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리야르는 포스트모던한가?-슈퍼주인이여 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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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hil_8495

작성자 : 레고맨★

추천 : 4

IP : 122.40.***.12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4/03/08 04:39:16

http://todayhumor.com/?phil_8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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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리야르는 포스트모던한가?-슈퍼주인이여 님에게

<div>댓글로 달려 했더니 그러기엔 좀 길어서... 게시판에 올립니다.</div> <div> </div> <div>우선 보드리야르를 포스트모더니즘 학자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div> <div>특히 보드리야르 스스로 자신은 절대 포스트모더니즘학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말이죠.</div> <div>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정의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div> <div>포스트모더니즘이 뭐냐고 물어보면 여기저기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겠지만... 그래서 내가 맞네 니가 틀렸네 하겠지만... </div> <div>정설이라 부를만한 것은 아직 없습니다. </div> <div>제대로 된 논의보다는 난 이게 좋아 저게 좋아 식이라 더 이상의 논의도 안되구요.</div> <div>솔직히 하나의 기준, 정의, 진리를 거부하는게 포스트모더니즘이니 기준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div> <div> </div> <div>그래도 어느정도 설명하려면 포스트모더니즘이 뭐냐부터 설명해야 하는데...</div> <div>(설명이 완벽하게는 안된다 해도 어느 정도는 해야겠지요.)</div> <div>그러려면 보드리야르 들어가기 전에 데리다부터 이야기해야 하고... 데리다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소쉬르부터 이야기해야 합니다.</div> <div>그래서 잠깐 소쉬르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div> <div> </div> <div>그는 언어(기호)가 기표와 기의로 분리되어 있다고 합니다.</div> <div>예를 여기 사과가 있다고 칩니다. 우리말로는 당연히 사과입니다.</div> <div>하지만 독일어로는 Abbitte, 프랑스어로는 pomme, 영어로는 apple, 중국어로는 苹果입니다.</div> <div>사과는 사과인데...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르게 표현됩니다.</div> <div>이때 실재의 사과를 '기의', 사과를 표현하는 말이나 그림 같은 기호, 상징들을 '기표'라 합니다.</div> <div> </div> <div>문제는 기의와 기표가 서로 연관된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div> <div>사과를 사과로 불러야 할 정당한 근거가 있을까요? 아님 Abbitte나 pomme로 불러야 할 당위적인 이유가 있을까요?</div> <div>없어요. 그 어디에도 그렇게 불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자기들끼리 사과라 부르자, Abbitte로 부르자, pomme로 부르자 정했을 뿐입니다.</div> <div>물론 이렇게 되면 도대체 사과를 사과로 불러야 할 이유가 없는데 어떻게 사과를 사과라 부르게 되었냐는 물음이 제기됩니다.</div> <div> </div> <div>여기에 대해 소쉬르는 사과가 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div> <div>무슨얘기냐... 사과를 사과로 부르는 건, 사과가 배가 아니고 감이 아니고 딸기가 아니고 포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div> <div>즉 사과는 사과이기 때문에 사과인 것이 아니라... 사과와 변별되는 다른 과일들이 있기에... </div> <div>즉 배도 아니고 감도 아니고 딸기도 아닌데... 뭐라고 부르긴 불러야 겠고... </div> <div>그래서 배도 감도 딸기도 아닌 무엇을, 즉 사과나 Abbitte를 갖다 붙였다는 겁니다.</div> <div>물론 한 번 이름이 붙었다고 그게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죠. 옛말 '미르'가 현재 '용'이 되었듯이 말이죠.</div> <div>어쨋든 그가 볼때 사과는 다른 과일과 구별되어 불리는 것이기 때문에 배가 아니고 감이 아니고 딸기가 아니라면... </div> <div>사과라 부르든, Abbitte라 부르든, pomme라 부르든 상관이 없습니다.</div> <div>그저 다른 것과 겹치거나 혼동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죠.</div> <div>결국 단어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그 단어가 다른 단어들과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그 단어의 의미가 형성된다는 의미입니다.</div> <div> </div> <div>데리다는 바로 여기에 주목합니다. </div> <div>사과를 사과로 불러야 할 정당한, 당위적인 이유가 없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본질, 원인이란게 사실 없다는 의미입니다.</div> <div>이전까지 이 세계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본질, 원인, 진실 같은게 존재하지 않는다.</div> <div>단지 단어와 단어들 사이에 구축되는 '관계'만이 존재한다고 여긴 겁니다.</div> <div>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본질이 없다.' '(원인은 모르겠고) 현상만이 존재한다.'</div> <div>(물론 '차연'이나 '해체'가 더 적합한 개념일 수 있습니다만... 그건 담에 기회될 때 설명드리겠습니다.)</div> <div> </div> <div>보드리야르를 포스트모더니즘학자라 일컫는 것은 그의 시뮬라크르 개념이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div> <div> </div> <div>시뮬라크르... 쉽게 말해.</div> <div>우린 지구에 삽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구에 산다고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전체적인 모습을 본 적은 없습니다.</div> <div>우리 눈에 보이는 건, 산과 들, 강과 바다, 푸른하늘과 하얀구름 같은 것들 뿐입니다. 지구의 모습이긴 하지만 이건 지구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div> <div>때문에 우린 지구에 대한 지도를 만듭니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걸 볼 수 있게 만드는 거죠. (이게 제1열입니다.)</div> <div>하지만 볼 수 없는 걸 볼 수 있게 만든 지도는... 그냥 지도입니다. 개략적일 뿐, 완벽하게 재현한 것은 아닙니다.</div> <div>그러면 어떻게 해야 완벽한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건 지구와 똑같은 크기에 똑같은 모습으로 지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게 제2열입니다.)</div> <div>물론 현실적으로 이러한 재현은 불가능합니다. 지구와 똑같은 지도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게 지구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div> <div>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완벽한 지도, 정밀한 지도를 만들어가면서 </div> <div>자신들이 만든 지도가 정말로 완벽한 지구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div> <div>세계지도를 보며 지구란 이렇구나, 우주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이게 지구로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div> <div>문제는 그런 지구의 모습은 지구의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지구의 일면에 불과하다는 겁니다.</div> <div>지구의 모습이긴 하지만...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div> <div>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지도나 사진을 보고 그게 지구의 모든 것이라고 착각해 버리곤 합니다. (이게 제3열입니다. 가짜를 진짜로 여기는 거죠)</div> <div>그리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지구의 이미지에 맞춰 실재의 지구마저 바꾸려 들게 됩니다.</div> <div>지구는 원래 이래야 돼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하게 되는 거죠...(그러다 뻘짓을 하게 되는데 그건 담에 얘기하죠.)</div> <div>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가 반복되면서 원본이 무엇이었는지를 완전히 잊어버린채, 시뮬라크르의 허상속에서 살게 되는 모습을 이야기합니다.</div> <div> </div> <div>암튼 보드리야르를 포스트모더니즘학자라 일컫는 것은 시뮬라크르 등의 개념이 위와 같이 본질을 거부하고 부정하기 때문입니다.</div> <div>단순무식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분명 지구에 살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지구의 모습은 세계지도 같은 가상의 지구이고,</div> <div>우린 그런 지도에 그려진 지구를 바탕으로 현실의 지구를 이해한다는 (그래서 가상이 현실을 지배한다는) 의미입니다. </div> <div>보드리야르를 포스트모더니즘학자라고 보는 것은</div> <div>결국 본질을 알 수 없다. 허구가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보드리야르와 포스트모더니즘이 비슷하다고 보는 겁니다.</div> <div>물론 저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보드리야르가 속한 후기구조주의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담에 기회되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div> <div> </div> <div>보드리야르를 'Late-capitalism'이라 부르는 것은 그가 '기호의 정치경제학비판'에서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설명하지 못한 부분...</div> <div>그러니까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도 좋고, 잉여가치도 좋은데... 왜 사람들이 교환을 하느냐... </div> <div>특히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은 왜 교환하느냐에 대한 이유를 밝혀냈기 때문입니다.</div> <div>사용가치에서 기호가치로의 전환이 그것이죠.</div> <div> </div> <div>쉽게 말해 사용가치란 제품에 쓰임새가 있는 것입니다. </div> <div>옷은 시원하든지 따듯하든지 해야 하고, 차는 빠르든지 연비가 좋든지 해야 합니다.</div> <div>제품에는 제품 고유의 기능이 있고, 그 기능이 최고로 발휘되어야 한다는 생각... 참 정직하죠?</div> <div>마르크스 시절에야 물건자체가 귀했으니 물건자체의 기능이 중요했을 겁니다.</div> <div>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능은 좀 떨어져도 다른 제품보다 예쁘거나 독특하면... 더 잘 팔립니다.</div> <div>더 튼튼하고 따스한 20만원짜리 등산복이 있는데 왜 굳이 100만원이 훌쩍 넘는 캐나다 구스를 사는 걸까?</div> <div>왜 150만원이 넘는 잠바를 사고 200만원이 넘는 가방을 사는 걸까?</div> <div>특히나 브랜드 하나 붙이고 안 붙이고에 따라... 백화점에서 파느냐 동대문에서 파느냐에 따라 물건 값이 달라지는 건 또 왜일까?</div> <div>물론 수요와 공급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가지고는 이런 현상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div> <div> </div> <div>보드리야르는 바로 그 지점을 밝혀냈던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마르크스를 극복했다고까지 말했던 거죠.)</div> <div>그는 물건에 대한 욕구, 수요가 사용가치가 아니라 기호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합니다.</div> <div>물건의 기능이나 물건에 대한 필요 때문이 아니라... 그 물건이 지니고 있는 상징(기호) 때문이라는 겁니다.</div> <div>그리고 그런 상징(기호)은 광고나 뉴스 같은 언론매체가 만들어낸다고 보죠.</div> <div>일례로 광고에선 유명연예인이 험한 산을 멋지게 오르면서 등산복의 뛰어난 기능을 보여줍니다만... 사실 일상에서는 그런 기능 필요없잖아요?</div> <div>저도 집 앞이 등산로라 토,일요일이면 등산객들 엄청 봅니다만 그분들이 무슨 고산준봉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div> <div>동네 뒷산 오르면서 뭘 그리 뻑적지근하게 입고들 오르시는지... 그거 다 남에게 꿀리지 않으려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div> <div>이건 물건의 기능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사회적 기호 때문입니다.</div> <div>자본은 이 기호를 조작함으로써 사람들의 소비욕구에 불을 지르고 있구요.</div> <div> </div> <div>포스트모더니즘 등등은 설명했으니 모더니즘은 그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div> <div>자유나 평등, 인권,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처럼 그것만이, (좀 무식하게 표현하자면) 자신만이 진리다 정의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div> <div>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를 거부하고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div> <div>자유나 평등, 인권의 개념을 그저 고리타분한 개념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div> <div>바로 이 지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구조주의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구요.</div> <div> </div> <div>암튼 도움이 되셨길 빕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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