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div> <div> </div> <div>이성을 지니고 있다.</div> <div>손을 사용할 수 있다.</div> <div>도구를 만들 수 있다.</div> <div>죽음을 이해할 수 있다.</div> <div>예술을 창작할 수 있다.</div> <div> </div> <div>등등은 손쉬운 방법이다.</div> <div>그리고 간단한 만큼... 쉽게 반박당한다.</div> <div> </div> <div>이성을 지니고 있다. -간혹 돌고래보다 지능이 낮은 인간도 볼 수 있다.</div> <div>손을 사용할 수 있다. -원숭이도 손을 사용한다. 사고로 손이 절단된 사람은 사람이 아닌가?</div> <div>도구를 만들 수 있다. -비버는 댐도 만든다. 젓가락질도 못하는 사람 꽤 많다.</div> <div>죽음을 이해할 수 있다. -코끼리도 다른 코끼리의 죽음을 슬퍼한다. 뇌에 손상을 입으면 죽음은 커녕 똥오줌도 구별 못한다.</div> <div>예술을 창작할 수 있다. -아마존의 어느 새는 자신의 둥지를 아름답게 치장한다. 예술을 창작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인간도 많다.</div> <div> </div> <div>이를 치기어린 장난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div> <div>이들 정의가 뜻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쨋든 정의가 완벽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div> <div>사실 정의의 문제는 정의를 구성하는 문장요소, 즉 단어들에 대한 정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div> <div>예를 들어 '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에서 어디까지를 도구로 볼 것인가? </div> <div>즉 포크래인이나 삽을 도구로 볼 것인가, 등산하기 위해 집어든 나뭇가지도 도구로 볼 것인가에 따라</div> <div>침팬지가 만든 도구를 도구에 포함시킬 수도 있고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div> <div> </div> <div>이렇게 보면 정의가 문제가 아니라, 정의를 구성하는 문장요소, 즉 단어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더 큰 문제임을 알 수 있다.</div> <div>이러한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진다.</div> <div>'도구를 만들 수 있다'에서 도구를 정의하기 위해 '도구란 일에 쓰이는 여러가지 연장이다라'고 정의하면 </div> <div>다시 일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되고, '일이란 무엇을 하기 위해 몸을 쓰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게 되는 식이다. </div> <div>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구는 그게 아니네, 일은 저게 아니네, 내가 옳네 니가 옳네 하는 식으로 서로 따지고 쌈박질을 하게 되면서</div> <div>원래의 목적은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div> <div>정의란... 결국 이러한 과정에서 승리한 개념일 뿐이다.</div> <div>정의란 진리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우리의 주장, 진리에 대한 생각의 표현에 불과한 것이다.</div> <div> </div> <div>이러한 문제를 가장 날카롭게 지적한 철학자가 푸코다.</div> <div>그는 인간이 18세기에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대충 이런 뜻인데...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div> <div>물론 누군가는 인간이 18세기부터 나타났다면 그전에는 인간이 없었단 말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div> <div>하지만 이는 인간이 18세기에 뿅~ 나타났다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이 18세기부터 형성되었다는 의미다.</div> <div>인간은 몇백만년 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인간이란 이것이다. 혹은 저것이다라고 정의하게 된 것은 18세기부터라는 것이다.</div> <div> </div> <div>18세기... </div> <div>가장 대표적인 예가 헤겔이다.</div> <div>그는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통해 인간을 정의한다.</div> <div>주인은 주인이 되기를 결심했기에 주인이 되었고, 노예는 노예가 되기를 결심했기에 노예가 되었다는 말...</div> <div>이는 인간은 인간이 되기를 결심할 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div> <div>하지만 인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div> <div>인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해서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인간이 인간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까?</div> <div>그들과 다른 인간개념을 가지고 있던 동양은 그들의 개념에 비추어볼 때 인간이 아니었던 걸까?</div> <div> </div> <div>존재는 존재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div> <div>예를 들어 지금 현재의 인간 개념과 18세기 유럽의 인간개념은 매우 달랐다.</div> <div>우선 여자, 아이는 온전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흑인은 동물과 가까운 다른 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div> <div>황인종은 17세기만 해도 그들보다 우수한 환상의 종족으로 여겨졌지만, </div> <div>인도와 중국이 그들의 식민지가 되면서 매우 열등하고 미개한 종족으로 여겨지게 되었다.</div> <div>지금의 인간개념은 인종차별에 대한 수백년에 걸친 피억압자들의 저항으로 형성된 개념에 불과하다.</div> <div>그리고 미래에는 지금과 또 다른 인간개념이 형성될 것이다.</div> <div> </div> <div>인간을 완벽하게 정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div> <div>인간에게 인간은 완벽하게 정의할 수 있는 존재라기보다 </div> <div>오히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지는 존재라고 해야 할 것이다.</div> <div> </div> <div>인간을 완벽하게 정의할 수 있다는 생각... 인간의 확실성은 사실 신기루에 불과하다.</div> <div>일례로 베르그손은 기억을 통해 인간의 인간됨을 정의한다. 간단히 말해 나라는 존재는 내가 나임을 기억하기에 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div> <div>이는 인간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임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가능하기 때문이다.</div> <div>예를 들어 은하철도999의 철이는 기계인간이 되기 위해 우주를 여행하는데, 여기서 인간과 기계는 단지 단백질덩어리와 금속기계라는 차이밖에 없다.</div> <div>이는 '블레이드 러너'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생각할 수 있기에 스스로를 인간으로 여긴다.</div> <div>기억이라는 기준에 부합한다면, 이들은 인간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div> <div>하지만 당신은 이러한 범주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div> <div>사실 로봇에 대한 불안은 (프랑켄슈타인 이후) 인간이 인간보다 강력한 존재를 만들어내고 그들에게 지배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나왔다.</div> <div>인간에 대한 기준 때문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불안이 이들을 비인간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div> <div>이들을 로봇으로 정의할 것인가 인간으로 정의할 것인가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div> <div>이들을 보는 우리의 관점,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div> <div>이들을 보는 우리의 관점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주기 때문, 즉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해 주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하나의 기준이나 정의만으로 인간을 규정하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div> <div>혹 그 내적 체계만으로 규정하려는 것도 의미없기는 마찬가지다.</div> <div>'공각기동대'는 베르그손과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div> <div>기억이 나의 나됨을 증명해 준다고? 그럼 기억이 조작되면 나의 나됨은 어떻게 될까?</div> <div>주인공 쿠사나기는 자신을 인격체로 주장하며 망명을 허락해주길 요청하는 인공지능을 쫓는 과정에서</div> <div>인공지능에 의해 기억이 조작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div> <div>자신의 기억을 조작당한 그들은 과연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div> <div>인공지능은 자신을 인격체로 주장하지만, 공각기동대는 그를 인간이나 프로그램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길 거부한다.</div> <div>그는 새로운 존재, 새로운 현상일 뿐이다.</div> <div>굳이 이들에 대해 인간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것이 중요할까?</div> <div> </div> <div>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이, 존재는 존재고 개념은 개념일 뿐이다.</div> <div>지금 인간과 비인간에 대한 구별을 논하지만... </div> <div>만약 오늘 갑자기 외계생명체가 우주선을 타고 나타났다고 치자.</div> <div>그들은 문어대가리에 곤충의 다리를 하고 있으며, 이성대신 감성으로 소통한다고 치자.</div> <div>그들을 보면서 그들이 인간인가 비인간인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할까? 그들을 새로운 종으로 분류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까?</div> <div>인간과 다른 존재들을 향해 이성이 있네 없네, 손이 있네 없네를 따질 수 있을까?</div> <div>그들에게 인간의 기준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인간과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div> <div>인간의 언어체계 내에서 이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분석이 현실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div> <div>오히려 이러한 분석은 현실에 대한 오해를 정당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div> <div>손이 없으니 인간이 아니고, 문어대가리이니 어류이며, 따라서 같은 인격체로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게 해준다.</div> <div>마치 흑인은 인간이 아니고 유대인은 사라져야 할 인종이라고 말했듯이 말이다.</div> <div>존재에 대한 정의는 기준의 문제이고, 기준은 내가 어디에 있느냐, 어떻게 보느냐, 즉 내 관점이 어떤가에 따라 달라진다.</div> <div>원뿔의 바닥을 보면 원이 보이고 옆면을 보면 삼각형이 보인다.</div> <div>그리고 인간의 눈은 그 둘을 원론적으로는 동시에 볼 수 없다. 사선으로 보면 둘 다 보이겠지만, 원형 그대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div> <div>결국 이 둘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동원해야 하고, 상상을 동원하면, 이 상상, 즉 이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현실에 맡길 수밖에 없다.</div> <div> </div> <div>인간에 대한 정의는 허구에 불과하다.</div> <div>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다. 인간이 스스로 언어에 기대어 자신을 설명하려드는 것이다.</div> <div>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인간을 정의한다. 이때 언어는 언어의 한계 내에서 인간을 정의하게 된다.</div> <div>예를 들어 내가 정오에 햇빛을 받으며 '햇빛이 따사롭다'고 말하면 누군가는 '햇빛이 따사롭군'하고 생각할 것이다.</div> <div>나는 언어를 사용해 그에게 나의 경험을 성공적으로 전달한 것이다.</div> <div>하지만 '햇빛이 따사롭다'는 말이 그 순간의 바람, 향기,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div> <div>결국 어느 정도는 성공했지만, 또 어느 정도는 실패한 셈이다.</div> <div> </div> <div>이는 언어와 현실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언어와 언어 사이에도 나타난다.</div> <div>한국어의 높임말이나 스페인의 성관사처럼 언어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div> <div>바람에 스치운다는 말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보라. 그 느낌이 완벽하게 제현되겠는가?</div> <div>언어는 각자 자신만의 표현가능성을 지니고 자신의 체계, 그 한계 내에서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div> <div>결국 인간이 언어를 통해 세계를 정의하는 한, 세계에 대한 정의는 언어의 표현가능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만다.</div> <div>그럼 그 정의가 옳다고 할 수 있을까.</div> <div> </div> <div>정의, 논리... 하지만 그 안에서만 맴돌다보면... 데리다처럼 그 스스로 이중구속에 빠지고 만다. 현실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div> <div>우리는 정의를, 논리를 따지기전에 과연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기 위해 정의를 따지고 논리를 따지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div> <div>오직 그러한 반성만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하고 깨닫게 해줄 것이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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