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대학 다닐 때였어.</div> <div>시험감독들 보조해주는 알바를 뛴 적이 있었는데, 가서 문 앞에 몇 시간 서 있다 오면 되는 일이라 남는 시간에 책이나 읽으려고 도서관에 갔어.</div> <div>오래된 건물이라 쾌쾌한 책내음이 좋더군.</div> <div>서가를 둘러 보다 '헤겔의 현대적... 어쩌고 저쩌고'하는 책이 눈에 들어와 집어 들었어.</div> <div>뭐가 뭔지 몰랐지만 헤겔 유명하잖아. 보니까 책도 얇더라고...</div> <div> </div> <div>서 있는 거 말고는 딱히 할 것도 없었기에 가서 열심히 읽었어. </div> <div>알쏭달쏭한 말들이지만 뭔가 심오한 듯한 내용에 흠뻑 취했더랬지.</div> <div> </div> <div>시간이 흘러 시험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종이 울렸고,</div> <div>학생들이 시험에 대해 곱씹어 보는 동안 시험감독을 맡았던 교수가 시험장에서 나왔어.</div> <div>그리고는 책을 읽는 학생이 흥미로웠는지 나에게 말을 붙이더군.</div> <div> </div> <div>"무슨 책을 그리 열심히 보나?"</div> <div>"네. '헤겔의 현대적...'입니다.</div> <div>"요즘 대학생도 헤겔을 읽나? 자네 무슨 학과인데?" </div> <div>"네. 000학과입니다."</div> <div>"훗~ 000학과도 철학책을 읽나?"</div> <div> </div> <div>그 교수 가소롭다는 듯이 가버리더군.</div> <div>벙~~</div> <div>머 가소롭다면 가소로운 학과 다녀 죄송하다고 할 밖에... 제길!</div> <div>그가 철학과교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내가 철학과를 안다녀봐서 알 수가 있었어야지.</div> <div>하지만 왠지 교수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버렸고... 대학을 나올 때 쯤엔 확신이 되어 버렸어.</div> <div> </div> <div>그리고 지금 주변 지인들 중에 교수하고 있는 인간들 보면 이젠 공포스럽다는 생각밖에 안들어.</div> <div>텅빈 대가리와 자격지심 밖에 안남았지만... 먹여살릴 마누라와 자식새끼들 생각에 나 교수요~ 턱 치켜들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사람들...</div> <div>더 좋은데 가시라고 하고 싶지만, 측은하기도 하고...</div> <div>물론 대단하신 in서울 4년제 교수님들은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군. 머 이름값은 하고들 계시겠지.</div> <div> </div> <div>그냥 그렇다고.</div> <div>왠지 그때가 떠올라서.</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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