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철학은 언어를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div> <div>때문에 현대철학은 언어의 문제에 천착한다.</div> <div>비트겐슈타인, 소쉬르, 라깡이나 푸코를 거쳐 지젝에 이르기까지... </div> <div>언어가 지니고 있는 문제를 바탕에 깔고 자신의 논의를 진행해나간다.</div> <div>이들은 언어가 단순한 정보의 매체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div> <div>언어는 단순히 내 생각을 남에게 전달해 주는 매체, 즉 도구가 아니라</div> <div>(물자체처럼)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독자적 체계요 존재라는 것이다.</div> <div> </div> <div>언어는 완벽하지 않으며 믿을 수도 없다.</div> <div>'꽃이 아름답다.'는 말은 꽃이 아름답다는 정보를 전달하지만, 꽃에 대해 내가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주지는 못한다.</div> <div>'그는 한국인 전문 킬러다'는 완벽한 문장이지만, </div> <div>이 문장만 가지고는 그가 한국출신의 전문 킬러인지, 한국인을 전문적으로 죽이는 킬러인지를 알 수 없다.</div> <div>한국어의 존댓말이나 스페인어의 성관사처럼 언어를 넘어서면 전달할 수 없는 의미들도 많다.</div> <div>영어를 배울 때 힘든 것 중 하나가 (우리가 해석할 땐 생뚱맞은 의미를 지닌) 관용어들을 외워야 하는 거 아니던가?</div> <div>이는 같은 언어권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보드리야르 같은 학자가 '불가능한 교환'을 이야기할까?</div> <div> </div> <div>완벽하지 못한 건 둘째고 사실 언어를 믿는 것도 쉽지 않다.</div> <div>담배 핀 고딩이 다그치는 선생에게 '담배 안 피웠어요'라며 개기는 일은 이제 일상 다반사다.</div> <div>단 둘이 있을 때 내게 뺨을 때린 여자가 사람들 앞에 가서 주저 앉아 울면서 내가 자신을 때렸다고 무고하는 경우,</div> <div>김전일이나 코난이 아닌 이상, 이 사실을 말로써 증명할 방법은 거의 없다.</div> <div>언어는 진실을 밝혀주지 못한다. 오히려 억울함을 늘려갈 뿐이다.</div> <div> </div> <div>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어를 부정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다.</div> <div>우리는 언어를 신뢰할 수 없지만, 언어에 대한 신뢰를 포기할 수도 없다.</div> <div>언어 없이 어떻게 살겠는가? </div> <div>당장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공항에 내려보라. </div> <div>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div> <div> </div> <div>사실 우리가 언어를 믿기에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div> <div>우리는 그저 언어가 있기에 언어를 사용할 뿐이다.</div> <div>그래서인지 침묵의 카르텔이라는 말처럼, 권력이 강해지고 재산이 쌓여갈 수록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div> <div>있는 놈, 잘난 놈일 수록 말을 가지고 장난칠 생각을 하지, 진실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div> <div>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언어를 넘어서지 못한다.</div> <div>언어를 넘어서 궁예의 관심법이 되는 순간 철학은 철학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div> <div>하지만 철학은 논리학이 아니다. 변증법은 전제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다라지는 가변적인 게임일 뿐이다.</div> <div>철학은 언어를 넘어서지 말아야 하지만 또한 언어를 넘어서야 한다.</div> <div> </div> <div>그렇다면 무엇을 넘어서야 할까?</div> <div>나의 한계, 나의 고집, 나의 불만, 나의 증오, 나의 질투... 그런 나를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나를 넘어 너에게로, 타인에게로 나아가야 한다.</div> <div>내가 알 수 없는 너에게로 나아가야 한다. 수많은 고통과 불안과 괴로움 속에서...</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금주 2주째... 정신이 혼미해 간다.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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