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안 들려</b></div> <div><br></div> <div>가장 먼저 깨달은 건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남동생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이다.</div> <div>같이 건담을 보고 있었는데, 평소엔 말수도 없고 얌전한 동생이</div> <div>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안 들려"라고 했다.</div> <div>나와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 소리냐고 물었지만</div> <div>"암 것도 아냐"라며 동생이 당황하던 게 외려 더 수상했다.</div> <div>그 날 자기 전에 '앞으로 동생에게 무슨 이상한 일 있으면 꼭 말하라'고</div> <div>엄마가 당부하셨다.</div> <div>그 일은 생각보다 금세 일어났다.</div> <div><br></div> <div>당시에 매일 같이 가까운 신사에서 놀았는데,</div> <div>그곳에 가던 길에 일어난 일이다.</div> <div><br></div> <div>앞에서 걷던 동생이 아무 것도 없는 길에서</div> <div>뭔가를 피하듯 곡선을 그리면서 걸었다.</div> <div>그곳은 길 가에 지장 보살을 모신 사당이 있는 곳이었다.</div> <div>지금까지 앞장서서 걷느라 몰랐지만,</div> <div>동생은 그곳을 지날 때 반드시 그렇게 걸었던 것이다.</div> <div>엄마께 말씀드리니 엄마가 동생을 병원에 데려가셨다.</div> <div>처음에는 안과에 갔다가, 다음은 정신 병원에 갔다.</div> <div>동생은 아무 말 없이 엄마를 따라갔다.</div> <div><br></div> <div>돌아오신 엄마께 "어땠어요? ○○가 어디 아파요?"하고 여쭤보니</div> <div>검사 결과는 내일 모레 나오지만, 딱히 이상은 없는 것 같고</div> <div>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했다고 했다.</div> <div>의사 질문에도 또박또박 대답해서 똘똘한 아이라고 칭찬 받았다는 듯 하다.</div> <div>환청과 환각에 대해서는 아직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지켜보자고 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엄마와 내가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더니</div> <div>무서운 병이 잠복한 가능성 같은 건 없었고</div> <div>시각과 청각에도 이상이 없고, 지능지수가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해서</div> <div>엄마가 왠지 매우 기뻐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div> <div>물론 나도 기뻤다.</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후 동생은, 나와 함께 신사에 가지 않게 되었다.</div> <div>그뿐 아니라 같이 놀자고 해도 다른 애들과 놀게 되었다.</div> <div>울 정도로 슬펐던 나는 엄마에게 동생에 대해 말한 걸 후회하게 되었다.</div> <div>나는 다치거나 사고가 나는 것 외에는</div> <div>동생이 뭘 하더라도 앞으로는 절대 엄마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마음에 맹세하고</div> <div>동생에게 전부 말하고 울면서 사과했다.</div> <div>동생은 웃으며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해주었다.</div> <div><br></div> <div>다음 날, 같이 신사에 갈 때</div> <div>신사 뒤에 있는 수풀에서 개가 두 마리 땅을 파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우리가 온 걸 알고 개들이 도망쳐서</div> <div>동생 뒤를 따라 슬금슬금 가보았더니</div> <div>땅에서 뼈가 튀어나온 게 보여서 다들 비명 지르며 도망쳤다.</div> <div>나는 동생 옷을 붙잡고 억지로 도망치려고 했는데,</div> <div>동생은 내 손을 뿌리치더니 그 뼈를 땅에서 파냈다.</div> <div>동생이 손을 뿌리쳤다는 사실이 쇼크였는데,</div> <div>나는 그 광경을 왠일인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div> <div>뼈에 파란 천이 달려 있었고, 동생이 들어올리니 투둑하고 작은 뼈가 땅에 떨어졌다.</div> <div>곧장 집에 돌아가 동생이 전화로 신고하여, 경찰이 집에 왔다.</div> <div>엄마도 황급히 회사에서 돌아왔고,</div> <div>나는 엄마에게 혼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엄마는 기뻐했다.</div> <div>그날 밤은 소동이 일어나 엄마가 삼촌을 불러서</div> <div>나와 동생은 엄마와 같이 한 이불에서 잔 기억이 난다.</div> <div><br></div> <div>이건 나중에 알게 된 일인데</div> <div>파란 천을 보고 "아마 저건 소매야"라고 그때 생각했는데</div> <div>그곳에 두 사람이 묻혀 있었다.</div> <div>어머니로 보이는 여자 뼈와, 어린 소녀였다고 했다.</div> <div><br></div> <div>당연히 우리는 신사에서 노는 게 금지되었는데</div> <div>한 달 후에는 신사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놀았다.</div> <div>문득 남동생이 지장 보살이 있는 곳에서 피하지 않고 걷는 걸 깨닫고</div> <div>큰 맘 먹고 동생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div> <div>동생은 아무렇지 않게 "항상 거기 모녀가 앉아 있었거든"라고 말했다.</div> <div>소름이 돋은 내가 "귀신이야?"라고 물었더니</div> <div>역시 아무렇지 않게 "잘 몰라도 아마 산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라고 했다.</div> <div>그리고 미소지으면서 "이젠 없으니까 무서운 건 다 끝났어"라며 내 손을 잡아 주었다.</div> <div><br></div>