 부딪혔다.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은 허공을 날아 잔디밭 위에 떨어졌다. 지루한 통화를 끝낼 만한 핑계거리는 생겨서 다행이지만, 혹시나 폰이 부서지지는 않았을지...


    "어머나. 미안. 괜찮아?"


    귀에 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진심이 별로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본 애플잭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넘어진 채로 애플잭을 미안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트와일라잇 스파클이였기 때문이었다.  


    "아... 니.. 니는 괜찮나?"


    애플잭은 황급히 트와일라잇에게 손을 뻗었다. 무언가 이치에 맞지 않았다. 왜 트와일라잇은 온다는 말도 없이 인간 세상을 불쑥 방문한 걸까? 그것도 한창 마을 축제가 한창인 이 때?


    "미안. 내가 가끔 덜렁거릴 때가 있거든.. 헤.."


    트와일라잇은 얼굴 가득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트와일라잇의 어조가 어쩐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애플잭은 떨쳐낼 수가 없었다. 대본을 그대로 국어책처럼 읽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더 이상한 건 저 트와일라잇은 애플잭을 완전히 처음 보는 사람처럼 취급중이라는 거였다. 무슨 일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좋은 일이 아니란 것은 확실해보였다.


    "모... 괘안타. 전화 받느라 내 쫌 정신을 딴 데다 팔았다카이."


    트와일라잇은 어색하게 웃으며 애플잭의 손을 잡았다. 그 때 애플잭은 트와일라잇의 왼손에 붕대가 감겨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내 이름은 트와일라잇 스파클 이라고 해. 이 마을에 새로 이사 와서 아는 사람도 없고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네. 오늘 이 근방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지리 좀 익힐 겸 와봤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또 너무 넓기까지 해서 정신이 좀 없었나보다."


    "내는 애플잭이다. 만나서 반갑다카이,"


    애플잭은 트와일라잇의 손을 잡고 세차게 흔들었다.


    "트와일라잇이라 캤지? 닌 어데서 왔노?"


    "발티모어 출신이야. 지난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잠시 여기에 사는 내 오빠랑, 올케언니랑 같이 살고 있어. 이 근방 경치 구경도 하고, 가족들이랑 오붓한 시간도 좀 가져볼까 해서."


    애플잭은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나이도 얼마 차이 안 나 보이는데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그리고 전에 본 트와일라잇과는 달리 이 트와일라잇은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머리에 그 머리를 빵모양으로 묶고 있었고, 큼지막한 뿔테 안경까지 끼고 있었다. 이 트와일라잇이 누구건 간에 전에 애플잭이 알던 그 트와일라잇과는 다른 사람임이 분명했다. 전에 핑키가 똑같이 개를 한 마리 데리고 다니는 트와일라잇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으니, 저 트와일라잇은 아마도 핑키가 말한 그 트와일라잇이 분명할 것이다. 무슨 마법 세계의 포니 공주 같은 게 아닌...


    어쨌든 트와일라잇을 두 명이나 만나게 된 것은 기묘한 일이였고, 특히나 저 트와일라잇은 어쩐지 수상해보였다. 애플잭은 조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저..."


    트와일라잇은 시선을 내린 뒤 입술을 깨물고 뒷깍지를 끼며 우물쭈물 한 쪽 다리로 땅을 긁적거렸다.


    "내가 지금 길을 잃어서 그러는데, 여기 근처를 좀 소개시켜주면 안될까? 귀찮게 굴어서 미안." 


    애플잭은 눈을 비비고 콧등을 살짝 긁적거렸다. 지금 저걸 곤란에 빠진 여자 시늉이라고 하는 건가? 래리티가 저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면서 훈수를 둘 법한 그런 연기였다. 아차.. 래리티 하니까 떠오르는데...


    "하모, 동네 인심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기라."


    애플잭은 땅에 떨어진 전화기를 주워들었다. 수화기에서 래리티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애플잭은 그냥 음량 버튼을 낮춰버렸다.


    "우와. 고마워."


    트와일라잇은 애플잭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음... 혹시 캔틀롯 고등학교 다녀?"


    "하모."


    애플잭은 고개를 끄덕이고 근처에 있는 가판대를 가리켰다.


    "잠만 전화좀 하고 올 테니 여서 쫌만 기달리도. 여그가 울 오빠 노점인데, 내 오빠한테 애플 프리터 하나 주라고 하께, 아. 오빠야! 야는 트와일라잇이라고 칸다. 마을에 첨 왔대서 내가 주변좀 소개시켜주고 있다카이. 글믄 잠만 부탁할게"


    빅 맥은 가판대 뒤에 앉아 둘을 잠시 훑어보더니 설마 하는 눈빛으로 애플잭을 쳐다보았다.


    애플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빅 맥은 어께를 으쓱했다.


    "하모."


    과묵한 사람치곤, 빅 맥 오빠랑 의사소통하는 건 간혹 쉬울 때가 있었다.


    애플잭은 축제의 한 복판을 벗어나 덜 시끄러운 곳 까지 발걸음을 옮긴 후, 휴대폰의 음량을 다시 올렸다.


    "애플잭? 애플잭!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무슨 일이야 방금? 트와일라잇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듣고 있다. 아까 자빠져서 휴대폰을 콱 떨궜다카이... 그리고 니 말 맞다. 아까 트와일라잇이랑 만나긴 했는데.... 본나.. 좀 큰일이 생긴 것 같다."


    "뭐라고?! 어머나..."


    래리티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큰일인데? 혹시 또 세상이 망할 정도로 큰 일이 생긴 거야?"


    "것까진 잘 모르겠는데...."


    애플잭은 뒤로 살짝 고개를 돌려 트와일라잇을 훑어보았다. 커다란 애플 프리터를 이리 저리 분석하듯 살피고 있었다.


    "내 생각엔 저 트와일라잇은 아마도 우리가 알던 포니 공주가 아이라, 원래 우리 세상에서 살던 인간 트와일라잇인 것 같다. 오늘 내랑 뜬금없이 부딪혔는데, 지 말론 여기로 이사 왔다 캐서 지금 마을 쫌 구경시켜주고 있거든. 근데 행동거지도 어색하고 아까 내랑 부딫힌것도 일부로 부딪힌 것 같고 암만 해도 쫌 수상쩍다 아이가?"


    "좀... 괴상하네.. 네 말대로 약간 수상하기도 하고.."


    전화기 너머로 래리티가 손가락을 탁자에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애플잭은 다시 트와일라잇을 쳐다보았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소녀처럼 보였다. 물론 아까 수상한 행동을 하긴 했지만, 저 트와일라잇이 포니 세계의 트와일라잇의 인간 세계 버전이라면 어쩌면 성격도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애플잭의 뇌리를 스쳤다.


    "...일단은 좀 어울려보는게 낫겠다 싶은데.. 일단 차차 갸가 어떤 아인지부텀 알아보고 난 후에 괜찮은 아다 싶으믄 전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는게 좋긋지.. 뜬금없이 '마, 전에 우리 학교에 니랑 똑같이 생긴 아가 똑같은 이름 달고 울 학교에 왔다 아이가.' 라고 말하는 것보단 나을 끼다.."


    "일리 있는 생각이야. 일단 난 친구들을 모아볼게. 넌 거기서 트와일라잇에게 축제 구경 시켜주고 있어. 그럼 슈가큐브 코너에서 몇 시간 뒤에 만나. 그리고 상황이 좀.... 그러니까,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전화하구."


    "알았다. 이따 보자.


    애플잭은 전화를 끊었다. 화면이 암전되자 액정에 금이 간 게 뚜렷이 보여 애플잭은 얼굴을 찌푸렸다. 


    나쁜 일이 일어날 징조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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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먄타. 오래 기다렸지? 글믄 어대부터 소개시켜줄까?"


    애플잭은 트와일라잇에게 돌아오며 짐짓 활기찬 목소리로 물었다.


    "음.. 일단 축제 회장 근처부터 돌아보는 게 좋겠다."


    절반가량 남은 애플 프리터를 종이로 싸며 트와일라잇이 대답했다. 생각보다 엄청난 양이었다.


    계획이 너무 잘 흘러가는 것 같아 트와일라잇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물론 그 누구도 아닌 트와일라잇이 직접 짠 계획이니 잘 흘러가야 마땅하겠지만, 그래도 당초에 쓸 만한 정보를 얻으려면 여러 사람을 거쳐봐야겠다고 예상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이 마을 사람들은 꽤 친절한 것 같았다. 주변을 지나가는 (캔틀롯 고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추정돼는)학생들이 트와일라잇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걸로 유추해 볼 때 말이다. 발티모어의 집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말이다.."


    군중 사이를 해치며 애플잭이 말을 꺼냈다.


    "졸업을 빨리했다고 했었제? 내는 첨에 니가 열로 전학 오는 줄 알았더랬다."


    트와일라잇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으나 곧 다시 표정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분명 캔틀롯 고교는 학술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곳이긴 했지만, 캔틀롯 고교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은.. 글쎄... 트와일라잇 입장에서는 '겨우' 평균적인 고등학교 수준밖에 안 된다고 감히 단언할만했다.


    "고등학교 과정이야 16살에 학교 수석으로 다 수료했는데 굳이 전학 올 필요는 없지. 이미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 수속도 다 해 놨긴 한데, 음... 일단 18살까지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낼 생각이야. 그래서 지금 독립 연구 프로젝트를 하나 계획하고 있어."


    감탄스럽다는 듯, 애플잭은 휘파람을 한 번 불고 모자를 벗어 눈썹 쪽을 닦았다.


    "화... 억수로 대단하구마. 완전 우등생중 우등생이네." 


    친구 만드는 거 생각보다 쉬운 일이였군. 책에서 사회생활 못 배운다고 누가 그랬어?


    어느 정도 친밀해진 것 같고 하니 이제 미끼용 질문을 던질 시간이었다.


    "캔틀롯 고등학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애플잭은 어께를 으쓱거렸다.


    "..괘안은 핵교다. 모 다른 핵교랑도 별 차이 없고.. 니처럼 하버드 가는 아들은 몇 없지만 말이다."


    "그래..."


    성실하게 답변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건 약간 판에 박힌 듯한 답변이군. 트와일라잇은 생각했다.


    "요사이 저 학교에 관한 희한한 소문을 들었는데.."


    "희...희한한 소문이라꼬? 허.. 학교마다 그런 소문 한두 개쯤 있지 않나? 괴담이라든가.. 몬가 해서..."


    트와일라잇은 입을 앙다물었다. 쟤 지금 답변을 회피한 걸까, 아니면 진짜로 모르는 걸까? 어쩌면 보통 학생들에게 질문해서 답변을 금방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내 실수였는지도..


    "자..잠깐. 트와일라잇. 저기 좀 본나!"


    애플잭이 갑자기 트와일라잇의 손목을 부여잡고 축제 행사장 쪽을 가리켰다.


    "같이 관람차 함 타자! 주위 돌아보기엔 그것 만한 게 없는 기라!"


    트와일라의 얼굴이 바짝 굳었다. 해쓱해지기까지 했다. 우라질... 평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저기... 나..."


    트와일라잇은 말을 머뭇거렸다. 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핥으며, 마른 침을 삼켰다.


    "높은 곳은... 싫어해서..."


    애플잭은 잠시 '어라' 하는 눈빛으로 트와일라잇을 살피더니 곧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께를 으쓱거렸다.


    "그럼 대신 스키볼 하러 갈 끄나?"


    "??....왜 그렇게 쉽게 납득하는 거야? 그런 거 별거 아니라고 날 끌고 갈 생각도 없어? 이유도 안 궁금해?"


    애플잭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마다 무서워하는 게 몇 개쯤은 있기 마련인데, 내가 와 오지랖 넓게 거기 참견하긋나? 글고 이유는 내사 별로 캐묻고 싶은 맘도 읎다. 사연이 있으니까 그리 됐긋지. 니가 직접 말해준다면 그때는 또 다른 얘기지만...." 


    트와일라잇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런 상황엔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감이 안 잡혔던 것이다. 여기 있는 애플잭이란 소녀는 뭐랄까.. 자신에게 엄청나게 친근하게 굴고 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 말이다.... 최소한 트와일라잇이 관찰하기로는 그래보였다. 인간 관계학에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저 아마추어식의 예측만 할 뿐이었지만.


    "...고마워.."


    트와일라잇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얼굴이 빨개져 오는 걸 숨기기가 힘들었다.


    "아우, 모 고마워하기까지 하노?"


    애플잭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대 팍 하고 있그라. 이래봬도 내가 좀 손힘이 세-"


    그 순간 누군가가 트와일라잇과 부딪혔다. 그 바람에 트와일라잇은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트와일라잇은 다친 쪽 손으로 땅을 짚었다. 충격의 아픔과 상처의 쓰라림이 동시에 몰려와 트와일라잇은 몸을 바로 일으킬 수가 없었다.


    "망할!.."


    욕지거리를 뱉으며 트와일라잇은 흐트러진 안경을 바로잡았다. 아까 애플잭에게 일부로 부딪힐 때는 냉정하게 계산을 해서 큰 타격이 없을 정도로 넘어지기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무심결에 부딪힌 거였으므로 미처 안전한 착지를 계획할 여유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신ㄱ....."


    트와일라잇은 눈에 불을 켜고 말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보았다. 푸른색의 삐죽삐죽한 머리를 한 키 큰 미남형 남자가 놀란 눈으로 트와일라잇을 내려 보고 있었다.


    "우와..."


    남자의 얼굴은 점점 상기되어가고 있었다.


    "진짜 왔었구나. 트와이-"


    "트와일라잇!"


    그 순간 애플잭이 둘 사이에 갑자기 뛰어들어 팔꿈치로 남자를 옆으로 밀어냈다. 약간 힘이 들어갔던 모양인지, 남자는 신음소리를 내며 옆으로 물러났다.


    "어.. 인사해라. 야는 발티모어에서 온 트와일라잇이라고 칸다. 그리고 트와일라잇. 야는 플래쉬 센트리라고 칸다. 서로 인사들 하그레이."


    애플잭은 플래쉬 센트리를 곁눈으로 째려보았다. 센트리 입장에선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트와일라잇은 끙 소리를 내며 일어나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고, 다친 쪽 손가락을 꼼지락거려 보았다.


    ".....방금 뭐야?"


    플래쉬 센트리는 트와일라잇을 쳐다보며 약간 얼빠진 미소를 지었다.


    "만날 때마다 서로 부딪히고 그러네. 무슨 인연인지는 몰라..... 잠깐... 너 피나?!"


    센트리는 대뜸 트와일라잇의 붕대 감은 손을 쥐고 살피기 시작했다. 가운데손가락 쪽의 붕대가 약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까 넘어진 바람에 상처가 벌어진 듯 했다.


    "미..미안. 내가 너무 세게 부딪혔나? 당장 치료받으러 가야-" 


    "저리 갓! 손 안 치워?!"


    트와일라잇은 손을 빼며 센트리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분명 이건 이상한 상황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술렁거리면서 이쪽을 보기 시작했다.


    저 변태가 날 보고 방금 뭐라는 거야? 플래쉬 센트리라고 불렸던 저 남자는 애플잭이랑 아는 사이인 것 같지만, 그래도 이게 지금의 해괴함을 덜어주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플래쉬는 트와일라잇을 보며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어쩐지 상처 받은 얼굴이었다.


    "트와일라잇.. 저기-"


    "여- 거기 바람둥이 아재요. 잠만 나 좀 보자."


    애플잭은 플래쉬 센트리의 귓등을 꼬집고 구석으로 끌고 갔다. 트와일라잇은 먼발치에서 저 둘이 낮은 목소리로 몰래 이야기를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긴 힘들었지만, 두 사람이 계속 자기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뭔가 중요한 대화임은 틀림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트와일라잇은 팔짱을 꼈다. 속이 쓰려왔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싶었다. 모든 게 너무나 이상해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트와일라잇은 여기에서 일어난 이상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서 온 거였다. 이것도 아마 그 이상 현상의 징조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밝혀낼 수 있는 캔틀롯 학교를 둘러싼 수수께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뭐가 어찌됐든, 약간의 차질이 있다는 이유로 트와일라잇은 조사를 그만 둘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아.. 미안타."


    애플잭은 트와일라잇 쪽으로 다시 걸어왔다. 플래쉬 센트리는 침울한 표정으로 그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다.


    "점마는 첨보는 여자만 있으믄 함 부딪혀보는 습관이 있는 아거든. 아. 오해는 마라. 이래봬도 꽤 착한 아긴 한데. 좀 함부로 달라드는 구석이 있어서 그게 문제다카이."


    트와일라잇은  얼굴을 찌푸리며 적당한 대답을 생각해내고 있었다. 곧,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 어색하게 웃으며 트와일라잇은 입을 열었다.


    "아.. 괜찮아. 그냥 내가 정신을 팔고 있다 그런 건데 뭐..."


    애플잭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트와일라잇을 노려봤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나저나 니 손, 어떻게 된 기고?"


    트와일라잇은 다른 손으로 다친 손을 살짝 쥐어보았다. 여전히 아프긴 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별 것 아냐. 아침에 깨진 유리에 손을 좀 베였거든. 손가락은 마치 이마와도 같은 부위야. 두 부위 다 모세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어서 다치면 쉽게 엉망이 되곤 하지만, 깊게만 안 다치면 별 문제가 없는 곳이거든."


    "그...그래?"


    애플잭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과학...스런 일을 하다가 비커라도 깨묵은기가?"


    트와일라잇은 인상을 살짝 구겼다. 과학 스런 일이라... 그렇게 둘러대는 편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하는 것보단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그런 거지 뭐. 스키볼이나 하러 가지 않을래? 미리 말해두는데, 나 그거 잘 못해."


    애플잭은 히죽 웃으며 몸을 풀었다. 트와일라잇은 애플잭의 잘 발달된 근육을 보고 속으로 탄성을 냈다.


    "걱정 붙들어 매라. 내가 바로 3관왕 아이가! 내를 이길 수 있는 건 이 근방에선 레인보우 대쉬라는 아 뿐이다. 거그서 1등상으로 큰 봉제인형 하날 주거든. 딱 봐 놔라. 내가 그거 따다 주께."


    큰 봉제인형? 트와일라잇이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범한 소녀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에는 딱 좋을 것 같았다.


    "응. 좋네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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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췌한 표정으로 트와일라잇은 레스토랑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한 쪽 팔에는 애플잭이 결국 따다 준 거대한 보라색 조랑말 봉제인형을 들고 있었다.


    축제에서 노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었다. 앞에 보이는 시골뜨기 소녀에게 고의로 부딪히기로 한 게 천운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애플잭은 정말 이상적인 가이드였다. 트와일라잇이 축제 구경과, 냄새, 놀잇거리에 정신없이 빠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애플잭이 다른 친구들에게 트와일라잇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한때 트와일라잇은 순순히 응낙했다. 캔틀롯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실마리에 더 가까워지는 셈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목덜미를 타고 땀 한 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억지로 웃느라 턱은 점점 아려왔다. 주변을 에워싼 다섯 명의 눈치를 살피느라 눈은 계속 돌아가고 쉴 틈이 없었다.


    애플잭, 핑키 파이, 래리티, 플러터샤이, 레인보우 대쉬. 만나자마자 모두들 순식간에 자기소개를 끝냈다. 다들 첫인상은 친밀해보이고 괜찮았지만, 어쩐지 그 친밀함 속엔 미심쩍은 구석이 없지 않아 있었다. 만난 지 5분밖에 안 되었는데도 이미 트와일라잇에 관한 무언가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혹시애완동물있어?강아지라던가."


    묵묵히 있던 플러터샤이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트와일라잇은 쟤가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잠시 따져보다가 곧 대답했다.


    "응. 이름은 스파이크. 우수한 견종은 아니지만, 사랑스럽고 충성스러운... 음.. 그냥 평범한 강아지지.. 헤..."


    "아우~ 한번 보고 싶다..."


    트와일라잇이 그 말에 대답하기 직전, 핑키 파이가 한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나 전에 너 본 적 있다!"


    "핑키, 마! 아까 말 하지 않았나!"


    애플잭이 핑키 파이를 째려보며 주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니까, 1년 전에 이 마을에서 쟤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구. 그때 개 데리고 산책중이였지?"


    그러자 애플잭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트와일라잇을 쳐다보았다.


    "니 이 마을에는 첨 왔다고 안했나?"


    망할.. 물론 트와일라잇이 한 말은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자잘하게 신용을 잃게 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 말은... 여기로 아주 이사 온 건 처음이라고... 1년 전 그때는 이 마을로 분가한 오빠 집에 명절이라고 들르기만 한 거라서.. 그 때 아마 본 걸 거야.. 하하.."


    레인보우 대쉬는 콧방귀를 뀌고 어이없다는 듯 눈을 굴렸다. 


    그런 대쉬를 곁눈질로 쏘아보며 래리티는 황급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그럼 우리 마을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고등학교는 벌써 졸업했다면서? 애플잭이 말해주던데, 정말 그 나이에 대단한걸."


    "독립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야. 대학 입학 전에 논문을 하나 발표해두면 그 곳에서의 내 입지도 확고해 질 테고, 그러면 미래의 경력이나 활동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테니까."


    "어머나!"


    래리티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야망과 열정이 넘치는 여성이라, 멋진걸! 동경하고 싶네."


    래리티의 칭찬에 트와일라잇의 두 얼굴이 살짝 불그스름해졌다. 자신감도 약간 붙는 것 같았다.


    "고마워. 이쪽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거든. 그리고 그것만큼이나 그 분에 대한 확고한 권위나 업적 또한 필요하고.. 과학자도 결국엔 인간이야.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일류의 반열에 올라가기 위해선 사람을 끄는 타고난 매력이나, 혹은 그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법이고."


    래리티는 활짝 웃으며 말을 받았다.


    "어쩜, 우리 진짜 좋은 친구가 되겠는걸? 나도 일류가 되는 방법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데.."


    "잘도 그러겠다. 나 참.."


    레인보우 대쉬가 투덜거리며 끼어들었다.


    "'야망'이니 '일류'타령이니 안 어울려 죽겠구만... 미안한데, 내가 생각하기엔 이거 진짜 헛짓거리인거 같다."


    트와일라잇은 레인보우 대쉬를 노려보았다.


    "미안한데, 너 내게 무슨 유감이라도 있어?"


    "레인보우. 니 지금 몬 소리를 한 기가? 니 신경 긁는다고 남에게 그리 면박을 줘도 된다고 누가 그러드나?"

     

    애플잭이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대쉬야아~ 너무 그러지망~ 기회를 한번 주라구!"


    대쉬와 팔짱을 끼며 어르듯 핑키가 말했지만, 대쉬는 팔을 홱 빼고 고개를 돌리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니들 맘대로 해라."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애플잭은 모자를 벗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저... 트와일라잇. 미안타. 오늘 저 가스나가 꿈자리가 영 사나웠나 부네. 금방 기분 풀 끼다."


    트와일라잇은 속이 답답했다. 분명히 자기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데,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


    일단 무덤덤한 어조로 트와일라잇은 대답했다. 


    "음... 궁금한 게 있는데.. 정확히 무슨 연구를 하는 거야?"


    플러터샤이의 질문이었다.


    평소대로라면 그야말로 대답하기 쉬운 화제였을 터였다. 트와일라잇은 지금까지 자기가 여기 온 진짜 이유를 얼버무리며 감춰왔지만, 여기 캔틀롯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서 정보를 얻으려면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은 어쩐지 본 목적을 털어놓기가 영 꺼림칙했다. 아마도 진실을 캐내려는 사람이 죽거나 혹은 심하게 다치는 스릴러 영화 같은 걸 너무 많이 본 모양이었다. 그냥 질문하는 게 별 해가 될 일도 없을 테고, 분명 이 중 하나는 해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트와일라잇은 손가방에서 폴더 하나를 꺼내 식탁 위에 올린 뒤 펼쳐보였다. 


    "이거. 알아볼 수 있겠어?"


    핑키 파이가 번뜩 손을 들었다.


    "알겠다! 삐툴빠툴하게 잔~뜩 그려진 줄들! 맞지?"


    다들 싸늘한 눈빛으로 핑키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핑키 파이는 트와일라잇의 양 어께를 덥석 붙잡고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트와일라잇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너 혹시, 완전 새로운 타입의 롤러코스터를 설계중인거야!? 제발 그렇다고 해 주라!"


    자꾸 달라붙는 게 부담스러워 트와일라잇은 뒤로 몸을 뺐다. 애플잭은 분위기를 읽고 핑키 파이를 뒤로 잡아당겼고, 트와일라잇은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아니. 어... 그런 건 아니고... 내가 발티모어에 있을 때 수많은 고가의 고성능 최첨단 장비와 감지기를 내 실험실에 두고 있었거든. 그런데 지난 가을 경에 그 장비들이 갑자기 단체로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이상 작동을 했었지. 무슨 일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다들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어. 문제의 진원지로 바로 이 곳 근방에 있는 캔틀롯 고등학교를 지목했다는 거야. 지금 너희들이 보고 있는 도표는 바로 그 기계들에게서 나온 도표고." 


    다섯 명의 소녀들은 서로 당혹스러운 시선을 교환했고, 트와일라잇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최근 몇 달 전, 또 한 번 이상 작동이 일어났고, 또 한 번 비슷한 통계를 얻었지. 이번엔 수치가 약간 다르게 나오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게 내가 여기 온 이유야. 순수 과학적 관점으로는 조사 진전에 한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직접 현장 검증을 하러 왔지. 되도록이면 캔틀롯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한테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은걸?"


    "어.. 그게...."


    애플잭은 안절부절 주변을 둘러보며 우물쭈물 거렸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네 명 모두 트와일라잇이 꺼낸 이야기를 별로 달가워하진 않는 눈치였다. 제대로 찔렀군.. 


    트와일라잇은 씨익 웃으며 양 팔꿈치를 식탁 위에 올리고 깍지를 낀 손 위에 턱을 기댔다.


    "너희들. 뭔가 알고 있구나? 그렇지?"


    레인보우 대쉬가 볼멘소리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까 말 했잖냐, 쟤는 우정엔 관심도 없다고.."


    "조용."


    래리티는 레인보우 대쉬를 만류했고, 애플잭인 긴 한숨을 뱉고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하아... 나중에 말해줄라캤는데..."


    애플잭은 식탁 아래에 손을 넣고 트와일라잇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본나. 설명하자믄 꽤 사연이 길다. 게다가 워낙 또 허튼소리 같아서 니가 듣고 싶어 할 부류의 이야기도 아닐 끼다. 막 지금까지 니가 알고 있던 상식을 송두리째 흔들어 삐는 그런 이야기라고. 그래도 알고 싶으믄, 내 정직하게 이야기는 해 주겠다만 서두.. 책임은 못 진다. 알긋나?"


    트와일라잇은 코웃음을 쳤다. 트와일라잇의 안경이 카페의 창문으로 넘어오는 햇빛을 받아 하얗게 번뜩였다.


    "현 상황의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과학자로서의 자격미달이지. 날 걱정해줄 필요는 없어. 뭐든 증거가 있다면 난 그걸 기꺼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니까. 아 그리고 너희들 나름의 관점이 있다면 그것도 이야기해주도록 해. 약간 편향되어있다 할지라도 나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애플잭은 의자 등받이에 푹 몸을 기대며, 잠시 막막한 듯 천장을 올려보았다.


    "으으.. 이걸 워디부텀 설명해야 돼나..."  


    래리티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빈 잔을 쥐고 있는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흠... 음료수를 새로 시켜야겠네. 오래 여기 앉아있어야 될 것 같으니까..."


    "그으래? 그럼 나 충격적 발언이 나올 때마다 풉! 하고 뿜는 개그 해도 돼?"


    라고 말하며 핑키 파이는 마지막 남은 밀크쉐이크를 끝까지 들이마셨다.


    "핑키 너.. 또 나한테 우유를 뱉었다간 봐라..."


    레인보우 대쉬가 핑키를 째려보며 단단히 경고했다.


    애플잭은 트와일라잇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저...근데.... 한명이 아직 안 왔거든. 우리... 그러니까-"


    "우리 조직원?"


    핑키 파이가 알 것 같다는 투로 말을 거들었다. 애플잭은 잠깐 얼굴을 찌푸렸지만, 될 대로 되라는 듯 어께를 으쓱거렸다.


    "....조직... 그래.. 걔가 좀 늦는데.. 그래도 한 몇분이믄 여기 올 끼다. 쫌만 기다려 줄 수 있긋나? 걔가 짐 니가 냄새를 맡고 온 그 사건이 일어난 동기를 제공한 아라서, 걔 빼놓고 설명하기는 쫌 어렵다카이." 


    애플잭이 말을 마치자마자 근처에서 오토바이가 우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 엔진 꺼지는 소리가 들렸고 바깥은 잠잠해졌다.


    "우와! 귀신 마귀가 따로 없네. 말하자마자 딱 왔어!"


    핑키 파이는 빨대를 구부려 악마의 뿔 형상을 만들어 이마에다가 가져다 댔다.


    "하아.. 핑키... 아무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렇지, 아직까지 걔를 마귀라고 부르는 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래리티가 핑키 파이를 나무라자 핑키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빨대를 등 뒤로 놓고 태평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골치가 아픈 듯 래리티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귀신? 마귀? 희한한 미신이로군. 적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트와일라잇은 손가방에서 메모장과 펜을 꺼냈다.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도 있었지만, 트와일라잇은 손으로 종이에 직접 적는 걸 더 선호했다. 이제 수수께끼가 밝혀지는건 시간 문제- 


    "미안. 내가 좀 늦었지?"


    가게의 문이 열리고 차임벨이 울리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좀 톤이 낮아지긴 했지만 소름끼칠 정도로 귀에 익은 목소리와 억양이었다.


    이건 불가능하다. 분명 헛들었겠지.. 하지만..


    그 애는 이 주변으로 걸어왔고, 둘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시간은 얼어붙었다.


    눈앞의 그 애는 지금 트와일라잇보다 컸다. 물론 그 애는 옛날에도 트와일라잇보단 키가 컸었다. 7년이 지났는데도 그 사실은 전과 변함이 없었다. 변한 점이 있다면 과거의 10살짜리 투덜쟁이 소녀가 아닌,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한 여자가 바로 앞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멋지고, 아름답고, 보고 있노라면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윤기가 흐르는 빨간색, 노란색 조합의 머릿결은 일몰중인 태양의 빛을 받아 더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청록색 눈이었다. 트와일라잇의 손을 붙잡으며 제발 살려달라며 빌던 그 때 그 겁에 질린 소녀의 눈과 똑같이....


    선셋 쉬머......


    트와일라잇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심장은 가슴을 뚫고 나올 기세로 뛰었다.


    트와일라잇은 경련을 일으켰다. 숨이 점점 가빠져 호흡이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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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옆에서 뭐라고 말한 것 같았지만 들리지 않았다. 트와일라잇의 의식은 오로지 앞에 서 있는 비과학적인 존재에게만 쏠려있었다.


    이건 불가능했다. 설마 점점 미쳐가고 있는 건가? 나?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아냐!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없다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싶었다.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을 곳에 자신을 가둬두고 평생 나오지 않고 싶었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끝났다. 모든 게 다 무의미했다... 트와일라잇을 괴롭혀오던 악몽이 마침내 트와일라잇을 잡아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건 그냥 악몽일 뿐이다. 일어나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잠에서 깨야 한다!




    트와일라잇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이퀘걸 우정겜이 곧 나온다죠?


    984118__safe_twilight+sparkle_equestria+girls_sunset+shimmer_glare_spoiler-colon-friendship+games_friendship+games_human+twilight.png


    여기에서는 그냥 쌩판 남에 완전 적대 모드라지만, 뭐 이 팬픽은 평행세계라고 못을 박아놨으니까요. 그냥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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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26 19:43:57  123.111.***.104  베르게티거  60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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